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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최근작.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다.
오랜만의 읽은 공지영의 문장은 역시나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고, 치열함이 배어났다.
가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시점과 공지영 자신의 시점이 오버랩 되는 것은, 소설적 글쓰기의 미흡함이라기보다는 그 치열함의 흔적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 주의깊게 봤던 것은 공지영의 진리관이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라는 도발적인 멘트처럼
어떤 면에서 공지영이 말하는 진리는 옳고 정당하고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불변의 가치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소설 속의 세계는 두 세계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악과 불의의 상징인 안개에 싸여있는 자애학원의 세계와 주인공을 비롯한 정의롭고 선한 축의 세계.
그러나 그녀가 개입한 깊숙한 현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복잡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진리의 모습을 들춰낸다. 그녀가 드러낸 현실은 이처럼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가 대항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진리는 악에 맞서 영원하고 불변하는 숭고한 가치라기보다는 어쩌면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 살아가는 인간들이 순간순간 발현하는 인간됨의 표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진리는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이 그 모든 투쟁에서 모두 승리한다고 획득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한 투쟁 과정에서 그들은 이미 참된 인간됨을 드러냈고, 그 순간순간 진리의 영원함을 드러냈다.
공지영은 어쩌면 자신만의 진리관을 확고하게 정립해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녀의 소설속에서 진리는 복잡하게 드러나는 진리의 모습과 단순히 악에 대립하는 진리의 모습 사이를 진동한다. 후자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도 같다. 세상이 너무나 악으로 가득 차서, 그 모든 악을 떨쳐내고 도래하는 메시아를 찾고 싶은 욕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일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진이라는 공간 속에서는 그 마저도 간절한 것일까.
하지만 불변하는 진리는 없다. 그런 진리의 형상은 현대철학에 이르러 깨지고 부숴져 조각나버렸다. 공지영도 무진에서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동안 그 점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소설 속에서 여기저기 미세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공지영이 현실에 개입하면서 요동치며 깨우쳐가는, 그녀가 문득문득 드러내는 새로운 진리관을 찾아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