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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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위대한 10가지 심리 실험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실험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그 이론을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쓰여진 책이 아니라, 실험을 했던 연구자의 개인적인 삶의 궤적을 따라 가며 어떤 배경 하에서 위대한 실험들이 행해졌는지를 보여 준다. 연구자들의 성장 배경, 출신, 가정 환경 등의 족적을 따라가며  실험과의 연관성을 찾아 낸다. 또한 지은이는 하나의 실험에 관여했던 여러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 준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지은이 역시 자신이 심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험을 검증해 보기 위해 노력했던 점 또한 인상적인데, 자신의 책을 위해 직접 마약을 복용해 본다든지, 정신병원에 입원해 본다든지 하는 점은 놀랍기도 하다. 이런 점들은 이 책이 단순히 심리 실험들의 보고서에서 훌쩍 벗어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책에 실린 실험들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사실들을 증명해 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험을 했을 당시에는 상당히 센세이셔널했으며, 많은 학문적,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고 한다. 여러 유명한 심리학자들에 의해 행해진 실험들은 세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며, 실험의 결과는 현실 생활에 적용되며 그 유용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실험들은 여전히 우리 생활에 유효하며,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다.

나는 특히 기억력에 관한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 가짜 기억을 이식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놀랍기도 했거니와 암시에 의해 촉발된 가짜 기억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물의를 빚었는가를 읽었을 때는 공포감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얼마나 예측하기 어렵고 제멋대로인가? 물론 그 실험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가짜 기억을 이식했을 때. 그것이 진짜 기억으로 화해 버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과연 인간의 기억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이 실험에 대해서 읽을 때에 이미 내 머리속에는 하나의 디스토피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상과학 영화 한편이 상영되고 있었다. 사악한 무리에 의해 이식되어지는 가짜 기억들, 그 기억을 이식받은 후 악의 무리에 편입되어 버린 인간들. 실험의 결과처럼 인간의 기억력이 허술하다면 내 상상 속의 일이 그저 허황된 소리만은 아니지 않은가? 

 또 하나의 기억력에 관한 실험이 나오는데, 그것은 인간 기억력의 메커니즘을 밝힌 실험이다. 기억력의 메커니즘을 밝힘은 물론, 인간의 노쇠하고 쇠퇴해가는 기억력을 되돌릴 수 있는 약도 개발한다. 치매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심한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도 있지만, 이는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의 노쇠와 쇠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포기하고 억지로 약을 통해 기억력을 되돌리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가가 문제이다. 또한 잃어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는데, 마냥 기억을 재생시킨다면 그것도 또 곤혹스러운 노릇이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과학의 발전과 진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특징을 거부하려 든다.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 든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와 발전이 곧바로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여기서 논란은 치열해지고 만다.

 이 책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심리 실험들을 통해 인간 심리의 다층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인간의 복종과 반항심리, 스킨쉽과 애정의 관계, 방관자 효과,  중독의 문제 등등을 통해 인간의 미묘하고 오묘한 심리 세계를 보여 준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실험과 그 결과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오묘하고 신비로운 존재인지를 실감했다. 실험결과들은 하나의 정설로 굳어진 것들도 있지만, 아직도 논란의 소지를 간직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또한 실험결과에 반하는 결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로써 인간 심리가 얼마나 광대한 우주와 같은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창조가 참 오묘하다는 생각과 인간이라는 존재는 파고들면 들수록 재미있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탐구하고 연구해 볼 분야가 무궁무진한 존재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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