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에 한잔 아니면 두잔 커피를 음미하는 나 자신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개운치 않은 상태가 나타났으니.....내 자신의 개인적 기호는 물론이거니와 커피를 권하는 이 사회의 분위기 탓인지 어느새 자연스레 나는 '커피 의존형 인간'이 되고 말았다. 커피가 뿜는 묘한 분위기와 세련미때문일까? 커피는 묘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커피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묘한 마력이 있어 자신도 모르게 감성을 자극한다. 그런 힘때문인지 요즘 커피 의존형 인간들이 갈수록 증가해 가는 추세인 것 같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는 우리 사회에 커피가 최초로 들어 온 개화기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를 배경으로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풍속사를 그리고 있다. 커피는 우리 나라에 들어 올 당시부터 꽤 인기를 끌었다. 고종황제 역시 커피를 즐겼다고 하니.... 커피는 처음에는 선교사나 외교관들과의 사교 장소에서 많이 음용되었는데, 일제시대때부터는 많이 대중화되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다방의 역할 때문이었다. 서울 명동 일대에 다방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다방은 우리나라 지식인들과 문화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작가 이상이 다방을 차려 운영했을 정도이다. 쟁쟁한 작가들과 지식인들이 모여 예술을 논하고,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을 논했으니 다방은 그 당시의 공론의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50년대에 6.25가 터지면서 미군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구호물품 속에 들어 있던 커피가 일반대중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처음에 커피의 용도를 몰랐던 사람들은 커피를 마신 후에 복통이 나고 설사를 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해충약으로 썼다고 한다.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는데....커피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한껏 고조시켰으며 다양한 관심을 받았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서양 신식 문물의 한 상징인 커피였으니 두 말할 것도 없다.

  60, 70 년대에도 끊임없이 커피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음료의 전형으로 회자되었다. 사람들은 커피가 귀한만큼 귀한 손님들이 오면 어김없이 커피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하는데, 가정방문을 하는 교사들은 하루에 십수잔의 커피를 마시는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70년대에 드디어 동서식품에 의해 국산 커피가 시판되었는데, 이로써 커피는 대중화되는 전기를 맞았다. 일본이나 대만 등지보다 우리나라에서 음용되는 커피수가 2배 정도 많은 것을 보니 얼마나 커피를 애호하고 즐겼는지 알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가 마치 커피의 대명사인 냥 알려졌던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원두커피가 새로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순수한 커피의 향기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원두커피는 보다 고급스러운 맛을 찾던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다. 또한 에스프레소 커피도 대중화되었으며,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이 등장함으로써 점점 커피는 그 다양성을 맘껏 뽐냈다. 책 제목에도 언급된 스타벅스는 미국의 커피 전문점 체인인데, 9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 진출했는데 계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가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세련된 미국취향을 대변하게 되었고,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끊임없이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반면에 우리들의 사랑방이자, 연락처의 역할을 했던 다방은 오늘날 티켓다방과 같이 퇴폐영업을 하는 온상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커피는 세련된 서구 지향 의식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음료이다. 사람들은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자신이 세련된 감수성과 교양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자기만족 내지는 도취에 빠지게 된다. 물론 커피가 가지는 고유의 맛과 향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이건 커피가 갖는 묘한 아우라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거 같다. 이 책이 증명하듯 한국인들은 초창기부터 커피를 애호해 왔고, 오늘날 역시 커피는 질리지 않고 사랑받는 음료이다. 커피는 우리 사회의 의식과 사고관을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커피가 갖는 사회사적 의미를 되짚어 봄으로써 한국인들의 의식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다음번엔 <커피 견문록>이라는 책에 도전함으로써 커피의 다른 면모에 대해 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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