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
신연수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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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필요한 아주 사소한 정보들, 여행자를 자신있게 만들어주는 정보를 이 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책에서 숨겨진 맛집이라고 소개한 라면집을 지도에 표시해놓지 않았다. 계획도시인 삿포로는 길 번호를 알면 위치를 파악하기 정말 쉬움에도 이 책의 지도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냥 대략적인 정보 만을 위해 책을 찢어서 들고 다니다가 버리고 귀국했다.

 

 여행을 준비한다면서 달랑 이 책 한 권 들고 온 처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그냥 여행을 떠났더라면 사실 상 여행은 불가능할 뻔 했다. 그리고 처가 미안해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무언가 찾을 수 있게 가입해오길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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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 어느 경제학자의 미 대륙 탐방기
마이클 D. 예이츠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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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다. 노동계층이 겪는 불합리한 처우나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것을 사회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더 위험하다. 대외적으로는 통합성을 모든 정치적 가치에 우선하는 우리나라의 정치는 사회의 계층을 구분하고 분석하는 시도를 이단시하고 배제했다. 상당한 기간동안 폭력적 압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우리 중 대부분은 불로소득을 기대하기 힘들고 따라서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우리의 계층, 아니 이웃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다. 보수가 진보로 채색되는 우리의 협소한 정치적 좌표 탓이다. 때로는 좌측 편무시가 한반도의 풍토병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그러나 노동은 여전히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우리를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은 대부분 노동으로 채워지고(휴일도 줄었으니) 우리의 신체는 장기간의 노동에 적응하며(주로 배가 나오는 식으로), 사용하는 언어, 관심사, 인간관계 역시 모두 자신의 노동에 크게 기반하지 않는가.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한 이 여행서는 우리가 스쳐가는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들의 노동을 인식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출간되는 많은 여행책이 명소를 중심으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만든 명소의 순례가 아닌 그 풍경을 생산한 인간과 그 이면에 자리잡은 사회를 보여준다. 그가 여행하는 미국은 화려한 도시의 풍경과 광활한 자연이 공존하는 축복받은 나라가 아니다. 대신에, 넘치는 물자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노동과 가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자연보호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기업의 이익에 좌지우지되는 국립공원, 유색이민자의 저가노동에 의해 지탱되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사람이 아니라 스펙터클을 본다. 스펙터클이 가득찬 관광지와 시민들이 일상적 노동으로 살아가는 공간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곳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분리된 공간이다. 이 균열을 모르는 이방인들이 여행지에서 보는 것은 거대한 관광산업 시스템이 만든 환영에 불과하며 그들의 생생한 체험은 현실이 아니라 포장되고 판매되는 가상현실이다. 여전히 이방인에 가깝지만 그래도 지역 현실에 다가가는 것을 보면, 잔인하지만 새로운 현실을 보기 위해 그 지역의 노동을 생각하는 그의 방법은 꽤 적합한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가장 일관된 행동이 노동이란 것을 생각하면, 사람을 일하는 동물로 바라보는 것도 우리를 인식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를테면 농촌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진 퇴행성 관절염을 보자. 농업의 노동을 이루는 동작,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일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노동 등 그들이 땅과 밀착해 신체를 소모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관절염이 열병처럼 광범위하게 퍼진 것도 이해가 간다. 많이 기계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농업노동의 주요한 부분은 신체의존적이다. 그러나 노동 동작의 개선을 통해 충분한 중단기적 이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자영업에 가까운 농업의 특성상 주민들은 동작의 집단적인 개선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특성 상 의료기관에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 관절의 변형이 상당히 진척되기 까지 농민들은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상시적으로 신체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진통의 수준이 머문다. 젊은이들의 이촌이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간병을 받을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수술적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권유를 수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현실이 질병을 만들고 또 질병이 현실을 만드는 악순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탈에 불과하다. 여행의 피로가 즐거운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에 여행을 할 일이 있어도 나는 여전히 그의 행로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박물관에서 박물관으로, 명소에서 명소로 이어지는 달콤한 피로를 선택하고 관광산업이 제공하는 가상현실을 즐기겠지만, 그의 방법론을 따르는 것이 꼭 여행의 와중에 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익숙함에 젖어 돌아보지 못하던 주변을 본다면 일상도 어느정도 여행일 수 있다. 그것이 삶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더욱.

  1판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맞춤법이나 편집의 오류가 보이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것이 책의 가치를 해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가 있지는 않지만 이 역시 책의 가치를 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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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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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을 구성하자면, 책은 경험 외부의 지평으로 인간을 확장하기도 하고 경험을 내부로 강화하기도 한다. 보통 책은 양쪽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어서 독서가 그토록 즐거운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래서 경험에 기대지 않고 밖으로 밖으로 넓히기만 하면 위험할 것이라고 하였고 내부로 만 눈을 돌리면 얻는 것 없이 무의미 하다고 하였을 것이다. 매력적인 부제를 갖고 있는 정혜윤 씨의 <침대와 책>은 후자의 측면이 강해서 (서평집이 아니라 ) '독서기'인 부제 그대로 이 책을 읽어도 내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 이 책의 절반은 그가 쓴 것이지만 다른 절반은 동서고금의 위대한 작가들의 문장으로, 이 책은 저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준 그들에게의 헌정 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위대한 문호들은 저자가 우주 안에 홀로 외롭지 않게 해 주었고, 그가 느낀 바를 같이 느끼며 미려한 글을 선물했다. 다만 이 책의 문장도 인용도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타인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는 무의미한 바가 적지 않다. 블로그 같은 곳에서 읽었다면 즐거웠을 수도 있으나 책으로 읽으니 참을 수 없이 지루한 것은 내가 정혜윤 씨의 문장에 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읽는 대부분의 책은 침대 맡에 놓고 아무데나 펴서 읽을 수 없는 것 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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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경성 - 근대 조선을 들썩인 투기 열풍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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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조선"이란 시기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는 언제나 국치의 이미지 만 가득하다. 정치중심으로 기술된 국민교육의 국사 만 접한 탓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학자가 아닌 교양독자의 수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은 국가나 민족의 가장 영광된 순간에 치중되어 있다. 그나마도 단발적인 사건기술에 지나지 않아 역사란 사건의 연속이라는 착각 속에 빠지기도 쉽다. 그러나 역사에는 흥망과 성쇄가 같이 있기 마련이고, 특정 사관에 의거해 경중이 가려진 몇 개의 사건 만으로는 당대라는 큰 틀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 진실은 가장 추악하거나 사소한 부분에서 들여다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럭키경성-그리고 이 학자의 다른 몇 권의 책은- 교양역사 부문에 있어 꽤나 단 비 같은 책이다.

 

전봉관씨가 기술하는 구한말-근대의 조선은 그동안 우리가 읽어왔던 구한말과 다르다. 그의 책 안에는 분명 열강의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조선과 봉건과 서구가 접하는 경계에서 요동치는 사회,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이승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개개인들이 어떻게 시대의 풍운아가 되었는지 들여다 보는 것은 추상적 어휘로 설명을 나열하는 것 보다 더 생생하게 당대를 전달한다. 나진에 부는 땅투기 열풍이나 풍운아 반복창에 관한 글에서는 당대에 이미 꿈틀거리던 자본의 이면에 무릎을 탁 치게 되고, 이하영의 출세기에서는 사회 전환기의 신분 요동을 생각하게 된다. 전봉관씨의 책에서 보이는 구한말의 조선이란 이미 공맹 만 찾던 시대도 아니고 아무 것도 없이 모던 만 따르던 시대도 아닌 이미 시대의 화신인 개인들이 어느 때 보다도 급변하던 20세기를 체현하던 공간이다.

 

구한말 조선은 현대 한국의 여명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커다란 역사적 중요성을 갖지만 그에 비해 우리가 아는 바는 극히 적다. 어쩌면 국사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탓일 수도 있고-입시에 포함되는 부분이 줄어드니까-, 이야기해 봐야 국가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한국사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나 개인의 착각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하튼 간에 전봉관씨의 새 책은 그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범한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그의 기술이 주는 재미가 시오노 나나미에 비견될 만 하다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판단이지 만) 사관의 정치성에 있어서는 훨씬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지금은 영웅의 시대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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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카메라의 눈- 영화와 현대 소설에 나타난 영상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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