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늘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것은 신선한 즐거움을 던져 준다. <실버 피그>를 통해 나는 로마 제정 시대의 탐정인  마르쿠스 디디우스 팔코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이제 막 서른이 되었고, 여자를 좋아하며, 늘 집세를 밀려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지만, 탐정이 가져야 할 모험심과 지략을 적당히  갖춘 인물이다. 셜록 홈즈 이후로 나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탐정이다. 린지 데이비스가 창조해낸 팔코는 낡은 튜닉과 토가를 입고, 낮은 계급과 불우한 생활 가운데서도 결코 쳐져 있지 않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으며, 자신이 맡은 사건을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한다. 또한 그는 로마 제정에 찬성하지 않는 공화주의자이기도 하다. 신분의 질곡탓에 사랑하는 여인과 맺어지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는 그것 때문에 안달하지 않는다.

 <실버피그>는 로마 제정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 소설이다. 로마 시대의 풍속사와 사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담은 소설적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여행을 하는 즐거움도 준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두 배의 즐거움을 안겨 준다. 새롭게 등극한 베스파시우누스 황제에 대항하고자 불온한 세력들이 브리타니아 광산에서 생산되는 은으로 만들어진 잉곳(실버 피그)를 빼돌린다. 그러는 과정 중에 소시아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납치되고 그 아가씨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팔코가 이 사건에 연루된다. 소시아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에 매혹된 팔코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몸을 던지는데, 소시아는 괴한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팔코는 사건 해결의 의지를 불태우면 브리타니아로 떠난다.

  팔코는 직접 브리타니아의 은광산에 잠입해 노예로 가장하고 지옥같은 나날을 경험한다. 채찍과 성희롱 과중한 노동을 견디며, 사건의 추이를 살핀다. 그러는 와중에 은잉곳이 어떻게 빼돌려 지는지를 감지하게 되고, 불온 세력들의 명단을 파악하게 된다. 팔코는 몸으로 직접 부딪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다. 어찌 보면 미려하고 우직해 보이지만, 여기서 그의 순수한 용기를 엿볼 수 있다. 잔머리나 약은 꾀가 아니라, 직접 사건을 정면 돌파하려 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팔코는 소시아의 사촌 언니인 헬레나를 만나게 된다. <실버 피그>에서 팔코의 사건 해결담과 더불어 또 하나의 큰 줄기는 그와 헬레나의 사랑 이야기이다. 헬레나는 원로원 의원의 딸로 아름답고 고상하지만, 냉담하고 명철한 여인이다. 팔코와 헬레나는 처음엔 오해때문에 티격태격하고 어긋나지만, 점차 사건을 함께 해결해감에 따라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헬레나를 향한 팔코의 사랑을 깊어만 가지만, 그들의 신분과 재산의 격차는 크기만 하다. 그래서 헬레나를 놓으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소설의 마지막에 팔코는 스스로 재산을 모아 자신의 신분을 2계급으로 높이고 헬레나를 맞이하겠다고 결심한다. 모험담도 모험담이지만, 나는 이들의 연애담에 큰 감동을 받았다. 팔코의 헬레나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갈등과 혼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끝내 용기를 내는 것을 보고 왠지 나도 힘이 났다.

 마침내 사건의 주모자들을 잡아 내게 되는데, 그들은 소시아의 아버지이며, 헬레나의 남편이었다. 그들은 베스파시우누스 황제의 둘째 아들과 함께 반역을 꾀한 것이었다. 팔코의 용기와 지략을 통해 사건을 해결되고, 로마는 다시 평화를 찾는다. 실버 피그를 찾는 과정 중에 팔코는 상처도 입고, 괴로운 경험도 하지만, 헬레나라는 값진 사랑을 얻게 되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실버 피그>는 역사 추리 소설의 매력을 가득 느끼게 해 준다. 로마 시대의  황제, 원로원 의원들, 군인, 관리, 중산층, 노예들과 같은 각계 각층의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 준다. 또한 로마 시대의 목욕탕, 연무장, 가난한 사람들의 아파트, 저잣거리를 생생하게 묘파함으로써 먼 과거로의 생생한 여행을 가능케 한다. 이 소설은 로마로의 여행담임과 동시에, 팔코라는 한 탐정의 모험담과 연애담이다. 이 즐거움에 계속 빠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