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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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출판



📎 작가 소개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유정을 죽인 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가져야 할 죄책감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여고 3학년 현유정은 목이 졸린 채 폐건물의 시신으로 발견된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용의자는 5명. 은파경찰서 박동규 형사는 유정의 친한 친구 한수연, 담임 민혜옥, 남자친구 허승원, 남자친구 엄마 김근미, 유정 아빠 현강수를 중심으로 수사를 한다. 소설은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을 중심으로  한 명씩 수사를 하듯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한수연

이혼 후 아빠와 사는 수연은 고아나 다름없는 무관심 속 외로운 인물이다. 무엇을 먹는지 무슨 일은 없는지 묻기보다 자신만 생각하는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숨 막혀 보였다. 

수연은 유정이 죽어도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빠 때문에 미치겠다’는 그 말이 누군가는 아빠가 좋아서 누군가에겐 죽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여서.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를 공감했던 것이 아니라 알고 보면 질투투성이였던 관계.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울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P33


📋 민혜옥

사업한답시고 번 돈을 모두 날리다 못해 빚까지 떠안게 만든 남편을 둔 담임 혜옥은 퇴근 후 고액 과외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삶으로 피곤하다. 이혼을 하지도 않으면서 왜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에게 붙들려 사는 건지 답답한 인물이다. 취조 시에 남편에게 맞은 자국을 보여주며 자신은 힘들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행동이 자신은 약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 일수도. 


피로에 짓눌려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살다가 자신이 죽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답도 없는 질문이 끝없이 머릿속에서 정신을 칼날처럼 벼렸다. P53


📋김근미

유정의 남자친구 승원의 엄마 김근미. 승원의 엄마는 고졸 간호조무사로 12살 많은 의사였던 아빠를 만나 결혼했었다. 아빠가 사고로 죽은 후 시어머니와 공동양육이나 다름 없는 감시 받는 생활을 한다. 생활비를 받아야 하므로 참고 살지만 내면의 악은 시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이다. 시어머니가 죽으면 아들 승원과 함께 부유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든다. 나약해서인지도 모르고 사악해서인지도 모른다. 그건 습성이 아니라 본성이다. P128


📋허승원

자신을 해방시켜줄 출구로 남자친구 승원과 사귀자고 말한 유정. 승원도 성적으로 힘겨운 싸움 중 엄마가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그 말이 싫어 유정에게 공감이 갔고 둘은 만나게 된다.

아비 없다고 오냐오냐 키운 결과물. 승원은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졌다고 생각들 정도였다. 불쌍하다고 귀하다고 모든 것을 감싸다 범죄자로 키운 엄마와 할머니를 보면 그들의 이기심에 화가 났다. 

유정과 승원 둘을 보면서 헤어지자는 말에 칼부림을 일으키거나 데이트 폭력 같은 지금 젊은 세대에서 자주 뉴스로 볼 수 있는 사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충동적인 범죄들이 게임과 스마트폰에 노출된 세대들에게 너희들은 지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승원을 통해 말해주는 듯도 하다. 


“지긋지긋해. 네 불행이 나한테 옮는 것 같다고.”

그 말이 유정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명백히 알았다. 알면서 말한 거다. 상처를 받으라고. 그리고 떨어지라고. 그 말을 들은 유정의 창백해진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P149



인간의 이기심이 한 소녀를 결국 죽음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망친 인생을 남 탓하기 바쁜 인물들. 그들은 사회적 지위, 이미지, 부모로서의 역할, 이상적인 가족, 명예는 중요시 여기면서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서 바라봄으로 행복했을까.


소설 속 용의자들을 보면서 나는 상대가 잘못되었을 때 걱정과 위로 뒤에 나만 아니면 돼, 너 그럴 줄 알았다는 위선이 있지 않았는지, 열심히 살았던 나에게 닥친 시련은 왜 나에게만 일어나는 지 괜히 심통이 나던 때가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했다. 


꼭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그런 마음을 먹고 추락으로 가는 길을 보는 동안 방관하고 있었다면 그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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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울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 P33

피로에 짓눌려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살다가 자신이 죽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답도 없는 질문이 끝없이 머릿속에서 정신을 칼날처럼 벼렸다. - P53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든다. 나약해서인지도 모르고 사악해서인지도 모른다. 그건 습성이 아니라 본성이다. - P128

"지긋지긋해. 네 불행이 나한테 옮는 것 같다고."

그 말이 유정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명백히 알았다. 알면서 말한 거다. 상처를 받으라고. 그리고 떨어지라고. 그 말을 들은 유정의 창백해진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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