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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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퍼블리온 출판

 

사람들은 범람체가 끊임없이 창궐하는 지구의 지상으로부터 떨어진 라부바와라는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인공 태린은 기억을 보강하는 도구이자 두뇌 보조 장치인 ‘뉴로브릭’ 부적응자이다. 광증은 아니지만 환청을 일으키는 존재, 이 뉴로브릭이 목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쏠'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아가 있는 존재인지 파악하려 애쓴다.

 

지상으로 갈 수 있는 파견자가 되기위한 테스트 과정 중 갱에 갇히게 되는데 '쏠'의 도움을 받아 은빛 거미줄로 탈출한다. 하지만 '쏠'은 태린이 마지막 통과 채집한 광증 아포 샘플을 사람들에게 흩날리는 사건을 일이키며 태린은 도시에서 추방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태린은 범람화 된 동물은 같은 상태의 동물을 경계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양치기 늑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지상으로 나가게 되고, 히로모 늪인을 만나게 되면서 과일마저 범람체가 된 곳의 풍경을 보게된다. 인간을 흡수한 범람체. 외계인들은 진동으로 언어를 전달하고, 표면 진동과 분자의 확산을 통해 세상을 감지한다. 범람체가 되면 자아도,영혼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가지들, 연결망들을 통해 의식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 시작에서 태린이 3년전 라디오 방송을 듣는 옆집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이 방송은 범람체들의 소통방식 중 하나였다!

 

죽음에 대해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직 나도 인간이기에 조금 무서울 것 같지만 계속 의식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쏠과 태린은 각자 자아를 갖고 서로 몸을 공유한다. 태린 자신이 범람화는 되지 않지만 쏠이 보여주는 진동과 냄새와 시각과 촉각으로 전달되는 감각들을 느껴보는데 온갖 공간의 감각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죽여야 한다고 하는 존재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존재라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태린처럼 그들과 공존이 가능하다 말할까. 이 세계도 혼돈이지만 각자의 종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들은 외계인이라고해서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가상 세계가 현실과 닮아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방인 같은 존재.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고독한 현대가 마치 태린이 지상도 지하 사이 고민하는 괴로움이 가득한 곳 같다.




 


 

 

🔖 라부바와는 광증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도시이지만, 하라판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그 위험에 자주 노출되었다. P35

 

🔖 왜 증오를 품어야 하느냐고? 살면서 한 번도, 왜 범람체에 대해 증오를 품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인간을 절멸에 이르게 한 거대한 지진이나 해일 따위를 왜 증오하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문명을 말살했으니까. 자유를 빼앗아갔으니까. 우리를 지하 세계에 가뒀으니까. 그리고 또……. P43

 

🔖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P241

 

🔖 마치 수많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라는 감각이 하늘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시에 흘러넘쳤다. P371

 

🔖 이 삶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리라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지표면에 선 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너희는 미쳤고,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없는 곳. 고독해서 자유로운 곳. 아무것도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곳. P394

 


#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SF소설 #퍼블리온 #베스트셀러 #책추천 #책스타그램 #읽을만한책 #독서 #내돈내산 #서평

라부바와는 광증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도시이지만, 하라판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그 위험에 자주 노출되었다. - P35

왜 증오를 품어야 하느냐고? 살면서 한 번도, 왜 범람체에 대해 증오를 품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인간을 절멸에 이르게 한 거대한 지진이나 해일 따위를 왜 증오하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문명을 말살했으니까. 자유를 빼앗아갔으니까. 우리를 지하 세계에 가뒀으니까. 그리고 또……. - P43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 P241

마치 수많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라는 감각이 하늘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시에 흘러넘쳤다. - P371

이 삶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리라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지표면에 선 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너희는 미쳤고,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없는 곳. 고독해서 자유로운 곳. 아무것도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곳.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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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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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 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문학동네




 

 

제목의 시선이 눈길이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심시선 여사의 이름이었다. 그 심시선 여사로부터 이어지는 가계도가 소설 시작 전에 있고, 외국인과의 결혼과 재혼이라는 그 시대 흔치 않는 이력들로 이야기를 읽기 전부터 어떤 여성일지 궁금해졌다.

 

20세기 예술가 심시선 여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유명한 미술작가 마티아스의 제자, 조수, 하찮은 일도 그녀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괴롭힘 대상이었기 때문인지 요제프 리와 심시선은 독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가까워졌다. 마티아스가 자살하면서 심시선 때문에 죽는다는 유서 내용과 전 재산을 심시선에게 남기면서 심시선은 피해자이지만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요제프는 마티아스의 외압이 사라지자 흩어져버리듯 독일로 돌아갔고, 심시선은 그림 대신 글을 쓰는 직업으로 살아간다.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던 심시선 여사로부터 자식과 손자들로 삶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심시선 여사의 제사는 조선시대 유교사상을 따르려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뭉치기 위한 목적 같았다. 아들이 크게 되겠다고 하던 사람들을 향해 딸은 작게 되냐고 되묻거나 인터뷰에서 연륜있는 여성이 말하기 꺼려하는 성적발언도 거침없이 하는 심시선 여사. 그녀가 어떤 강단으로 살았는지 한 부분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에 따라 엄마 성을 따르는 명은처럼 심시선 할머니의 자손들은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정신적인 기세를 물려받은 듯하다.

 

가족들이 아픔과 상실을 겪었거나 뜻과는 다르게 주변에 휩쓸려 원치 않는 선택하기도 하는 등의 복잡한 삶이지만 심시선 할머니가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살아갔던 시간들을 그려보며 앞으로는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제사때 친척들을 만난 모습들을 묶어둔 이야기 같았다. 헐뜯고 자기 자랑하기에만 바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고민을 그들은 알아줄까 속마음을 꺼내보기도 하고 사소한 취미를 가진 이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예쁘게 바라보며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친척들은 외부의 시선에 숨죽여 어둡게 살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뻗어 나오는 힘을 믿고 심시선 여사,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에너지들이 그들에게서 보였다.

 

🔖 탁월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나에게 관심있어 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후하게 제시하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잘못된 판단으로, 유명하고 힘있는 남자의 손에 떨어진 여러 여성 중 한 명이었다. 단지 내가 그중 마지막이었다는 것이 그 모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말하고자 한다.

나는 그를 파멸시키지 않았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죽은 게 아니다. P105

 

🔖가해와 피해의 스펙트럼에서 스스로가 가해에 더 가까웠음을 인정해야 했다. 방전된 배터리와 나쁜 타이밍 이전에 멍청하고 멍하게 방조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P174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P175

 

🔖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P299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학동네 #정세랑을읽는물결 #독파 #독파챌린지 #앰버서더3기 #앰버서더 #북클럽문학동네 #장편소설 #한국소설 #내돈내산 #서평

탁월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나에게 관심있어 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후하게 제시하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잘못된 판단으로, 유명하고 힘있는 남자의 손에 떨어진 여러 여성 중 한 명이었다. 단지 내가 그중 마지막이었다는 것이 그 모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말하고자 한다.

나는 그를 파멸시키지 않았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죽은 게 아니다. - P105

가해와 피해의 스펙트럼에서 스스로가 가해에 더 가까웠음을 인정해야 했다. 방전된 배터리와 나쁜 타이밍 이전에 멍청하고 멍하게 방조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 P174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 P175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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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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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산문

문학동네


 


 

 

베를린 정원의 풍경, 계절의 변화. 서가 주인과의 낭독회, 산책, 호수, 집과 학교의 변화들의 차이에 대해, 책을 싣고 여행을 하면 어디든 그곳이 작은 도서관이 된다는 이야기들. 여행하면서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과 달리 실제 그곳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 읽고 쓰는 글에 대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감상하듯 읽었다.

 

그곳에서는 시간대의 지층이 없이 오직 리얼타임의 사물들만이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쇄신된다.

P12 연인

 

하나의 문학작품 <연인>이 또 다른 작품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방식은 개인의 독서 경험에 기반한 우연이라며 책을 읽는 장소에 따라 책과 책의 인물들의 연결로 책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고. 에세이를 읽었을 뿐인데 나에게는 확장적 사고로 이어졌다.

 

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소설 속의 두 여성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언어와 톤이 그토록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이 말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파동을 이룬다.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내면화하는 읽기’이다.

P22 인연

 

여러 가지 책을 동시에 읽고 같은 방식으로 동시에 글을 쓰는 것. 책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 떠오르는 영감, 장소, 영화, 책, 작가들의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처럼 기록했다. 일반 산문이 아니라 독서에 대한 방대한 다큐 한편을 보는 듯했다.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고 깨어나게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장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글로 쓴다는 것 ♡ 생각으로 복잡한 날 눈으로 글을 따라 읽어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눈부신 여름날, 한 여자와 한 남자.. 기나긴 대화. 자기 자신을 향한 침묵과 관찰로 이루어진. 대화이자 독백. 센강 하구가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카페, 마치 무대와 같은 고정된 공간,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인극이며 대화극. 그러나 동시에 모놀로그인. 죽음과 공포가 언어로 표현된다.. 그것은 "두려움과 함께 시작되었다." 고통은 뒤라스의 아름다움이다. P29 일곱번째 아이는 『에밀리 L』 뒤라스 작가의 책 이야기


어떤 문장은 읽기를 통해 불현듯 무한대로 확장되엇고, 마치 거대한 날개에 실린 듯, 나는 읽는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심지어 망각하는 읽기를 계속한다. P31

그 어떤 문장도 읽은 후에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게 하는 글. 오직 언어를 통해 재구성된 세계의 황홀한 감각만이 있을 뿐. P31

 

나는 비틀거린다, 라고 나는 대답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공포에 질려 비틀거릴 뿐이라고. 나 자신이 쓴 모든 것에 걸려 넘어진다고. 그것은 밤의 숲에 드러난 뿌리다. 비명을 지르는 물닭이다. 나는 길이 보이지 않는 숲에서 방향을 잃은 채 오직 낙엽을 헤치며 가는 중이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이다. 그러나 나는 내 공포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

내 글은 아무도 모르게 달아나는 중이다. '글자 그대로 읽히는 것'으로부터.

P49 낙엽을 헤치며 걷는 사람

 

비유하지 마, 하고 나는 나에게 말한다. 비유하지 말고 설명하지도 말고 성찰하려 들지도 마. 아무것도 누설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저절로 드러내 보이는 것들, 언어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현상성, 오직 그것들에만 집중해.

P160 9월의 황무지에서

 

바람. 빛 시간 - 사이. 지금 이 순간도 지나고 있는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정원을 따라 말하는 글은 사이의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고, 흘러가는 것이 삶과 같다는 것을 말하는 듯 했다.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상상인물인데 대화체를 위한 장치이자 책이었고, 말을 암시하고 불러일으키고, 듣는 사람으로 위장한 말하는 사람이지만 작가가 읽기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또 다른 자신을 일컫는 것은 아닐지.

 

뒤라스의 <고통>을 말하기 전 극단적으로 단순한 생활 중 직접 구운 빵과 새콤한 맛이 일품인 자두잼을 넣을 때의 행복을 말했다. 우리의 살아감은 기다림의 한 상태이고, 기다림의 고통을 책으로 쓴 자의 고통, 안개가 부유하듯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우리가 잊고 있었다고. 작가는 사소하게 느끼는 행복 속에 있는 고통이 두려웠음을 안개로 말한 걸까.

 

시간은 흘러가고 빛도 다르다는 것. (한 사람이 두 번 다시 같은 빛 속에 있지 못하리라. P160) 우리가 보고, 느끼는 단편적 감각의 체험으로 그것을 간접적으로 본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하면서 완독한 사람을 두 번 밖에 보지 못했다는 <체텔스 트라움> 책에서 “어느 한 순간이 흘러가버림과 동시에 사람도 강물도 더 이상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그러니 지금 순간의 모든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작별들순간들 #배수아 #산문 #에세이 #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앰버서더3기 #앰버서더 #북클럽문학동네 #책추천 #한국문학 #추천도서 #책스타그램 #서평 #내돈내산


그곳에서는 시간대의 지층이 없이 오직 리얼타임의 사물들만이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쇄신된다. - P12

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소설 속의 두 여성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언어와 톤이 그토록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이 말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파동을 이룬다.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내면화하는 읽기’이다. - P22

나는 비틀거린다, 라고 나는 대답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공포에 질려 비틀거릴 뿐이라고. 나 자신이 쓴 모든 것에 걸려 넘어진다고. 그것은 밤의 숲에 드러난 뿌리다. 비명을 지르는 물닭이다. 나는 길이 보이지 않는 숲에서 방향을 잃은 채 오직 낙엽을 헤치며 가는 중이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이다. 그러나 나는 내 공포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

내 글은 아무도 모르게 달아나는 중이다. ‘글자 그대로 읽히는 것‘으로부터. - P49

비유하지 마, 하고 나는 나에게 말한다. 비유하지 말고 설명하지도 말고 성찰하려 들지도 마. 아무것도 누설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저절로 드러내 보이는 것들, 언어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현상성, 오직 그것들에만 집중해. - P160

한 사람이 두 번 다시 같은 빛 속에 있지 못하리라.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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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2호 - 2023.겨울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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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23년 겨울호(202호)

 


 

권여선 작가님의 소설이 있어 더 기대가 되요!

<클럽 창작과비평 12장_톡희파>는 가볍고 빠르게! 느슨한 독서모임 입니다.

창비 ‘스위치’ 북클럽 필라멘트 <클럽 창작과 비평>을 신청하면 두 계절동안 각 호별로 문학, 비문학, 질문과 대답 미션을 할 수 있어요.

함께하시는 톡희파분들과 깊은 사유 나눠보아요 ♡

 

#창작과비평 #창비 #스위치 #북클럽필라멘트 #문학 #계간지 #톡희파 #북클럽 #독서모임 @magazine.chang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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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3.11.12 - no.50+1, 특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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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t』 2023.11/12

은행나무 격월간지 no. 050+1


 

<outro 시작에서>

❝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

-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

 

『Axt』라는 제호는 카프카의 저 유명한 문장에서 가져왔다. ❛Axt❜는 독일어로 ❛도끼❜다. ❛악스트❜라고 읽는다. 창간 당신 편집위원이던 배수아 소설가의 제안이었다. P178


 

창간 8년. 이번 호를 펼치는데 마지막같은 느낌이라 놀랐다.

다행히 51호 특집호이고 또 달라지는 52호를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거라고 하니 기대해본다. 😌




 


 


 

무엇보다 이번 호 작가님들의 사진. 너무 멋있어요. 👍

캘린더도 포함 ^^*

 

 

#Axt #악스트 #은행나무 #격월간지 #특별호 @ehbook_ @axt_ehbook



❝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

-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



『Axt』라는 제호는 카프카의 저 유명한 문장에서 가져왔다. ❛Axt❜는 독일어로 ❛도끼❜다. ❛악스트❜라고 읽는다. 창간 당신 편집위원이던 배수아 소설가의 제안이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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