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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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위픽시리즈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최진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당시 두 사람에게 그토록 중요했던 그 문제는, 두 사람을 충돌시키고 분노를 불러오며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보이기를 요구했던 그것은, 이렇게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P11

상대는 별생각 없이 한말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평소에도 너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곱씹는 편이고, 그런 이유로 사람과의 만남을 되도록 피했다. 너는 너무나도 네 편에서 생각했기에 진정한 네 편이 되지 못했다. P19

깊은 외로움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온다. 너는 지긋지긋하다고 중얼거린다. 너는 이번 여행에서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과연 숨을 수 있는 사람인가' '얼마나 철저하게 숨을 수 있을까' 너는 그것을 알아보려고 이곳에 왔다. 그러므로 이 여행은 억지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자고 생각한다. P21-22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너를 지치게 한 복잡한 감정, 피해의식, 타인에 대한 의구심, 이별의 두려움 등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 속에서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P22-23


ㅡ 자연의 풍경은 나를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쫓기듯이 이어졌던 감정들과 답이 없는 꼬리물기 생각들은 푸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잊게 해준다. 제주 여행은 철저하게 자연에게서 자신을 은둔시켜보기 위함이다.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 수많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진짜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당신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오직 나를 위한 마음.
당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말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말라는 요구.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
먼저 떠나지 못한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되삼키는 울음이 있다.
너는 남겨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이곳까지 왔다.
믿지 않으려고 훌쩍 떠났다. P23


ㅡ 결국, 나를 위해 돌아오리라는 기약없는 그 믿음을 믿고 싶은 마음은 왜 버릴 수 없을까. 잊지 못하는 마음을 스스로 달래주려 떠나는 그 마음도 쓸쓸하다.

연극은 끝났다.
객석은 텅 비었다.
배우의 잘못을 아무도 모른다. P50



그는 거짓말한 적 없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어떤 침묵은 거짓에 포함된다. 아주 많은 사랑은 거짓에서 시작한다.
너는 가벼워지고 싶어 중얼거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로라입니다.
  바람이 너의 목소리를 지운다. 너는 더욱 크게 말한다.
  함부로 다정하게 굴지 마세요. 외로운 사람을 오해하게 두지 말아요. 내 눈을 빤히 바라보지 마. 사냥하듯 사랑하지 마. 잘못을 실수라고 말하지 마. P63


ㅡ 너무 슬프다. 상대를 몰랐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한 죄는 내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추억을 비참하게 만들고 사랑인데 죄 지은 것도 아닌데 비밀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는 있는 건지…


배신감이 느껴질 텐데 ‘너’는 묵묵히 그 쓸쓸함을 외로움을 상실감을 상처를 부정을 질투를 견딘다. 그를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소설 속 ‘너’는 기다림 또한 사랑이라 믿는 듯하다.

제주에서 만큼은 '오로라' 로 부르며 다른 이름으로 그동안 연극과도 같은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원하는 듯도 했다. 오로라의 삶은 연극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을 버티듯 돌을 쌓는 것. 돌이 쌓이는 것을 보며 본인도 잘 버티고 있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본다.

작가님은 제주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조커 카드로 아껴두고 싶었는데 꺼냈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그리고 트럼프 한 덱에는 두 장의 조커가 있기에 한 장 더 남은 조커 카드도 사랑이야기로 더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양한 사랑 중에 또 이런 쓸쓸함 가득 담은 사랑도 있다는 것을 막 봄이 오는 계절에 읽었다. 다음 번 사랑은 부디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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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오직 나를 위한 마음.
당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말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말라는 요구.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
먼저 떠나지 못한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되삼키는 울음이 있다.
너는 남겨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이곳까지 왔다.
믿지 않으려고 훌쩍 떠났다. - P23

연극은 끝났다.
객석은 텅 비었다.
배우의 잘못을 아무도 모른다. - P50

그는 거짓말한 적 없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어떤 침묵은 거짓에 포함된다. 아주 많은 사랑은 거짓에서 시작한다.
너는 가벼워지고 싶어 중얼거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로라입니다.
바람이 너의 목소리를 지운다. 너는 더욱 크게 말한다.
함부로 다정하게 굴지 마세요. 외로운 사람을 오해하게 두지 말아요. 내 눈을 빤히 바라보지 마. 사냥하듯 사랑하지 마. 잘못을 실수라고 말하지 마.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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