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으뜸
김빵 지음 / 다향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일의 으뜸』


김빵 장편소설

다향 출판




선재업고튀어 드라마 주인공 류선재로 떠들썩할 때 나도 그 떠들썩에 함께 했다.

현실에 마치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순애보같은 남자주인공의 모습에 홀린듯 빠져있었기 때문인지 <내일의 으뜸> 소설 류선재를 떠올리면 소설은 진짜 나를 애간장태우게 만들었다.


과거 학창시절의 풋풋했던 모습.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돌아간다면 상상하며 인물들을 바라보는 대리만족. 나도 타임슬립하면 후회했던 순간을 다시 바꿀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과 아직은 선재를 보내기 아쉬운 마음도 컸고 드라마와 어떻게 다를지 <내일의 으뜸> 소설의 선재와 솔이 이야기도 궁금했다. 


‘이클립스’가 소설에서는 아이돌 그룹 ‘감자전’ 이다. 조금 촌스럽지만 그것마저 매력적인ㅎㅎ 

감자전 멤버 류선재의 팬인 솔이. 류선재가 약물중독 사망하자 6년전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려고 한다. 6년전 고등학교 솔이는 너무 재미있다. (소설치고도 너무 우연이 많은 설정이지만 온전히 설렘만 가득하면 되는 소설이니까^^) 선재를 만나기 위해 선재가 다니는 자감고 체육복을 중고로 사러 나가고, 그 판매자는 선재. 솔이가 분식집에서 음식 값이 없어 선재에게 체육복 환불해달라며 불러낸다는 것. 억지같지만 또 상황이 웃음짓고 보게 만든다. 


바뀐 미래애서 만난 선재. 기억 못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다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의 솔이와 기억이 없는 과거 열아홉의 솔이는 다른 솔이였을 뿐. 모른척했던 솔이가 못내 미웠나보다 선재는. 프로환불러김춘백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여태 갖고 있고 숨어서 바라보기만 하는 모습에 짠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찌르르르 해서 수없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다가도 눈시울을 붉히다가 미소도 짓기도 하게 만든. 6월 시작하는 여름에 읽어서인지 더 청춘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소설!


🔖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면서 노래를 들으니 당시의 나를 불러오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P71


🔖

펜을 들고 달력 앞에 섰다. 오늘 날짜에 빗금을 쳤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실제 이맘때의 나는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우울했는데, 다른 기분으로 과거를 사는 게 그저 신기했다. P128


🔖 

이렇게 노을이 쏟아지는 교실 안에서, 해가 저문 길에서, 불을 끈 방 안에서 이 음악들은 임솔과 함께 어떤 시간을,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그 시간 속의 임솔을 떠올리다 보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녀가 받았을 위로가, 아니면 어떤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P176


🔖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어 버린 내 앞으로 선재가 성큼 다가왔다. 

“너도 하루 종일 내 생각 해?”

“……”

가슴이 뛰다 못해 터질 것 같다. 모든 사고가 정지한 것처럼 멍했다. P216


🔖

"·····무슨 기대를 했는데?"

선재가 말없이 눈을 맞췄다. 표정 없이 나를 보더니 잡힌 팔을 빼냈따. 그 얼굴이 어쩐지 조금 슬퍼 보인다.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너를 기다렸어."

P289


🔖

그 시절의 너는, 너였어.

기쁜 것도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떤 절망이 차올랐다. 기다림이 무색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너를 다시 만나는 날만 기다렸는데, 넌 대체 어떤 마음이었기에 나를 알면서도 등을 돌렸을까. P293 


#선재업고튀어 #내일의으뜸 #선재업고튀어원작 #가지마선재야 #연예소설 #소설 #타임슬립소설 #김빵 #장편소설 #다향 #드라마원작 #서평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면서 노래를 들으니 당시의 나를 불러오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P71

펜을 들고 달력 앞에 섰다. 오늘 날짜에 빗금을 쳤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실제 이맘때의 나는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우울했는데, 다른 기분으로 과거를 사는 게 그저 신기했다. - P128

이렇게 노을이 쏟아지는 교실 안에서, 해가 저문 길에서, 불을 끈 방 안에서 이 음악들은 임솔과 함께 어떤 시간을,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그 시간 속의 임솔을 떠올리다 보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녀가 받았을 위로가, 아니면 어떤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 P176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어 버린 내 앞으로 선재가 성큼 다가왔다.

"너도 하루 종일 내 생각 해?"

"……"

가슴이 뛰다 못해 터질 것 같다. 모든 사고가 정지한 것처럼 멍했다. - P216

"·····무슨 기대를 했는데?"

선재가 말없이 눈을 맞췄다. 표정 없이 나를 보더니 잡힌 팔을 빼냈따. 그 얼굴이 어쩐지 조금 슬퍼 보인다.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너를 기다렸어." - P289

그 시절의 너는, 너였어.

기쁜 것도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떤 절망이 차올랐다. 기다림이 무색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너를 다시 만나는 날만 기다렸는데, 넌 대체 어떤 마음이었기에 나를 알면서도 등을 돌렸을까. - P2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시의적절 5
오은 지음 / 난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동 전후의 변화가 분명한 일도 있으나 일의 성과를 자기 자신만 알아치릴 수 있는 때도 있다. 글쓰기 작업이 지난 持難하고 지난 至難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을 질질 끌며 미루는 일이 많으니 지극히 어려워지는 것이다.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단편집

안전가옥 쇼-트 02


*책을 펼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의 소설




📕 <초대>


먹기 싫다는 회를 억지로 먹어보라며 아빠 엄마 이모 이모부는 채원에게 회를 먹였다. 싫은데 제대로 씹을 수는 있나. 꿀꺽 삼킨 탓인지 가시가 걸린 듯해서 병원에도 갔지만 가시는 찾을 수 없다. 대학에서 정현을 만났지만 눈치보며 그의 스타일로 맞춰지는 나를 깨닫게 된다. 정현에게 헤어짐을 마음 먹은 때 연락하던 태주르는 사람은 채원의 강의에도 찾아오고 채원은 검색끝에 리버뷰 리조트라는 외딴 장소에 초대받듯 찾아간다. 거기서 만난 태주는 채원의 가시를 빼준다. 


채원은 지금껏 모두가 아니라했던 가시의 존재를 알아봐 준 태주를 위한 일을 해준 걸까 아니면 정현을 향한 미움때문이었나.  가시 같은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를 눈으로 빼버리면 후련은 할지 그 이후가 궁금한 이야기. 


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P7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망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P17


이 상황이 아주 기이하게 느껴졌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잘못 들었는데, 어떻게 돌아갈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P19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P38




📗 <습지의 사랑>


물귀신은 자신의 억울함과 외로움으로 사람들에게 장난치고, 그마저 지겨워져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을 감당하던 그때. 숲의 귀신 이영을 만난다. 귀신들의 만남이 이토록 설레는 일이었던가^^ 사람들의 개발로 인해 하천과 숲이 사라지고 산사태로 마을이 사라져도. 그럼에도 둘의 사랑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P44


물은 죽은 것들과 함께 한가로이 흔들렸다. P45




📘 <칵테일, 러브, 좀비>


술을 좋아하고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아빠는 국밥집의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되었다. 그런 아빠를 두고 엄마와 주연은 당장의 생활비 걱정을한다. 그동안의 아빠가 해온 행실(?)들로 걱정보다 말을 잃은 좀비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생각한다.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아빠. 한심할 만큼 답답했던 엄마. 부모 아래 적당히 생활하던 나. 모든 증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애정이었지만 애정보다 증오를 덮는 가식으로 살아가는 건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면서  이해하고 또 이해하며 참고 피해보며 살아야하는게 맞는 것일까. 나는 왠지 좀비가 된 아빠가 그렇게 된 것도 최선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안 되겠어. 묶어 둬야 해. 어쨌든 저건 우리가 알던 아빠가 아니잖아, 엄마.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몰라. 좀비에게 물리면 대부분 좀비가 된다고. 엄마도 <월드 워Z> 봤지?"

"······."

P82


저렇게 작은 애들도 진화라는 걸 하는데, 살아 보려고 변하는데. 우리는 왜 지금껏 그대로였을까. P87


적당한 가식이 세상을 유지시킨다는 걸 안다. P89




📙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시작부터 강렬하다. 

손이 초록병으로 보일정도였던 아버지는 사과를 못깎는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죽이고, 그 과도로 아버지를 죽이고, 피도 섞이기 싫은 나는 새로운 칼로 스스로 죽는다. 어린 시절 다정했던 아버지는 어디로 간걸까. 사업이 망했다고 손찌검을 휘두르는 아버지 이전으로 모두 망쳐버린 이 상황을 되돌리고 싶다. 

또 다른 인물. 나만 알고 느끼는 스토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알아준 찬석. 그는 스토커 칼에 찔린다. 다시 돌아가 그를 살리고 싶다. 


두 인물은 타임슬립. 달콤한 속삭임에 과거로 돌아가면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현재의 나만 돌아간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계속 과거로 돌아와 결국은 시간의 궤도에 갇힌듯 후회와 생각에 무한반복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돌아간다고 해도 정말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벌어질 일은 벌어지는 걸까. 그리고 과거에서의 노력으로 바꾼다고 미래가 행복할까.


동기나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일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날이 오늘이었던 것뿐.  P114


항상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고 그 스트레스는 안에서 곪아 갔다. 밤길을 걸을 때면 늘 실체를 알 수 없는 발소리와 시선에 떨었다. 다음 날에도 역시 내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무관심은 또 하나의 공포였다. P117


나는 절망에 몸부림쳤다. 나의 선택을 후회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한 적이 있던가. 내 모든 선택은 후회의 연속이었고 이번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P148


#칵테일러브좀비 #조예은 #단편집 #소설 #미스터리소설 #호러 #안전가옥쇼트 #추천도서 #페이지터너 #책스타그램 #서평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망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초대 - P17

이 상황이 아주 기이하게 느껴졌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잘못 들었는데, 어떻게 돌아갈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초대 - P19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습지의사랑 - P44

"안 되겠어. 묶어 둬야 해. 어쨌든 저건 우리가 알던 아빠가 아니잖아, 엄마.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몰라. 좀비에게 물리면 대부분 좀비가 된다고. 엄마도 <월드 워Z> 봤지?"

"······." -칵테일,러브,좀비 - P82

동기나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일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날이 오늘이었던 것뿐.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P114

항상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고 그 스트레스는 안에서 곪아 갔다. 밤길을 걸을 때면 늘 실체를 알 수 없는 발소리와 시선에 떨었다. 다음 날에도 역시 내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무관심은 또 하나의 공포였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P117

나는 절망에 몸부림쳤다. 나의 선택을 후회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한 적이 있던가. 내 모든 선택은 후회의 연속이었고 이번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P1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걀은 닭의 미래 - 양안다의 4월 시의적절 4
양안다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걀은 닭의 미래』


양안다의 4월

시의적절 시리즈

난다 출판


시의적절 4번째 시리즈. 

시인 양안다가 매일매일 그러모은 4월의, 4월에 의한, 4월을 위한 읽을거리!

작가는 읽는 사람에게 웃음을 짓게 하는 문장, 따뜻함을 전해주는 문장, 깊이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깊이가 느껴지는 문장, 그런 것을 쓰고 싶다고 했다. 


🔖 

기대하고 기대했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기. 혼자 웃다가 혼자 울다가 나오기. 봄에는 봄노래를 들어야지. 질리지 않는 노랫말을 따라 불러야지. 좋아하는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하기. 볕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조금 졸아야지. 버스를 타고 먼 곳으로 가보기. 마음에 드는 정류장에서 내리기. 

- 4월 1일 단상. 거짓말하기 좋은 날 P12


🔖 

당신은 식물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빛이라고 말했다

무성한 잎과 가지 사이를 걸으면 빛이 구부러진다고


유리에 번지면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당신이 말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아름다운 법인가요?"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빛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대요 수학자들은 빛의 무게를 계산하고 화가들이 빛의 모습을 그리려는 동안 종교인들이 빛을 찬양하였지요


나는 마음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빛이 나를 통과하고 있나요?

투명하게 웃는 법을 익히고 싶었어요.

-4월 4일 시.  <전염과 반투명>p26


📝 언젠가 그늘이 빛을 덮듯 이별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것은 빛이어야 하는 것일지. 빛이 통과한 투명했던 마음이 그늘져도 아주 깜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시.




🔖

정원에 서서 퇴원하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친구이겠으나 우리는 그에게 무엇이라고 이렇게 소매를 적시고 있나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요, 누군가가 귓속말을 속삭이고 사라진다 꽃줄기를 씹어 먹던 중환자들이 동시에 우릴 쳐다보는데


탈출한 사람보다 가라앉은 사람이 더 많다는 소식을 들은 그 계절, 초행길이라며 방향을 묻는 아이의 슬픔에 개입했다가, 그 누구도 미래 날씨를 예측할 수 없어요, 말해주었다 그것이 우리 지옥의 수기였다.  

--<악어> 중에서P93


📝세월호 이야기. 많은 시인이 추모 시를 쓰고 발표했지만 작가님은 단 한번도 추모 시를 쓰지 못했고 죄책감으로 남아있었다고. 그리고 꿈 속 바다에서 기어오는 악어를 보며 무척 반가웠다고. 


🔖 

너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멀게 만들까봐 두려웠다. 너의 소란이 나에게 다른 마음을 심을까봐 두려웠다. 이런 마음을 너에게 고백한 적이 있다. 너는 우리가 같음 마음을 꿈꾼다고 말했다. 너는 소리지르고 내 이름을 부르면 달려가고······나를 혼란 속에 버려두면서.

-개나리와 폭포 P105


📝과거 수많은 개나리 사이의 폭포를 발견한 너였기에, 꿈에서 개나리를 꺾어 너에게 주지만 나는 어둠속에서 폭포소리만 들을뿐. 



4월이라는 달이 시인에게 가슴아픈 달은 아니었을지. 전체적으로 시인은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글을 쓸 때마다 자꾸 생각나는 것 같았다. 4월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게 힘들었을지 찡했을지 좋았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시가 좋았고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 자신이 읽고 싶은 시를 쓸 것이라 했는데, 자신과 비슷한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어떤가.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닭이 될 수 있을지도 ^^


#달걀은닭의미래 #양안다 #4월 #시의적절 #난다 #읽을거리 #독서 #시집 #에세이 #서평

기대하고 기대했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기. 혼자 웃다가 혼자 울다가 나오기. 봄에는 봄노래를 들어야지. 질리지 않는 노랫말을 따라 불러야지. 좋아하는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하기. 볕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조금 졸아야지. 버스를 타고 먼 곳으로 가보기. 마음에 드는 정류장에서 내리기.

- 4월 1일 단상. 거짓말하기 좋은 날 P12 - P12

당신은 식물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빛이라고 말했다

무성한 잎과 가지 사이를 걸으면 빛이 구부러진다고



유리에 번지면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당신이 말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아름다운 법인가요?"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빛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대요 수학자들은 빛의 무게를 계산하고 화가들이 빛의 모습을 그리려는 동안 종교인들이 빛을 찬양하였지요



나는 마음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빛이 나를 통과하고 있나요?

투명하게 웃는 법을 익히고 싶었어요.

-4월 4일 시. <전염과 반투명>p26 - P26

정원에 서서 퇴원하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친구이겠으나 우리는 그에게 무엇이라고 이렇게 소매를 적시고 있나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요, 누군가가 귓속말을 속삭이고 사라진다 꽃줄기를 씹어 먹던 중환자들이 동시에 우릴 쳐다보는데



탈출한 사람보다 가라앉은 사람이 더 많다는 소식을 들은 그 계절, 초행길이라며 방향을 묻는 아이의 슬픔에 개입했다가, 그 누구도 미래 날씨를 예측할 수 없어요, 말해주었다 그것이 우리 지옥의 수기였다.

--<악어> 중에서P93 - P93

너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멀게 만들까봐 두려웠다. 너의 소란이 나에게 다른 마음을 심을까봐 두려웠다. 이런 마음을 너에게 고백한 적이 있다. 너는 우리가 같음 마음을 꿈꾼다고 말했다. 너는 소리지르고 내 이름을 부르면 달려가고······나를 혼란 속에 버려두면서.

-개나리와 폭포 P105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

하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글항아리 출판





‘문호 괴기 컬렉션’시리즈 중 1탄인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로, 역은이 히가시 마사오는 당시의 시대를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며 삭제나 개편없이 초고 그대로 실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냥 현대 시각에서도 누군가 해석을 해주셨음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ㅠㅠ 대부분의 소설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필사도 해보았지만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 시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는지도 일본의 배경에 대해, 영국 유학시절동안의 어떠했는지도 글을 통해서는 두루뭉실한 느낌만 있어서 답답했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는 유년시절 양자로 갔다 본집을 오가는 불안정함 때문인지 특유의 외롭고 쓸쓸함이 있는데 그런 우울함들의 글이 좋았었다. 기담집에서는 요괴나 미스터리같은 기담뿐 아니라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소설, 시 처럼  형식없이 썼는데, 무섭다기 보다 분위기 자체가 음침하여 귀신에 홀린 사람 환각을 본 듯한 착각 같은 글이 많았다. 


마지막 맥베스 유령에 관한 이야기는 문학적으로 접근하여 등장인물 중 유령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말했는데, 환영은 흥미를 망치기 때문에 등장시켜서는 안된다고 하며 급하게 글을 마무리한 느낌이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내면 깊은 곳까지 시커멓게 어두웠던 것 아닐까. 요괴나 유령, 귀신 같은 이야기의 무서움보다 

어쩌면 외로움과 낯섦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느끼며 살았던 것은 아닐런지.



🔖 편안하게 누워 한가로이 햇빛을 쬔다기보다는 운신할 자리가 없어 가만히 있는 듯했다. 아니, 말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다. 죽도록 께느른하긴 한데 움직이려니 더욱 적적해서 차라리 꾹 참고 견드는 듯 보인달까. P47 고양이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키 큰 군중에 떠밀리며 어쩔 수 없이 두세개의 큰길을 돌았다. 돌 때마다 어젯밤 내 몸을 뉘었던 칙칙한 집과는 차츰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피로할만큼 수많은 사람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독을 느꼈다. P55 인상


🔖 만세 소리에는 '살려줘'라거나 '죽여버리겠다'처럼 비열한 의미가 없다. "와ㅡ" 자체가 곧 정신이다. 그것은 영 靈이고, 인간이며, 진심이다. 그리고 인간세계의 숭고한 감정은 이 진심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진심에 귀를 기울여서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의 진심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을 때 이 숭고한 감정은 비로소 더없이 절대적인 현묘한 경지에 다다른다. P141 취미의 유전


🔖 문학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 환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학 또는 환영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주장은 과학과 문학을 혼동한, 도리에 맞지 않는 편향된 주장이다. 문학에서 독자 혹은 관객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과학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이를 배척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P327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



#나쓰메소세키기담집 #나쓰메소세키 #하가시마사오 #김소운 #글항아리 #신간도서 #미스터리소설 #단편소설 #기담집 #일본소설 #서평

편안하게 누워 한가로이 햇빛을 쬔다기보다는 운신할 자리가 없어 가만히 있는 듯했다. 아니, 말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다. 죽도록 께느른하긴 한데 움직이려니 더욱 적적해서 차라리 꾹 참고 견드는 듯 보인달까. - P47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키 큰 군중에 떠밀리며 어쩔 수 없이 두세개의 큰길을 돌았다. 돌 때마다 어젯밤 내 몸을 뉘었던 칙칙한 집과는 차츰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피로할만큼 수많은 사람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독을 느꼈다. - P55

만세 소리에는 ‘살려줘‘라거나 ‘죽여버리겠다‘처럼 비열한 의미가 없다. "와ㅡ" 자체가 곧 정신이다. 그것은 영 靈이고, 인간이며, 진심이다. 그리고 인간세계의 숭고한 감정은 이 진심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진심에 귀를 기울여서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의 진심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을 때 이 숭고한 감정은 비로소 더없이 절대적인 현묘한 경지에 다다른다. - P141

문학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 환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학 또는 환영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주장은 과학과 문학을 혼동한, 도리에 맞지 않는 편향된 주장이다. 문학에서 독자 혹은 관객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과학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이를 배척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 P3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