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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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편역

SENTENCE 센텐스 출판



'사랑 앞에선 늘 아이였지만,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 서 있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중 잔혹이야기들로 욕망, 사랑, 환상, 교훈 4장으로 나뉘어 동화소개를 한다. 요약이지만 또 안데르센의 목소리를 다 담아서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 내 문장 속 안데르센

동화 작품의 주제로 꼽은 문장을 영어나 한국어 표현을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그대로 필사해 보면서 안데르센의 문장을 사유해 보는 페이지가 이 책의 매력!


sentence 340

Life itself is the most wonderful fairy tale.

인생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




안데르센 잔혹동화들을 단순 재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교훈이나 작가 에필로그, 시대적 배경 등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박예진의 동화 '큐레이션'은 계속되어도 좋을 것 같다.



1장. 인간적인 욕망과 그 욕망에 인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탐구하는 안데르센의 모습을 마주한다.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_Little Claus and Big Claus>

안데르센이 초창기에 썼던 작품으로 발표 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동화작가로 성공하면서 가장 잔혹적이고 재밌는 동화로 평가 받았다. 

꾀 많은 가난한 작은 클로스와 욕심 많은 큰 클로스. 더 큰 욕심 때문에 가진 것을 결국 다 잃고 만다. 


<빨간 구두_The Red Shoes>

죽어도 멈출 수 없는 춤. 

But she could still see them with the eyes of her mind. She was walking and dancing in her mind.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P46


2장. 사랑을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를 실현할 것을 강조하는 안데르센을 마주할 수 있다. 


<인어공주_ The Little Mermaid>

이 작품은 안데르센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에드워드 콜린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실감에 빠져 집필한 동화다. 짝사랑의 대상이 남자였는데 그를 향한 마음은 종교도 결심도 막을 수 없었기에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냈다. 

순애보같이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물거품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니 인어공주가 또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비극이 슬프게 다가왔는지도. 


She knew that she could never be with him, but still, she couldn’t help loving him with all of her heart. 

인어공주는 왕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P91


<어머니 이야기_The Story of a Mother>

죽음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가며 달려가지만 결국 아이의 행복을 위해 신의 곁으로 보내주는 어머니의 이야기. 

희생으로 아이를 구할 것 같지만 작은 희망은 와르르 무너져버린 절망으로 끝난다. 안타깝다고 느껴지기 까지 했는데 이 동화 역시 안데르센 자신의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것을 녹여두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곁에 있을 때 후회없이 사랑하라는 세상 어머니에게 말해주고 싶은 걸지도. 

꼭 죽이는 잔인함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동화. 


3장. 환상적인 마법과 마녀가 등장하는 모험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눈의 여왕>처럼 꿈처럼 사라져버리거나 <부시통>처럼 악도 성공으로 이끄는 동화는 환상같은 동화이지만 화려함밖에 기억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동화들. 


4장.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교훈을 통해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안데르센을 마주한다. 


<미운 오리 새끼_The Ugly Duckling>

미운 오리 새끼의 백조가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라니.. 185센티의 키였던 안데르센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뒤늦게 들어간 라틴어 학교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무시와 악평을 내뱉는 교장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자신은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기에 이런 동화를 쓸 수 있었다. 

나에겐 <미운 오리 새끼>는 지금 읽어도 원래 백조였기때문에 잘 되었다 보다는 힘든 시기를 지나면 행복한 날도 온다는 희망적인 동화다.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지는 못하죠. 외모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훌륭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P221


<하늘을 나는 가방_The Flying Trunk>

부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한 청년은 하늘을 나는 가방을 선물받고 성꼭대기 사는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즐거움을 주는 행복을 이제 알기 시작했지만 폭죽을 실은 가방이 불에 타면서 행복도 모두 사라져버린다. 

적당히 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한 나라의 왕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판타지 말그대로 하늘을 나는 청년은 자신의 행복이 마법처럼 영원할꺼라고 믿었던걸까. 결국 끝없는 욕심으로 불꽃과 함께 행복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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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텍콘텐츠❜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But she could still see them with the eyes of her mind. She was walking and dancing in her mind.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빨간구두 - P46

She knew that she could never be with him, but still, she couldn’t help loving him with all of her heart.

인어공주는 왕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인어공주 - P91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지는 못하죠. 외모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훌륭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미운오리새끼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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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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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이재황 옮김

문학동네 출판




ㅡ○ <독파챌린지> 박연준 『듣는 사람』 속 고전 읽기 


20세기 문학의 신화 카프카의 소설 「변신」. 밀란 쿤데라는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을 그려낸 책을 읽으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는 과연 무엇으로 '변신'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ㅡ○  <책을 읽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그레고르는 불행에서 가족을 구하고 빨리 잊기 위해 열성을 갖고 일했다. 돈을 잘 벌자 행복해했고 일상처럼 당연하게 모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아침에 벌레가 된 그레고르. 문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울 자신의 흉측한 외모와 알게 될 가족들의 놀라움을 걱정한다. 회사 출근도 못했지만 어찌해서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며 그레고르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모습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벌레로 있는 게 더 나은 삶인가. 인간일 때의 삶은 더 나을까.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행복하면 좋은 삶일까. 당연하게 가장처럼 일을 해야 하는 건가. 그레고르는 방 안에서 수많은 생각의 늪에 빠진다.


자신이 희생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 느끼는 억울함. 그리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지만 등을 돌리는 가족을 보며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보는 듯했다.

그레고르의 모습이 변하고 버려지고 방치되는 동안 가족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데 초점을 둔다. 변해버린 모습으로 고통을 홀로 견뎌내던 그레고르를 감싸주지 않고 가족이 먼저 외면해버리다니. 이기적이라고 하기에는 가족들은 악의가 없었으니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특히 공감되었던 것은 그레고르 같은 인물이 나 혹은 우리 가족 주변에 있다는 것.

아파도 쉴 수 없던 엄마의 모습. 가족 경제를 위해 책임감으로 묵묵히 버텼던 아빠.  그런 희생으로 인해 나머지 가족이 행복해 했다는 것.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로 인해 누렸던 행복들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쓰임이 사라졌을 때 홀대되고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소설.



ㅡ○ <책 속 밑줄 긋기>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P9


“침대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올바른 길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는 침착한, 최대로 침착한 성찰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P23


집에 돌아와 그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은 모두 행복해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나중에 그레고르는 온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후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P74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 P92



#변신 #프란츠카프카 #소설 #읽을만한소설 #고전 #책추천 #루이스스카파티 #이재황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서평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P9

"침대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올바른 길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는 침착한, 최대로 침착한 성찰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 P23

집에 돌아와 그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은 모두 행복해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나중에 그레고르는 온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후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 P74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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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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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폴』


백수린 소설

문학동네






십 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폴링 인 폴』은 백수린 작가는 소설을 처음쓰던 그 시절의 마음을 그대로 글 속에 간직하고 싶어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9개 단편소설은 사랑에 혹은 욕망에 빠져버린 한 시기의 이야기들이었다. 나이 국적 성별을 떠나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훅 다가왔다가 빈자리만 텅 남겨두는. 

그래서 오랫동안 잊고 있지만 또 갑자기 생각나서 그때의 회상. 추억. 혹은 후회 같은 감정들이 뒤섞이는 소설들이 많았다. 



<거짓말 연습>


엄마의 거짓말. 남편의 바람으로 별거. 프랑스로 도망치듯 떠났지만 언어의 장벽으로 힘들다. 다음 학기의 계획도 모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방황 아닌 방황 중이다. 상대를 용서하는 방법도 내가 도망치는 방법도 몰라 서툰 모습. 

엄마의 거짓말은 내가 알았지만 사실은 이 세계가 거짓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말. 과연 거짓으로 세상을 살았고 살 수 있을까. 그러면 상처를 덜 받을까 ㅠㅠ


그렇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우리 사이에는 일곱 시간의 시차보다 더 먼 거리가 놓여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좁혀야 하는 지 둘 다 알지 못했다. P21


<폴링 인 폴>



재미교포이자 여섯 살 차이나는 제자 폴. 나는 폴을 좋아하지만 폴은 유리코와 결혼하겠다며 말한다. 대학 강사가 오피스 아워라는 열정페이 시간에 선생으로 사명을 다하는 동안 정들어버린 제자를 짝사랑한 이야기. 


실연당한 여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가 해준 이야기가 내 초라한 사랑에 대한 그만의 응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P64



<부드럽고 그윽하게 그이가 웃음 짓네>



과외 선생님과 첼로를 전공한 나. 십년의 나이 차이에도 그를 믿고 따랐지만 자라온 환경과 전공이 달라 늘 가까이 가도 벽이 있다. 베를린으로 떠난 곳에서는 그 거리감이 더욱 느껴지고 과거 수줍어하며 그를 바라보던 나를 끄집어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감자의 실종>


사람들이 갈아먹고 부쳐먹고 볶아먹는다는 말에 야만적이라고 말하는 나. 그래서 감자가 개인가. 신념인가. 

감자라는 단어의 뜻을 잃어버린다는 것. 단순히 사물에 붙여진 이름이 감자라는 것을 잊은 것인지 내가 생각하는 감자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감자가 다른 것인지. 

내가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과 타인이 바라보는 것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다름의 차이. 소설에서는 다만 그 어떤 것이 감자였을 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삶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건 모두 감자와 개와 신념 따위의 사소한 것들 때문이라는 것뿐이었다. P121


글을 다 마치고 나자 나는 이 글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완전히 오독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다시 한 번 휩싸인다.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자꾸만 불쑥불쑥 의식 위로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한다. P126



<자전거 도둑>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제이. 아무도 모르는 밴드의 보컬 안나. 무명 웹툰 작가 나. 는 함께 산다. 어느 날 안나가 남자친구 P를 자주 데리고 오면서 나는 안나의 일상과 자전거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더 이상 셋이 아닌 이 상황의 감정은 작은 힘에도 쉽게 뭉개지는 복숭아를 달콤한 과즙 한입 베어 먹고 싶다는 욕망처럼 점점 커져만 간다. 안나의 자전거는 안나의 자물쇠만 채워져 있다가 공동 소유처럼 제이와 나는 함께 해야 한다고 자물쇠를 채우겠지. 누구하나 잘 되는 꼴은 배아프다.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울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P135


누군가 몰래 탔는지 자전거에 흠이 생겼다며 안나는 자전거를 집안에 들여 놓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물쇠를 채운 채로. 행복이 마취제와 같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행복에 겨운 사람은 타인의 불행 앞에서 무감해지는 법이었다. P151



<밤의 수족관>


그래서 진실은 무엇? 다시 보아도 이해도, 공감도 안되는 어려운 소설ㅜ


내 아이는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P198



<까마귀들이 있는 나무>


아프리카에서 만난 유럽에서 온 킴과 리. 성을 여름별장으로 가질만큼 능력있었던 여자 킴. 언어도 통하지 않고 능력도 없던 리는 킴 앞에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킴의 궁이 아닌 문화재 가이드 장소인 궁에서 만난 낯선 여자는 킴과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상상 속에서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여자는 당돌하기 짝이 없이 키스를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킴의 궁에서 길을 잃고 까마귀 떼를 본 그 때처럼 여기 궁 안에서도 까마귀 떼를 보는데. 낯선 여자를 찾는 리는 도대체 그 여자를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 복수라도 하면 자존심은 지켜지는 건가.. 답답하고 찌질해보였던 리. 


모든 문제는 그렇게 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깔의 꽃들과 어딘지 신비로운 숲의 분위기에 취해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P216



<꽃 피는 밤이 오면>


노동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음. 그 유가족이 울먹이며 회사에 요구하는 현장을 자신도 노동자이면서 밀어내야했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과거의 당신. 비겁했음을 자신의 눈을 가리며 괴로워했던 당신. 그런 당신도 죽었지만 죽지 않고 귀신처럼 내 앞에 있다. 남편의 힘듦을 함께 했다고 생각했는데 떠난 이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함께 하지 못했던 그때의 미안함으로 붙잡고 있다. 


어쩌면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당신 역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P244


이 모든 게 내 탓일까. 자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원망의 대상을 찾고 싶었으므로 나는 종종 자책했다. 당신이 귀를 닫고, 소란한 침묵 속으로 숨어들 때까지도 아무런 기미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 온전히 내 탓인 것만 같았다. P249



<유령이 출몰할 때>


진짜 인지 아닌지 모를 소문. 일상에서 벗어나 소문의 원상지로 계획없이 가본다.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추억의 장소에 나도 세상에 잊혀지게 되어가는 현실이 겹쳐지며 안개 낀 밖을 답답하게 바라보는듯한 소설. 


나 역시 아무도 찾지 않는 K구역에 대해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내 청춘의 가장 농밀했던 시간이 묻혀 있는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원래 일상은 그런 것이다. 마치 사막의 마른 유사流砂처럼 한번 잡아끌기 시작하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그러니 솔직히 말하건대 내가 ‘카르페디엠’에 가볼 마음이 생긴 것은 고시에 또 다시 낙방한 나를 일상이 내뱉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270


#폴링인폴 #백수린 #단편소설 #개정판 #문학동네 #독서 #읽을만한책 #책스타그램 #소설 #서평 

그렇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우리 사이에는 일곱 시간의 시차보다 더 먼 거리가 놓여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좁혀야 하는 지 둘 다 알지 못했다. - P21

실연당한 여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가 해준 이야기가 내 초라한 사랑에 대한 그만의 응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 P64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삶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건 모두 감자와 개와 신념 따위의 사소한 것들 때문이라는 것뿐이었다. - P121

글을 다 마치고 나자 나는 이 글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완전히 오독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다시 한 번 휩싸인다.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자꾸만 불쑥불쑥 의식 위로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한다. - P126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울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 P135

누군가 몰래 탔는지 자전거에 흠이 생겼다며 안나는 자전거를 집안에 들여 놓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물쇠를 채운 채로. 행복이 마취제와 같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행복에 겨운 사람은 타인의 불행 앞에서 무감해지는 법이었다. - P151

모든 문제는 그렇게 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깔의 꽃들과 어딘지 신비로운 숲의 분위기에 취해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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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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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장편소설

창비 출판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무국적자이자 이방인. 성은 로 이름은 기완. 

‘나’는 탈북민 로기완이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고백한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대본 대신 글을 쓰고 싶었고,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방송국 작가를 그만두고 로기완을 찾기 위해 그를 안다는 H 객원기자인 박을 찾아 브뤼셀로 향했다. 방송 욕심으로 수술을 미루게 한 아픈 윤주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그런 윤주를 뒤로 한 채 도망쳤다. 삶의 무엇을 보았기에. 나는 로의 무엇을 알기 위해 로의 흔적을 따라간 것일까. 

5년 동안 방송을 함께 했던 류재이 피디. 고통 받는 사람들의 방송은 그들을 연민하게 만들다가 결국 자신들의 연민을 생각하게까지 했고, 감정은 전이된 듯 우울하게 빛나게 했다. 그리고 도망치듯 뒤로한 윤주의 수술 소식을 재이에게서 듣는다. 


왜소한 체격의 로는 가진 돈으로 버틴다.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봐야했던 마음도 슬펐을 텐데 죄를 용서받는 듯 배움, 일자리 기회가 오면 성실함으로 온 몸을 다한다. 무엇이 로기완을 그렇게 만들었나. 로에게 박은 자신의 죄의식때문에 선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로는 브뤼셀이 북한과 다른 것은 환경뿐만 아니라 체제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간다. 하지만 당장에 닥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로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벨기에의 거리이름을 일기장에 적어나갔다. 자신이 걷는 길이 브뤼셀에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적은 걸까. 여기 있는 이유를 찾고 싶어였을지도.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속 한 장면, 책 속 한 문장,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훌쩍 떠나서 그 상상만 했던 장면들과의 조우. 만나러 가는 동안의 이유와 만난 이후의 내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과정들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얼마나 뒤바꿔 놓을지 그려보는 시간들을 갖게 했다.


소설을 읽은 후 넷플릭스 로기완을 만났다를 요약으로 보았는데, ‘나’의 시각으로 ‘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었기에 영화는 책의 내용과 많이 달랐다. 책 속의 이니셜L에 지나지 않았을 뿐인 인물을 이제는 이니셜K로 불러야겠다는 그 이유들이 빠져있는 영화는 제목만 책과 같을 뿐.


소설은 로를 찾아가는 내내 숨가쁘게 몰아닥쳤고 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 ‘나’, 이니셜K는 어떻게 그의 삶으로 자세히 들어갈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나에게 증여되었다’ 



ㅡ○ 책 속 밑줄 긋기




우리는 그저 나무둥치에 주저앉은 날개가 젖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니셜L처럼. P11



이토록 풍요로운 세계 저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기근에 허덕이는 거대한 공동체가 분명 하나의 국가로 존재한다는 것이 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그 세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머나먼 연회장을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이상한 방문객이 된 것처럼, 고향을 떠올린 그 순간 로는 스스로가 이유없이 부끄러워졌다. 

P49 북한 연길과 벨기에 브뤼셀을 보며 로가 느낀 감정



어쩐지 모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적으로 확인하며 타인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미성숙한 인간처럼 나는 얼떨결에 묻고 있었다. P56



진심이란 것에 병적으로 엄격했던 우리는 언어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 역시 가변적이고 생각보다 훨씬 협소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감정적 차원의 진실이란 한순간에 급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추억을 헌납하며 조금씩 만들어가는 공유된 약속일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이 조심스럽게 준비해놓은 구체적인 사건들도 있어야 한다. 사랑이란 언어가 그 모든 것을 보듬어준다고 믿지도 않았고, 이제부터 연인이 시작되자는 식의 선언은 유치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을 관통한 후에 손안에 들어온 서로에 대한 신뢰감, 이 사람이라는 안도감, 시시콜콜 말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일과 일상, 그런 것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P72-73



피상적인 고통이 때때로 진실을 회피하듯 우리의 지난 시간도 한낱 픽션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편집된 필름처럼. P74




어떤 사람에겐 위로도 뜻대로 해줄 수 없다. 그 위로의 순간에 묵묵히 소비되는 자신의 값싼 동정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으로도 치환되지 못한 감정은 이렇게 때때로 단 한 번도 조우한 적 없는 타인의 삶에서 재현되기도 한다. P112





자신의 만족을 위해 경계 밖에 서 있는 타인을 함부로 대한 것, 존엄하게 대하지 않은 것, 나는 그런 것 때문에 화가 나 있다. P131


유한한 시간 속에서 마모되는 인간의 체취 P137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누군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나는 무력했고 아무것도 몰랐으며 항상 너무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느 지점에서 고조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삶 속으로 유입되어 그들의 깨어 있는 시간을 아프게 점령하는 것인지, 나는 영원히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P151


자신들이 통역을 하고 조사를 받는 사무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관계로까지 이어질 거라는 것을, 가장 감추고 싶었던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서로에게 되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을. P179


뜨거운 입김이 없었던 우리의 지난 시간이 편집된 필름처럼 한낱 픽션에 불과했을지라도 네가 안쓰러워 너를 지켜주고 싶었던 내 마음은 언제나 내가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노라고도. P206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P209



#로기완을만났다 #조해진 #장편소설 #창비 #추천책 #추천도서 #읽을만한책 #책스타그램 #소설추천 #독서 #서평 #도랑물북클럽 

우리는 그저 나무둥치에 주저앉은 날개가 젖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니셜L처럼. - P11

이토록 풍요로운 세계 저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기근에 허덕이는 거대한 공동체가 분명 하나의 국가로 존재한다는 것이 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그 세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머나먼 연회장을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이상한 방문객이 된 것처럼, 고향을 떠올린 그 순간 로는 스스로가 이유없이 부끄러워졌다.

P49 북한 연길과 벨기에 브뤼셀을 보며 로가 느낀 감정

- P49


피상적인 고통이 때때로 진실을 회피하듯 우리의 지난 시간도 한낱 픽션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편집된 필름처럼. P74 - P74

어떤 사람에겐 위로도 뜻대로 해줄 수 없다. 그 위로의 순간에 묵묵히 소비되는 자신의 값싼 동정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으로도 치환되지 못한 감정은 이렇게 때때로 단 한 번도 조우한 적 없는 타인의 삶에서 재현되기도 한다. P112 - P112

자신들이 통역을 하고 조사를 받는 사무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관계로까지 이어질 거라는 것을, 가장 감추고 싶었던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서로에게 되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을. P179 - P179

뜨거운 입김이 없었던 우리의 지난 시간이 편집된 필름처럼 한낱 픽션에 불과했을지라도 네가 안쓰러워 너를 지켜주고 싶었던 내 마음은 언제나 내가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노라고도. P206 - P206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P209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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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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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JOHN BERGER
김현우 옮김
열화당 


ㅡ존 버거(저자)는 서문에서 문학의 집으로 들어가는 몇 가지 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권위있고 공적인 목적을 위한 정문, 그보다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용도를 위한 옆문, 그리고 부엌으로 난, 소란스럽고 사소한 드나듦이 있는 뒷문, 이 세 가지 중 마지막이 바로 아이다와 사비에르, 그리고 자신이 이용한 문이라고 그는 비유한다.


제목의 A는 아이다. X는 연인 사비에르가 될 수도 혹은 저항하는 어떤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다는 사비에르를 다양한 언어로 애칭으로 불렀다. (세계화니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인지 잘 모르겠지만 연인을 이렇게 불러보고 싶은 마음은 사랑스러움 가득느껴진다.)

#아이다가 사비에르를 부르는 말들.

미 구아포 Mi Guapo - '나의 멋쟁이' 스페인어
카멜레온 - '엎드린 사자' 그리스어
하비비 Habibi - '내 사랑' 아랍어
미 소플레테 Mi Solete - '나의 횃불' 스페인어
야 누르 Ya Nour - 이집트의 춤곡에 나오는 사랑의 표현
하야티 Hayati - 활기찬, 생명력 넘치는 터키어 ‘나의 삶’ 



연인 사비에르는 파일럿이었지만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다는 어떻게 그를 계속 사랑할 수 있었을까.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P26)

꿈을 꾸었던 이야기, 내가 보고 있는 것, 오늘 있었던 하루 일상, 이웃들의 소식, 덤덤한 듯 일기 같기도 한 편지들을 아이다는 써내려 갔다.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ㅡ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 하나까지. P27) 

언제가 될 지 모른 기다림을, 사랑의 힘으로 버티고 견뎌내는 것도 힘든일인데 결혼식을 올리자고 그럼 면회를 매주 한 번씩 갈 수 있다며 청혼하는 아이다.  
(은행나무. 이 단어를 읽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의 그 저음이. P90) 


ㅡ편지는 어떤 경로로 입수한 건지 누구의 이야기인지 밝히지 않았다. 사비에르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내용이 주되지만 노동자들, 불안정한 정세, 군복을 여섯시간 동안 바느질해야하는 강제 노동에 시달린 것, 용접공은 위험한 일을 함에도 일 달러를 받는 노동의 불합리한 대가에 대한 내용 등의 불특정되지만 또 어떤 대상이 연상되기도 하는 저항의 목소리들도 함께 담는다.  


(나는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 그 침묵들에 화가 났어요. 그것들이 나를 분노하게 했죠. 말없음은 미덕이고, 당연히, 종종 꼭 필요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침묵들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P101)

외교관 니닌하 그녀는 러시아인과의 연애 중 총살로 그가 죽었지만 암살자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고, 아이다는 침묵하는 그녀에게 화를 낸다. 침묵하려한 것이 아니라 저항은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탱고를 추며 저항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림을 알려준다.


(어찌 됐든, 노인이 들어간 방 맞은편에 있는 감방의 동료 수감자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따라서 소리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고함 소리가 옆방으로 옆방으로 서두르디 않고 이어져 나가다가, 그 층에 있던 수감자들이 모두 소리치게 되었죠. P131)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항의할 수 있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것. 한 사람의 시작으로 수감자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교도관들에게 이들의 외침이 결국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왜 이 장면이 삼일운동 일년 후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의 외침으로 전체가 외치는 장면이 떠올랐을까. 시대와 배경은 달랐지만 소수였던 그들은 폭력으로 외침을 잠재웠겠지만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규모의 힘 앞에 무릎꿇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살게 되겠지. 아이다는 그런 외침을 하는 모두에게 자신의 손 그림을 주고 모두를 사랑한다며 용기에 편지에 응원한다. 


ㅡ ○ 책 속 밑줄 긋기

아무도 당신을 막을 수 없어요. P17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P40

그들이 당신에게 이중종신형을 선고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은 믿지 않게 되었어요. P41

당신의 편지를 다시 읽고 당신의 따듯함이 내 몸을 감싸면, 어느새 당신이 쓴 말들은 먼 과거가 되고 우리는 함께 그 말들을 돌아보죠. P47-48

돌아오는 길에는 수레를 끌며 고철을 모으고 있는 베드를 만났어요. 그는 벌집에서 꿀을 뽑아내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꽃이 다 진 지금이 바로 꿀을 모으는 때인데, 그래서 그도 이야기를 꺼낸거겠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정들이지. P65

왜 눈물이 났던 걸까. 의자를 고치는 건 이렇게 쉬운데 나머지 일들은 너무 어려워서? 아니면 이젠 의자 고치는 일 같은 걸 당신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P91-92



#A가X에게편지로씌어진소설 #존버거 #김현우 #열화당 #연애소설 #에세이 #편지 #소설 #책추천 #추천도서 #읽을만한책 #독파 #독파챌린지 #투쟁 #서평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 P26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ㅡ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 하나까지. - P27

은행나무. 이 단어를 읽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의 그 저음이. - P90

나는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 그 침묵들에 화가 났어요. 그것들이 나를 분노하게 했죠. 말없음은 미덕이고, 당연히, 종종 꼭 필요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침묵들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 P101

어찌 됐든, 노인이 들어간 방 맞은편에 있는 감방의 동료 수감자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따라서 소리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고함 소리가 옆방으로 옆방으로 서두르디 않고 이어져 나가다가, 그 층에 있던 수감자들이 모두 소리치게 되었죠. - P131

돌아오는 길에는 수레를 끌며 고철을 모으고 있는 베드를 만났어요. 그는 벌집에서 꿀을 뽑아내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꽃이 다 진 지금이 바로 꿀을 모으는 때인데, 그래서 그도 이야기를 꺼낸거겠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정들이지. - P65

왜 눈물이 났던 걸까. 의자를 고치는 건 이렇게 쉬운데 나머지 일들은 너무 어려워서? 아니면 이젠 의자 고치는 일 같은 걸 당신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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