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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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에세이

창비 출판

- 11월 창비 스위치 다시 만난 ‘행복’ 북클럽 참여를 통해 책을 읽고 미션도 하며 기억에 남는 문장을 남겨보았어요.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을 읽고

1️⃣ 동네 또는 집에서 발견하는 나만의 행복

‘집 앞 작은 천 옆의 산책길’이 동네에서 발견한 나만의 행복이예요. 봄이되면 길게 심어진 살구나무들이 흐드러지게 꽃 피워 눈이 즐겁고, 가을이면 낙엽들이 비처럼 떨어져 바스락 소리와 함께 걸으면 계절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아요.

시간이 되면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풍경들을 관찰하는데 붕어빵 사려고 기다리는 아이들, 산책중 의자에 앉아 이야기하시는 사람들, 열심히 운동기구하시는 어르신들 등 다양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채워나가는 모습들은 이 동네를 내가 참 좋아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한답니다 ❤️

2️⃣기억에 남았던 장면

📖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감으로 각인되는 기억들의 중첩 때문이라는 사실도. P14

📖 전염병 때문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작은 점처럼 웅크리고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꿀벌들이 자유롭게 춤추며 날아다녔을 자연 그대로의 비무장지대와 해 질 녘의 섬진강 가의 평화로운 풍경을 선물하고픈 마음으로. P58

💬 꿀은 달콤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꿀벌들이 채집했을 비무장지대의 풍경을 담았다는 표현을 보고 꿀에 그렇게 많은 감성들을 담을 수 있다니! 감탄했어요. 이 장면을 한번 상상하고 나면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을 때 어떤 꽃의 꿀들을 꿀벌들이 따왔을까 상상하게 될꺼예요. 😊

📖한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슈퍼에서 파는 플라스틱 통 안의 꿀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병에 든 ‘그’꿀, 사실은 그렇게까지 맛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만 구별될 뿐인 그런 꿀에 매혹되는 인간일까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P59

💬 작가님 편지에서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들로 가득하시길 바란다는 문장을 책에서 찾다니! 이 또한 행복인데요?😍 일상의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해 책을 읽으며 좀 더 달라졌어요. 쓸모없지 않도록 사랑해봐야겠습니다.

📖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P72


2부. 산책하는 기분

1️⃣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 보내드리는지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할머니깨서 돌아가셨을 때의 이별과 애도 시간을 남은 가족들과 함께 산소에 앉아 이야기하고 그땐 그랬었지 기억들을 추억했었습니다.

2️⃣나에게 사랑과 행복을 알게해 준 존재에게 다정한 한마디

세상에 태어나 모든 처음 겪는 경험들을 함께 했었던 나의 아이들❤️

또 앞으로의 살아갈 시간도 사랑과 행복을 가득 넘치게 채워주고 싶다.

3️⃣기억에 남았던 장면

📖우리의 이별은 필연적이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려는 듯이.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P121

💬나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고 또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이렇게 섬세한 감정들까지 표현하다니, 읽으면서 무지개 다리 건넌 봉봉이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그리움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봉봉은 언제나 이렇게 내게 돌아온다. 몇번이고 다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한없는 사랑의 형태로. P135

💬봉봉은 갔지만 다른 형태로 찾아와 줄 것이라 믿는데 그 형태가 실체가 있는 나비일 수도 있지만 다른 강아지를 바라보며 봉봉이 알려준 사랑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리움을 이리 예쁘게 표현하다니.. 읽으면서 감동이었다.

 

📖내일은 또 어디를 걸어볼까? 걷는 일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나 자신도 내가 겪은 고통도 결국엔 커다란 세상을 이루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141

💬걸으면서 마음이 치유된다는 느낌. 항상 산책을 하거나 걸을 때 주변 풍경을 보기도 하는데 이런 시각, 청각적 자극들이 나도 모르게 세상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 것 같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은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P142

💬나는 왜 계절이 변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유리병 하나로 빛이 통과하는 색과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네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사색하며 내면의 감정들을 일깨우는 글들은 눈으로 말그대로 사물들을 보는 것만 했던 무미건조한 내 일상의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을 걸어준 것 같았다.

📖봉봉을 사랑하게 된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조금 더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나의 개가 소중한 만큼, 다른 모든 존재들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일 것이므로. 끝내 모두를 살게 하는 것이므로. P151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1️⃣ 앞으로 내가 채워가야하는 페이지에 대해나는 과연 어떤 행복을 느끼고 채우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아도 글로 쓰려니 하루하루 억지로 끌고가는 나의 모습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일기를 쓰고 주변을 돌아보고 내면을 다독이며 하루 하루의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싶다.

2️⃣ 기억에 남았던 장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이중의 딜레마 속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여정은 이성애자 남성의 여정보다 더 험난하다. P171

세상의 많은 시시한 서사들은 함부로 찍은 낙인처럼 사람들을 가두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얼마든지 그것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P176 새처럼, 바람처럼

💬 새처럼, 바람처럼 생각하는 대로, 자유롭게, 스스로 여성도 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일이란 내 기호대로 높이가 알맞게 짜인 푹신한 침대에 홀로 누워 잘 닦인 유리창 너머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보기 위해서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타인들이 만든 침대 위에 의자를 놓고 가까스로 올라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지붕도 벽도 없는 거리에서 뙤약볕에 익어가며 누군가 발견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한나절 동안 살구를 파는 것처럼 고독한 일이라는 사실을. P192 나의 창, 나의 살구

💬소설을 쓰는 일을 살구를 파는 일과 비교한 이 문장이 참 인상 깊었다. 육체적으로 단시간의 에너지를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끝이 날 때까지 고독과 싸우는 과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아 한참을 읽고 또 읽게 되었다.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P225 마흔 즈음

💬마흔 즈음. 육체적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를 실감하면서도 젊은 시절보다는 조금 더 화를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행복을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람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라고 표현하다니. 나는 자연을 더 보아야겠구나 생각했다. (자연을 얼마나 더 보면 저런 예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나의 행복에 대해 알게 해준 올해 최고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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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슈퍼에서 파는 플라스틱 통 안의 꿀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병에 든 ‘그’꿀, 사실은 그렇게까지 맛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만 구별될 뿐인 그런 꿀에 매혹되는 인간일까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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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도시 탐구 - 우리나라 도시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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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원고의 적지 않은 부분은 SBS 파워 FM 라디오 프로그램 <김영철의 파워 FM> 중 내가 2021년부터 맡아 온 ‘곽재식의 과학 편의점‘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책은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괜찮은 사이즈. 글자 포인트도 적당히 커서 눈이 피로하지 않았고, 내용들이 어렵거나 깊게 생각을 요하지 않아 짬짬이 읽기 좋다.

 

 

과학 기술의 관점에서 한국의 여러 지역, 여러 도시를 둘러보면 그 도시의 현실에 대한 생생한 특징과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보다 뚜렷하게 포착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전국 10개 도시(청주, 대전, 전주, 속초, 경주, 울산, 제주, 수원, 여수, 부산) 지역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찾아낸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공학박사로 대전에 있을 때의 일화들과 일을 하며 방문한 울산, 오랜 시간 축적한 궁금증과 지식을 쏟아부어놓은 듯하다. 

 

 

조선 후기 『북관기사』 책에서 백두산에 가까운 함경도 북부지역 산속 깊은 곳에 목객(木客) 이라는 괴물이 산다는 이야기에서 어린이만 한 덩치의 괴물이 원숭이일 가능성에서 나아가 몇만년 전 대륙이 붙어있던 시대에 한반도의 원숭이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라는 추측과 청주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원숭이 뼈로 과거 인류 종족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이어 지역마다 발견된 동물의 뼈 등의 흔적으로 전시관을 만드는 의견까지 이어진다. 

 

 

괴물이라는 단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여기까지 간다고?’ 생각하면서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고대 문헌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듣는 옛날이야기 상자를 열어본 것 같아 같아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읽고 아이들에게 추천해주었는데 분명 아이들도 좋아할 것같다. 😊

 

 

대전에 칼국수와 빵이 유명한 이유가 영호남을 갈아타는 대전역에서 가락국수가 유명했기 때문에 아마도 밀가루 유통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칼국수 집이 많을 것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국수의 멸치국물을 화학에 비유하다니! 맛과 감정을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만 늘 먹으면서 맛있다라는 감성적을 쨍그랑 깨버리는 새로운 시각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음식, 색, 맛, 동식물 등을 과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화학물질과 공식에 대입하면 풀릴 것 같은 설명은 과학자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에 진심이다. 

전설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과학 수업 시간이 오기도 한다. 흥미가 없다면 절대 이런 이야기들을 삶과 과학을 연관시켜서 말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도시의 현재, 앞으로의 발전, 예측, 상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상상이니까 그리고 과학자이기에 도시에 대해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것이 인상적이다.

 

 

중간 중간에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힘들다고 느꼈던 감정이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한 것과 바다를 보면서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얼하며 살았나 돌이켜보는 등의 삶에서 고독과 싸운 흔적이 보였다. 공학박사라는 자리에 가기까지 스스로의 노력도 있지만 억지로 끌려가듯 가야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도시탐구 책 속의 많은 내용들이 흥미만을 위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축척된 결과물로 맺은 결실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 책속에서 

 

 

많은 원숭이가 한반도에서 야생으로 사는 것이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조선시대의 일은 아니다. 확인된 한반도의 원숭이를 만나 보려면 그보다 훨씬 더 머나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간접 증거는 이웃 일본의 원숭이들이다. 섬나라인 일본에 원숭이가 사는 것을 보면, 그 원숭이들은 언젠가 다른 지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과 가까운 한반도에서 원숭이가 건너갔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숭이들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퍼져 나갔는데, 그 후 어떤 이유로 한반도의 원숭이들은 숫자가 줄어들다가 멸종했고 일본에 건너간 원숭이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현재의 일본원숭이가 되었다고 보면 상황은 들어맞는다. 그렇다고 치면 과거의 언젠가 한반도에 원숭이가 살던 시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P17

 

 

실제로 그런 시대가 있었기 때문인지, 한반도에서는 옛 시대 원숭이의 뼈가 발견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아 볼 만한 곳이 충청북도 청주의 두루봉 동굴 유적이다. P19

 

 

마음이나 감정의 문제도 결국은 화학의 문제다. 사람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에서 꼭 일어나야 할 다양한 화학 반응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순조로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사람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화학 물질이 몸속에서 얼마나, 어떻게 흘러 다니는지와 큰 관련이 있다. 사람이 깊은 생각에 빠지고 세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현상은 결국 뇌 속에서 뇌세포가 일으키는 다양한 전기 화학 반응 때문에 벌어지는 결과다. 만약, 이런 화학 반응에 어느 것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아프거나 절망하게 된다. P44

 

 

대전의 훌륭한 가락국수 가게, 칼국수 가게에서는 멸치의 이노신산이 일으키는 화학 반응을 절묘하게 조절해서 멋진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풀이해 볼 수도 있겠다. 내가 좋아하던, 고명 하나없던 그 칼국수도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국물 속에 이노신산이 원료가 되어 여러 다른 단백질, 펩타이드, 아미노산, 탄수화물, 당분이 함께 반응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물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딱 맞춰 녹아 있었기에 그렇게 맛있었던 거라고 짐작해 본다. P62

 

 

만약 공작새 깃털을 뽑아서 색깔별로 자른 뒤에 아주아주 고운 가루로 빻으면, 원래 색깔이 무엇이든 간에 어느 부위나 흑백에 가깝게 보일 것이다. 즉 깃털을 이루는 물질 자체는 그냥 같은 색깔을 가진 성분이다. 같은 색 깃털이지만 미세하게 서로 조금씩 다른 결로 자라서 막상 공작새의 몸에서 빛을 받으면, 각기 빛을 반사하고 통과시키는 정도가 약간씩 차이 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색을 띤다. 이런 방식으로 공작새는 몸에서 다양한 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없는데도 깃털에서 굉장히 현란한 색을 보여 줄 수 있다. P80

 

 

고대의 청동 도끼 전사들이 활약하던 시대를 알아내는 기술에 관해 설명한다면, 나는 좀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해 보고 싶다. 지구로부터 약 2만 광년, 그러니까 20경 킬로라는 아주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의 잔해부터 말해보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약 2만 년전, 우주 공간의 저 머나먼 한편에서 커다란 별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냥 단순히 폭발한 것이 아니라 초신성이라고 하는 특별한 현상을 일으키며 폭발했는데, 별이 초신성으로 변하면서 폭발하면 그 폭발의 규모가 너무나 막강해서 별의 원래 밝기보다 몇억매 혹은 몇십억 배 이상 밝게 빛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먼 곳의 별이었지만 지구에서도 무척 밝게 보일 정도로 빛을 내뿜게 되었다. 이것은 SN1604라고 하는 초신성의 사례다.P107

 

 

경주의 어느 좋은 위치에 대나무 숲을 울창하게 키워, 속이 답답하고 괴로운 일이 많은 사람들이 그 숲에 가서 뭐든 후련하게 소리치며 털어 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게 어렵다면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사연을 신청 받아 온종일 한쪽에서 도란도란 들을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아나운서나 성우가 그 비밀 사연을 읽어 주는 대나무 숲 혹은 산책길이 있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P137

 

 

울산은 신라의 중심지였던 경주에서 멀지 않았던 까닭에 신라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항구 도시로 발전했다. 신라의 전성기 시절, 병을 옮기는 악령을 물리쳐 주는 신통한 인물로는 처용이 유명했다. 최근에는 처용이 대외 교류가 활발할 때 항구를 통해 신라에 찾아온 중앙아시아 또는 중동계 인물, 내지는 그 후손일 수 있다는 설이 유명하다. 처용은 신라뿐만 아니라 고려, 조선 시대에도 악령을 물리쳐 주는 인물로 전국에 긴 시간 널리 알려졌기에 지금도 울산에는 처용을 소재로 처용문화제라는 행사를 주회하고 있기도 하다. P165

 

 

나는 산이나 강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땀으로 건설된 거대한 울산 공업 단지의 모습도 멋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천 명의 사람이 붙어서 커다란 배를 만드는 풍경이나, 밤새 불빛을 밝히고 움직이는 공장의 기계가 모여 있는 모습은 멀리서 내려다보면 분명히 멋진 광경이다. 그런 경치를 지켜보면서 산책할 수 있는 길이나 앉아 쉴 수 있는 전망대·조망대 같은 곳에 다니기 편한 장소가 있다면, 나는 자주 가 보고 싶다. P180

 

 

제주 남부 해안에서 최근 큰 피해가 되는 현상으로는 갯녹음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바다 밑이 녹아내린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인데, 몇몇 산호에서 관찰되는 석회조류라고 하는 생물들이 갑자기 번창하면서 다른 생물들은 점점 살기 어렵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나중에는 결국 석회조류조차도 죽어 없어지기 십상이므로 아무 생물도 살지 못하는 사막이 바다 밑에 펼쳐지기도 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를 보면, 바다에 더러운 물질이 흘러드는 현상과 함께 따뜻한 물이 유입되는 현상을 갯녹음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P214

 

 

수원이라는 이름의 뿌리는 고구려에 점령되어 “매홀”이라는 고구려 말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고 보고있다. “홀”이라는 글자는 고구려의 여러 성에 종종 등장하는 말로, 성·고을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매”라는 글자는 물이라는 말의 고구려식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으로 추정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고구려식 지명 “매홀”도 물의 고을, 물의 성이라는 의미가 되어 현재의 지명인 수원과 거의 같은 뜻이다. P226

 

 

청동의 주원료인 구리는 철에 비해 지표면에서 훨씬 드문 재료다. 단수히 화학 원소가 얼마나 지표면에 많냐 하는 조사만 보아도, 철은 지표면의 몇 퍼센트쯤은 차지하여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에 속하지만, 구리는 0.1퍼센트는 커녕 0.01퍼센트 이하로 보는 통계가 많을 정도로 희귀한 원소다. 그렇다면 청동으로 만든 멋진 칼이 있다고 해도, 그냥 높은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 뽐내기 위한 목적의 장식품이었을 거라는 해석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P253

 

 

여수의 청동검에서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점은 그 옛날 검이 묻혔던 것을 발견해 보면, 두 조간 또는 세 조각으로 부러진 모양으로 나오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멀쩡한 검을 묻기 전에 일부러 부러뜨려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청동 거울도 깨뜨려서 묻어 놓은 것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하니, 아마도 멀쩡한 물건을 부수어서 땅에 묻는 행위에 어떤 주술적인 의미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짐작해 보자면 청동검을 주인 옆에 묻으면서 함께 저승으로 가라는 의미로, 칼 또한 저승에 보내기 위해 세 토막으로 부러뜨린 것일 수도 있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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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만약 공작새 깃털을 뽑아서 색깔별로 자른 뒤에 아주아주 고운 가루로 빻으면, 원래 색깔이 무엇이든 간에 어느 부위나 흑백에 가깝게 보일 것이다. 즉 깃털을 이루는 물질 자체는 그냥 같은 색깔을 가진 성분이다. 같은 색 깃털이지만 미세하게 서로 조금씩 다른 결로 자라서 막상 공작새의 몸에서 빛을 받으면, 각기 빛을 반사하고 통과시키는 정도가 약간씩 차이 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색을 띤다. 이런 방식으로 공작새는 몸에서 다양한 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없는데도 깃털에서 굉장히 현란한 색을 보여 줄 수 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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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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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을 해야 알 수 있는 경험담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나기 위한 생계형 노력은 끝나지 않는 노동의 연속같았다.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엄마의 빚을 모른척하지 않고 함께 책임졌다. 사랑받은 기억 없는 아버지보다 자신을 보듬어주는 법으로도 등록안된 새엄마와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또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하청. 비정규직. 근로계약서 조차 쓰지 않고 최저시급에 쉬는 시간조차 없는 일자리. 박차고 나와 생계로 또 가면 또 다른 시궁창 같은 환경. 아니면 갑질. 반복되는 취업과 퇴사로 왜 이렇게 안정을 못하고 옮겨다닐까. 생각하겠지만 글을 읽는 사람들 중 과연 열악한 현장에 몸 담고 있고 책 한권 사서 보기 힘든 현장 노동자들의 비율은 극히 낮을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현장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청년 용접공의 체험기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니 작가를 욱 하는 성격이거나 비적응자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현장의 고통이 이렇다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도 읽는 정치가(리더)가 없다면 노동환경의 개선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으므로. 

Q. 독파 미션  중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의 질문에
나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른이 되었다‘ 고 느꼈다. 스스로 노동의 댓가로 받은 첫 월급! 그 때의 경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좋으면서도 앞으로 노동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불안이 함께 했던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남아있을만큼 컸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비정규직과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서로간의 감정으로 이어지고 차별대우에 대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조금 더 현장의 소리들에 대해 귀기울이며 함께 잘 살기 위한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무관심하지 않아야겠다. 

줌토크에서 작가님은 alookso에서 근무하면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헤메고 있다는 솔직함을 전달했다. 쓴 글들을 묶어 책을 낼 계획이고 로맨스소설도 쓸 것 같았다(초원씨와의 이야기가 너무 아쉬웠으므로.. 나와 같은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일용직현장에 직접 가서 노동을 하며 일지도 써보고 싶다 하셨는데 그런 체험일지는 이제는 작가님의 고유 카테고리가 된 것 같다. 


📖 책 속 밑줄긋기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것과는 달랐다. 나름 마음의 대비는 끝마쳐놓았다. 단지 절실히 이루고자 했던 꿈이 없었을 뿐. 미래의 이틀보다 오늘 하루가 더 중요한 쾌락주의자에겐 먹고살 생각보다 게임 랭킹 올리는 일이 더 급했다. P14

어차피 관성으로 택한 미래 속에서 아옹다옹 애쓰는 모습이 어쩐지 바보같이 느껴지던 시절. 그땐 짝지가 내린 결정의 무게를 전혀 몰랐다. 그저 일찍 어른물이 들었다고 생각했을 뿐. 감정 한 톨 담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P15

평생 노라리로 살았던 아버지가 인과응보를 치르고 있단 생각도 드는 한편, 그래도 나를 낳아준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 끝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모든 사람 사이를 호오로만 판별할 수 없으며, 모호함의 경계 속에서 각자가 내린 판단으로 관계를 맺고 끊으며 살아간다는 것. P61

중소기업에서 무계획 소품종 다량 생산을 시도하면 햄릿과 리어왕, 오셀로와 맥베스가 사이좋게 저승에서 탄식할 비극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P68

심여사가 빚 독촉 당하는 상황을 수없이 보았던 난 이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막연하고 느슨한 신뢰로 이어진 세계. 밥보다 감정이 우선하는 그곳에선 돈을 은행처럼 냉철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투자 역시 전망보단 충동에 의해 일어난다. 당연하 돈 떼이는 경우도 예사. 여기서 원금이라도 주겠다는 제안은 대홍수 직전 노아의 방주에 태워주겠다는 말고 다름없었다. P99

용접면을 쓰고 땜질 시작하면 현실을 의식할 틈이 없었다. 온 신경이 용접면의 좁디좁은 유리판 너머 불꽃에 몰려 있었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오래 또 재미있게 해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때부터 용접은 생존이 아닌 유희가 되었다. P130


첫 월급 명세서를 보니 헛웃음이 났다. 더도 덜도 아닌 진짜 최저 시급. 주변 팀원 중 200만원조차 받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 다 했다. 다들 정규직 하나만 올려다보고 이 더럽고 치사한 미생의 생활을 참아 견디고 있었다. 이따금 하청에서 완생을 이룬 사람들이 와선 동기들에게 위로를 건네곤 했다. 현장에 들를 때마다 음료수를 한가득 안고 오는 그들의 얼굴에서 말 못할 부채감이 느껴졌다. P226

은주는 첫 월급 탔을 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통장에 봉급이란 명목의 숫자가 찍혔을 때의 그 쾌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은주 같은 흙수저들에겐 그 시기가 더더욱 빨리 찾아왔다. 땀흘려 번 월급의 액수는 한없이 초라했고, 일터에서 푼돈에 매몰당한 청춘이 타인에겐 낭만과 자기 성찰의 시기였다. P240

우리가 공장 바닥 전전하며 보낸 이십대는 그저 통장에 찍힌 얄팍한 숫자 따위가 대표할 수 없다. 사회에서 ‘못 배운 놈년들’로 통칭당하며 냉소와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는,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려는 온갖 압력에 저한한 결과, 삶의 형태에 고하 따윈 없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었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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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 2 :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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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Ⅰ, Ⅱ』

1권 피와 뼈의 아이들 CHILDREN of BLOOD AND BONE

2권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CHILDREN of VIRTUE AND VENGEANCE

 

흑인 소녀의 죽음과 경찰관에게 무고하게 희생된 흑인을 본 후 쓴 소설로 판타지소설이지만 현실의 인종과 계급 차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마법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부족간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지금 세계가 분열되고 있는 것을 비추는 듯 하다. 

『오리샤의 후예』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작가 토미 아데예미는 미국 타임지에서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나이지리아계 미국으로 주목해 볼 만하다. 

@tomi_adeyemi @tadeyemibooks

책은 제일리, 아마리, 이난 세 명의 시선으로 진행되는데 드라마 대본을 보는 것처럼 각자의 생각들이 더해져 흥미가 높았다. 

‘제일리’는 마법을 쓰는 마자이로 이바단에서 나고 일로린에 산다.

‘이난’은 오리샤의 왕세자로 사란 왕의 후계자, 아마리의 오빠이며 마자이이다.

‘아마리’는 오리샤의 공주로 이난의 동생이며, 티탄이며, 네한다 왕비의 딸이다.

‘제인’은 제일리의 오빠로 코시단이다. 

가족이고 형제인데 마법을 쓸 수 있는 피는 다르다. 마법을 쓸 수 있는 자에 따라 마자이, 티탄 등으로 나뉜다.

거대한 사자너와 신성한 의식은 환상의 요소이지만 이 책에 묘사된 모든 고통과 두려움, 슬픔, 상실은 현실의 이야기다. ‘제일리’가 흑인을 대표하는 인물이겠지만 자신의 영토을 빼앗기고 외곽으로 쫓겨난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족’이 연상됐다. 

제일리는 의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보그보 와 니 오모 레 니누 에제 아티 에군군.”

‘우리는 모두 피와 뼈의 아이들이다.’라는 뜻이다. 

제일리와 아마리처럼 우리도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이제 일어나야 할 때다. 


1권에서는 주인공들이 백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신성한 섬의 마법을 되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데 마자이의 마법을 증폭시켜주는 찬돔블레로 성물들을 찾아간다. 이난은 사란왕 아버지를 만나면 오리샤를 위해 마법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을 모두 마귀로 몰아 죽게 해야한다고 설득당하고, 제일리를 만나면 마자이의 마법으로 새로운 오리샤를 만들자고 달콤한 상상을 하는 일들이 반복된다.(이난때문에 고구마 100개먹은듯했다.)

마법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마자이를 죽게만든 아버지 사란 왕을 떠나 오리샤의 공주 ‘아마리’와 마자이 후손이자 마법을 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오리샤를 복수의 대상으로 보는 ‘제일리’는 잃어버린 마법을 되찾으러 함께하는데 시작이 흥미롭다. 캐릭터와 배경은 아바타를 연상케 했고, 서로의 영역을 마법으로 차지하려고 하는 고대 부족간의 이기고 지는 끊임없는 전쟁과 살아남은 후손들의 이야기는 아스달연대기가 떠올랐다.

2권에서는 마법을 찾은 이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피의 드러나지 않은 힘을 찾으려는 욕망이 가득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목숨과 삶을 짓밟은 댓가는 치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뺏고 뺏기는 권력인 마법은 판타지이니까 가능하겠지만 마법을 써서라도 흑인들의 잃어버린 자신들의 삶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녹아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위카(lyika)라는 마자이 무리는 마법을 되찾자 혁명을 일으켜 라고스로 몰려간 후 궁전까지 습격하고 귀족들을 암살한다. 오리샤 군대는 이위카 때문에 마자이를 무자비하게 사냥하고 마을을 통째로 밀어 버리는 등 전쟁을 선포한다.

아마리. 제일리. 제인. 마자이 vs 왕비와 티탄. 이난

전면전이다. 식량을 빼앗고 마법으로 서로 다치고 죽이며 치료술사들이 없었다면 모두가 죽을 장면들이다. 판타지에서도 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건 현실과도 똑같다. 

이난의 고구마같은 답답함은 2권에서도 꿈속에서도 이어진다. 

아버지가 오리샤를 지켜야한다는 의무를 왕세자인 이난은 지켜야하고, 자신의 안에서 느껴지는 마법이 나타나기 전에 제일리를 없애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꿈에서 만난 제일리에게는 오리샤보다 함께 하고싶다는 감정이 나타난다. 이난은 마법으로 제일리와 연결되어 만나는 것일까 아니면 이난의 내면에서 마법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마자이기 때문에 둘이 함께 할 것이라는 암시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난이 그리워하는 제일리의 바닷소금 냄새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오리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법주문을 말하지 않아도 마법을 부리는 티탄이 된 어머니 때문에 또 묶여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희생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냉혹한 현실과 닮아있다.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의지는 남은 종족과 후손에게 만큼은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3부작인 오리샤의 후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가운데 누가 오리샤를 차지할 것인지. 제일리, 이난, 아마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끝.


1권. 오리샤의 후예Ⅰ <피와 뼈의 아이들 > 책 속에서

소리 내어 말하고 싶지만 마마 아그바를 존중해 꾹 참는다. 대습격을 겪은 어른들은 모두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마치 신들이 우리를 벌하기 위해 마법을 빼앗은 것처럼. 혹은 그저 신들의 마음이 변한 것처럼.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사슬에 묶인 이바단의 마자이들을 본 순간 나는 알았다. 

신들이 우리의 마법과 함께 죽었다는 것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P31

엄마는 이 새하얀 머리카락이 하늘과 땅의 힘을 상징한다고 말하곤 했다. 새하얀 머리카락엔 아름다움과 미덕, 사랑이 담겨 있다고. 우리 마법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혈통은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P46

“두려운 거 안다. 하지만 너희들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 하고많은 날 중에 넌 하필 오늘 라고스에 물건을 팔러 갔잖니. 그 시장이 있던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공주는 하필 제일리를 택했고.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오랜 세월 끝에 이제야 우리에게 다시 재능을 내려 주시는 거란다. 신들이 마자이의 운명을 갖고 도박하진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너희 자신을 믿어야 해.” 

P127

내 가슴에 피가 흩뿌려진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상인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의 뒷목에 카에아의 수리검이 꽂혀 있다. 

상임은 몸서리치며 숨을 내쉰 뒤 조용히 피를 흘린다. 카에아는 나를 보며 허리를 굽혀 칼을 빼낸다. 흡사 정원에서 예쁜 장미 한 송이를 꺾듯. 

“방해하는 사람들을 그냥 둬선 안 돼요. 이난.“ 카에아는 그 송장을 넘은 뒤 칼날을 닦으며 말을 잇는다.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P197

“느껴져.” 나는 괴로운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며 말을 잇는다. 

“저들의 죽음이 하나하나 다 느껴져.”

탈출할 수 없는 감옥 같다. 

포탄들의 폭발음이 벽을 뒤흔든다. 또 다른 배가 침몰하며 부서진 목재들이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피와 시체들이 비처럼 물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목숨이 붙은 부상자들은 익사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P263

나는 왕좌를 나의 신앙으로 택했다. 아버지가, 오리샤가 나의 신앙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 신들을 보고 있으려니 말문이 막힌다. 

그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바다와 숲,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오리샤의 세상에 나는 넋을 잃는다. 겹겹의 물감 속에 묘한 환희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빛이 오리샤룰 채우고 있다. 

그 벽화를 보면서 나는 진실을 깨닫는다. 아버지가 알현실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었다. 신들은 실재한다. 살아 있다. 마자이들의 삶을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이라 해도 그들의 삶이 나와 연결된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P269

“사원 구경은 재미있게 잘 하셨나, 귀하신 왕자님? 왕이 파괴한 것들을 보니까 기분이 어땠어? 자랑스러웠어? 영감을 받았나? 똑같은 짓을 할 생각에 가슴이 뛰었어?”

P284 이난의 꿈에서 제일리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 

“나한텐 그런 게 필요했어. 너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고. 빈타가 죽은 뒤로 나를 그저 멍청한 공주님으로 대하지 않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거든. 넌 모르겠지만 넌 내게 사자너라는 별명이 붙여지시 전부터 내가 사자너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줬어. ”

P607 아마리가 제일리에게

2권. 오리샤의 후예 Ⅱ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 책 속에서

평화를 찾아 바다 건너 외국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녹슨 갑판 아래로 비집고 들어간다. 퀭한 얼굴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내가 나의 상처를 보듬는 사이, 이 왕국은 여전히 아버지가 남긴 흉터로 고통받고 있다.

더 이상 숨어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오리샤의 왕위에 올라야 한다. 평화의 시대를 열 사람은 나뿐이다. 나는 아버지가 망가뜨린 것들을 고칠 수 있는 여왕이다. 

P21 권력에 욕심이 있었던 아마리

“네 아버지는 좋은 남자는 아니었어. 하지만 훌륭한 왕이었지. 무슨 수를 써서든 왕좌를 지키려 했으니까. 너도 아버지의 후계자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

어머니는 내 어깨를 잡고 나를 거울 쪽으로 돌려세운다. 어머니의 얼굴이 옆에 있으니 나를 보는 거울 속의 사내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저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그럴 수 없어요.”

“아버지처럼 되지 마라, 이난.” 어머니는 내 팔을 잡으며 덧붙인다.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되렴.”

P124

식량 절반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라이파가 병사들에게 붙잡힌 채 몸부림치며 소리친다. 오조레가 다가가지만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친다.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어! 라고스 전체가 불타 버릴 거야. 죽음의 전사가 오고 있어…….”

오조레의 칼부림에 소녀의 외침이 잠잠해지자 나는 움찔한다.

‘죽음의 전사가 오고 있다.’ 

P173 실패한 평화의 꿈. 이단

“원로가 되려면 마법은 힘이나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해. 마법은 우리의 일부야. 말 그대로 우리 핏속에 흐르는 거야. 마자이들은 마법으로 인해 고통받고 심지어 죽기도 했어. 마법은 그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네가 마법을 되찾는 일을 돕긴 했지만 너 같은 티탄들이 마법으로 공격하는 탓에 우리는 여전히 쫓겨 다니며 목숨을 잃고 있어.”

아마리는 눈물을 닦고 내 말을 새기며 고개를 끄덕인다. 

“원로들과 마음술사들에게 사과할 방법을 찾아볼게.”

P227

오조레가 설명을 이어간다.

“공주의 주요 동맹은 제일리 아데볼라라는 마자이입니다. 이바단에서 나고 일로린에서 자랐지요. 마법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전국 마자이들 사이에서 죽음의 전사로 통합니다.”

나는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마치 제일 리가 멀리서 사나운 은빛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한참 바라보자 목에 그 애의 덩굴이 감겨 있는 듯하다. 귀에는 그 애의 입술이 느껴진다. 

P241 작전을 펼치는 이난. 

저 산에는 수십 명의 병사들이 있다. 그 가운데 이난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야, 제게 힘을 주세요.’ 나는 조용히 기도를 읊조린 뒤 나일라의 빳빳한 새 고삐를 단단히 움켜쥔다. 이난의 목을 조르던 기분을 떠올려 보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사원이 가까워지면서 지난날이 떠오른다. 이난이 도망치는 나를 뒤쫓던 나날들, 우리가 연결된 탓에 마치 여름철 비가 내리기 전 후텁지근한 기운이 감돌 듯 그의 존재가 묵직하게 느껴지곤 했다. 

P251. 다시 찬돔블레로 가는 원로가 된 제일리가 나일라를 타면서 이난을 생각한다.(생각만 하지 말고 만나라고!!)

센터를 만들려면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던 마마 아그바의 설명을 떠올리자 목이 타들어 간다. 모두가 함께하려면 월장석의 마법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켜야 한다. 

P526

우리는 신들의 힘을 가졌다.

나의 심장이 뛸 때마다 그 힘이 느껴진다. 혀끝에서 온갖 주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저들을 공격할 것이다. 

P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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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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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 1 : 피와 뼈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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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Ⅰ, Ⅱ』

1권 피와 뼈의 아이들 CHILDREN of BLOOD AND BONE

2권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CHILDREN of VIRTUE AND VENGEANCE

 

흑인 소녀의 죽음과 경찰관에게 무고하게 희생된 흑인을 본 후 쓴 소설로 판타지소설이지만 현실의 인종과 계급 차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마법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부족간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지금 세계가 분열되고 있는 것을 비추는 듯 하다. 

『오리샤의 후예』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작가 토미 아데예미는 미국 타임지에서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나이지리아계 미국으로 주목해 볼 만하다. 

@tomi_adeyemi @tadeyemibooks

책은 제일리, 아마리, 이난 세 명의 시선으로 진행되는데 드라마 대본을 보는 것처럼 각자의 생각들이 더해져 흥미가 높았다. 

‘제일리’는 마법을 쓰는 마자이로 이바단에서 나고 일로린에 산다.

‘이난’은 오리샤의 왕세자로 사란 왕의 후계자, 아마리의 오빠이며 마자이이다.

‘아마리’는 오리샤의 공주로 이난의 동생이며, 티탄이며, 네한다 왕비의 딸이다.

‘제인’은 제일리의 오빠로 코시단이다. 

가족이고 형제인데 마법을 쓸 수 있는 피는 다르다. 마법을 쓸 수 있는 자에 따라 마자이, 티탄 등으로 나뉜다.

거대한 사자너와 신성한 의식은 환상의 요소이지만 이 책에 묘사된 모든 고통과 두려움, 슬픔, 상실은 현실의 이야기다. ‘제일리’가 흑인을 대표하는 인물이겠지만 자신의 영토을 빼앗기고 외곽으로 쫓겨난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족’이 연상됐다. 

제일리는 의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보그보 와 니 오모 레 니누 에제 아티 에군군.”

‘우리는 모두 피와 뼈의 아이들이다.’라는 뜻이다. 

제일리와 아마리처럼 우리도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이제 일어나야 할 때다. 


1권에서는 주인공들이 백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신성한 섬의 마법을 되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데 마자이의 마법을 증폭시켜주는 찬돔블레로 성물들을 찾아간다. 이난은 사란왕 아버지를 만나면 오리샤를 위해 마법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을 모두 마귀로 몰아 죽게 해야한다고 설득당하고, 제일리를 만나면 마자이의 마법으로 새로운 오리샤를 만들자고 달콤한 상상을 하는 일들이 반복된다.(이난때문에 고구마 100개먹은듯했다.)

마법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마자이를 죽게만든 아버지 사란 왕을 떠나 오리샤의 공주 ‘아마리’와 마자이 후손이자 마법을 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오리샤를 복수의 대상으로 보는 ‘제일리’는 잃어버린 마법을 되찾으러 함께하는데 시작이 흥미롭다. 캐릭터와 배경은 아바타를 연상케 했고, 서로의 영역을 마법으로 차지하려고 하는 고대 부족간의 이기고 지는 끊임없는 전쟁과 살아남은 후손들의 이야기는 아스달연대기가 떠올랐다.

2권에서는 마법을 찾은 이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피의 드러나지 않은 힘을 찾으려는 욕망이 가득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목숨과 삶을 짓밟은 댓가는 치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뺏고 뺏기는 권력인 마법은 판타지이니까 가능하겠지만 마법을 써서라도 흑인들의 잃어버린 자신들의 삶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녹아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위카(lyika)라는 마자이 무리는 마법을 되찾자 혁명을 일으켜 라고스로 몰려간 후 궁전까지 습격하고 귀족들을 암살한다. 오리샤 군대는 이위카 때문에 마자이를 무자비하게 사냥하고 마을을 통째로 밀어 버리는 등 전쟁을 선포한다.

아마리. 제일리. 제인. 마자이 vs 왕비와 티탄. 이난

전면전이다. 식량을 빼앗고 마법으로 서로 다치고 죽이며 치료술사들이 없었다면 모두가 죽을 장면들이다. 판타지에서도 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건 현실과도 똑같다. 

이난의 고구마같은 답답함은 2권에서도 꿈속에서도 이어진다. 

아버지가 오리샤를 지켜야한다는 의무를 왕세자인 이난은 지켜야하고, 자신의 안에서 느껴지는 마법이 나타나기 전에 제일리를 없애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꿈에서 만난 제일리에게는 오리샤보다 함께 하고싶다는 감정이 나타난다. 이난은 마법으로 제일리와 연결되어 만나는 것일까 아니면 이난의 내면에서 마법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마자이기 때문에 둘이 함께 할 것이라는 암시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난이 그리워하는 제일리의 바닷소금 냄새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오리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법주문을 말하지 않아도 마법을 부리는 티탄이 된 어머니 때문에 또 묶여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희생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냉혹한 현실과 닮아있다.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의지는 남은 종족과 후손에게 만큼은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3부작인 오리샤의 후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가운데 누가 오리샤를 차지할 것인지. 제일리, 이난, 아마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끝.


1권. 오리샤의 후예Ⅰ <피와 뼈의 아이들 > 책 속에서

소리 내어 말하고 싶지만 마마 아그바를 존중해 꾹 참는다. 대습격을 겪은 어른들은 모두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마치 신들이 우리를 벌하기 위해 마법을 빼앗은 것처럼. 혹은 그저 신들의 마음이 변한 것처럼.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사슬에 묶인 이바단의 마자이들을 본 순간 나는 알았다. 

신들이 우리의 마법과 함께 죽었다는 것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P31

엄마는 이 새하얀 머리카락이 하늘과 땅의 힘을 상징한다고 말하곤 했다. 새하얀 머리카락엔 아름다움과 미덕, 사랑이 담겨 있다고. 우리 마법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혈통은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P46

“두려운 거 안다. 하지만 너희들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 하고많은 날 중에 넌 하필 오늘 라고스에 물건을 팔러 갔잖니. 그 시장이 있던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공주는 하필 제일리를 택했고.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오랜 세월 끝에 이제야 우리에게 다시 재능을 내려 주시는 거란다. 신들이 마자이의 운명을 갖고 도박하진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너희 자신을 믿어야 해.” 

P127

내 가슴에 피가 흩뿌려진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상인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의 뒷목에 카에아의 수리검이 꽂혀 있다. 

상임은 몸서리치며 숨을 내쉰 뒤 조용히 피를 흘린다. 카에아는 나를 보며 허리를 굽혀 칼을 빼낸다. 흡사 정원에서 예쁜 장미 한 송이를 꺾듯. 

“방해하는 사람들을 그냥 둬선 안 돼요. 이난.“ 카에아는 그 송장을 넘은 뒤 칼날을 닦으며 말을 잇는다.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P197

“느껴져.” 나는 괴로운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며 말을 잇는다. 

“저들의 죽음이 하나하나 다 느껴져.”

탈출할 수 없는 감옥 같다. 

포탄들의 폭발음이 벽을 뒤흔든다. 또 다른 배가 침몰하며 부서진 목재들이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피와 시체들이 비처럼 물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목숨이 붙은 부상자들은 익사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P263

나는 왕좌를 나의 신앙으로 택했다. 아버지가, 오리샤가 나의 신앙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 신들을 보고 있으려니 말문이 막힌다. 

그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바다와 숲,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오리샤의 세상에 나는 넋을 잃는다. 겹겹의 물감 속에 묘한 환희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빛이 오리샤룰 채우고 있다. 

그 벽화를 보면서 나는 진실을 깨닫는다. 아버지가 알현실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었다. 신들은 실재한다. 살아 있다. 마자이들의 삶을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이라 해도 그들의 삶이 나와 연결된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P269

“사원 구경은 재미있게 잘 하셨나, 귀하신 왕자님? 왕이 파괴한 것들을 보니까 기분이 어땠어? 자랑스러웠어? 영감을 받았나? 똑같은 짓을 할 생각에 가슴이 뛰었어?”

P284 이난의 꿈에서 제일리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 

“나한텐 그런 게 필요했어. 너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고. 빈타가 죽은 뒤로 나를 그저 멍청한 공주님으로 대하지 않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거든. 넌 모르겠지만 넌 내게 사자너라는 별명이 붙여지시 전부터 내가 사자너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줬어. ”

P607 아마리가 제일리에게

2권. 오리샤의 후예 Ⅱ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 책 속에서

평화를 찾아 바다 건너 외국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녹슨 갑판 아래로 비집고 들어간다. 퀭한 얼굴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내가 나의 상처를 보듬는 사이, 이 왕국은 여전히 아버지가 남긴 흉터로 고통받고 있다.

더 이상 숨어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오리샤의 왕위에 올라야 한다. 평화의 시대를 열 사람은 나뿐이다. 나는 아버지가 망가뜨린 것들을 고칠 수 있는 여왕이다. 

P21 권력에 욕심이 있었던 아마리

“네 아버지는 좋은 남자는 아니었어. 하지만 훌륭한 왕이었지. 무슨 수를 써서든 왕좌를 지키려 했으니까. 너도 아버지의 후계자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

어머니는 내 어깨를 잡고 나를 거울 쪽으로 돌려세운다. 어머니의 얼굴이 옆에 있으니 나를 보는 거울 속의 사내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저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그럴 수 없어요.”

“아버지처럼 되지 마라, 이난.” 어머니는 내 팔을 잡으며 덧붙인다.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되렴.”

P124

식량 절반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라이파가 병사들에게 붙잡힌 채 몸부림치며 소리친다. 오조레가 다가가지만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친다.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어! 라고스 전체가 불타 버릴 거야. 죽음의 전사가 오고 있어…….”

오조레의 칼부림에 소녀의 외침이 잠잠해지자 나는 움찔한다.

‘죽음의 전사가 오고 있다.’ 

P173 실패한 평화의 꿈. 이단

“원로가 되려면 마법은 힘이나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해. 마법은 우리의 일부야. 말 그대로 우리 핏속에 흐르는 거야. 마자이들은 마법으로 인해 고통받고 심지어 죽기도 했어. 마법은 그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네가 마법을 되찾는 일을 돕긴 했지만 너 같은 티탄들이 마법으로 공격하는 탓에 우리는 여전히 쫓겨 다니며 목숨을 잃고 있어.”

아마리는 눈물을 닦고 내 말을 새기며 고개를 끄덕인다. 

“원로들과 마음술사들에게 사과할 방법을 찾아볼게.”

P227

오조레가 설명을 이어간다.

“공주의 주요 동맹은 제일리 아데볼라라는 마자이입니다. 이바단에서 나고 일로린에서 자랐지요. 마법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전국 마자이들 사이에서 죽음의 전사로 통합니다.”

나는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마치 제일 리가 멀리서 사나운 은빛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한참 바라보자 목에 그 애의 덩굴이 감겨 있는 듯하다. 귀에는 그 애의 입술이 느껴진다. 

P241 작전을 펼치는 이난. 

저 산에는 수십 명의 병사들이 있다. 그 가운데 이난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야, 제게 힘을 주세요.’ 나는 조용히 기도를 읊조린 뒤 나일라의 빳빳한 새 고삐를 단단히 움켜쥔다. 이난의 목을 조르던 기분을 떠올려 보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사원이 가까워지면서 지난날이 떠오른다. 이난이 도망치는 나를 뒤쫓던 나날들, 우리가 연결된 탓에 마치 여름철 비가 내리기 전 후텁지근한 기운이 감돌 듯 그의 존재가 묵직하게 느껴지곤 했다. 

P251. 다시 찬돔블레로 가는 원로가 된 제일리가 나일라를 타면서 이난을 생각한다.(생각만 하지 말고 만나라고!!)

센터를 만들려면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던 마마 아그바의 설명을 떠올리자 목이 타들어 간다. 모두가 함께하려면 월장석의 마법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켜야 한다. 

P526

우리는 신들의 힘을 가졌다.

나의 심장이 뛸 때마다 그 힘이 느껴진다. 혀끝에서 온갖 주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저들을 공격할 것이다. 

P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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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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