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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 교유서가 소설
박이강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평점 :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박이강 소설
교유서가 출판

작가는 글로벌 기업을 다니다 소설이 좋아 소설가로 되었는데 그 과정들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찐 사무직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갑질도 아닌 감정을 소모하고 다치고 나를 붙잡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나날들의 내용들이 가득했으니.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는 내 비밀 일기장 내용 같은 소설이었다.
공간에 대한 글이 많았는데 권위있고 독립된 장소이지만 반대로 자신의 어둠을 자꾸 들여다보게 만드는 외로움을 키우게 만드는 곳을 말하는 것 같았다. 직장에서 그런 단독 오피스 공간을 가지면 알 수 있는 감정들이 많이 드러났는데 자리를 붙들고 있기까지 능력을 쥐어짜고 자신을 소모하는 일에 지침이 많이 나와서 이 책은 직장인이 읽으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 <흔들리는 것들>
부장의 듣기 싫은 말을 뒤로 발리로 왔다. 휴가지에서 부장의 딸같은 조카에게 조언을 해주라는 말도 안되는 전화를 받고, 마사지를 받으며 휴양을 즐기고 있다. 하스나 이름의 마사지사는 딸과 함께 출장을 오게되었고 그 상황에서 부모님을 떠올리게 된다.
열심히 슈퍼를 하며 살았지만 다음에라는 말로 여유를 유보하며 살았던 부모님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할지도. 왠지 작가 자신의 회사를 그만둬야하는 시기에 스트레스가 담겨있는 듯한 소설이다.
시든 채소 같은 꼴로 매사에 심드렁해진 지가 꽤 오래되었다는 자각에 이르자 더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P13
그들은 모든 것을 다음으로 유보하는 방식으로 그들 자신 역시 지금과는 다를 거라고 믿는 미래로 유보했다. 나는 부모님의 다음에를 불신했고 나중엔 혐오했다. 그러면서도 삶에 큰 불만이 없는 그들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들과 비교하면 나는 영영 나태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싫었다. P29
📚 <오피스>
피 이사. 차장인 나(세영)보다 상사이지만 그녀의 오피스 공간이 부러웠고, 꽃을 배달시키고 지시하는 모습이 자신과 선이 그어진 모습이다. 피이사의 휴가에 결재를 대신하며 손에 쥐게 된 피아노 티켓으로 공연을 보러가서 어릴 적 의도와 반대로 작은 집으로 옮기며 피아노도 강제 종료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피이사의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헛일이라는 말에 억눌린듯, 부모님 잘못으로 자신의 피아노가 빼앗긴 기억때문인지 다시 피아노를 배우며 자신을 찾으려한다. 복귀한 피이사가 꽃의 물을 갈아달라고 할 때 세영은 수국을 버리고 더이상 하지 않겠다며 피아노 뚜껑을 닫던, 피이사의 문을 닫던 쾅 을 자신이 한번 냄으로 자신감을 찾는 모습이다.
조금은 무거운. 직장 상사가 내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짜릿한 상상. 권력욕인가..ㅎㅎ
사장의 소박한 꿈을 완성해주는 일부가 되고 싶진 않았다. 미래의 가능성을 그 조그만 회사의 초라한 사무실에 한정한다는 건 나 자신에게 비겁한 일 같았다. P43
그때부터 꽃병의 물을 가는 건 자연스럽게 내 일이 되었다.
기꺼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비굴에 가까운 선의가 아니었나 싶다. P46
📚 <도시는 밤>
계약직으로 전전하는 나. 낯선 싱가포르에서 아무도 나를 모를 것 같은 사람과의 일탈과 아무도 그걸 모를 거라는 안도감에 고무된다. 도시의 야경을 보고 빌딩들이 묘비같다고 말하던 알래스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듣게 된다.
회사 사람들은 그만둔 지부장과 반대되는 적당하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오지랖보다 업무에 충실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타지에서의 그 남자와 지 부장이 그만둔 일에 대해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들의 화려함 속에 어둠도 함께 있다는 것.
나를 주시하는 낯선 이들의 시선을 느꼈지만, 그런 경계의 시선은 익숙한 사람들이 타성적으로 범하는 무례보다는 낫기에 개의치 않았다. P69
“지 부장은 항상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았어요.”
그 마지막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와 박혔어. 쓸데없는 말. 그래, 나는 그게 듣고 싶었던 거야. 결국 도시의 밤 속으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릴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이 컵을 전해준다면 지 부장은 내게 고마움을 표시할 테고 둘 사이엔 무언가가 계속 꼬리를 물게 되겠지? 그러다 그녀의 쓸데없는 말에 연연하게 될까봐 두려워졌어. P90
📚 <파라다이스 리조트>
직장인 희수를 바라보는 시점이다. 발리로 여행을 떠났지만 긴 시간 이동도 모두 짜증스럽다. 자신의 사무실 방이 생긴 이후라 그럴까. 이메일 확인이 되지 않는 리조트도 불만이고 휴가이지만 코코넛 열매따듯 업무를 잘 해야한다는 생각에 초조함이다.
최악의 진상 고객으로 리조트의 아니쉬 직원에게 화풀이다.
정작 자신의 화를 어디에 내야할 지 모르는 화풀이를 엄한데 하는 사람들. 여기서 희수는 최악이다.
무엇보다 금단현상처럼 자꾸 사무실에서의 저녁 시간이 생각나 미칠 지경이었다. 희수는 사람들이 퇴근한 후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을 사랑했다. 방이 생긴 후부터 굳어진 버릇이었다. 딴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그 꽉 찬 시간 속에 머물 때 희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P109
📚 <방문객>
형의 손님을 거절하지 못한 동생네 부부는 방문객의 등장으로 교양적인, 지적인 모습으로 드러내보이려 노력했으나 와인 한병으로 남편과 부인의 감추고 있던 섭섭함이 술주정이 되면서 초대는 엉망이 된다.
변기 속 똥을 그냥 두고 나간 미스터 자파. 형의 부채감만 아니었다면 저런 무례한 사람을 초대하고 부부가 싸울일은 없었을 텐데 이 모든 것이 형에 대한 부채감 때문으로 돌아갈지도. 쯧쯧
두 사람의 형제애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게 여자의 눈에는 오랜 세월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에 물질적인 관대함을 베풀며 굳어진 결속 같았다. 남자에게 아버지 같은 형의 말은 ‘안 된다’는 가정조차 상상할 수 없는 당위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P131
📚 <디디를 기다리며>
잘난척 쩌는 인간들이 자신이 쩔쩔매던 시절 기억못하고 자본력과 인맥으로 권력을 유지한다. 빌라 그레이에 모인 예술로 투자를 받고 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은 파티를 개최한 최종 목적 디디를 기다리는데 거들먹거리는 제프 강이 꼭 꼴보기 싫은 임원을 보는 듯했다. 교양과 배려따위는 갖다 버린. 오로지 위로 오르기만을 연구하는 사람들. 디디가 궁금했는데. 안나옴!
“아니, 주제 파악 못 하고 나대는 게. 난 말이지. 맥도날드 알바가 글로벌 전략을 논하는 꼴은 정말 못 봐주겠어.” P159
📚 <2백만 원어치 마음>
아빠와 전처 딸 혜선 언니는 한국에 두고 엄마와 나(혜린)는 미국으로 왔다. 엄마는 재혼 후 동생 폴을 낳았고.
언니와는 어릴 적 헤어진 후 아빠 장례식장에서 만났는데 언니는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것도 문제인데 언니가 일하던 중 쓰러지며 보호자로 등록되었다며 연락까지 온다.
내가 원해서 봉사하고 기부하는 마음과 반 강제적으로 지출해야하는 마음은 전혀 다르다!!
유전자 일부를 공유했다고 해서 그녀와 나는 가족이 될 수 있는 걸까. 불시에 뒷덜미를 잡혀 원치 않는 곳, 원치 않는 사람들 앞에 끌려나온 기분이 들었다. P208
📚 <무탈>
하나도 되는 일 없는. 늘 있는 일이지만 하나하나 신경 곤두서 날늘 세우고 상대방을 대하게 되는 매일. 인내심을 갖고 사는 수 밖에. 또 내일이 올테니까…
오늘 하루가 지났다.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오늘이 어제와 비슷했듯이 내일도 오늘과 비슷하겠지. 따지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날들일 뿐이다. P233
📚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제주도로 갑자기 떠난 어느 날. 은유를 보러 경태의 권유로 갔다고 해서 실제 인물인 줄 ㅠㅠ.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나를 과거 깜깜한 밤하늘로 수박씨를 날리던 외삼촌이 날 것의 은유법을 말하듯 자신을 꺼내보라고 스스로 되뇌이는 듯했다.

나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P242
바보들은 출구를 알려줘도 못 찾아가지.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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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시든 채소 같은 꼴로 매사에 심드렁해진 지가 꽤 오래되었다는 자각에 이르자 더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P13 <흔들리는 것들>
그들은 모든 것을 다음으로 유보하는 방식으로 그들 자신 역시 지금과는 다를 거라고 믿는 미래로 유보했다. 나는 부모님의 다음에를 불신했고 나중엔 혐오했다. 그러면서도 삶에 큰 불만이 없는 그들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들과 비교하면 나는 영영 나태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싫었다. P29 <흔들리는 것들>
사장의 소박한 꿈을 완성해주는 일부가 되고 싶진 않았다. 미래의 가능성을 그 조그만 회사의 초라한 사무실에 한정한다는 건 나 자신에게 비겁한 일 같았다. P43 <오피스>
그때부터 꽃병의 물을 가는 건 자연스럽게 내 일이 되었다. 기꺼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비굴에 가까운 선의가 아니었나 싶다. P46 <오피스>
"지 부장은 항상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았어요." 그 마지막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와 박혔어. 쓸데없는 말. 그래, 나는 그게 듣고 싶었던 거야. 결국 도시의 밤 속으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릴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이 컵을 전해준다면 지 부장은 내게 고마움을 표시할 테고 둘 사이엔 무언가가 계속 꼬리를 물게 되겠지? 그러다 그녀의 쓸데없는 말에 연연하게 될까봐 두려워졌어. P90 <도시는 밤>
"아니, 주제 파악 못 하고 나대는 게. 난 말이지. 맥도날드 알바가 글로벌 전략을 논하는 꼴은 정말 못 봐주겠어." P159 <디디를 기다리며>
나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P242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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