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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디자인 - 삶과 철학으로 시대를 디자인한 22인의 이야기
김민수 지음 / 그린비 / 2007년 3월
평점 :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필로디자인>이라는 제목 탓에 디자인을 철학적으로 심오하게 아카데믹하게 풀어낸 책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은 딱딱하지도 학문적이지도 않다. 도리어 친절하고 쉽게 디자인의 역사와 걸출한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 소개해 준다. 독특하고 예술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들여다 보며,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는 여정은 마냥 흥미롭고 신났다. 내용도 좋았지만, 책 자체의 디자인이나 내부 편집도 깔끔했다.
특히 요즈음 흥미가 동한 타이포그래피의 세계는 무척 흥미로웠다. 활자의 모양과 느낌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느낌과 감성,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지....타이포그래피가 던져주는 강렬한 시각적 충동에 매료되어 있던 터라....타이포그래피의 선구자에서부터 현대의 디자이너들, 우리나라의 안상수에 이르기까지...타이포그래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단순히 글자는 의미를 담는 그릇이 아니다. 단순한 형식, 도구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의미, 느낌, 감성과 어우러져 글자인 기호 자체도 하나의 디자인으로서 발화할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또 내 눈길을 끌었던 디자인 영역은 다름아닌 북디자인이다. 책을 좋아하고 오브제로서의 책 자체에도 관심이 있는 터라 북디자인의 세계 역시 흥미로웠다. 중국의 뤄징런이 보여주는 중국 전통미가 가득 담긴 책들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책의 외양을 디자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의 내부와 외양이 하나의 통합적 완결미를 갖도록 디자인한다는 게 참 놀라웠다.
타이포그래피와 북디자인 외에도 건축, 일러스트레이션, 산업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등등 여러 영역에서 활동한 훌륭한 디자이너들을 아우른다. 디자인을 단순히 상업예술로 치부해 버리지 않고, 디자인 속에 담긴 디자이너들의 고뇌와 치열한 열정을 보여 줌으로써 디자인도 충분히 예술일 수 있음을 역설한다. 생소한 디자인의 역사를 찬찬히 음미해 보는 중에 풍성한 문화적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일상에 깃든 필로디자인...그 세계 속에서 즐겁게 유영하고 싶다......
디자인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