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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북로망스 출판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는 포스터샵 유래혁이 데뷔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산문집으로 사랑하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의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켰다. 감성 사진 50여 장과 사랑이 담긴 글 60여 편을 읽으면 작가가 주변 모두를 사랑하는 시선으로 보고 메시지를 책 속에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는 곳으로 초대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 사는 삶을 그려보기도 한다.
포토그래퍼가 아니더라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그 사진을 담는지 안다. 눈으로 보이는 것 모두를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겨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그 열정을 쏟아낸다. 물론 구도, 빛, 색채 등의 조화로움이 멋진 사진에 필요할 수도 있지만 감성은 눈으로 보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으로 남기는 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글만으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지만 포스터샵인 유래혁 작가는 아름다운 글 위에 풍경같은 감성 사진을 살포시 얹어 글의 생동감을 더해주었다. 왠지 모르게 글에서 그리움이 자꾸 느껴졌다. 헤어진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먼저 떠난 가족이나 강아지일 수도 있지만 다시 만나고 싶고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써내려 간 것 같았다. 문득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의 누군가도 아니고 전혀 다른 장소와 시간이지만 마음 속 저편에 꾹꾹 눌러 다시는 못보겠다고 했던 사람이 생각나는 것 같은 느낌.
바닷물이 떠나가고 세상을 빙 둘러 다시 제자리로 오기 위해서는 이천 년쯤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니다. 이 긴 시간 사이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할까요.
자, 가겠습니다.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우연은 없고
오직 당신에게 가는 내가 여기 있습니다. (P104)
3부의 <작은 묘비>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관한 글이 나왔다. 지금 막 나도 <마음>을 읽기 시작했는데 괜히 반가웠다. 과거 연인와 나쓰메, 소세키로 부르자고 했지만 헤어졌다고 했다. 아직도 <마음> 책을 가지고 다니는데 누군가 물으면 멋진 묘비라고 말한다는 글을 읽으니 어떤 마음이길래, 그 책 속에 누구를 묻었기에 두지 못하고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마음>을 읽어본다면 그 잊지못하는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사진이 다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진들이 멋있다. 잔잔한 호수, 푸르른 숲,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는 여행지에서 아침에 일어나 책 읽는 듯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동안의 휴식을 한 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 책 속 밑줄긋기
🔖뻔뻔한 젊음이 되어, 더 자주 사랑할 겁니다.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얇디얇은 모순에 가로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P40

점점 발길이 끊긴 곳에 가시가 돋으면 장미라도 피는 게 보통이겠지만, 나에게 그런 예쁜 꽃 하나 없었는데 넌 어떻게 온 걸까. 내가 위험하다고 적어놓은 것들 다 무시하고 어떻게. 하얀 얼굴에 흉지는게 신경도 안 쓰이는 사람처럼.P63
있잖아, 오늘 같은 날이면 나는 이런 상상도 해. 세상 사람들 다 우리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전부 둥글게 되는 상상. P63
그 사이 몇 개의 향수를 다 써버린 지 모르겠습니다.
매번 같은 향수였습니다.
이름은 해와 흙입니다.
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때엔 향수를 모두 쏟아 온몸을 적시고 당신을
꼭 껴안으면 그 뿌리를 내게도 조금은 내려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했던 게 떠오릅니다.
종려나무를 닮은 당신이 내 곁에 머물기를 바랐나 봅니다. P95
긴 밤도 망설임 없이 찢어내는 새벽 어스름 빛마저
이제 나를 피해갈지 몰라도
당신 하나만큼은 나를 향해 곧장 내려오세요.
어서 하얗게 뒤덮어주세요.
처음부터 나 여기 없었던 것처럼. P101

🔖예전에 읽은 책에서 어떤 인물이 했던 대사가 이제야 이해가 돼.
소설에서 그는 뾰족한 절벽을 보며 굉장히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이가 그의 표정을 보곤 절벽이 그렇게도 무섭냐고 물었어.
그러자 나온 대답이 바로 ‘절벽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내 자유가 무섭다’였어. P112

나라는 존재가 뭐든 될 수 있다면, 동시에 뭐든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나는 나만 사랑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몇 년이나 내뱉질 않았던 것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면 고통을 잊기 위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하는데 아마 나는 이 즐거움에 한동안 빠져버렸던 것 같다. P133
사랑은 아무런 무게가 없다지만 아주 단단한 것에도 깊은 발자국을 낸다. 그래. 부서지는 것은 사랑과 부딪히는 것들뿐이다. 닳는 것은 미움 뿐이다. P139
🔖괜찮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초대하고 싶습니다. 당신께 서랍 속에 숨겨둔 못난 마음 들킨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안 괜찮은 날일수록 더 보고 싶었으니까요. P149
🔖 쥔 것을 놓고 손을 넓게 펼쳐야 내 마음 알 수 있다는 건 왜 몰랐을까요. 새하얀 손으로 가장 먼저 쥐어봐야 하는 건 심장이어야 해요. 무엇 가까이서 요동치는지 알 수 있도록.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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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닷물이 떠나가고 세상을 빙 둘러 다시 제자리로 오기 위해서는 이천 년쯤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니다. 이 긴 시간 사이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할까요.
자, 가겠습니다.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우연은 없고
오직 당신에게 가는 내가 여기 있습니다. - P104
뻔뻔한 젊음이 되어, 더 자주 사랑할 겁니다.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얇디얇은 모순에 가로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 P40
예전에 읽은 책에서 어떤 인물이 했던 대사가 이제야 이해가 돼.
소설에서 그는 뾰족한 절벽을 보며 굉장히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이가 그의 표정을 보곤 절벽이 그렇게도 무섭냐고 물었어.
그러자 나온 대답이 바로 ‘절벽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내 자유가 무섭다’였어. - P112
괜찮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초대하고 싶습니다. 당신께 서랍 속에 숨겨둔 못난 마음 들킨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안 괜찮은 날일수록 더 보고 싶었으니까요. - P149
쥔 것을 놓고 손을 넓게 펼쳐야 내 마음 알 수 있다는 건 왜 몰랐을까요. 새하얀 손으로 가장 먼저 쥐어봐야 하는 건 심장이어야 해요. 무엇 가까이서 요동치는지 알 수 있도록.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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