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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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읊조리다 보면 괜스레 짠한 행복감을 느낀다. 모두들 그럴까? 아마 그럴테지...지치고 곤한 일상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 소소한 물건들, 안온한 풍경들을 떠올리다 보면 미소가 내 입가에 벙글벙글 머문다. 겉으로 뜨거운 열광을 표하진 않지만, 누구나 마음 깊은 구석에 자리매김한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이우일은 이 평범한 듯 유쾌한 자신만의 목록을 우리에게 공개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꼽아 볼까? 이런 하릴없어 보이는 소소한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아니 나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줄까? 아니면 그저 아무런 목적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애정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걸까? 이우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재기발랄한 그림과 글로 풀어 낸다. 그의 심각하지 않고 잰체하지 않는 어조가 특히 마음에 든다. 그의 그림들 역시 상당히 귀엽고 재밌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소년의 감수성을 간직한 듯한 이우일의 그림과 글은 나에게 즐거운 선물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동네 마실 나온 듯 버켄스탁을 신고 앉은 나는 책을 읽고 맛보는 내내 키득거렸다. 물론 뒤로 갈수록 조금 흥미가 떨어지고 내용이 헐거워지는 듯한 느낌은 감출 수 없었지만....그래도 아무튼 좋았다. 특히 초반부 이야기들에 흥미롭고 웃긴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온다. 우울한 날, 생의 의욕이 현저히 떨어지고, 생의 낙이 없어 허덕이는 순간에 휴식이 되어 줄 책이다.

 휴식이 아니라면, 생의 에너지를 조금은 불어 넣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우일만의 자유로움과 개성, 장난끼,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옥수수빵파랑의 목록'들은 하나의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생각해 보았다. 생각만 해도 좋았다. 내가 즐기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그래서 이제는 어는 정도 나의 일부분이자 나의 특질이 되어 버린 것들.....이렇게 유쾌하게 자신을 분석해 보고 들여다 보는 일,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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