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쾌하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웃을 수 있다. 더 오바하면 코미디가 될 수도있다. <경찰서여, 안녕>을 읽은 뒤의 느낌이다. 한마디로 간결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경찰서'다. 주인공은 초등학생으로, 장래희망이 괴도루팡인 아직 철없는 아이다 (내 시점에서는, 하지만 주인공의 시점에서는 엄청 멋진) 아이는 경찰서에 잡혀있다. 그렇다고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때문에 소년원조차 갈 수 없는 그 아이를, 끝없이 이어지는 도벽을 고치기 위해 경찰서에서 잠시 그아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형사'가 등장한다

유형사는 아이의 보호자이다. 아이를 때리기도 하고, 아이를 지키기도 한다. 아이는 유형사를 두려워 한다. 이를테면, 선생님 같은 존재이다. 아이는 답답한 경찰서에서 빠져나가려고 애쓴다. 탈출을 시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있는 곳에서 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막상 목표가 없다고 해도, 구속받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아이는 집에서 기르던 개를 회상한다. 항상 줄에 묶여 있던 개를. 그리고 탈출 하는 것이다.

결말, '나름대로의 반전'인 아이의 치밀한 탈출 계획 밝혀지면서이 마지막까지 소설의 흐름을 유쾌하게 진행시킨다.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 나는 웬지 아이가 경찰서로 다시 돌아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배수아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잡식성이지만, 맛이 없으면 뱉어낸다. 나는 배수아의 소설을 뱉아 내었다. 전 같았다면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생각했을 소설을, 나는 배울 것을 찾기위해 아주 부담스럽게 읽고 있다. 재미가 아닌 배우기 위한이라는 전제가 달린 것들은 모두 나를 괴롭힌다. 지겹고, 하기싫은 일이다.

나는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를 통해 배수아를 처음 알았다. 국도에 푸른사과가 왜 있을까. 내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해준 이에게 물었다. 읽어보면 알 수 있어. 그 사람은 우선 내게 읽어 보기를 권했다. 우선 끝까지 읽었다. 공부는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어서 참 안타깝다.

문장력. 꽝 서사가 어찌 되었든, 글을 쓰는 사람의 기본은 문장력이라고 생각한다. 앞 뒤 문맥이 맞아야, 독자가 이해 할 수 있는 것이고 시점이 뒤 흔들리지 않아야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배수아는 이 것들을 다 무너뜨리고 있다. 탄탄하지 않은 기초 위에 쌓은 탑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배수아가 이미 '소설가' 이기 때문에 부러웠다. 습작기를 거치고 있는 내가, 만일 배수아와 똑같은 작품을 내 놓는 다면 어떤 반응이 올까. 아마 처음부터 다시 쓰라는 말을 가장 처음 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소설을 합평하면서, 나는 서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 소설이 서사보다 먼저인 기본을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말을 번역해 놓은 듯한 배수아의 문체는, 심하게 말하자면 역겹기까지 했다. 나는 책을 덮어버리고 잠을 자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팡이꽃 - 1999년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하성란 외 / 조선일보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곰팡이꽃을 곰팡이와 꽃으로 분리 시킨 이유는, 글쎄, 좀 아이러니하다고 할까 생각하기에 좀 더럽고 비 위생적인 곰팡이와 보편적으로 아름다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꽃 곰팡이 꽃 작가 하성란은,구성이나 스토리에도 부족함이없으나, 무엇보다도 묘사력이 뛰어나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세가 곧아진다. 가볍게 읽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곰팡이 꽃에서는 남자가 등장한다.남자는특이한 취미를가지고있는데 남의 집 쓰레기를 집으로가져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내는 거다. 집은 온통 쓰레기의 악취로 뒤범벅되어있다. 하성란의 세밀한 묘사로, 그 장면과, 악취 시각 후각이 모두 책 속에 빨려 들어가는느낌이다. 그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하성란만의 매력인 것이다. 나는 독자의 후각,시각,촉각,미각,청각의 오감각을 마음대로주물럭 거릴 수 있는 작가 하성란을 존경한다. 그녀의 작품, 곰팡이 꽃 이외에 '저 푸른 초원 위에'도 추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혹은 내가 많이 컸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상실의 시대를 처음 접했을 때가, 정확히 중학교 3학년때였다. 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한참 고입 준비로 바빴을 10월 부터 11월 까지 기말고사 기간에 나는 시험 준비를 하지 않고,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 물론 내가 공부를 포기했다거나, 고입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는 예고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 영 수 같은 과목시험 보다, 실기 시험이 더 시급했다.

덕분에, 나는 학원에가서 공부하는 시간 보다 서점에 눌러 사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학교에서도 나를 배려하여 수업시간에 책을 읽는 것을 나무라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그런 좋은 환경 속에서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그렇게 순탄하게 읽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위 환경은 좋았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리고 가슴 속, 정신 까지도 이 책을 소화하려 하지 않았다.

한장 한장 넘기기가 힘겨웠고, 나는 계속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처음으로 성 용어 '페니스' 라든지 '마스터베이션' 같은 용어를 접했고, 성적 묘사같은 것에 혐오감을 느꼈다. 성이 개방화 된 '일본 작가'의 글이라 그런가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장면을 무시하고, 이책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의무감과 오기로 끝까지 읽었다.

그러나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는 느낌 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허무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주인공, 와타나베, 미도리, 나오코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차라리 나가사와의 열정에 관심이 갔다. (나가사와의 여자와 잠자기 작전 따위는 관심 없었고, 그가 잘하는 공부 뭐 이런데에 관심이 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외무성시험에 합격하고, 다른 합격자들이 파티를 하고 있을 시간에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그의 모습이 나는 좋았다)

그정도로 나는 이 책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혐오스러웠다. 아, 그리고 몇년 후 고2가 된 지금. 나는 갑자기 문득 상실의 시대를 다시 보고싶어졌다. 웬지 지금 쯤이면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중3때 처음 상실의 시대를 끝장 까지 읽기까지는 약 한달이 걸렸다.

나는 며칠 전 상실의 시대를 폈고, 읽기 시작했다. 3일 밤 동안 읽었다. 아, 그리고 읽는 내내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 혐오스러운 장면들도 아무렇지 않았고, 게다가 아, 이렇게 심심하지는 않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장면들 (그러니까 _ 성 에 대한이야기)이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상실의 시대는 무언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무슨 느낌인지는 정말 알 수 있다. 정말, 이제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싶다. 20살이 되면 나는 이책을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춘문예 당선소설작품집 2002
가백현 외 지음 / 프레스21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남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책을 고르다가, 마땅히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던 터라 나는 이 책 '2002 신춘문예 당선 소설 작품집'을 사게 되었다. 역시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 답게, 읽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시간낭비용 글은 없었다.

적절하게 재미도 있었고, 문체라든지 구성 등도 글을 쓰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당선작 중에서 나는 조선일보의 '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수를 놓는 여자를 묘사해 놓은 부분은 정말이지, 그녀의 지루한 삶을 잘 표현 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수'를 쓴 작가가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섬세한 작업을 요하는 수 놓기를 글로 잘 표현해 내었기 때문이다.

아, 여기에는 요즘 유행? 지향? 하는 소설쓰기의 좋은 예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소설 쓰기에도 유행이 있다) 소설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통과의례같은 책이라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