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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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을유문화사

 


 

 

 

💫『별의 시간』 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마지막 작품이다.

나쁜남자를 넘어선 여자친구에게 막말과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쓰레기 대명사 급의 남자친구 ‘올림피쿠 지 제수스’는 파라이바 오지 출신으로 금속공장 직공이면서 금속공학자인척 한다. 반대로 그녀인 마카베아는 죽음조차 끌어안은, 삶에 대한 염원 가득하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대신 고모와 가난하게 자랐고 성인이 되어 최저시급도 안되는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런 사회적 지위에도 만족을 한다.

 

🌟나는 마카에게 나 자신의 상황을 주입시켰다는 걸 안다: 나는 매일 몇 시간씩의 고독이 필요하다. 아니면 ‘me muero’(*스페인어로 ‘나는 죽는다’라는 뜻이다.) P118

 

위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것을 ‘마카베아’라는 인물을 통해 말한다. 끝없는 절망 속에 태어날 때부터 목소리를 내는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이들은 다를 이들이며 언어와 글의 형식에서 벗어나 차별의 시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준다.

 

⭐고통의 의미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빈민가 여성은 중산층이 될 수 없는 계층이될 수도 있고, 리스펙토르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날 당시 러시아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브라질에서 살게 된 것이 자신이 선택할 수 없어 겪었던 고통을 말하는 듯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답고 반짝이는 별의 시간은 없고, 현실이면서 픽션인 공간에 별의 시간이 있다. 깜깜한 우주의 어둠 속에서 초신성의 별처럼 폭발 후 점차 사라지는 순간이 계속된다. 일반적인 죽음은 형태인 육신의 죽음이지만 화자인 ‘나’는 ‘그녀’가 죽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것이 형태와 시공간이 없는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삶은 이어진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언어로 쓸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는 존재론적 질문들이 많은데 그런 질문에 답을 할 수도 없다. ‘무엇’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을 하려고 하기보다 그 자체로 읽어야 하는 것이고, 나는 그 ‘무엇’이 감정은 아닐까 추측도 했지만 불가항력으로 글을 쓰는 중대한 원인이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한 점으로 볼 때 자신이 쓴 글 속에서 만든 인물이 자신일 수도 있고 그 인물과 마주할 자신이 두려워 ‘무엇’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형식과 관념을 벗어던지고 형태가 없는 무無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 『별의 시간』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시를 읽는 것이 너무 어려운 나는 시의 본질을 알고 의미를 깨달으면 은유, 비유 같은 표현은 본질로 가기 위한 관념이었다는 것을 소설을 읽고는 어렴풋이 알게 된 듯하다.

 

 



📖 책 속 밑줄긋기

 

하지만 나는 단어에 장식을 달지 않을 작정인데, 만일 내가 그 여자의 빵에 손을 대면 그 빵이 황금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여자(열아홉 살이다), 그 여자는 그 빵을 씹을 수 없게 될 것이고, 굶주려 죽어 갈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여리고도 흐릿한 존재를 담아내려면 최대한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 P24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더 예민하게 만들 것이며, 또한 모든 하루가 죽음으로부터 훔친 하루라는 걸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P26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로 가름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는 그 북동부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중대한 원인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공문서 속에서 ‘법적 강제’라는 표현을 쓸 때처럼. P29

 

이 모든 것은, 그래, 이야기는 역사가. 그렇지만 나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를 미리 유념해 두려한다: 말은 말이 맺은 결실이며, 말은 말을 닮아야만 한다는 것. 그것을 달성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첫 번째 임무다. 말은 치장이나 헛된 기교로는 채워질 수 없으니, 그것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자신뿐이다. P32

 

그녀는 오지의 유산인 구루병을 갖고 태어났다-앞에서 말한 전과가 이것이다. 두 살 때, 그녀의 부모는 악마가 신발을 잃어버린 곳이라는 알라고아스 오지에서 고약한 열병을 얻어 죽었다. P46

 

그녀는 자신이 왜 항상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모든 걸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며, 심지어 알지 못함은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P47

 

삶은 그런 것: 버튼만 누르면 삶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다만 그녀는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몰랐다. P48

 


 

 

당신이 그들에게 하나를 주면 그들은 열을 바라게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은 모든 것을 향한 굶주림 속에서 꿈을 꾼다. 그는 아무런 권리도 없으면서 그 모든 것을 원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늘에서 불꽃을 터뜨리고 반짝거리는 빛의 비가 내리게 하는 건 적어도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P59

 

나는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이 타이피스트의 보잘것없는 삶을 반짝거리는 거짓들로 덧칠하고 싶지 않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P60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글을 씀으로써 그저 하나의 우연한 존재가 되는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쓰는 것, 그건 하나의 행위이고 행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안의 힘들과 접촉하고, 나 자신을 통해 당신의 신을 발견한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모르겠다. 그래, 사실이다. 가끔 나는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마치 내가 머나먼 은하계에 속한 존재인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나 자신이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P61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는 감정들과 더욱 섬세하고 우아한 삶들, 심지어 영혼의 사치라 부를 만한 것들마저도. 그렇게 그녀는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P86

 

그녀에겐 손목시계가 없었지만, 아니 어쩌면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시간의 광대함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초음속의 시간을 살았다. 그녀가 음속의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P107

 

“난 세상에서 혼자이고 난 아무도 믿지 않아요. 모두가 거짓말을 해요. 때론 사랑을 나눌 때조차도 그러죠, 난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실은 꼭 내가 혼자 일 때만 찾아오는 거예요.” P118

 

그녀는 죽음을 포옹하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죽음, 이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 그녀는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하게 될까? 나는 그녀가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건 그녀가 삶을 너무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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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로 가름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는 그 북동부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중대한 원인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공문서 속에서 ‘법적 강제’라는 표현을 쓸 때처럼. - P29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글을 씀으로써 그저 하나의 우연한 존재가 되는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쓰는 것, 그건 하나의 행위이고 행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안의 힘들과 접촉하고, 나 자신을 통해 당신의 신을 발견한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모르겠다. 그래, 사실이다. 가끔 나는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마치 내가 머나먼 은하계에 속한 존재인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나 자신이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 P61

그녀에겐 손목시계가 없었지만, 아니 어쩌면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시간의 광대함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초음속의 시간을 살았다. 그녀가 음속의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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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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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작가

은행나무 출판



 

 

11편 단편 중 <봄날 오후 과부 셋>, <천국의 열쇠>, <목욕 가는 날> 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되돌려주어 가장 좋았다.

 

서로 다른 생각, 이방인, 계층 등의 차이로 미묘한 분열도 있고 또 그들이 한편이 되어 연대의식을 가지는 가 하면, 우울한 사람들의 만남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과 또 반대로 위로를 하며 힘을 내어야 한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름이 없이 나, 그, 그녀, 김 여사, 최와 박과 김으로 나온다. 주인공만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가 될 수도 있고 그녀가 내가 될 수도 있듯, 단편들 속에 등장한 다양한 계층과 신체적 차별의 인물들을 보여줌으로 나와 가족 혹은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지만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소설들의 인물들을 만나고 나니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평범한 99%의 ‘비범함’을 눈부시게 증명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듯 하다.

 

정지아 작가의 글이 좋은 이유는 후회로 가득할 수 있는 일상을 삶이 다 그런거다 위로해주는 대화들이 많다.

그리고 읽기가 쉽다.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한참을 고민해야하는 책은 덮고도 어려웠다는 기억만 남을 때가 있는데 정지아 작가의 소설은 눈으로 읽으며 감정이 바로 전달되어 자꾸 손이 가게 되는 것 같다.

 


 

📖 숲의 대화

 

첫 문장 ─ 호르르, 바람이 세월을 밀어낸다.

 

왜 하필 나였소?

젊은이는 아직도 저만의 시간 속을 헤매소 그는 혼잣말인 듯 중얼거린다.

왜 하필 나헌티로 보냈소? 나가 워쩌기를 바랬소?

시선은 동고새를 향한 채 젊은이가 넙죽 말을 받는다.

잘 살기를 바랬제. P24

 

사랑이 신념인 사람도 시상에는 있어라. P25

 

✏️따끈한 바위 위 졸고 있는 늙은이의 한낮의 꿈 이야기가 정말 꿈을 꾼듯 순식간에 읽혔다.

바람에 과거가 소환되어 온듯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종이었던 '나'와 도련님의 아이를 가진 '순심이(아내)', 순심이를 나에게 보낸 죽은 '도련님'이 나온다. 사상을 바라보던 도련님과 사랑을 바라보던 아내. 계급과 사상의 차이로 도련인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나에게 온 순심이의 삶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에 그리움인지 한탄인지 모를 회상한다. 비록 죽고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사람이지만 나(운학)는 순심을, 순심은 도련님을 사랑하며 운명처럼 기억 속에서 함께 살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은 순심을 원망하지 않고 순심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운학을 보면 참아내고 바라보는 그런 삶도 살아 내는구나 싶었다.

 


📖 봄날 오후, 과부 셋


첫 문장 ─ 봄바람이 앙탈하는 아이처럼 마당을 휩쓴다.

 

반나절 만에 빨래를 말린 성급한 바람처럼 그녀의 80년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누군가 그녀의 세월 밖에서 그녀의 한 삶을 지켜보고 있다가 빨래를 걷듯 목숨줄을 휙 걷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은. P37-38

 

젊은 날, 그녀의 피부는 건조한 한겨울에도 자르르 기름기가 돌았다. 그 기름진 살결은 세월 속에서 차츰 기름기를 잃어 언젠가부터 푸석푸석 살비듬이 일었다. 매일 아침 방바닥에 떨어진 살비듬을 손으로 쓸면 손바닥이 온통 허옜다. 살비듬이 빠져나간 생명이나 되는 양 그녀는 아침마다 심란하다. P38

 

✏️여자의 늙어버림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고 병이 든 것이 아니라 피부가 노화되는 모습을 글로 읽으니 서러움이 더 커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또 인정 안한다고 나이를 돌릴 수 없으니 삶을 행복하게 살아야하는데 어떻게 사는게 정답인지 죽을 때까지 찾아가는 과정같았다. 사랑받고, 외롭지 않게 누군가와 함께 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인 듯 하다.

 


 

📖천국의 열쇠


첫 문장 ─ 쿵쿵 벽이 울린다.

 

아가, 병신이면 어떠냐. 네가 젤이다. 사지육신 멀쩡하지 않아 언제든 품어줘야 할 아이로 보이는 것일까. 마흔 가까운 그를 영수 어머니는 ‘아가’라고 불렀다. 웬일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헛개나무가 첫 꽃을 틔웠을 때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톡톡, 어여쁜 꽃망울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P83

 

✏️장애를 가진 남자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베트남 여자 호아의 이야기. 주정뱅이 아버지에 가난한 집이지만 삶을 놓치지 않는 어머니의 집념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 육신은 비록 정상은 아니더라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와 호야의 헛개나무밭에서 바람에 살랑이는 꽃송이 향기를 비록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둘이 갖고 있는 헛개나무밭으로가는 열쇠는 누가 무어라 하지 않는 자신들의 공간으로 가는 천국이 아닐까.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꽃송이 향기가 나는 소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이다.

 

📖 목욕 가는 날


첫 문장 ─ 빌라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맥이 탁 풀렸다.

 

내가 도망친다고 세월이 어머니를 비켜가는 것은 아닐 터, 반년 만에 만나면 어머니는 더 늙어 있었고, 그만큼 더 괴로웠으며, 하여 더 빨리 떠날 핑계를 찾았다. P114

 

✏️K장녀인 언니는 엄마와 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엄마와 거리두는 동생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도 좋았다. 다른 지역에 살아 가끔 부모님을 뵐 때 마다 얼굴의 주름과 느릿한 걸음걸이 같은 늙음의 모습을 볼 때면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과 나도 여유롭지 않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마음으로 모른척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언니가 있으니 잘 하겠지라는 떠넘기기 식으로 했던 지난 날들이 목욕 가는 날을 읽으면서 함께 떠올라 어른이 된 나는 엄마와 언니 앞에서는 아직도 막내이구나 싶었다. 괜히 엄마한테 안부 문자 남겨보는 날이었다 ^^

 

📖브라보, 럭키 라이프


첫 문장 ─ 사위는 아직 어둡다.

 

행운의 사나이답게 아들놈은 다시 일어나 그날처럼 사방천지 팔펄 날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P135

 

✏️사고로 뇌사 아들을 23년동안 바라지 하다 깨어날 것이라는 한낱 희망에 재산도 모두 병원비와 생활비로 날리고 남은 자식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몫조차 경우에게 가버린 것이라 등 돌려버린다. 경우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희망이 고통으로 삶을 살게 하는 가족 같아서 슬프다.

 

📖핏줄

 

첫 문장 ─ 왕시루봉이 구름 한 점 없이 말갛다.

 

✏️베트남 며느리와 한산 이씨 가문의 이야기. 족보를 중시 여기는 집에서 베트남 며느리가 낳은 손주 얼굴을 보고 굳어 버리는 장면은 핏줄이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하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스스로 갇혀 괴로워하는 사람처럼.

 

📖혜화동 로터리

 

첫 문장 ─ “얘, 켈로(Korea Liaison Office).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국전쟁 발발이후 군부대에서 일한 ‘박’과 빨치산이었던 ‘최’ 그리고 박의 제자이면서 국립대 교수인 ‘김’사이의 반세기에 걸친 우정을 보여준다.

 

📖인생 한 줌

 

첫 문장 ─ 땅은 파도 파도 끝이 없다.

 

농사만도 못한 게 자식농사였다. 들판 가득 너울거리는 벼 이삭을 보는 뿌듯함도 잠시, 잘 말린 벼를 수매하도 돌아설 때면 빈 들판보다 더한 헛헛함이 밀려와 날밤을 새며 독한 소주로 달래지지 않았다. 자식이란 잠시 내 품에 품었다 때 되면 철새처럼 떠나보내야 하는, 본디 허망하디허망한 존재라고 헛헛한 가슴을 다독여도 그때뿐, 술이 깨고 나면 어느새 그는 동네 어귀 느티나무 밑을 하릴없이 서성이며 목을 늘이고 있었다. P219

 

📖즐거운 나의 집

 

첫 문장 ─ 비라도 한 줄금 퍼붓기를 바랐건만 햇볕은 쨍쨍, 바람은 살랑, 일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오지랖 넓은 것 또한 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땅을 닮아 넉넉한 품성을 가졌거든 없는 설움을 애먼 남에게 풀지를 말든가, 마누라 동생을 건드리지 말든가. 기본적인 예의도 윤리도 없으면서 웬 돼먹지 않은 훈계란 말인가. 그러면서 그는 뭔가 억울하다. 내 사정은 누가 봐주나. P268

 

📖나의 아름다운 날들

 

첫 문장 ─ 반짝, 김 여사는 눈을 뜬다.

 

사지육신 멀쩡한 자식놈 수발들자고 일터를 사나흘이나 비우겠다는 아주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록 남의 집 살림을 산다고 해도 일이란 신성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 그 분야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게 인생의 당연한 이치다. P283

 

✏️김 여사는 입주하여 자신의 집안일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자식이 아파 며칠 쉬겠다는데 그 자식의 상태보다 일을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심쓰듯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것을 배려라고 알고 있는 듯하다. 평생을 자신도 편하게 살지 않았다고는 하나 유기농, 균형잡힌 식단 등을 신경써야 하는 힘듦이 있었다고 한다면 최저 생계만으로 생활하고 자신의 삶은 없는 유모와 입주가정부와는 다른 자신만의 삶의 특권을 누리기 위한 부주적인 노력이라 생각한다.

 

📖절정

 

첫 문장 ─ 가로수마다 불빛이 환하다.

 

죽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다. 꿈을 꿀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꿈을 버리는 순간 노숙자로 전락할 게 두려울 뿐이다. P328

 

✏️바로 앞의 추락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지만 그냥 떨어져 버리지 않고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 안간힘 속에서도 스스로 떨어져 가버린 김을 떠올리며 자신은 가족을 위해 더 안간힘을 쓴다. 추락하기 싫은 자들의 모임 같다. 늘 술에 절어있고 혼자 있고 제대로 된 식사와 옷과 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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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반나절 만에 빨래를 말린 성급한 바람처럼 그녀의 80년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누군가 그녀의 세월 밖에서 그녀의 한 삶을 지켜보고 있다가 빨래를 걷듯 목숨줄을 휙 걷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은. - P37

젊은 날, 그녀의 피부는 건조한 한겨울에도 자르르 기름기가 돌았다. 그 기름진 살결은 세월 속에서 차츰 기름기를 잃어 언젠가부터 푸석푸석 살비듬이 일었다. 매일 아침 방바닥에 떨어진 살비듬을 손으로 쓸면 손바닥이 온통 허옜다. 살비듬이 빠져나간 생명이나 되는 양 그녀는 아침마다 심란하다. - P38

아가, 병신이면 어떠냐. 네가 젤이다. 사지육신 멀쩡하지 않아 언제든 품어줘야 할 아이로 보이는 것일까. 마흔 가까운 그를 영수 어머니는 ‘아가’라고 불렀다. 웬일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헛개나무가 첫 꽃을 틔웠을 때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톡톡, 어여쁜 꽃망울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 P83

죽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다. 꿈을 꿀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꿈을 버리는 순간 노숙자로 전락할 게 두려울 뿐이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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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조지 오웰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1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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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조지 오웰』
조지 오웰
정회성, 강문순
민음사 출판

『디 에센셜 조지 오웰』의 3/4를 차지하는 <1984>는 오웰이 폐결핵으로 병마와 싸우며 2년간 집필하여 1984년 출판사로 보낸 소설로 “만약 병이 그렇게 심하지만 않았다면 이 소설도 그다지 어둡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암울한 내용이다. 

나는 <오웰의 장미>를 통해 오웰에 대해 정치적 글을 쓴 작가라는 것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디 에센셜>을 읽으면서도 왜 그런 이야기를 담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치로 인하여 문학, 언어, 사상 등에 대하여 작가가 받는 영향은 크다. 오웰이 약 8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는 자신의 글에서 만큼은 우러난 진실 그대로 말해야 한다는 마음을 오웰의 글에서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1984

📖현실적으로 도피할 방법은 없었다. 실행 가능한 단 한 가지 방법인 자살마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공기가 있는 한 허파가 계속 움직여서 숨을 쉬게 되는 것처럼 하루하루 미래가 없는 현실에 매달려 사는 것이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았다. P251 

📖 우리는 처치하기 전에 두뇌를 완전히 개조시키지. 옛날 전제군주의 명령은 ‘너희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식이었고, 전체주의자의 명령은 ‘너희는 이렇게 해야 한가.’라는 식이었지만, 우리의 명령은 ‘너희는 이렇게 되어 있다.’라는 식이네. P416

✏️윈스턴이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본 전체주의 사회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한 인간의 삶을 사상을 내면의 마음까지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잘 보여주었다. 

나도 오브라이언에게 가스라이팅 될 뻔.. ‘죄중단’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당에서는 윈스턴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강요한다. 당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죽음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자체를 진짜라고 믿도록 훈련하는 단계까지 가면서 윈스턴은 끝내 사상에 굴복하고 만다. 

공포가 낳은 현실의 부정과 잘못된 믿음이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잔인한 고문과 공포로 몰아넣으면 자신들의 사상이 심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전체주의는 잘못되었음을 오웰은 윈스턴의 고통 속에 절규하고 원하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는 행동을 보여줌으로 말하고자 하는 듯했다.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지 않는 것을 믿는다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도록 강요된다면 결과는 창작 재능의 고갈뿐이다. 더구나 논쟁이 되는 주제를 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P578

✏️전체주의에서는 정치적으로 억압되어 작가가 문학적인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때의 문학에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하여 지적으로 안정될 여유가 없는 환경에서 사실 기록이나 감정의 진정성을 숨겨야 하는 글을 썼으므로 작가의 재능이 발휘되지 않았을 수 있다 생각한다.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쓴 글, 돈을 받고 쓴 글 등의 작가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보다 특정 대상이나 목적에 의해 쓴 글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쓴 글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썼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다. 

📚나는 왜 쓰는가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내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 즉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P639

📖내 몸과 정신이 온전한 한 계속해서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며 지구를 사랑할 테고 구체적인 대상과 쓸모없는 정보 쪼가리들에서 기쁨을 느낄 것이다.  P640

✏️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라는 오웰의 말은 이 책에 담긴 소설과 에세이를 함축한 문장 같았다. 

책을 쓰는 일이 병과 싸우는 일만큼이나 지루하고 진빠진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어찌나 친근한지 나도 모르게 웃음지었다. 
오웰은 4가지 동기(온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를 예로 들면서 자신이 장식적인 형용사나 실없는 소리만 남발한 글에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폭로해야 하는 동기가 분명한 글에는 독자가 알 수 있도록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지오웰 #디에센셜조지오웰 #반비 #민음사 #사이언스북스 #외국문학 #영미문학 #에세이 #책추천 #신간도서 #독서 #서평 

♥ ‘반비’, ‘민음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도피할 방법은 없었다. 실행 가능한 단 한 가지 방법인 자살마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공기가 있는 한 허파가 계속 움직여서 숨을 쉬게 되는 것처럼 하루하루 미래가 없는 현실에 매달려 사는 것이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았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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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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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

최애리 옮김

반비 출판

'리베카 솔닛'이 그려내는아름다움과 기쁨의 작가 '조지 오웰'

 

 

 

🌹오웰의 장미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경이로웠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읽으면서 좋았지만 어떤 기록을 남겨두어야 내가 나중에 떠올릴 수 있을지, 서평으로 어떤 내용을 써야할 지,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오랜 시간 읽은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글이 많아 플래그는 엄청 붙였다. 🔖

🌹이 책은 오웰이 심은 6펜스짜리 장미 묘목에서 영국의 석탄산업을 거쳐 기후위기까지 이어지는데, 정치와 세계사, 추구했던 이념들을 오웰의 일생과 오고가며 설명하는 리좀형(식물이 뿌리를 뻗어가는 형상)으로 쓰여져 어렵다고 생각이 든 것도 같다. (정치와 이념은 나에게는 늘 어렵다😭)

🌹오웰의 부친은 영국령 인도행정부 아편국 소속으로 식민지 인도에서 부를 이루었는데 오웰은 미얀마와 인도에 5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영국 제국주의가 저지른 식민지의 악행을 마음 깊이 느낀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모의 바램대로 상류 삶을 사는 대신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생활을 실제 체험하거나 시골에서 가게를 하는 삶을 택한다. 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 (Eric Arthur Blair) 대신 필명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사용한 이유도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오웰의 이야기로 방대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오는데 오웰 덕후가 쓴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세밀하고 그 시대를 다녀온 듯 묘사도 좋았다. 특히 오웰이 자연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문학 작가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게 해주었고 오웰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았음에도 사랑하는 자연이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움을 간직한채 있기를 바라는 듯 했다. 

📖“이 석탄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광산의 노동을 연결하는 것은 아주 드물고 일부러 정신적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오웰은 자신이 집에서 태우는 연료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장미를 그 온실들에서 이루어지는 노고와 연결하는 것은 한층 더 드문 일일 것이다. 그 온실들은 눈에 보이는 즐거움을 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공장들이다. 

P273

🌹석탄과 광산의 노동들과 장미와 장미공장의 노동들(미국에서 소비되는 장미의 80%가 콜롬비아의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공장 생산품임을 폭로하는 이야기)는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움들과 따뜻하고 편안함들이 있기까지 그들의 고된 노동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일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오웰은 뿌리처럼 내려가 어둠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게해 주었는데 아름다운 외관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기후 위기로 인해 2025년 석탄기의 종료로 광산 노동자들을 떠올릴 수 없겠지만)

📖 생각, 햇빛, 꽃, 그들이 원했던 것은 손에 잡히는 것뿐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필요한 만큼이나 즐거움에 속하는 것들과 그런 것들을 추구할 시간, 내적인 삶을 살 시간과 바깥 세계를 쏘다닐 자유였다. 

P122-123

🌹‘빵과 장미’라는 문구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볼 수 있었는데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의 시간이 아닌 자유의 시간을 원했다. 무력으로 싸움을 하는 투박함보다 장미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외치는 부분은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 남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추구하는 삶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장미 한 단어를 통해 알 수 있게 하다니!!놀랍다. 

🌹리베카 솔닛은 글 잘쓰는 작가로 남을 조지 오웰이라는 사람을 장미꽃처럼 사람들 속에 영원히 살게 해준 것 같다. 장미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 꽃이 피고 지는 동안의 세월을 거처간 사람들처럼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로 장미를 볼 때마다 오웰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책을 쓰는 일도, 그저 좀 긴 잡지 기사를 쓰는 일도, 그것이 또한 심미적인 경험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작품을 꼼꼼히 읽는 사람이라면, 노골적인 선전 글이라 해도 전업 정치인의 눈에는 무관하게 보일 대목들이 많다는 걸 알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살아서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줄곧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땅의 표면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데없는 정보 조각들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무관하게 보일 만한 것이란 일련의 즐거움들과 개인적인 열심들이다. 마치 ‘빵과 장미’에서 장미처럼 말이다.(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이란 많은 사물에 대한 폭넓고 길들여지지 않은 흥미, 특히 뒤이은 문장에 나오는 땅의 표면에 대한 사랑 같은 것일 터이다.) 

P308


 


📖 책 속 밑줄긋기

글쓰기는 답답한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또 언제쯤 끝날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작업을 마친 후 몇 달,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확신 할 수 없는 일이다. 글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그들이 싸우자고 나타나지 않는 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대체로 알아볼 수 없는 일이다. P67-68

 

오웰은 자신이 글로써 반대한 것들, 즉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거짓말과 프로파간다(그리고 대충 넘어가기)로 인한 언어와 정치의 타락, 정치적 자유의 근간인 프라이버시의 잠식 같은 주제들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힘들로부터, 그가 긍정적으로 추구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평등과 민주주의, 언어의 명확성과 의도의 정직성, 사생활과 그 모든 즐거움과 기쁨, 정치적 자유와 어느 정도 그 기반이 되는, 감독과 침범을 받지 않는 프라이버시, 그리고 즉각적 경험의 즐거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것들을 굳이 반대되는 것들로부터 유추할 필요는 없다. P73


멀리서 꽃다발이나 꽃을 보고 감탄하며 다가갔다가 조화인 것을 알게 될 때의 실망에는 묘한 데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속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살았던 적이 없으므로 죽지도 않을 물건을 만나는 데 대한 실망도 크다. 조화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정물이며, 시들어버릴 꽃만큼 산뜻하지 않은, 조잡하고 건조한 느낌이 있다. P112

 


 


오웰의 장미들과 그것들이 어디에 이르렀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우회가 많은 과정이고 어쩌면 리좀형 rhizomatic의 과정이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러너’라 불리는 뿌리들을 내는 딸기 같은 식물들을 묘사하는 이 말은 철학자 질 들뢰즈 Gilles Deleuze와 펠릭스 과타리 Felix Guattari가 탈중앙화 내지 비위계화된 지식의 형태를 묘사할 때 차용되었다. P173

*땅 위로 뻗어가면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뿌리줄기’가 리좀(rhizom)인데, 마임드맵처럼 쉽게 뿌리를 뻗어나가는 형상을 리좀에 비유하여 ‘리좀형’이라 한다.


진실에 대한 상시적인 전쟁은 국내적으로나 전 지구적으로나 모든 권위주의의 기반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권위주의는 우생학과 마찬가지로, 권력은 불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이다. P199


낮아지기를 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높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시골을 원하려면 도회적이어야 하고, 거칠기를 원하려면 부드러워야 하고, 이런 식의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위성에 대해 불안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전원을 휴식의 장소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농장 노동자가 아닐 것이다. P213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록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꽃잎들은 딱 그렇게, 한 꽃잎의 그림자가 그 아래 꽃잎 위에 선명하고, 가시도 흙도 민달팽이도 진딧물도 없는, 죽음도 부패도 없는 영역에 고고하게 떠받쳐져 있다. P231


 

 

 


 

#리베카솔닛 #조지오웰 #오웰의장미 #반비 #민음사 #사이언스북스 #외국문학 #영미문학 #에세이 #책추천 #신간도서 #독서 #서평 

♥ ‘반비’ 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멀리서 꽃다발이나 꽃을 보고 감탄하며 다가갔다가 조화인 것을 알게 될 때의 실망에는 묘한 데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속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살았던 적이 없으므로 죽지도 않을 물건을 만나는 데 대한 실망도 크다. 조화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정물이며, 시들어버릴 꽃만큼 산뜻하지 않은, 조잡하고 건조한 느낌이 있다. - P112

낮아지기를 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높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시골을 원하려면 도회적이어야 하고, 거칠기를 원하려면 부드러워야 하고, 이런 식의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위성에 대해 불안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전원을 휴식의 장소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농장 노동자가 아닐 것이다. - P213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록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꽃잎들은 딱 그렇게, 한 꽃잎의 그림자가 그 아래 꽃잎 위에 선명하고, 가시도 흙도 민달팽이도 진딧물도 없는, 죽음도 부패도 없는 영역에 고고하게 떠받쳐져 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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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3.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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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SAMTOH』 샘터 2023. 02

- 작심삼일

 


 

이번 샘터 2월호는 작심삼일 주제로 에세이, 카툰, 리추얼, 편지, 인터뷰, 일기 등 이 실렸다.

알차다!! 가볍고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좋아서 시간 날 때 꺼내서 보기 편했다. 어찌 알고 연초 세운 계획이 잘 실천되고 있는지 묻는 것 같아 뜨끔했지만 또 그 마음가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문장과 생각들을 남겨본다. 💙




 

새해는 해가 뜨고 여덟 시간 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저 배와 새 떼는 어두운 밤에도 바다에 있었고, 태양빛은 바다에서 한 번도 찬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일상의 움직임을, 그림자를, 그리고 반짝임을 발견해 감격하는 일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흔한 말은 마음을 굳게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P16

 

행복하고 싶어서 사는 삶인데 성공과 실패에 연연할 이유가 무어 있겠는가. 답도 없는 부수적 고민에 눈물짓고 자신을 괴롭힐 이유가 무어 있겠는가.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절대 진리는 아무리 자주 들어도 쉬이 퇴색되므로 매 순간 끝없이 되새겨야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이자 발걸음이며 그렇게 시작되는 마음이다. P17

 

✏️ 나도 새해 매일 일기를 쓰고 공부를 매일 1시간 하겠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띄엄 띄엄 시간을 쪼개서가 아닌 시간이 날 때 해야지 마음으로 바뀌었다. 매 순간 끝없이 되새겨야 한다는 말에 공감 100%이다. 의지와 마음의 첫 발걸음을 떼었으니 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걸어야겠다.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밀려왔다 나가는 호흡에 집중합니다.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과 감정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사라지게 둡니다. ‘참나(眞如)‘만이 남을 때까지.“P23

 

어떤 불안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던 내 결심은 그만큼 불안을 두려워한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성숙한 인간이라도 주기적으로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을 방법은 없다. 추운 겨울은 추워야 하는 것이다. P25

 

✏️ 억지로 무엇을 하기보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불안들을 흘려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불안으로 인해 목표를 세우고 실천 해야겠다는 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클지도 모르니 말이다. 얼마나 명상을 안했으면 문장을 읽는데도 명상한 듯하다. 읽고 엇! 나는 하루 잠깐의 음악듣기, 명상도 안하고 있었구나 깨달음과 눈에 보이는 실천보다 내면의 다독임의 목표를 해봐야겠다. 😌





 


 

 

100일간 무언가를 ‘매일’한다는 건 매일 숙제를 하는 것과 같다. 끝나지 않는 삶의 축소판이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와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해야 하고, 뒤로 미뤄두고 싶은 마음과 매일 싸워야 하는 일이다. 때론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 이런 시간들이 모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만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힘을 냈다. P29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프로젝트는 작심삼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한 것을 누군가가 봐주고 있고 나도 누군가를 챙겨줌으로 목표한 변화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느낀다. 포기하지 않고 서로 응원해주고 내가 이룬 결과를, 그 과정들을 돌아보았을 때 그 뿌듯함은 나를 더 성장하도록 도울테니까💗




 


 

 

“대다수가 지금의 경제적 고민들은 소득이 많아지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많은 돈=돈 문제 해결’이러는 등식이 모든 경우에 성립되는 건 아니에요. 그럼 고소득자일수록 돈 걱정이 없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원인은 소득만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죠. 그러니 수입에만 연연하지 말고 소비로 관심을 돌려봐도 좋을 거예요.“P45

 

그 순간의 감정과 기분을 의식하면서 돈을 쓰는, 이른바 ‘마음챙김 소비’를 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하루 동안 지출한 내역에 대해 각각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 바로 머니리추얼이다. 지출이 헤프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지나치게 줄이면 자존감이 낮아지므로 머니리추얼의 목적은 돈을 조금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쓰는 데에 있다. P46

 

✏️ 늘 계획을 세우고 절약하려고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나 충동소비는 늘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어릴 때는 나이가 많아질 수록 연봉이 늘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연봉이 늘면 소비도 늘어나서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는 중이다.

 사고싶은 물건을 사겠다고 마음먹고 꼭 필요한 이유를 합리화하고 그 후에 후회나 자책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노력으로 돈이 많아져도 소비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아 경제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소비에 대해 심리적으로 바라본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입과 지출을 숫자로 데이터화 하여 따지는 것만 생각했는데 소비를 무조건 적으로 줄임이 아니라 소비하기 전과 후의 감정을 기록하면서 마음을 달래준다는 것이 실천하고 싶게 만들었다. 작심삼일!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실천해봐야겠다^^




 


 

 

티라미수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티라미수란 단어에 ‘나를 선택해줘(pick me up)’라는 애정 가득한 뜻이 담긴 데다 술, 크림치즈, 초콜릿 등의 재료 조합이 커플 간의 농밀한 애정이 주는 분위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P59

 

✏️사랑의 묘약. 티라미수의 유래, 만드는 방법, 맛집 등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진한 에스프레소와 쫀쫀하고 달콤한 크림의 티라미수를 한입 먹는 상상을 했다. 티라미수에 대해 보통 카페에서 눈으로 보기 예쁘고 달콤한 것을 생각했는데 에스프레소와 크림치즈, 카카오파우더 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나니 티라미수를 먹기 전 향을 한번 맡아보게 될 것 같다 🍫

 


 


 

 

강가나 가로수가 있는 골목길을 산책하면 수십 가지 팔레트 안에 서있는 기분이 든다. 계정이 바뀔 때마다 가장 생생한 자연의 색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P77

 

✏️산책을 하다 만난 자연의 색들을 팔레트안의 색들로 이야기하는 것은 세상을 그림으로 바라보는 이소영 작가님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산책을 좋아했던 구스타브 클림트와 로댕 같은 예술가들도 산책 덕분에 자유로운 휴식을 했고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니. 나도 운동만이 목적이 아닌 ‘자연 한 조각’을 만나는 일로 산책을 해봐야겠다 😌



 


 

“적어도 제 공방을 찾는 분들이게만큼은 장도가 가진 의미와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해요. 장도가 다시 활발히 사용되긴 어렵겠지만 제가 노력한다면 그 가치만큼은 보존할 수 있을테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은 지금 시대에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나부터가 돈이 되지 않는 일은 아무리 좋아도 직업에서 거르고 보기 때문인데 30대 청년은 장도를 만드는 작품활동을 장인정신과 같이 철학을 가지고 전통 공예기술로 이어나간다. 이것 자체도 빛이 나는 사람인데 이 장도의 역사적 가치를 현대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고 알 수 있도록 수업도 하며 알리는 역할을 기쁨으로 여긴다.

이런 우리나라 전통적 가치에 대해 진심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이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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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서평단으로 샘터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새해는 해가 뜨고 여덟 시간 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저 배와 새 떼는 어두운 밤에도 바다에 있었고, 태양빛은 바다에서 한 번도 찬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일상의 움직임을, 그림자를, 그리고 반짝임을 발견해 감격하는 일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흔한 말은 마음을 굳게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 P16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밀려왔다 나가는 호흡에 집중합니다.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과 감정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사라지게 둡니다. ‘참나(眞如)‘만이 남을 때까지." - P23

100일간 무언가를 ‘매일’한다는 건 매일 숙제를 하는 것과 같다. 끝나지 않는 삶의 축소판이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와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해야 하고, 뒤로 미뤄두고 싶은 마음과 매일 싸워야 하는 일이다. 때론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 이런 시간들이 모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만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힘을 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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