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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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단편소설들인데 첫 번째 쇼코의 미소에서 할아버지가 비를 맞고 그냥 가려고 하고 우산이 잘 안펴져서 속상해하는데 울컥 눈물이 났다.

왜 나는 여기서 눈물이 났을까. 할아버지와 추억도 딱히 없고 공감도 안되었지만 아빠가 생각났던 것 같다. 우리 아빠도 절대 찾아오지 않을 사람인데 죽기 전 저렇게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준다면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을지도.

현실과 소설의 서사는 분명 다른 것이지만 내가 원하는 생각하는 어떤 특징적인 부분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심쿵! 하는 부분을 잘 찾아내는 것이 모든 소설마다 있어서 너무 좋았고, 집에 있는 밝은 밤까지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 😊

미션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를 겪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에 나는 책에 나온 순애 언니 남편처럼 나라에 의해 저런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그냥 참고 살지 않고 모든 정황, 증거들을 모아 죽을 힘으로 맞서 싸울 것 같다고 답을 했다.

아이를 위해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지만 당장 밥 한그릇 먹을 돈조차 없는 지경이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일 것 같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연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단체들이 많으니 함께 싸울 수 있을테니까.

독파를 하면서 줌 토크를 통해 독서기록과 미션, 책과 작가님의 이야기를 하는(저는 듣는 쪽에 가깝습니다. ^^) 것이 처음엔 신기하다 이제는 중독이 되었어요. 책을 읽는 습관과 책을 그냥 후루룩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완독을 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계속 하게 될 것 같아요. ❤️


 

📖책 속 밑줄긋기

🏷쇼코의 미소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쇼코가 내게 편지를 하지 않을 무렵부터 느꼈던 이상한 공허감. 쇼코에게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P25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P28

직장에 나간 엄마 대신 나를 업어 키운 그였다. 그의 돌봄으로 뼈와 살이 여물었고 피가 돌았다. 효도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채감를 느꼈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그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더 등을 돌리러고 했는지도 몰랐다. P36

대부분의 시간은 무기력했고 가끔씩 정신이 맑아질 때는 내가 내 정신을 연료로 타오르는 불처럼 느껴졌어.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들에 화가 났어. 그렇게 화를 내고 보면 몸이든 정신이든 재처럼 부서져버리는 거야. 그런 과정들을 반복했어. 사람들은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를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하더라. 나는 하루하루 죽고 싶었던 기억밖에 없었는데도. P41

🏷씬짜오, 씬짜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P90

그저,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라도 될 일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곁을 줄 일이었다.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P92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그래. 나도 살려고 그랬다. 걔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러니 너도 이제부터 그렇게 해. 그게 너도 나도 사는 길이야.”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P105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제 목숨을 몇 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 힘없는 인간들은 언제나 조심하고 사는 것이 좋을 거라고, 그 평범한 인간 여덟 명의 목숨 따위가 뭐가 대수냐고, 우리가 법이라고 하면 법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인 거라고, 꿇으라면 꿇으라고, 사람 같은 거 명분만 달아놓으면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입다물고 말이나 잘 들으라고.

그들은 나라에 의해 살해되었다. P109

“해옥아, 기억해.”

몸이 작아질수록 이모의 목소리는 점점 더 깊게 울렸다.

“아무도 우리를 죽일 수 없어.”

엄마는 병실 파티션 위에 올라앉은 이모의 입 모양을 따라 했다. 아무도 우리를 죽일 수 없어. 그러자 이모는 그 가느다란 목과 작은 머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잊음 안 돼. 해옥아.”

P121

🏷한지와 영주

“넌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 언니가 말했다. “넌 낭비를 하고 있는 거야. 그것도 가장 멍청한 낭비를. 이십대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면, 결국 우리 엄마 아빠처럼 평생 집도 없이 살게 될 거야. 평생 남의 밑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시키는 일만 해도 자식 결혼하는 데 단 한푼도 보태줄 수 없는 사람이 될 거라고. 네가 대학원 간다고 했을 땐 교수가 되려는 목표라도 있는 줄 알았어. 그것도 아니었다면 왜 네 시간과 돈을 그런 곳에다 투자한 거야? 교수와 동료들이 널 어떻게 보겠네? 너,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모아둔 돈이 없으면 학위라도 있어야 하잖아. 그런 식으로 어정쩡하게 세상 살아봐.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거야. 네 속에서 나온 자식 한번 네 품에 품어보지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고.”

 

나는 언니의 말에 동의했다. 언니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에 가까운 두려움은 나의 오래된 주인이었으니까.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취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곳에 머물기를 택했다.

P129

우리는 그전처럼 많은 말들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짧으면 몇 초, 길면 몇 분 정도 말없이 가만히 걷기만 했고, 길가로 기어나온 민달팽이를 주워서 풀숲에 던졌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내가 얼마나 그 시간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 시간은 영원해야 했다. 다른 시간들처럼 함부로 흘러가버려서 과거 속에 폐기되어서는 안 됐다. P150

되갚아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저 누군가를 자극해서 그 반응을 보고 싶은 건가.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자신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그들이 진심으로 가엾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차별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삶은 얼마나 공허한가. P152

나는 아직도 왜 한지가 내게 등을 돌렸는지 모른다.

그 단절을 이해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렇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작은 기억 하나도 제대로 잊지 못한다. P162

 

🏷먼 곳에서 온 노래

선배가 떠난 텅 빈 방에 앉아 남은 잡채를 꾸역꾸역 먹으면서도 나는 울지 않았다. 슬픔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고기도 못 먹는 사람이 러시아에 가서 뭘 먹고 다닐지 막막하게 걱정했을 뿐이다. 그런 그럴듯한 걱정으로 나의 깊은 상심과 슬픔을 덮고 속이는 일에 나는 익숙했다. P195

🏷️미카엘라

다수의 선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세상을 망친다고 아빠는 말했었다. 아빠의 말은 맞았지만 그녀는 이런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승패가 뻔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자신을 소외시키고 변형시켜서라도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부딪쳐 싸우기보다는 편입되고 싶었다. 세상으로부터 초대받고 싶었다. P235-236

🏷️비밀

무슨 말을 더 하려 했는데 눈물이 나서 말이 콱 막혀버렸던 것이 기억난다. 시야가 흐려져 지민의 그 예쁜 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진 말자를 보면서 지민도 울었다. 슬픈 기억이지만 되돌아보면 행복한 추억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매일같이 말자는 지민을 그리워했다. 자다가도 그애의 이름을 불렀고,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또래 애들 사이에서 지민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쩌다 그애을 만나기로 하면 그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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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 꾸세요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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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동성애자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 삶이 행복하다면 그분들의 선택을 응원해줄 수 있지만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도전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도 다 읽고서도 그냥 소설일뿐인데도 적극적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에 빠질 수 없고 자꾸 거리감을 두려고 해서 완전 집중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독파를 하면서 미션의 내용도 적고, 독서기록도 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내용을 끌고 갈 수 있었어요. 독파 아니었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우리는 동양적인 사고와 음양오행, 유교적 사상의 교육으로 인해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적인 시선을 행했었어요. 하지만 그들도 같은 동성에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대해 많은 혼란과 주변의 시선으로 힘들겠구나 하는 연민도 가지게 되었어요. 비난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축하해주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인정해주는 것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 책 속 밑줄긋기

 

“그래서? 그다음부터 날 뭐라고 불렀어?”

나는 몇 번이나 들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물었다. 그 말이 듣고 싶어 엄마의 무릎을 베고 꿈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링고, 일본어로 사과.”

엄마가 내 머리카락을 이마 뒤로 넘기며 말했다. 국제전화로 친구에게서 꿈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내 태명을 ‘링고’라고 지었다. 엄마 친구의 일본 이름도 링고라고 했다. 링고가 꾼 링고 꿈. 엄마는 나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링을 만들었다.

P23 링고링

 

쓰고 싸한 향에 알굴이 찌푸려졌지만 그땐 그 향마저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는 들떠 있었고 엄마와 링고 이모도 그런 것 같았다. 누군가의 기분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린 나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걸으면서도 자꾸 엄마를 돌아보는 이모와 틈만 나면 내 손을 놓고 이모의 팔을 잡으려는 엄마를 보며 나는 두 사람이 이 비밀 약속을 기다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P33 링고링

 

영주가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 모습이 물위에 어른거리는 빛처럼 두 겹, 세 겹으로 번져 보였다. 혀로 더듬으면 떨어져나간 어금니의 빈 공간이 혀끝에 닿았다. 영주와는 절대 그런 사이가 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다짐했다. 옷소매로 뺨을 닦고 나는 영주를 향해 걸어갔다.

P53 링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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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는 엄마가 동성을 사랑하는 행동에 어릴때부터 보고자러 거부감이 없었던 것일까?

영주가 영주를 만나 영주를 간다. 재미있는 설정에 반해 나는 아직 동성간의 만남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소설의 내용뿐인데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찌푸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응원해주지 못하는 나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정말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가볍게 외향적으로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깊게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행복하도록 응원해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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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풀 무더기 같은 얼굴로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는 사람. 체는 모든 것을 다해 말했고 모든 것을 다해 웃었다. 그녀가 내뱉는 소리 하나, 음절 하나에 그녀라는 존재가 온전히 녹아 있었다. 한때 앙헬은 세상의 모든 시람들이 그녀처럼 말하고 그녀처럼 웃기를 바랐다.

P64 나뭇잎이 마르고

 

그것이 어느 시절을 통과할 때 겪게 되는 변화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앙헬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떤 베풂은 인과적인 타당성을 설명할 수 없듯 어떤 거부도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P90 나뭇잎이 마르고

 

낮이고 밤이고 나는 읽었다. 두 여자의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나는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 버려지리라는 조바심과 생의 위기 속에서 나는 책을 읽고 사색에 빠져들었다. 플라톤을 읽은 날은 동굴에 비친 그림자의 실재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다. 니체를 읽은 날은 망치를 든 여자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었다. 그들의 책에는 모두 내가 상징처럼 숨겨져 있었다. 나는 인류 지성사에 깃든 나의 위대함을 확인하며 두 여자가 내린 쓸모없다는 판단이 얼마나 반인륜적이고 반지성적인지 깨달았다. 쓸모없음이야말로 인류가 지켜가야 할 빛나는 보석이었다.

P126 저녁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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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점은 신선하다. 편혜영 소설가는 발칙하다는 표현을 써주셨는데 왜 그러한지 알 것 같았다. 대놓고 노골적인듯 하면서도 현실때문에 선을 확 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경계선 속의 두 여자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비싼 물가로 인해 파테크가 유행하며 대파를 키우면서 파파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나중엔 먹기 미안해 하는 장면은 유머러스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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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메일에 울었다는 것에 마음을 짓누르던 울화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 그 대상이 여자이고, 희래라는 사실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이제껏 모난 돌처럼 발에 차이기만 했던 내가 아주 감미로운 슬픈 음악이 된 것 같았다. 희래가 울고 싶을 때 틀어놓고 펑펑 울 수 있는 음악.

P148 설탕, 더블 더블

 

네가 누구를 사랑하는진 몰라도 그 사랑이 내겐 위로가 돼.

P148 설탕, 더블 더블

 

그런 평범한 데이트는 우리의 농도 짙은 감정들을 퇴색시킬 것 같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실에서 마주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말을 숨김없이 했다. 빛이 강한 여름에 오히려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비밀을 나누었기에 연인이 될 수 없었다. P150 설탕, 더블 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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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찾던 설탕이 윤도윤과 희래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내용은 분명 다른 내용인데 매끄럽게 진행된다. 농도 짙은 감정들이라면서 한명이라도 연인이 되었음 했는데 커피 속 설탕 더블 더블이 아니라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예쁜 사랑인데 혼자만 하는 사랑이라 마음이 찢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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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살아 있을 때 뭐가 중요한지, 삶과 죽음, 우리가 단절되어 있다고 믿는 그 사이에 어떤 힘이 있어 우리를 서로에게 연결해주는지. 어떤 논리도 너에게서 기적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

P204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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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이 동성애자의 길을 간다면 행복을 위해 사람들에게 어떤 논리도 딸의 행복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고 한다. 엄마의 사랑은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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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나는 죽어서도 쉬지 못했다. 이유를 찾느라, 인과관계의 인에 매달리느라 죽음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P295 제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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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를 사랑하는진 몰라도 그 사랑이 내겐 위로가 돼. - P148

그런 평범한 데이트는 우리의 농도 짙은 감정들을 퇴색시킬 것 같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실에서 마주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말을 숨김없이 했다. 빛이 강한 여름에 오히려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비밀을 나누었기에 연인이 될 수 없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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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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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이니치’라 불리는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로 인물과 벌어진 사건들은 픽션이지만 일제강점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부산 영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사는 조선인의 삶의 이야기이다. 

 언챙이였던 선자 아버지 ‘훈이’가 결핵으로 죽은 후 선자 어머니 ’양진’은 선자를 홀로 키우기 위해 선자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하숙을 이어 운영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끼니를 굶지는 않고 살고 있는 선자에게는 장애였던 아버지의 소문으로 중매도 쉬 나서지 않는다. 선자는 시장 관리인으로 온 한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가지며 함께 할 미래를 꿈꾼다. 한수는 일본에 자녀가 있다고 말하면서 결혼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졸지에 아비없는 아이를 임신한 선자는 동네에서 알게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로 힘들게 뻔했는데 자신의 집에 하숙하던 부유한 기독교집안인 백이삭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며 일본으로 함께 떠난다.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덮을 수 없었다. 한수가 일본에서 선자의 뒤를 봐주며 도와주고 있었다는 내용에서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싶다가도 아들이 없는 한수의 집요함으로 힘없는 선자의 삶이 통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기도 했다. 노아가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선자가 한수의 도움을 받았다면 선자의 삶은 조금 더 편했을까. 선자에게 감정이 이입이 너무 잘되었는지 울컥하기도 하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소설에 나오는 서민들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물가가 올라 밥 먹고 살 걱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여자들은 삶이 힘들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당시의 사회는 여자는 한 남자만 보고 살아야 했고, 남편이 주는 돈으로 집안일을 잘 하면 되었지만 선자는 남편을 잃고 억척같이 일하며 선자를 홀로 키운 양자의 가르침으로 지금 말하는 생활력이 강한 여자다. 
 아이를 유산했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 했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자라길 바랬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이 과거에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내가 살지못한,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씨, 핏줄이 무엇이라고 한수는 그림자처럼 선자의 뒤를 봐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한수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지고 싶어하는 선자의 행동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한수를 밀어내지만, 사실 선은 한수가 먼저 그은 것 아닌가? 
 “선자에게 결혼은 안돼”
 “하지만 함께 살 수 있어”
 선자는 결혼을 할 수 없어 놓아버린 한수 대신 자식들을 놓치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던 것 같다.

 문장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지만 스토리가 너무 좋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책을 펼치면 지금도 선자는 그 속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부산 사투리가 익숙해서 그런지 선자의 말들이 더 와 닿았고 몰입을 이끌었다.
 “아입니더”, “그캤다 아입니꺼” 

 전쟁으로 가족과의 헤어짐, 감옥살이와 고문, 강제 징용, 부당한 노동 처우, 조선인 차별 아니 짖밟음 속에서 
 조선인들은 일본인도 피하는 조직폭력배 야쿠자가 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 살아 남았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파친코를 관리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차이점은 노아는 자신은 끝까지 일본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선자와 한수의 불같이 타올랐던 사랑이야기가 조금 더 듣고 싶었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여자의 늙어가는 고된 삶이 지금 여자인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많이 공감되었다.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도 일본에서 억척스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아직도 파친코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끝-


📖책 속에서

<파친코 1권>

ㅡ1932년 11월 일제 강점기 부산 영도의 모습
당연히 약삭빠르고 억척스러운 사람들은 그 겨울에 살아남았지만 참담한 소식이 너무 많았다. 어린아이들은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고, 여자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순결을 팔았으며, 노인들은 젊인이들만이라도 끼니를 때우라고 죽을 자리를 찾아 몰래 떠났다. P26

ㅡ선자가 한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장이나 바닷가에 가려고 부엌 문턱을 넘기 전에 선자는 광을 낸 냄비 뚜껑에 자신을 비춰 보고 그날 아침에 단단하게 땋은 머리를 매만졌다. 선자는 예쁘게 꾸미는 법을 몰랐고 고한수처럼 대단한 남자는 물론이고 여느 남자의 마음에 드는 법도 몰랐다. 그래서 매무새라도 깨끗하고 단정히 하려고 애썼다. P70

ㅡ양진이 결혼하는 선자에게 당부하는 말. 
(우리 엄마가 해준 말하고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은 장면)
🏷“꼭 팔아야 하는 게 아니면 팔지 마라.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갖고 있어야 한다. 니는 검소한 애지만,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데이. 의사한테 가야 될 수도 있고, 니가 미처 생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날 기다. 아들이 태어나면 학교에 보낼 돈이 필요할 기고, 목사님이 살림할 돈을 안 주면 니가 뭐라도 해서 돈을 벌래이. 뭔 일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따로 모아 놔야 된다. 필요한 데다 쓰고 남은 동전 몇 개라도 깡통에 던져놓고 니한테 그 돈이 있다는 기를 잊어뿌라. 여인네는 항시 돈을 따로 모아놔야 된데이. 니 남편을 잘 돌보래이. 안 그라면 다른 여자가 할 끼다. 니 남편 가족한테 공손하게 하고. 그분들 말을 순순히 따르래이. 니가 실수하면 우리 집안이 욕 먹는데이. 항상 우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다정한 니 아버지를 생각해라.” P153

ㅡ1933년 4월, 오사카
가부장적인 요셉이 오롯이 가정만 생각해야한다고 이삭에게 가스라이팅(?) 하는 부분.
요셉이 동생에게 경고했다. “ 정치나 노동조합. 혹은 다른 어리석은 짓에 얽히지 마. 몸을 사리고 묵묵히 일만 해. 독립운동이나 사회주의를 알리는 전단 같은 건 줍지도 받지도 말고. 그런 걸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걸리면 체포돼서 감옥에 갇힐 거야. 한두 번 본일이 아니야.” P172

이삭은 억압에 항거하는 것이 기독교인다운 행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이런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자신의 일과 선자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졌따. 이삭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했다. P173

ㅡ전쟁통 속 조선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분.
🏷조선인들이 일본이 승리하기를 바랄까?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일본의 적이 이기면 조선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리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 적응해라. 지극히 간단하지 않은가?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 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 그저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 결국 배고픔 앞에 장가 없는 법이다. P276

ㅡ한수가 창호에게 이념으로는 살 수 없다며 자신과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하는 부분. 
“내가 여기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아니야, 난 여기가 싫어. 하지만 난 여기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 너 가난해지기 싫잖아. 창호야, 넌 내 밑에서 일하면서 잘 먹고 잘 벌었어. 그래서 이런저런 이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지. 당연한 일이야.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넌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너 같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어도 조선을 바로 잡을 수 없어. 일본이 빠져나가고, 이제 소련과 중국과 미국이 거지같이 작은 우리나라를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어. 네가 그들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조선은 잊어버려. 네가 가질 수 있는 것에 집중해. 그 부인을 원해? 좋아. 그럼 그 남편을 없애버리거나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야.” P362

<파친코 2권>

ㅡ1955년 10월

🏷어리석은 마음은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삶이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 같았다. 꼼짝도 못 하고 자리보전하는 단절된 삶이었지만, 요셉의 가족은 끈질기게 노력했다. 삶이 지속됐다. 요셉이 보기에 노아는 워낙 이삭과 닮아서 그 아이의 친아버지가 다른 사람이라는, 온화한 이삭과 완전히 딴판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가엾은 아이가 자신이 다른 핏줄을 이어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아이는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것은 형벌이었다. 요셉은 아이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남자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용서 없이 사는 것은 숨을 쉬고 움직이기만 할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P114

ㅡ1968년 11월, 요코하마
조선인들은 일본도 대한민국도 속하지 못했다.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여행을 할 수 없었다. 번거로운 일 없이 재입국 할 수 있는 일본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일본 시민이 돼야 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어쨌든 모자수가 아는 누구도 일본 시민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민단을 통해 남한 여권을 발급받을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에 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P154

ㅡ선자는 조선도, 일본도 아닌 미국풍의 집으로 꾸민 장면.
가구는 미국 영화에 나오는 배경과 비슷했다. 천 소파, 높다란 원목 식탁, 크리스털 샹들리에, 가죽 안락의자가 있었다. 한수는 이 집 식구들이 바닥이나 요가 아니라 침대에서 잘 거라고 추측했다. 집에 오래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조선이나 일본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널찍한 부엌 창문 너머로 정원석으로 꾸민 이웃집 정원이 내다보였다. P169

ㅡ선자와 한수의 아들. 노아가 죽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P269

ㅡ1980년 요코하마
“새겨듣게 빌어먹을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주로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기에 태어나 부러진 손톱으로 이 세상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은 이 망할 게임의 규칙도 몰라. 그런 사람들이 진다고 해도 그들에게 화조차 낼 수 없어. 그런 사람들에게 삶은 지독하게 가혹하고 또 가혹한 법이야.” P309

ㅡ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조선인이 일본에서 부를 정직하게 쌓았다 믿고 있다. 솔로몬은 조선인의 핏줄이지만 일본인처럼 자신을 생각한다. 
“모두 알게 돼 있어. 일본에서 조선인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둘 중 하나야. 조선인이 부자면 어떻게든 파친코장이랑 얽혀 있다고.”
“아버지는 훌륭한 분입니다. 놀랄 만큼 정직해요.”

ㅡ솔로몬에게 일본인의 뿌리깊은 차별에 대하여 알려주는 일본인 하나.
“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내 사랑.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 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자이니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없지. 너만 그런게 아니야.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을 절대로 사회에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도 절대로 받아주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난 병에 걸렸어. 이 병은 오래된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일본 남자한테 옮았어. 이제 그 남자는 죽었어. 그런데 아무도 신경 안 써. 여기 의사들은 내가 떠나기를 원할 뿐이야. 그러니까 잘 들어, 솔로몬. 넌 여기 머물러야 하고 미국에 돌아가면 안 돼. 너의 아버지 사업을 맡아.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게 아주 부자가 돼.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P348

🏷선자는 다시는 한수를 만나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꿈에서 한수는 선자가 어렸을 때 본 모습 그대로 활기찼다. 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선자는 그렇게 여자가 됐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함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P363

🌿출판사로부터 파친코2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파친코 #파친코2 #이민진 #인플루엔셜 #장편소설 #PACHINKO #소설 #독서 #책추천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꼭읽어야하는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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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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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이니치’라 불리는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로 인물과 벌어진 사건들은 픽션이지만 일제강점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부산 영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사는 조선인의 삶의 이야기이다. 

 언챙이였던 선자 아버지 ‘훈이’가 결핵으로 죽은 후 선자 어머니 ’양진’은 선자를 홀로 키우기 위해 선자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하숙을 이어 운영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끼니를 굶지는 않고 살고 있는 선자에게는 장애였던 아버지의 소문으로 중매도 쉬 나서지 않는다. 선자는 시장 관리인으로 온 한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가지며 함께 할 미래를 꿈꾼다. 한수는 일본에 자녀가 있다고 말하면서 결혼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졸지에 아비없는 아이를 임신한 선자는 동네에서 알게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로 힘들게 뻔했는데 자신의 집에 하숙하던 부유한 기독교집안인 백이삭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며 일본으로 함께 떠난다.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덮을 수 없었다. 한수가 일본에서 선자의 뒤를 봐주며 도와주고 있었다는 내용에서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싶다가도 아들이 없는 한수의 집요함으로 힘없는 선자의 삶이 통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기도 했다. 노아가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선자가 한수의 도움을 받았다면 선자의 삶은 조금 더 편했을까. 선자에게 감정이 이입이 너무 잘되었는지 울컥하기도 하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소설에 나오는 서민들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물가가 올라 밥 먹고 살 걱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여자들은 삶이 힘들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당시의 사회는 여자는 한 남자만 보고 살아야 했고, 남편이 주는 돈으로 집안일을 잘 하면 되었지만 선자는 남편을 잃고 억척같이 일하며 선자를 홀로 키운 양자의 가르침으로 지금 말하는 생활력이 강한 여자다. 
 아이를 유산했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 했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자라길 바랬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이 과거에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내가 살지못한,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씨, 핏줄이 무엇이라고 한수는 그림자처럼 선자의 뒤를 봐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한수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지고 싶어하는 선자의 행동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한수를 밀어내지만, 사실 선은 한수가 먼저 그은 것 아닌가? 
 “선자에게 결혼은 안돼”
 “하지만 함께 살 수 있어”
 선자는 결혼을 할 수 없어 놓아버린 한수 대신 자식들을 놓치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던 것 같다.

 문장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지만 스토리가 너무 좋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책을 펼치면 지금도 선자는 그 속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부산 사투리가 익숙해서 그런지 선자의 말들이 더 와 닿았고 몰입을 이끌었다.
 “아입니더”, “그캤다 아입니꺼” 

 전쟁으로 가족과의 헤어짐, 감옥살이와 고문, 강제 징용, 부당한 노동 처우, 조선인 차별 아니 짖밟음 속에서 
 조선인들은 일본인도 피하는 조직폭력배 야쿠자가 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 살아 남았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파친코를 관리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차이점은 노아는 자신은 끝까지 일본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선자와 한수의 불같이 타올랐던 사랑이야기가 조금 더 듣고 싶었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여자의 늙어가는 고된 삶이 지금 여자인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많이 공감되었다.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도 일본에서 억척스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아직도 파친코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끝-


📖책 속에서

<파친코 1권>

ㅡ1932년 11월 일제 강점기 부산 영도의 모습
당연히 약삭빠르고 억척스러운 사람들은 그 겨울에 살아남았지만 참담한 소식이 너무 많았다. 어린아이들은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고, 여자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순결을 팔았으며, 노인들은 젊인이들만이라도 끼니를 때우라고 죽을 자리를 찾아 몰래 떠났다. P26

ㅡ선자가 한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장이나 바닷가에 가려고 부엌 문턱을 넘기 전에 선자는 광을 낸 냄비 뚜껑에 자신을 비춰 보고 그날 아침에 단단하게 땋은 머리를 매만졌다. 선자는 예쁘게 꾸미는 법을 몰랐고 고한수처럼 대단한 남자는 물론이고 여느 남자의 마음에 드는 법도 몰랐다. 그래서 매무새라도 깨끗하고 단정히 하려고 애썼다. P70

ㅡ양진이 결혼하는 선자에게 당부하는 말. 
(우리 엄마가 해준 말하고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은 장면)
🏷“꼭 팔아야 하는 게 아니면 팔지 마라.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갖고 있어야 한다. 니는 검소한 애지만,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데이. 의사한테 가야 될 수도 있고, 니가 미처 생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날 기다. 아들이 태어나면 학교에 보낼 돈이 필요할 기고, 목사님이 살림할 돈을 안 주면 니가 뭐라도 해서 돈을 벌래이. 뭔 일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따로 모아 놔야 된다. 필요한 데다 쓰고 남은 동전 몇 개라도 깡통에 던져놓고 니한테 그 돈이 있다는 기를 잊어뿌라. 여인네는 항시 돈을 따로 모아놔야 된데이. 니 남편을 잘 돌보래이. 안 그라면 다른 여자가 할 끼다. 니 남편 가족한테 공손하게 하고. 그분들 말을 순순히 따르래이. 니가 실수하면 우리 집안이 욕 먹는데이. 항상 우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다정한 니 아버지를 생각해라.” P153

ㅡ1933년 4월, 오사카
가부장적인 요셉이 오롯이 가정만 생각해야한다고 이삭에게 가스라이팅(?) 하는 부분.
요셉이 동생에게 경고했다. “ 정치나 노동조합. 혹은 다른 어리석은 짓에 얽히지 마. 몸을 사리고 묵묵히 일만 해. 독립운동이나 사회주의를 알리는 전단 같은 건 줍지도 받지도 말고. 그런 걸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걸리면 체포돼서 감옥에 갇힐 거야. 한두 번 본일이 아니야.” P172

이삭은 억압에 항거하는 것이 기독교인다운 행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이런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자신의 일과 선자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졌따. 이삭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했다. P173

ㅡ전쟁통 속 조선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분.
🏷조선인들이 일본이 승리하기를 바랄까?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일본의 적이 이기면 조선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리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 적응해라. 지극히 간단하지 않은가?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 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 그저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 결국 배고픔 앞에 장가 없는 법이다. P276

ㅡ한수가 창호에게 이념으로는 살 수 없다며 자신과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하는 부분. 
“내가 여기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아니야, 난 여기가 싫어. 하지만 난 여기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 너 가난해지기 싫잖아. 창호야, 넌 내 밑에서 일하면서 잘 먹고 잘 벌었어. 그래서 이런저런 이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지. 당연한 일이야.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넌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너 같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어도 조선을 바로 잡을 수 없어. 일본이 빠져나가고, 이제 소련과 중국과 미국이 거지같이 작은 우리나라를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어. 네가 그들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조선은 잊어버려. 네가 가질 수 있는 것에 집중해. 그 부인을 원해? 좋아. 그럼 그 남편을 없애버리거나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야.” P362

<파친코 2권>

ㅡ1955년 10월

🏷어리석은 마음은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삶이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 같았다. 꼼짝도 못 하고 자리보전하는 단절된 삶이었지만, 요셉의 가족은 끈질기게 노력했다. 삶이 지속됐다. 요셉이 보기에 노아는 워낙 이삭과 닮아서 그 아이의 친아버지가 다른 사람이라는, 온화한 이삭과 완전히 딴판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가엾은 아이가 자신이 다른 핏줄을 이어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아이는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것은 형벌이었다. 요셉은 아이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남자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용서 없이 사는 것은 숨을 쉬고 움직이기만 할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P114

ㅡ1968년 11월, 요코하마
조선인들은 일본도 대한민국도 속하지 못했다.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여행을 할 수 없었다. 번거로운 일 없이 재입국 할 수 있는 일본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일본 시민이 돼야 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어쨌든 모자수가 아는 누구도 일본 시민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민단을 통해 남한 여권을 발급받을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에 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P154

ㅡ선자는 조선도, 일본도 아닌 미국풍의 집으로 꾸민 장면.
가구는 미국 영화에 나오는 배경과 비슷했다. 천 소파, 높다란 원목 식탁, 크리스털 샹들리에, 가죽 안락의자가 있었다. 한수는 이 집 식구들이 바닥이나 요가 아니라 침대에서 잘 거라고 추측했다. 집에 오래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조선이나 일본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널찍한 부엌 창문 너머로 정원석으로 꾸민 이웃집 정원이 내다보였다. P169

ㅡ선자와 한수의 아들. 노아가 죽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P269

ㅡ1980년 요코하마
“새겨듣게 빌어먹을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주로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기에 태어나 부러진 손톱으로 이 세상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은 이 망할 게임의 규칙도 몰라. 그런 사람들이 진다고 해도 그들에게 화조차 낼 수 없어. 그런 사람들에게 삶은 지독하게 가혹하고 또 가혹한 법이야.” P309

ㅡ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조선인이 일본에서 부를 정직하게 쌓았다 믿고 있다. 솔로몬은 조선인의 핏줄이지만 일본인처럼 자신을 생각한다. 
“모두 알게 돼 있어. 일본에서 조선인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둘 중 하나야. 조선인이 부자면 어떻게든 파친코장이랑 얽혀 있다고.”
“아버지는 훌륭한 분입니다. 놀랄 만큼 정직해요.”

ㅡ솔로몬에게 일본인의 뿌리깊은 차별에 대하여 알려주는 일본인 하나.
“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내 사랑.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 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자이니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없지. 너만 그런게 아니야.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을 절대로 사회에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도 절대로 받아주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난 병에 걸렸어. 이 병은 오래된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일본 남자한테 옮았어. 이제 그 남자는 죽었어. 그런데 아무도 신경 안 써. 여기 의사들은 내가 떠나기를 원할 뿐이야. 그러니까 잘 들어, 솔로몬. 넌 여기 머물러야 하고 미국에 돌아가면 안 돼. 너의 아버지 사업을 맡아.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게 아주 부자가 돼.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P348

🏷선자는 다시는 한수를 만나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꿈에서 한수는 선자가 어렸을 때 본 모습 그대로 활기찼다. 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선자는 그렇게 여자가 됐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함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P363

🌿출판사로부터 파친코2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파친코 #파친코2 #이민진 #인플루엔셜 #장편소설 #PACHINKO #소설 #독서 #책추천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꼭읽어야하는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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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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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이니치’라 불리는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로 인물과 벌어진 사건들은 픽션이지만 일제강점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부산 영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사는 조선인의 삶의 이야기이다. 

 언챙이였던 선자 아버지 ‘훈이’가 결핵으로 죽은 후 선자 어머니 ’양진’은 선자를 홀로 키우기 위해 선자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하숙을 이어 운영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끼니를 굶지는 않고 살고 있는 선자에게는 장애였던 아버지의 소문으로 중매도 쉬 나서지 않는다. 선자는 시장 관리인으로 온 한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가지며 함께 할 미래를 꿈꾼다. 한수는 일본에 자녀가 있다고 말하면서 결혼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졸지에 아비없는 아이를 임신한 선자는 동네에서 알게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로 힘들게 뻔했는데 자신의 집에 하숙하던 부유한 기독교집안인 백이삭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며 일본으로 함께 떠난다.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덮을 수 없었다. 한수가 일본에서 선자의 뒤를 봐주며 도와주고 있었다는 내용에서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싶다가도 아들이 없는 한수의 집요함으로 힘없는 선자의 삶이 통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기도 했다. 노아가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선자가 한수의 도움을 받았다면 선자의 삶은 조금 더 편했을까. 선자에게 감정이 이입이 너무 잘되었는지 울컥하기도 하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소설에 나오는 서민들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물가가 올라 밥 먹고 살 걱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여자들은 삶이 힘들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당시의 사회는 여자는 한 남자만 보고 살아야 했고, 남편이 주는 돈으로 집안일을 잘 하면 되었지만 선자는 남편을 잃고 억척같이 일하며 선자를 홀로 키운 양자의 가르침으로 지금 말하는 생활력이 강한 여자다. 
 아이를 유산했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 했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자라길 바랬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이 과거에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내가 살지못한,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씨, 핏줄이 무엇이라고 한수는 그림자처럼 선자의 뒤를 봐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한수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지고 싶어하는 선자의 행동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한수를 밀어내지만, 사실 선은 한수가 먼저 그은 것 아닌가? 
 “선자에게 결혼은 안돼”
 “하지만 함께 살 수 있어”
 선자는 결혼을 할 수 없어 놓아버린 한수 대신 자식들을 놓치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던 것 같다.

 문장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지만 스토리가 너무 좋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책을 펼치면 지금도 선자는 그 속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부산 사투리가 익숙해서 그런지 선자의 말들이 더 와 닿았고 몰입을 이끌었다.
 “아입니더”, “그캤다 아입니꺼” 

 전쟁으로 가족과의 헤어짐, 감옥살이와 고문, 강제 징용, 부당한 노동 처우, 조선인 차별 아니 짖밟음 속에서 
 조선인들은 일본인도 피하는 조직폭력배 야쿠자가 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 살아 남았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파친코를 관리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차이점은 노아는 자신은 끝까지 일본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선자와 한수의 불같이 타올랐던 사랑이야기가 조금 더 듣고 싶었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여자의 늙어가는 고된 삶이 지금 여자인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많이 공감되었다.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도 일본에서 억척스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아직도 파친코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끝-


📖책 속에서

<파친코 1권>

ㅡ1932년 11월 일제 강점기 부산 영도의 모습
당연히 약삭빠르고 억척스러운 사람들은 그 겨울에 살아남았지만 참담한 소식이 너무 많았다. 어린아이들은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고, 여자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순결을 팔았으며, 노인들은 젊인이들만이라도 끼니를 때우라고 죽을 자리를 찾아 몰래 떠났다. P26

ㅡ선자가 한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장이나 바닷가에 가려고 부엌 문턱을 넘기 전에 선자는 광을 낸 냄비 뚜껑에 자신을 비춰 보고 그날 아침에 단단하게 땋은 머리를 매만졌다. 선자는 예쁘게 꾸미는 법을 몰랐고 고한수처럼 대단한 남자는 물론이고 여느 남자의 마음에 드는 법도 몰랐다. 그래서 매무새라도 깨끗하고 단정히 하려고 애썼다. P70

ㅡ양진이 결혼하는 선자에게 당부하는 말. 
(우리 엄마가 해준 말하고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은 장면)
🏷“꼭 팔아야 하는 게 아니면 팔지 마라.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갖고 있어야 한다. 니는 검소한 애지만,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데이. 의사한테 가야 될 수도 있고, 니가 미처 생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날 기다. 아들이 태어나면 학교에 보낼 돈이 필요할 기고, 목사님이 살림할 돈을 안 주면 니가 뭐라도 해서 돈을 벌래이. 뭔 일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따로 모아 놔야 된다. 필요한 데다 쓰고 남은 동전 몇 개라도 깡통에 던져놓고 니한테 그 돈이 있다는 기를 잊어뿌라. 여인네는 항시 돈을 따로 모아놔야 된데이. 니 남편을 잘 돌보래이. 안 그라면 다른 여자가 할 끼다. 니 남편 가족한테 공손하게 하고. 그분들 말을 순순히 따르래이. 니가 실수하면 우리 집안이 욕 먹는데이. 항상 우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다정한 니 아버지를 생각해라.” P153

ㅡ1933년 4월, 오사카
가부장적인 요셉이 오롯이 가정만 생각해야한다고 이삭에게 가스라이팅(?) 하는 부분.
요셉이 동생에게 경고했다. “ 정치나 노동조합. 혹은 다른 어리석은 짓에 얽히지 마. 몸을 사리고 묵묵히 일만 해. 독립운동이나 사회주의를 알리는 전단 같은 건 줍지도 받지도 말고. 그런 걸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걸리면 체포돼서 감옥에 갇힐 거야. 한두 번 본일이 아니야.” P172

이삭은 억압에 항거하는 것이 기독교인다운 행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이런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자신의 일과 선자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졌따. 이삭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했다. P173

ㅡ전쟁통 속 조선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분.
🏷조선인들이 일본이 승리하기를 바랄까?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일본의 적이 이기면 조선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리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 적응해라. 지극히 간단하지 않은가?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 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 그저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 결국 배고픔 앞에 장가 없는 법이다. P276

ㅡ한수가 창호에게 이념으로는 살 수 없다며 자신과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하는 부분. 
“내가 여기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아니야, 난 여기가 싫어. 하지만 난 여기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 너 가난해지기 싫잖아. 창호야, 넌 내 밑에서 일하면서 잘 먹고 잘 벌었어. 그래서 이런저런 이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지. 당연한 일이야.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넌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너 같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어도 조선을 바로 잡을 수 없어. 일본이 빠져나가고, 이제 소련과 중국과 미국이 거지같이 작은 우리나라를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어. 네가 그들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조선은 잊어버려. 네가 가질 수 있는 것에 집중해. 그 부인을 원해? 좋아. 그럼 그 남편을 없애버리거나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야.” P362

<파친코 2권>

ㅡ1955년 10월

🏷어리석은 마음은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삶이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 같았다. 꼼짝도 못 하고 자리보전하는 단절된 삶이었지만, 요셉의 가족은 끈질기게 노력했다. 삶이 지속됐다. 요셉이 보기에 노아는 워낙 이삭과 닮아서 그 아이의 친아버지가 다른 사람이라는, 온화한 이삭과 완전히 딴판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가엾은 아이가 자신이 다른 핏줄을 이어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아이는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것은 형벌이었다. 요셉은 아이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남자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용서 없이 사는 것은 숨을 쉬고 움직이기만 할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P114

ㅡ1968년 11월, 요코하마
조선인들은 일본도 대한민국도 속하지 못했다.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여행을 할 수 없었다. 번거로운 일 없이 재입국 할 수 있는 일본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일본 시민이 돼야 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어쨌든 모자수가 아는 누구도 일본 시민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민단을 통해 남한 여권을 발급받을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에 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P154

ㅡ선자는 조선도, 일본도 아닌 미국풍의 집으로 꾸민 장면.
가구는 미국 영화에 나오는 배경과 비슷했다. 천 소파, 높다란 원목 식탁, 크리스털 샹들리에, 가죽 안락의자가 있었다. 한수는 이 집 식구들이 바닥이나 요가 아니라 침대에서 잘 거라고 추측했다. 집에 오래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조선이나 일본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널찍한 부엌 창문 너머로 정원석으로 꾸민 이웃집 정원이 내다보였다. P169

ㅡ선자와 한수의 아들. 노아가 죽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P269

ㅡ1980년 요코하마
“새겨듣게 빌어먹을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주로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기에 태어나 부러진 손톱으로 이 세상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은 이 망할 게임의 규칙도 몰라. 그런 사람들이 진다고 해도 그들에게 화조차 낼 수 없어. 그런 사람들에게 삶은 지독하게 가혹하고 또 가혹한 법이야.” P309

ㅡ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조선인이 일본에서 부를 정직하게 쌓았다 믿고 있다. 솔로몬은 조선인의 핏줄이지만 일본인처럼 자신을 생각한다. 
“모두 알게 돼 있어. 일본에서 조선인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둘 중 하나야. 조선인이 부자면 어떻게든 파친코장이랑 얽혀 있다고.”
“아버지는 훌륭한 분입니다. 놀랄 만큼 정직해요.”

ㅡ솔로몬에게 일본인의 뿌리깊은 차별에 대하여 알려주는 일본인 하나.
“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내 사랑.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 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자이니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없지. 너만 그런게 아니야.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을 절대로 사회에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도 절대로 받아주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난 병에 걸렸어. 이 병은 오래된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일본 남자한테 옮았어. 이제 그 남자는 죽었어. 그런데 아무도 신경 안 써. 여기 의사들은 내가 떠나기를 원할 뿐이야. 그러니까 잘 들어, 솔로몬. 넌 여기 머물러야 하고 미국에 돌아가면 안 돼. 너의 아버지 사업을 맡아.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게 아주 부자가 돼.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P348

🏷선자는 다시는 한수를 만나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꿈에서 한수는 선자가 어렸을 때 본 모습 그대로 활기찼다. 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선자는 그렇게 여자가 됐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함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P363

🌿출판사로부터 파친코2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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