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여든 살의 에코가 스스로를 젊은 소설가라 칭하며, 자신은 앞으로도 50년간 훨씬 더 많은 소설을 쓸 사람이다라는 말로 포문을 연다. 녹슬지 않은 그의 유머와 방대하고 깊이 있는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견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가 소설가로서 자기 작품의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들, 작품의 원천이 된 또 다른 여러 작품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3장에 등장하는 소설 속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에 등장하는 이프성에 갔는데, 그곳에서 몽테크리스토가 갇혔던 감옥과 파리아 신부가 팠다는 굴을 봤다는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대중들은 정작 실제로 그곳에 수감되었던 오노레 미라보 같은 프랑스혁명 당시의 정치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고, 소설 속 인물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학자들이 발굴해놓은 인물을 죽이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은 소설가의 특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짧은 내용 안에 너무나 방대하게 여러 소설들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또한 텍스트를 풀이하는 과정에 어려운 기호학의 배경 지식들을 등장시킨다는 점 때문에 결코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독서력이 짧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가 이렇게 무식했었나?”를 연발하게 만드는 건 모든 에코 작품(소설을 포함하여)의 특징인 듯하다. 언제쯤 자학하지 않고 그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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