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 많아요
존 마스든 지음, 김선경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은 것이다. 왠지 <할말이 많아요>라는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다. 책 날개에 나와 있는 설명을 보니 호주의 청소년 소설계를 대표하고 있는 작가의 책이었다. 책은 참 자그마한고 예쁘다 하늘색 표지에 말라깽이 인형같은 소녀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이 누워 있다.

  주인공 소녀는 기숙사 학교에서 생활하며 하루하루 일기를 쓴다. 이 소설은 일기체 소설인데, 열다섯 살이 되어가는 한 연약한 소녀의 아픔, 두려움, 슬픔이 말갛게 투영되어 있다. 나는 일년간 정신병원 신세를 졌지만, 아직도 말을 하지 않는다. 선천적인 장애가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로 인한 징후인 것이다. 나는 말을 잃었다. 말도 잃었고, 웃음도 잃었으며 누군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잃어 버렸다. 어짜다 이렇게 된 것일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벽을 붙잡고 걸어가며, 자기 안에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연약하고 파리한 소녀가 그려진다.

 나에게는 어떠한 정신적 상처가 있는 게 분명하다. 또한 소녀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움츠러 들고 홀로 외롭게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 하나의 방편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소녀는 정신병원에서 기숙사 학교로 옮겨 왔지만 -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카운슬링도 받고, 좋아하는 선생님도 만나지만-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다. 마음의 빗장을 걸고 타인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린젤 선생님의 따스한 친절과 호의에 마음이 녹아 버린다. 또한 친구인 캐시도 소녀에게 조금씩 다가온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배려와 관심을 받으면서 소녀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하지만, 여전히 말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고 미소 지을 뿐이다.

 소녀는 아빠가 엄마에게 겨냥했던 황산에 맞아 얼굴이 일그러져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아빠는 교도소에 가 있고, 엄마는 새로운 남자와 재혼한 상태이다. 소녀는 아빠로 인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그 정신적 충격으로 말을 잃었던 것이다. 가정의 불화가 여린 한 소녀는 얼마나 참혹하게 옭마 매 버린 것인지.....소녀의 두렴움, 공포심, 미움 등의 감정이 일기 속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에 대한 원망, 아빠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까지도....소녀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아빠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워하지도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에 소녀는 아빠를 만나러 떠난다. 일 년 가까이 말할 수 없었던 소녀는 아빠를 보자마자 말문이 트이고 만다. 소녀는 말한다.' 난 아빠를 미워하지 않아....'라고.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아빠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소녀의 마음에 눈물이 난다. 그 눈물때문에 눈 주변이 따갑다. 소녀는 여전히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새로운 삶을 얻는다. 그들의 따스함으로 얼음처럼 냉랭했던 소녀의 마음은 드디어 녹아 내리고 겨울을 지나 여름을 맞게 된 것이다. 소녀는 늘 사랑을 갈구했다. 외롭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신뢰해 주고, 손을 꽉 잡아 주고, 안아 주기를 원했다. 어리고 상처입은 소녀에게그것만이 치유의 방법이었다. 소녀가 새롭게 자기안의 벽을 허물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뻤다. 사랑만한 약이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누군들 외롭고 싶고, 누군들 상처에 무덤덤할 수 있는가? 더구나 어린 영혼에게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가족, 친구, 선생님 그리고 사회의 사랑과 관심 배려가 가장 절실할 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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