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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과 민주주의 - 폴리테이아 총서 3
로버트 달 지음, 박상훈, 박수형 옮김 / 후마니타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대부분 미국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왔고, 미국 헌법은 이에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헌법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잘 반영하고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은 이 책에서 미국 헌법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면서, 헌법을 다시 생각하고 고쳐나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원칙은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적 원칙에 따라 미국 헌법을 평가하면, 고쳐야 할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 헌법은 200여년 전에 완비된 후 지금까지 그 틀에 어떤 큰 변화없이 유지되어오고 있다. 달이 보기에 이것은 미국 헌법이 안정적이라서가 아니라, 그 당시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헌법입안자들의 주장을 과도하게 신격화하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헌법에 대해 가지는 맹목적인 믿음은 민주주의적 원칙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나는 미국 민주주의가 제도적인 틀을 안정적으로 갖추어왔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인민의 의사가 그 제도를 통해 충분히 표현되어왔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는 너무 잘 갖춰져 있어서(!), 기본적인 권리를 너무나 잘 보장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사유할 수 없는 제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귀결은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도 미국 헌법은 인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는 체제라는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견제와 균형 속에서 인민의 힘이 발휘될 여지가 별로 없는 미국 민주주의의 귀결이 어찌될지, 좀 더 지켜보며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