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고양이 노튼은 <프로방스에 간 낭만 고양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피터 게더스의 노튼에 대한 첫번째 책인< 파리에 간 고양이>를 읽지 않아서 노튼이 얼마나 영리하고 예의바른 고양이인지 내 나름대로 상상하는데 애를 먹기는 했지만, 게더스가 얼마나 노튼을 사랑하고 노튼과 어디나 가며, 노튼을 끔찍하게 여기는 지는 알 수 있었다.

 게더스는 노튼을 헤어진 옛 여자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아 새끼 때부터 키우기 시작했는데, 장장 16년간의 삶을 노튼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노튼은 잘 상상은 되지 않지만, 게더스의 묘사에 따르면 영리하고 우아하며 예의바른 정말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라고 한다. 게더스는 노튼과 함께 파리에 가고 다른 유럽 각국을 여행한다. 노튼은 고된 비행기 여행도 잘 견디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취해 할 분별력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도 안다. 게더스에 의해 노튼은 책의 주인공이 되고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인기와 사랑을 독차지한다. 어떤 사람들은 게더스가 아닌 노튼이 직접 책을 썼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할 말 다했지 않은가?

 <프로방스에 간 낭만 고양이>는 프로방스에서 게더스, 노튼, 여자친구 재니스가 프로방스 지역 굴트라는 멋진 마을에서 보낸 소소하고 유쾌한 생활담을 담고 있다. 노튼은 세계 어딜 가나 적응을 잘했고,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며,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인간들과 함께 맛난 음식을 먹는 특전을 누리기도 했다.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었고, 결국 나는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역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스노우캣이 그린 표지그림을 너무나 사랑스럽지 않은가?

 이 책은 이제는 늙고 쇠약해진 노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는 힘이 약해져 점프도 잘 하지 못하게 된 노튼은 점전 체중이 감소한다. 노튼의 신장 기능이 저하됐음을 알게 된 피터는 큰 충격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반려 동물인 노튼의 노쇠를 받아 들이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꿋꿋이 노튼을 치료하고 보살피는데, 종내에는 노튼이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16살이라는 나이를 먹은 노튼은 이제 주인인 피터와 작별할 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피터와 노튼은 유별난 관계이다. 나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동물과 맺는 유대관계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피터는 16년간을 노튼을 사랑하고 보살폈으며, 노튼 역시 피터와 늘 함께 하며 그를 따랐다. 그럼으로써 그들 사이에는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과 애정이 싹텄다. 피터는 이제 자신의 반려 동물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절감하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처음에는 이런 책의 내용이 사소하고 어이없게도 느껴졌다. 아...이런 애정을 인간에게 쏟았다면 그는 정말 이 시대의 휴머니스트 소리를 들었을 텐데...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가 노튼을 위해 울고 자신을 다잡는 과정을 통해 생명을 대하는 데 있어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됨을 깨닫게 되었다.

 피터와 노튼은 어쩌면 책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늘 기억될 것만 같다. 일견 무슨 만화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마, 그들이 나누었던 진정한 우정과 사랑은 인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평생을 살며 진정한 유대감과 애정을 나누는 대상을 몇이나 두고 살아가는가? 나자신에게도 이 질문을 던져 본다. 진정한 애정과 헌신을 쏟는 것도 반대로 그것들을 받아 들이는 데도 인색하고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또 피터는 노튼의 죽음을 예비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죽음과 상실을 받아 들이는 인간의 약하면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 준다. 노튼의 빈 자리가 그에게 너무나 크지만 새로운 고양이를 키울까 생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그 힘겨운 시간을 견뎌 냈다. 그의 고양이 사랑은 어처구니없게도 느껴지지만 그 진정성에는 거짓이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여행을 함께 떠난 피터와 노튼의 모습을 그려 보면 내 마음도 따스한 온기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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