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삶은 어쩌면 이렇게도 비극적인 운명을 좋아할까? <바둑 두는 여자>를 읽고 나니, 가슴이 아릿아릿하다. 샨사의 짧고도 유려한 문체가 만들어낸 슬픈 음악을 들은 느낌이다. 이 슬픈 사랑이야기가 빚어내는 긴장감을 견뎌내기가 힘들다.

야가는 이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자유분방하면서도 야무진 중국 소녀다. 그녀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사람을 읽는다. 바둑이라는 기묘하고도 철학적인 게임을 통해 인생을 풀어 나간다. 바둑애호가들이 모이는 첸휭 광장에서 그녀는 대국을 통해 운명적 사랑을 만난다.그 사랑은 너무도 슬픈 운명을 내장하고 있기에 처음엔 소리도 없이 온다.


그는 일본군 중위다. 중국의 불온 세력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중국인으로 변장한 채 바둑을 둔다. 거기서 그 역시 아름다운 중국 소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그녀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야릇한 슬픔과 오묘한 표정에 깊이 공감한다.


서로에 대한 오롯한 감정만을 간직한 채 헤어지게 된 그들. 지옥의 한 귀퉁이같은 전장터에서 포로와 적군으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처참한 모습을 알아본 그. 그들은 쓰러져가는 폐가에서 사랑을 확인하다. 바둑을 통해 서로의 영혼을 읽고 서로의 영혼을 알았기에....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도 그들은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페퍼민트티의 아릿아릿한 맛이 입안에서 퍼지듯이 그들의 슬픈 사랑이 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비릿한 청춘의 내음이 느껴진다. 이제 막 사랑에 대해 눈뜬 한 소녀와 메마른 군인의 감성으로 무장한 한 남자가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을 이룬다. 처연하고 처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붙잡고 늘어져 보지만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빛나는 사랑이란 영원처럼 길고 길텐데. 흔히 아름답게 묘사되는 사랑의 지속력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은 슬픈 사랑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보상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슬픔이 가져다주는 감정의 정화와 치유력을 믿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사람중의 한 명일까? 나는 진정한 사랑을 해 본적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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