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배수아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잡식성이지만, 맛이 없으면 뱉어낸다. 나는 배수아의 소설을 뱉아 내었다. 전 같았다면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생각했을 소설을, 나는 배울 것을 찾기위해 아주 부담스럽게 읽고 있다. 재미가 아닌 배우기 위한이라는 전제가 달린 것들은 모두 나를 괴롭힌다. 지겹고, 하기싫은 일이다.

나는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를 통해 배수아를 처음 알았다. 국도에 푸른사과가 왜 있을까. 내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해준 이에게 물었다. 읽어보면 알 수 있어. 그 사람은 우선 내게 읽어 보기를 권했다. 우선 끝까지 읽었다. 공부는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어서 참 안타깝다.

문장력. 꽝 서사가 어찌 되었든, 글을 쓰는 사람의 기본은 문장력이라고 생각한다. 앞 뒤 문맥이 맞아야, 독자가 이해 할 수 있는 것이고 시점이 뒤 흔들리지 않아야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배수아는 이 것들을 다 무너뜨리고 있다. 탄탄하지 않은 기초 위에 쌓은 탑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배수아가 이미 '소설가' 이기 때문에 부러웠다. 습작기를 거치고 있는 내가, 만일 배수아와 똑같은 작품을 내 놓는 다면 어떤 반응이 올까. 아마 처음부터 다시 쓰라는 말을 가장 처음 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소설을 합평하면서, 나는 서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 소설이 서사보다 먼저인 기본을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말을 번역해 놓은 듯한 배수아의 문체는, 심하게 말하자면 역겹기까지 했다. 나는 책을 덮어버리고 잠을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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