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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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세계문학전집 223)

세계문학을 읽는 물결 #18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문학동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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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는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으로 세계적인 메가셀러이며, 키이라 나이틀리,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평범한 여름날, 소녀의 작은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과 이를 되돌리려는 평생에 걸친 지난한 속죄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추락시킬 수 있는지 거짓말을 한 자와 거짓말로 피해를 입고 사는 인생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브라이어니의 상상력의 산물들이겠지만, 작가는 상상력이란 무엇이고 어떤 위력을 가질 수 있으며 어떤 도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속죄』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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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루했다. 2차 세계대전 이전 1935년, 교외의 저택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작가를 꿈꾸는 열세 살 소녀 브라이어니 탤리스와 사촌들의 연극놀이 이야기만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로비 터너와 언니 세실리아가 분수대 앞에서 꽃병을 깨뜨리고 물 속에 떨어진 것을 줍는 과정을 브라이어니가 언니가 위협받는다는 상상을 하면서 소설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브라이어니는 거짓말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어린 브라이어니가 로비와 세실리아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죄를 짓는 과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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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1940년 브라이어니의 행동으로 파멸을 맞은 로비 터너가 전쟁터에 나가 고통 받는 과정이다. 로비는 무죄가 될 수 있을까 희망에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힘든 군 생활을 세실리아와 잠깐의 만남을 기다리며 버텨낸다. 로비는 그렇게 무너질 것 같을 때 가족을 버리고 자신을 택한 세실리아를 떠올리며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로비는 그 사람들을 모두 용서한 것인가. ‘누구나 다 죄가 있고, 누구나 다 죄가 없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서로의 죄를 목격하면서 살고 있다.’ 갑자기 초연한 사람이 된 듯 죄는 누구나 있다고 말한다. 로비는 범죄자가 아니었지만 당시의 모두는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구타당하는 군인을 보며 과거 자신이 억울했던 상황과 비슷하지만 입장이 바뀐 상태이다. 군인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크고 강해보이는 군중심리를 즐기고 있었던 로비는 과거 자신을 돕지 않은 모두를 이해하는 걸까 궁금했다. 아니면 군중에 속하고자한 자신을 속죄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불행은 한 순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로비는 알지만 그 불행이 자신이 된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

3부는 1940년 간호사가 된 브라이어니가 속죄를 위해 애쓰는 과정이 나오고, 이후 육십여 년이 지나 저명한 작가가 된 브라이어니는 지금까지의 내용이 몇 십년동안 고쳐 쓴 소설이라는 고백을 하면서 모든 이야기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이라고 말한다.

 

브라이어니가 어리다고 해서 거짓말로 로비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어쩌면 작가는 마지막에 상상이었다고 말하며 누구나 특별할 수도 있지만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것 같다. 내 생각만 옳고 내가 만든 세상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브라이어니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을 불행에 빠뜨리는 행동을 했다. 혼동과 오해로 인하여 순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로비의 마음도 같았다는 사실을 어리다고 몰랐다고 말하기에 망쳐버린 타인의 인생은 브라이어니가 속죄한다고 그 마음이 치유되고 되돌릴 수 있을까. 피한다고 해결되는 현실이 아님에도 감미로운 상상이라는 곳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이 있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비록 현실이 고통 속일지라도 돌아온 현실을 마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주는 듯 했다.

 

긴 이야기를 읽고 지난날 나는 누군가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았는지, 그 거짓말로 인해 크고 작은 마음의 짐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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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깨달았던 바지만, 아름다움은 이 우주에서 아주 작은 공간을 차지했다. 반면에 추함은 무한히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P20

 

그러나 사실은, 짐을 꾸려 아침 기차를 타고 떠나자고 생각해도 별로 신이 나지 않았다. 떠나기 위해서 떠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는 회의가 밀려올 뿐이었다. 지루하지만 아늑한 이곳에 머무는 것은 세실리아가 선택한 자기학대이자 형벌이었다. P41

 

둘 중 하나가 말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만회해보려고 애를 쓰곤 했다. 따라서 편안하게 대화가 오갈 수 없었고, 마음은 항상 불편했다. 가시 돋친 말과 함정이 있는 암시, 어색하게 화제를 돌리는 일이 반복되자 세실리아는 그를 싫어하는 만큼이나 자기 자신도 싫어하게 되었다. P50

 

🔖이십억 명의 사람들이 이십억 개의 목소리와 하나같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치는 이십억 개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그런 세상에서는 누구도 특별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하찮음의 강물에 빠져 허우적댈 수 있었다. P61

 

🔖인간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은 사악함과 음모만이 아니었다. 혼동과 오해도 그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 역시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에 대한 몰이해가 불행을 불렀다. 그리고 오직 소설 속에서만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모두가 마음이 똑같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것이 소설에 필요한 유일한 교훈이었다. p.67

 

🔖감미로운 공상 뒤에는 현실 복귀라는 쓰라린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공상을 통해 피해왔던 현실을, 더 나빠진 것만 같은 현실을 다시 받아들이는 그 순간. 세부 하나하나까지 그럴듯하게 보이던 공상의 순간들은 구체적인 현실 앞에서는 찰나의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았고, 그래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다. P117

 

“네가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잖아. 무슨 일인가 일어났어, 그렇지 않아? 나보다 먼저 알았잖아. 바로 코앞에 뭔지 모를 무언가가 있는데 너무 거대해서 존재조차 알 수 없는 느낌. 그게 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내 앞에 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어.” P198

 

로비는 어둠 속에서 그 마지막 두 문장을 소리 없이 되뇌어보았다. 내 삶의 이유, 생활의 이유가 아니라 삶의 이유. 바로 그거였다. 그녀는 그의 삶의 이유였고, 그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였다. P304

 

무죄가 입증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사랑과도 같은 단순성이 있었다. 그 가능성을 음미해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줄어들거나 사라져버렸는지가 느껴졌다. 삶에 대한 애정, 오랜 야망과 정열, 그리고 기쁨. 그는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며,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P328

 

🔖지금 이 남자를 보호하려는 건 미친 짓이지만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를 폭행하는 군인들의 이상한 열기와 흥분을 이해할 것 같았고, 자신에게도 그런 흥분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지고 있는 사냥칼로 잔인한 짓을 하면 백 명이 넘는 군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그는 남자를 에워싼 군인들 중 자기보다 더 크거나 강해 보이는 사람들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군중 자체와 나름대로 정당해 보이는 군중심리에 있었다. 그것이 주는 쾌락 또한 부인할 수 없을 터였다.  P364

 

🔖유죄인 사람이 무죄가 될 수 있도록.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죄란 과연 무엇인가? 별 의미가 없었다. 누구나 다 죄가 있고, 누구나 다 죄가 없기도 했다. 증언을 번복하는 것만으로 명예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 적고 증거를 모으기에는 인력도, 종이와 펜도, 그리고 인내심과 평화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인들도 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 서로의 죄를 목격하면서 살고 있다. 오늘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었나? 이곳 지하실에서 우리는 그런 질문에 대해서 계속 침묵할 것이다.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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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억 명의 사람들이 이십억 개의 목소리와 하나같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치는 이십억 개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그런 세상에서는 누구도 특별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하찮음의 강물에 빠져 허우적댈 수 있었다. - P61

감미로운 공상 뒤에는 현실 복귀라는 쓰라린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공상을 통해 피해왔던 현실을, 더 나빠진 것만 같은 현실을 다시 받아들이는 그 순간. 세부 하나하나까지 그럴듯하게 보이던 공상의 순간들은 구체적인 현실 앞에서는 찰나의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았고, 그래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다. - P117

지금 이 남자를 보호하려는 건 미친 짓이지만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를 폭행하는 군인들의 이상한 열기와 흥분을 이해할 것 같았고, 자신에게도 그런 흥분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지고 있는 사냥칼로 잔인한 짓을 하면 백 명이 넘는 군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그는 남자를 에워싼 군인들 중 자기보다 더 크거나 강해 보이는 사람들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군중 자체와 나름대로 정당해 보이는 군중심리에 있었다. 그것이 주는 쾌락 또한 부인할 수 없을 터였다. - P364

유죄인 사람이 무죄가 될 수 있도록.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죄란 과연 무엇인가? 별 의미가 없었다. 누구나 다 죄가 있고, 누구나 다 죄가 없기도 했다. 증언을 번복하는 것만으로 명예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 적고 증거를 모으기에는 인력도, 종이와 펜도, 그리고 인내심과 평화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인들도 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 서로의 죄를 목격하면서 살고 있다. 오늘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었나? 이곳 지하실에서 우리는 그런 질문에 대해서 계속 침묵할 것이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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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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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북로망스 출판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는 포스터샵 유래혁이 데뷔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산문집으로 사랑하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의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켰다. 감성 사진 50여 장과 사랑이 담긴 글 60여 편을 읽으면 작가가 주변 모두를 사랑하는 시선으로 보고 메시지를 책 속에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는 곳으로 초대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 사는 삶을 그려보기도 한다.

 

포토그래퍼가 아니더라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그 사진을 담는지 안다. 눈으로 보이는 것 모두를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겨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그 열정을 쏟아낸다. 물론 구도, 빛, 색채 등의 조화로움이 멋진 사진에 필요할 수도 있지만 감성은 눈으로 보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으로 남기는 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글만으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지만 포스터샵인 유래혁 작가는 아름다운 글 위에 풍경같은 감성 사진을 살포시 얹어 글의 생동감을 더해주었다. 왠지 모르게 글에서 그리움이 자꾸 느껴졌다. 헤어진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먼저 떠난 가족이나 강아지일 수도 있지만 다시 만나고 싶고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써내려 간 것 같았다. 문득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의 누군가도 아니고 전혀 다른 장소와 시간이지만 마음 속 저편에 꾹꾹 눌러 다시는 못보겠다고 했던 사람이 생각나는 것 같은 느낌.

 

바닷물이 떠나가고 세상을 빙 둘러 다시 제자리로 오기 위해서는 이천 년쯤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니다. 이 긴 시간 사이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할까요.

자, 가겠습니다.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우연은 없고

오직 당신에게 가는 내가 여기 있습니다. (P104)

 

3부의 <작은 묘비>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관한 글이 나왔다. 지금 막 나도 <마음>을 읽기 시작했는데 괜히 반가웠다. 과거 연인와 나쓰메, 소세키로 부르자고 했지만 헤어졌다고 했다. 아직도 <마음> 책을 가지고 다니는데 누군가 물으면 멋진 묘비라고 말한다는 글을 읽으니 어떤 마음이길래, 그 책 속에 누구를 묻었기에 두지 못하고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마음>을 읽어본다면 그 잊지못하는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사진이 다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진들이 멋있다. 잔잔한 호수, 푸르른 숲,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는 여행지에서 아침에 일어나 책 읽는 듯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동안의 휴식을 한 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 책 속 밑줄긋기

 

🔖뻔뻔한 젊음이 되어, 더 자주 사랑할 겁니다.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얇디얇은 모순에 가로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P40

 


 

점점 발길이 끊긴 곳에 가시가 돋으면 장미라도 피는 게 보통이겠지만, 나에게 그런 예쁜 꽃 하나 없었는데 넌 어떻게 온 걸까. 내가 위험하다고 적어놓은 것들 다 무시하고 어떻게. 하얀 얼굴에 흉지는게 신경도 안 쓰이는 사람처럼.P63

 

있잖아, 오늘 같은 날이면 나는 이런 상상도 해. 세상 사람들 다 우리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전부 둥글게 되는 상상. P63

 

 

그 사이 몇 개의 향수를 다 써버린 지 모르겠습니다.

매번 같은 향수였습니다.

이름은 해와 흙입니다.

 

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때엔 향수를 모두 쏟아 온몸을 적시고 당신을

꼭 껴안으면 그 뿌리를 내게도 조금은 내려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했던 게 떠오릅니다.

종려나무를 닮은 당신이 내 곁에 머물기를 바랐나 봅니다. P95

 

긴 밤도 망설임 없이 찢어내는 새벽 어스름 빛마저

이제 나를 피해갈지 몰라도

당신 하나만큼은 나를 향해 곧장 내려오세요.

어서 하얗게 뒤덮어주세요.

처음부터 나 여기 없었던 것처럼. P101

 


 

 

🔖예전에 읽은 책에서 어떤 인물이 했던 대사가 이제야 이해가 돼.

소설에서 그는 뾰족한 절벽을 보며 굉장히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이가 그의 표정을 보곤 절벽이 그렇게도 무섭냐고 물었어.

그러자 나온 대답이 바로 ‘절벽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내 자유가 무섭다’였어. P112



 

 

나라는 존재가 뭐든 될 수 있다면, 동시에 뭐든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나는 나만 사랑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몇 년이나 내뱉질 않았던 것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면 고통을 잊기 위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하는데 아마 나는 이 즐거움에 한동안 빠져버렸던 것 같다. P133

 

사랑은 아무런 무게가 없다지만 아주 단단한 것에도 깊은 발자국을 낸다. 그래. 부서지는 것은 사랑과 부딪히는 것들뿐이다. 닳는 것은 미움 뿐이다. P139

 

🔖괜찮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초대하고 싶습니다. 당신께 서랍 속에 숨겨둔 못난 마음 들킨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안 괜찮은 날일수록 더 보고 싶었으니까요. P149

 

🔖 쥔 것을 놓고 손을 넓게 펼쳐야 내 마음 알 수 있다는 건 왜 몰랐을까요. 새하얀 손으로 가장 먼저 쥐어봐야 하는 건 심장이어야 해요. 무엇 가까이서 요동치는지 알 수 있도록.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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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닷물이 떠나가고 세상을 빙 둘러 다시 제자리로 오기 위해서는 이천 년쯤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니다. 이 긴 시간 사이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할까요.

자, 가겠습니다.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우연은 없고

오직 당신에게 가는 내가 여기 있습니다. - P104

뻔뻔한 젊음이 되어, 더 자주 사랑할 겁니다.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얇디얇은 모순에 가로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 P40

예전에 읽은 책에서 어떤 인물이 했던 대사가 이제야 이해가 돼.

소설에서 그는 뾰족한 절벽을 보며 굉장히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이가 그의 표정을 보곤 절벽이 그렇게도 무섭냐고 물었어.

그러자 나온 대답이 바로 ‘절벽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내 자유가 무섭다’였어. - P112

괜찮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초대하고 싶습니다. 당신께 서랍 속에 숨겨둔 못난 마음 들킨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안 괜찮은 날일수록 더 보고 싶었으니까요. - P149

쥔 것을 놓고 손을 넓게 펼쳐야 내 마음 알 수 있다는 건 왜 몰랐을까요. 새하얀 손으로 가장 먼저 쥐어봐야 하는 건 심장이어야 해요. 무엇 가까이서 요동치는지 알 수 있도록.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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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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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장편소설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출판

 


 

(첫 문장)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어떤 책은 첫 문장만으로도 책에 빠져들게 하는데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그랬다. 화자인 한탸는 책을 통해 고독을 선택하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한번 책에 빠지면 완전히 다른 세계에, 책 속에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 순간 나는 내 꿈속의 더 아름다운 세계로 떠나 진실 한복판에 가닿게 된다.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도 열 번씩 나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소외된 이방인이되어 묵묵히 집으로 돌아온다. (P16)

 

 

한탸는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지하실에서 책을 압축해서 폐기하는 일을 한다. 일상의 반복되는 쏟아지는 책, 압축기의 녹색과 붉은색 버튼을 누르는 일을 하면서도 책을 고독의 피신처로 삼는다. 다양한 작가와 책들이 폐지처리되는 것을 사물인 책에도 생명이 있는 듯 죽음으로 표현하며 슬퍼헀다.

 

🔖내 안에는 이미 불행을 냉정하게 응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자리했다. 그렇게 나는 파괴 행위에 깃든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열차의 차량들에도 화물을 실었고, 수많은 열차가 킬로그램당 1코루나에 팔릴 짐을 싣고 서방으로 떠나갔다! (P23)

 

프로이센 왕실 서적이 전리품으로 분류되어 헐값에 팔리거나 다시 싣는 트럭에서 비를 맞아 인쇄용 잉크가 금빛 물이 되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본 한탸는 꼭 책의 죽음을 보는 듯 눈물을 흘리며 공산주의 정권같은 사상따위 보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보여줬다.

 

 

🔖닭장을 벗어난 닭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내려오며 모이를 쪼아대면 손 하나가 그들을 낚아채 산 채로 꼬챙이에 꿰어 목을 잘랐다. 그들 운명의 고리에 막 합류하고 난 그 닭들처럼, 이곳에 쌓여 있는 책들도 요절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P97)

 

반복되는 일상과 지하에서 마시는 맥주한잔을 마시는 개인의 시간을 사랑하는 한탸라는 주인공이 매력적인 이유는 위의 문장처럼 책의 죽음을 아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장면도 있고, 엉뚱한 상상력 때문에 책 읽는 재미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침대 위로 쌓아 높이 솟은 책 천개를 올려다본 후 2톤짜리 닫집이 불러일으킨 상상의 무게에 짓눌려 몸이 구부정해져 8년새에 9센티미터 키가 줄었다고 하는 말! 책과 함께 한 시간만큼 순수한 한탸의 모습 같다.

 

 

🔖순식간에 연은 성부 하느님이 되었고, 나는 그분의 아들인 성자, 그리고 연줄은 인간과 하느님의 중재자인 성령이 되었다.(P83)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P86)


 

어린 집시여자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마이다네크 혹은 아우슈비츠의 어느 소각로에서 태워졌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한탸는 히틀러의 관련된 책을 파쇄하고 짓이길수록 어린 집시여자를 더 떠올린다. 한탸는 청소를 하며 희생시킨 쥐들도 폐지더미에서 새끼를 키우고 살았을 뿐인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짐승이지만 자신이 죽였고, 어린 집시여자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불이 되어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 잊고 있던 그녀에 대한 감정을 떠올린다.

이름도 묻지 않았고, 언제 만나는지 약속도 하지 않는 그녀와 한탸는 어쩌면 서로는 결국엔 헤어질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종종 신의 환영을 보지만 신을 믿지 않는 한탸에게 어린 집시여인은 하늘(신)에 연을 날리며 함께 하고 싶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다 하루 쉬는 날이 찾아와도 나는 수당을 받고 일하러 갔다. 일이 항시 밀려 있는데다, 내 역량을 넘어서는 종이 더미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으니까. 사르크스 양반과 카뮈 양반이, 특히 후자가 멋들어지게 글로 옮겨놓은 시시포스 콤플렉스는 지난 삼십오 년 동안 내 일상의 몫이었다. (P93)

 

돌을 굴려 언덕을 올라가는 일을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자신도 35년간 지하에서 책을 압축하는 일을 하는데 좋아하는 책을 죽음으로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책을 구하는 것도 필사적이다. 한탸에게 돈을 주며 고서와 같은 서책을 사는 철학 교수와 과거 신문기사의 글을 썼던 슈트륨은 책을 알고 좋아하는 한탸 주변의 유일한 인물들이다. 이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며 한탸 자신은 책을 죽음으로 인도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을 대신해 책을 구해 주기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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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를 하면 좀토크로 작가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이 가장 컸는데 이번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구월서가’ 책방지기 김혁규 님이 독파메이트로 독서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혼자 읽었다면 길을 잃거나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손을 잡고 천천히 책 속 한탸가 있는 공간으로 나를 이끌어준 듯하여 읽기도 한결 수월했다. 김혁규 님이 독파메이트라면 그 책을 선택하고 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미션 가득은 덤 ㅎㅎ) 🫶

 

 

📖 책 속 밑줄긋기

 

진정한 책에 내 눈길이 멎어 거기 인쇄된 단어들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은 대기 속에서 파닥이다 대기 중에 내려앉는 비물질적인 사고들뿐이다. 대기에서 자양분을 얻고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사고들. 면병 속에 있으면서도 없는 성혈처럼 만사는 결국 공기에 불과하니까. P11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 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P25

 


 

 

마치 고전 작품들의 뼈와 해골을 압축기에 넣고 갈아댄다고나 할까. 탈무드의 구절들이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P26

 

세상에서 단 한 가지 소름 끼치는 일은 굳고 경직되어 빈사 상태에 놓이는 것인 반면, 개인을 비롯한 인간 사회가 투쟁을 통해 젊어지고 삶의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단 한 가지 기뻐할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P38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문득 스스로가 대견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이 일을 하면서 전능의 무한한 영역에 내던져졌음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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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책에 내 눈길이 멎어 거기 인쇄된 단어들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은 대기 속에서 파닥이다 대기 중에 내려앉는 비물질적인 사고들뿐이다. 대기에서 자양분을 얻고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사고들. 면병 속에 있으면서도 없는 성혈처럼 만사는 결국 공기에 불과하니까.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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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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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의 불안이 삶을 얼마나 뒤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라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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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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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난다 출판

 


 

『밤이 선생이다』는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황현산’의 첫 산문집으로 2013년 초판 발행되고 2023년 39쇄를 찍었다. 책은 4년 동안 한겨레신문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엽에 국민 일보에 실었던 칼럼이 주를 이루고 있고, 80년대와 90년대에 썼던 글도 여러 편 들어 있다.

 

작가는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이 꿈,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향한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표지는 화가 ‘팀 아이텔’의 작품으로 깜깜한 밤,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가는 뒷모습은 책의 내용과 닮았다. 책에는 마음에 담겨있던 이야기가 많았는데 밝은 곳에서는 꺼내볼 수 없는, 우리가 외면했고 어쩌면 답답해했던,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알아야하는 이야기이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려주는 것 같았다.

 

 

🔖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P12)

 

🔖 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두텁고 불투명한 일상과 비루한 삶의 시간을 헤치고 저마다의 믿음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P27)

 

 


 

사회의 부조리와 국민 입장에서 열불나는 이야기(정치색이 조금 담긴)를 글로 항변하듯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 유년시절, 풍경 등의 사진을 보며 추억하고, 해석도 하고 떠오른 시, 노래, 소설, 영화의 내용을 책 속에 담았다.

 

작가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만 추구하는 삶에 대하여 따끔하게 지적한다. 세상을 바라봄에 있어 깊이를 지녀야함인데 그렇지 않은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고 ㅠㅠ 책을 읽어야 비로소 이런 깊이는 깨닫게 되는 것 같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그냥 책을 읽으면 좋다가 아니라 이렇게 저마다의 깊이를 알도록 책을 들고 펼치도록 만든다. 폴 오스터의 긴 소설 『달의 궁전』의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문장처럼 달이 사라지는 모습을 예전처럼 언덕에서 볼 수 없지만 그 자리라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살자고 했다. 깊어지는 가을에는 이런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살자는 말과 함께.

 

누군가 추천해주는 책,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보다 우연히 책을 읽다 발견한 좋은 문장으로 책을 접하게 되는 때가 요즘 종종 있다. 이렇게 읽은 책은 작가 말처럼 더 깊이 책을 읽고 내면을 알고자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 어떤 사정으로도 진실을 덮어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이 인간 의식의 맨 밑바닥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작업임을 염두에 둔다면, 진실 가리기는 문학을 욕되게 하는 일이 되고, 그 작가들을 영원히 허위 속에 가둬놓는 일이 된다. (P84)

 

🔖 젊은 날의 삶은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한 삶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한 삶이기도 하며,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삶이 거기 있기도 하다. (P88)

 

위의 <봄날은 간다>를 읽고 ‘잘 만들어진 실패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파 미션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내 젊은 날에 대해 나는 다른 삶을 위한 준비보다 그냥 그 자체의 삶을 살았던 비중이 더 컸다. 노력하지 않았던 지난 날로 인해 지금의 불안이 더 가중되는 것 같아 젊은 날을 예쁘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내 아이들에게 다른 삶을 준비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나는 봄날의 아름다움 대신 실패담을 잘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우리의 실패와 변화도 이 사소한 것들과 세상의 거창한 이론들이 맺게 되는 관계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늘 실패한다. 우리가 배웠던 것, 세상의 큰 목소리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들과 우리의 사소한 경험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엇나갈 때 우리는 실패한다. 우리들 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저 큰 목소리들 앞에서는 항상 '당신의 사정'이다. (P175-176)

 

🔖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 같은 큰 목소리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사정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P176)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학창시절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는 듯 좋았다. 어둠에 갇혀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고 자신의 무력함을 분노로 내장 속에 칭칭 감으며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은 나도 될 수 있고 다른 이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사소한 사정'에 귀 기울이면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어둠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삼십여 년에 걸쳐 쓴 글을 통해 황현산 선생은 그동안 ‘포기할 수 없는 전망 하나’와 줄곧 드잡이를 해온 것 같다고 말했는데, 모든 이의 깜깜한 밤에서도 잠 못 이루며 이루고자 한 꿈들에 대해 소회를 글로 읽으며 나 역시 이해받은 것으로도 이 책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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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두텁고 불투명한 일상과 비루한 삶의 시간을 헤치고 저마다의 믿음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 P27

우리의 실패와 변화도 이 사소한 것들과 세상의 거창한 이론들이 맺게 되는 관계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늘 실패한다. 우리가 배웠던 것, 세상의 큰 목소리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들과 우리의 사소한 경험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엇나갈 때 우리는 실패한다. 우리들 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저 큰 목소리들 앞에서는 항상 ‘당신의 사정‘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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