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가 톡 쏘는 사이다 맛이라면 <라라피포>는 진하게 우려낸 차맛이라고나 할까. 질척대고 축축하고 암담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그저 허허 한번 웃어보자니......

척 보면 주인공들의 삶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이 판국에 웃음이 나오냐고요. 그저 콧구멍이 두 개라서 사는 건데 어떻게 웃음이 나올 수 있냐고요...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단연코 쓴웃음, 단웃음이 다 들어 있다.

그것도 <공중그네>처럼 가벼운 터치의 웃음이 아니라 저변에 깔린 무거움을 날려보내는 만만치 않은 쓴웃음이기도 하다.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서 골방에 처박혀 지내는 자칭 엘리트 히로시가 자신의 이기심으로 이용해먹었던 여인, 사유리가 결국은 시원하게 복수하는 장면. 남들에게는 큰소리 한번 못 치던 고이치가 협박편지를 쓰는 장면. 항상 똑같은 멘트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겐지네 회사의 사장 오무라가 화려한 대사를 내뿜는 장면 등등에서 말이다.

쓴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해주는 오쿠다 히데오의 실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공중그네>에서 느꼈던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이 언뜻 엿보인다. 더불어서 인간이라는 괴물을 관찰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참고로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하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심각하게 생각해봤자 아무것도 해결 안 되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잖아. 까마귀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라니까!’라고 강하게 조언해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 아닐까요? 이 소설 <라라피포> 안에 담겨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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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뭘 바라죠? 그분은 부사장이에요. 우리는 아무 힘도 없어요.”

소설 속 후부키의 이 대사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봄 직한 대사일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이 저 대사에 상처받았던가.
노통 자신이 일본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전체가 리얼리즘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연신 웃으면서 그리고 내 쓰라린 직장 생활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상명하복의 집단 문화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다를 바가 없나 보다. 노통이 우리나라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써서 그 회사의 문화를 까발렸으면 더 통쾌했을 것을. 삼성이나 sk 같은...
쉬운 말 어렵게 쓰는 건 일부 교수님들의 특기이고, 어려운 말을 이리도 쉽게 표현할 줄 하는 건 노통 같은 소설가의 특기인가 보다. ㅎㅋㅋㅋㅋ 이 언니 넘 멋있다.
냉소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재주를 가진 인간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노통의 뇌 속에 들어가고 싶다. 이제부터 난 노통(노무현대통령 아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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