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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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는 그 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 놓은 진짜 마법사야. 그애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몽상에 잠긴 채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그러고는 네 점퍼를 자기가 입었어. 꽤 어울리더군. 그 애는 자신의 살갗에 닿는 발자크의 말들이 행복과 지성을 갖다줄 거라고 말했어."

-86-87쪽

뤄와 나는 여자들이 가봉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흥분과 조바심과 가슴 저 밑바닥에서 터져나오는 거의 본능적이라 할 욕망에 질색하고 말았따. 그 어떤 정치제도나 경제적 압박도 여자들에게서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아마도 모성애만큼이나 오래됐을, 옷을 잘 입고 싶은 욕망을 빼앗지는 못했다. -168쪽

차츰차츰 거장 뒤마의 뛰어난 마력에 이끌린 나머지 나는 손님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나의 문장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밀도도 더 높아져갔다. 나는 되도록 첫문장의 간결한 어조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소설의 구조, 복수의 주제를 얽어놓은 짜임새, 확고하고 교묘하면서도 대담한 솜씨로 결론을 끌어내는 복선에 이르기까지 소설가의 기교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되어 내심 몹시 놀랐다. 그것은 유쾌한 놀라움이었다. 그것은 멋진 들걸, 무성한 나뭇가지, 굵직한 뿌리를 드러낸
채 땅에 누은 뿌리 뽑힌 거목을 보는 것과 같았다.-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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