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그 아름다운 힘
최민식.하성란 지음 / 샘터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소망, 그 아름다운 힘'이라니...제목은 꽤 식상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책은 표지 사진부터 범상치 않다.  최민식의 사진은 걸쭉한 생의 한장면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전쟁통의 가난한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은 가슴 한켠을 찌르르 울린다. 생생하게 잡힌 아이들의 표정에 내 마음의 등불마저 켜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성란이라는 소설가의 작품과는 일면식이라도 있었지만, 최민식의 사진은 명성만 들었지 접한 적은 없었다. 책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사진은 나를 전율케 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난하고 남루한 인간들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포착한 그의 사진은 경이로웠다. 가슴을 한대 후려치는 느낌이랄까? 아름답고 화려한 이미지의 사진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그의 사진은 걸쭉하고 끈끈한 인간사의 단면을 잘 묘파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 옆에 덧붙여진 하성란의 글도 좋았다. 지난한 삶의 편린들을 꿰뚫은 하성란의 짤막한 글들은 사진을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너무나 명쾌하고 묵직해서 하나의 아포리즘처럼 느껴지는 하성란의 글들 역시 감동적이었다. 사진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켜 준다고나 할까?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삶의 단면들을 단 한문장으로 묘파해낸 하성란의 감각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이 책은 절대 소망에 대해 교훈적이고 식상한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온갖 인간사의 희비극이 어우러진 인간의 얼굴을 그림으로써 자연스레 소망이란 무엇일까 생각케 한다.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까운 우리의 생을 이끌어 갈 소망의 원천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결코 소망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이 책은 소망이라는 단어의 아름다움에 묻어 가려 하지 않는다. 걸쭉하고 끈끈한 삶을 살아 내고 있는 인간 개개인의 얼굴을 가장 리얼하게 보여 주기만 한다. 그로써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소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소망이 왜 우리에게 아름다운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아무리 생의 짐이 무거워 그림자가 축 처진다 해도 끝까지 소망할 수 밖에 없는가? 물론 최민식의 사진은 인생의 남루함과 고단함을 보여 주지만, 우리는 그 처절함과 비극성을 통해 소망의 다른 얼굴을 보게 된다. 이 책은 소망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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