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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우리의 환대>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폐차>로 등단했다. 제 11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당선작<폐차>를 비롯해 <우리의 환대>, <남겨진 사람들>, <우리가 떠난 자리>에 등 여러 지면에 발표한 9개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처음 읽는 작품들이라 생각했는데 한 두 가지는 알게 모르게 다른 지면에서 읽었던 거라 반가웠다.
9개의 소설을 관통하는 소재는 '상실'이다. <폭설이내리기시작할때>,<남겨진사람들>,<기원과기도>에선 친구,옛연인,가족을 죽음으로 <우리의환대>에선 아들의 부재로 <우리가 떠난 자리에>와<폐차>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한 시절이 <혜주>는 지금은 소식이 끊긴 친구를 담았다.
<작별>은 그 대상이 사람이나 관계의 상실이 아닌 인형.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것은 물건이 아니던가.( 난 어제도 귀걸이 한쪽을 잃어버렸다🥲)
아무튼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고 잊고 때로는 일부러 외면하기도 하는 그 많은 상실과 부재를 겪고 난 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작가는 그 이후를 담담히 써내려갔다. 그 과정이나 끝이 특별하다거나 소름끼치는 반전은 없지만 오히려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읽었다.
표제작 <우리의 환대>는 그 부재와 상실의 과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삶을 꾸려가는 아들 영재를 만나기 위해 재현은 아내와 비행기를 탔다. 모범생이었던 영재는 재현의 예상과는 달리 흑인노인, 어린 여자애와 함께 살고 있었다. 미묘한 그들이 일반적 관계가 아닌 것을 눈치 챈 재현과 아내는 더 이상 그들이 알던 영재가 아님을 직감하고 충격을 받는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영재를 본다. 그들이 잘 알던 '아들 영재'의 상실이지만 반대로 영재에겐 '안정'과 '또 다른 출발'이었을지도 모른다. 영재 역시 한국을 떠나 이전 자신과의 상실을 경험했을 테니까. 이로써 상실은 마이너스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화자는 1인칭이 아닌 '우리'로 자주 등장하는데 작품 해설에서도 그 특이점을 꼽는다. 같은 일을 겪었지만 각자가 느끼는 모양은 다르다. 친구의 죽음 이후 친구의 아버지를 찾아가 벌어진 일을 그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할때> 의 재희와 나,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똑같이 버림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조금 달랐던 <폐차>의 정호와 정기, <기원과기도>의 엄마와 현수,<우리가 떠난 자리에>의 나와 선재 등 이들은 같은 상황과 기억을 공유하지만 그 파동의 크기와 깊이는 다른 것이다.
반면 <남겨진 사람들>의 처음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오래전 사귀었던 옛 연인 상주가 죽었고 유진은 '홀로' 여행을 떠난다.( 그에겐 연인 재우가 있다. )유진은 상주의 흔적을 더듬어 가고 있다. 함께 걸었던 길을 걷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근처를 배회한다. 급기야 상주가 늘 보고 싶었던 풍경을 찾아 설산을 오른다. (상주는 설산에서 죽었다.) 산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아래를 보고 싶었다는 상주. 위험한 곳을 왜 가' 알지 못하는 노인의 악의없는 욕을 들으며 유진은 상주를 떠올렸다. 유진 역시 상주를 그렇게 원망했겠지.
왜 이 소설의 제목은 남겨진 사람 '들' 인가. 유진은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오래전 헤어졌지만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상주를, 그들이 함께 했었던 그들의 시간을 , 그때의 자신을. 온통 흰 눈 밭인 산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지만 끝내 다시 오지 않을 것들은 바로 그런것들이었음을. <남겨진 사람들>의 '사람들'은 오래전 유진과 상주 그들이 아닐까.
그러니까 그 끝은 '우리'가 함께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고, 이것은 세상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해야 할 이유일지도 모른다. 상실이라는 큰 변곡점에서 깊이 애도하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 , 그리고 또 살아가기 위해서다. 삶은 여전히 계속되어야 하므로, 곧 1인칭이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밑줄긋기
p211 그 후로 우리는 한참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시야가 차츰 어둠 속에서 익숙해져갔다. 하지만 선재와 나는 가만히 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같은 마음으로, 그러니까 이곳에 다른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 모르게 숨어있는 것들이 모두 나오는 순간을, 우리는 계속해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