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소설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출판

 


15개의 단편소설이 실려있고, 모두 중년 남성의 ‘나’가 화자여서 가정을 이루기도 했고, 홀로 중년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기도해서 읽다보면 한 인물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각 단편소설은 강렬하게 기억 남는 사건이나 반전 없이 표지의 그림처럼 강물에 떨어진 낙엽들이 물길따라 떠내려가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현재의 안온한 삶이 유지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불안감, 예술가와 대학가의 직업을 갖고 있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지의 고뇌하는 모습은 내가 중년의 나이라 그런지 공감되었다. 한편으로 저물어가는 젊음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내가 놓쳤던 무언가와 잊고 있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했다.



 

<오스틴>

 

아이들이 태어나며 바뀐 일상과 나이가 든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며 느낀 감정. 내 인생이 아니라고 남일이라 여겼던 이야기가 내 삶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감. 가족이 생기고 안정감이 있음에도 눈물이 많아진다.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잃을 것만 같은 상실감을, 이것이 나이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소설.

 

 

🔖친구들은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두툼한 허리와 넓적하고 편한 신발,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굴복해버렸다. 

P14 오스틴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나는 늦은 밤 이 의자에 앉아 나 자신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하고 술을 홀짝이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하지만 어쩐지 더 큰 목적에서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벽 바로 뒤에서 그림자가 솟아오르고 더욱 거대한 부재의 울림이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이 늘 있었다.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이 늘 있었다. 이런 기분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P21 오스틴

 

<넝쿨식물>

 

🔖이런 점진적인 멀어짐은 그해 여름 내내 일어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순간이 되어서야 그것을 물리적으로 감지했다. 이제 방안에는 다른 기운이,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P58 넝쿨식물

 

삼십대. 동네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는 나와 추상화를 그리는 마야는 판화가로 꽤 유명한 예순즈음의 라이어널 집에 세를 들어 산다. 라이어널은 20대 젊은 여자를 모델로 누드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는데 그의 작품이 성적이라며 비난하던 마야와 나는 라이어널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다. 삼십대는 최고의 성과라 말하는 라이어널의 말에 지금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사랑하는 일을 알아가는 중이라 답을 한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마야와 헤어지게 됨을 알아채게 되고,(직업도 재산도 꿈도 명확하지 않은 자신에 비해 마야는 꿈이 있으니 헤어지는 것이겠지만) 우연히 라이어널의 작업실에서 마야와 닮은 누드화를 보게된다.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손 내밀던 라이어널은 마야에게도 손을 내밀었을까. 그래서 마야는 라이어널을 통해 성공하고 싶었던 것일까.

 

<첼로>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P92 첼로



 

아내 내털리는 유능한 첼로 연주자이지만 손의 떨림으로 연주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낙담한다.

 

<라인벡>

 

🔖우리의 숨결은 안개처럼 공기중에 서린 채 멈춰 있다. 

P126 라인벡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P126 라인벡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꺠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P127 라인벡

 

리베카와 데이비드. 그 두 연인과 오랜 친구처럼 지냈지만 둘 사이의 흔들림과 권태 사이에 한번씩 자신이 이용당하는 듯한 기분. 함께 있으면 좋지만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셋 모두 안다. 각자의 길을 가야하는 기로에서 왜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지. 아니 그런 마음을 가졌었는지도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

 

<숨을 쉬어>

 

🔖어쩌면 이언은 이런 불행을 내게만 내보였는지도 모른다. 내 잘못이라고, 나 때문에 자기가 이렇다고 알려주기 위해. 아니면 그보다 훨씬 단순한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저 자기가 뽑은 패에, 자신에게 주어진 아버지에게 실망한 건지도. 아이가 가장 원한 건 그저 다른 삶이었는지도. 

P154 숨을 쉬어

 

아이는 풍족한 장난감과 환경을 어른과 다른 호기심으로 소유욕으로 좋아한다. 그런 아이에게 모든 걸 갖추었는데 어릴 때 물에 빠진 기억에서 극복하지 못하고 기침을 하는 것으로 아이도 부모도 모두 예민하다. 사고가 일어난 후.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 정상처럼 보이고자 한 행동이었지만 정작 마음으로 고통은 극복하지 않았다. 경제력과 방법이 잘못되었나. 결국 극복 못한 모습. 아이 부모 모두.

 

<벌>

 

🔖내가 너무 세게 밀면 모든 게 무너져버릴지도 몰랐다. 

P212 벌



 

🔖 마치 아내가 우리 둘 다 말하지 않았던 우리 사이의 수치스러운 비밀을 정통으로 찌른 것 같았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녀의 어떤 측면에 나는 또한 이끌린다는 사실을. 

P227벌

 

 

알렉시스와 나. 그리고 딸 리아. 별거 중인 부부의 헤어지는 감정들. 곧 떨어져 추락할 듯한 불안함과 더 이상 단란하고 행복한 시간이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아이도 나도 모두가 안다. 그 사이에 더 불안하게 벌들이 집에 벌집을 짓고. 이미 마음 떠난 아내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만. 인정하면 희망조차 사라질 것 같다. 구질구질하게도 리아와 벌을 핑계로 끊어질 것 같은 인연을 붙들고 있다.

 

<포솔레>

 

🔖 이 식당 밖의 세상에서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집에 어린아이가 둘 있어서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심지어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이 식당에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P232 포솔레

 

육아에 지쳐 유일하게 힐링하는 공간.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고 변해가는 그런 공간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그리움으로.

 

<히메나>

 

🔖 그해 봄에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한층 실감했다. 물론 거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젊음이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의식하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P267 히메나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P287 히메나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나와 직장의 안정감을 위해 노력하지만 젊은 나이의 경쟁상대에게 질 때마다 힘들어라는 칼리. 그런 둘 사이에 젊은 히메나와의 대화로 서로가 알지만 말하지 않던 충고들을 간접적으로 듣게 된다.

긴 시간이 흐르면 번듯한 집도 있을 줄 알았는데, 제자리에 정체되어 있고 아이도 없고 안정적인 직업도 없이 사는 지금을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 매일을 쉬지 않았고 미래를 꿈꾸었고 노력했지만 지금 현실의 답답함이 보였던 소설.

 

<사라진 것들>

 

🔖 우리는 아주 이상한 이틀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P326 사라진 것들

 

#사라진것들 #앤드루포터 #읽을만한책 #독파 #독파챌린지 #잔잔한 #단편소설 #신간도서 #북클럽문학동네 #문학동네 #신작 #내돈내산 #서평


친구들은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두툼한 허리와 넓적하고 편한 신발,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굴복해버렸다.

P14 오스틴 - P14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나는 늦은 밤 이 의자에 앉아 나 자신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하고 술을 홀짝이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하지만 어쩐지 더 큰 목적에서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벽 바로 뒤에서 그림자가 솟아오르고 더욱 거대한 부재의 울림이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이 늘 있었다.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이 늘 있었다. 이런 기분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P21 오스틴 - P21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P92 첼로 - P92

우리의 숨결은 안개처럼 공기중에 서린 채 멈춰 있다.

P126 라인벡 - P126

이 식당 밖의 세상에서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집에 어린아이가 둘 있어서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심지어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이 식당에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P232 포솔레 - P232

그해 봄에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한층 실감했다. 물론 거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젊음이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의식하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P267 히메나 - P267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P287 히메나 - P2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