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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소설
문학동네

📚<새 이야기>
청둥오리가 인간을 좋아해 천일 동안 노동을 했다는 파의 이야기. 생뚱맞게 파와 오리라니.
진짜 새인 걸까. 오리의 미련을 담은 파. 새처럼 날아가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진아는 상상으로 남겼을까.
모르는 채로 있고 싶었다. 천희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 그저 빠지는 것만으로 재밌었다. 나는 저런 사람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 좋았다. 모르고 있고 모르는 와중인 것이. 하나를 알아도 그다음이 축적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을 아는 게 즐거웠다. 아니 모르는 일이 즐거웠다. 모르는 상태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뱅글뱅글 돌며 어질어질하게 살고 싶었는데. 실제로 그 기간은 매우 짧았다. 강렬했기 때문에 길게 느껴졌다. P15
📚<나주에 대하여>
남자친구의 헤어진 전 여친이 회사에 나보다 어린 직원으로 입사한다. 규희가 죽고 흔적을 찾은 것이 전 여친 예나주. 그렇게 라도 규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이제는 세상에 없기에 규희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주를 통해 더 알고 싶고 그러다 보니 나주에 대해 더 궁금해져하는데 어쩌면 나주가 알아버리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만큼 많은 정보를 흘려주었다. 어쩌자고 규희를 놓아주지 못하는지 ㅠㅠ
자기 공간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 오롯한 혼자를 내버려둬야 하고 스스로가 세운 원칙을 존중받아야 해서 섣불리 노크하거나 노크조차 않고 불쑥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내향적이라고 소개하며 절대 먼저 뭔가를 제안하지 않는 사람들. P63
📚<꿈과 요리>
솔지는 활동적이었다. 수언은 솔지를 떠올리면 자기가 못가진 듯한 생각이 들어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부러워하고 때로는 질투하며 지내는 동안 마음에 담겼던 게 폭발하고 대판 싸운다. 그냥 축하하면 될 일을 왜 말안했냐고 시비 거는 듯한 말투 하나로.
이후 서로는 멀어지지 않고 솔지의 요리는 연어덮밥을 할만큼 늘었고 수언은 자신의 꿈속에서 솔지와 여기저기 선명하지 않은 장소지만 함께 헤쳐가는데 그런 느낌도 좋다.
나는 친구와의 관계가 사실 제일 어려웠다. 친하다 생각해도 나는 늘 혼자 같았고 경쟁상대가 되는 것은 싫으면서 또 즐거운 일은 축하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들이 솔지와 수언의 사이에 있었다.
그 생각의 밑바닥이나 가장자리에 끄트머리가 살짝들려 있는 아주 얇은 껍질을 살살 떼어내보면 거기에는 부러움이 있었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였다. P88

📚<근육의 모양>
재인과 필라테스 강사 은영의 이야기.
사람과의 이별 후 남은 흔적들 속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내 의지로 만드는 몸의 근육을 보면서 어쩌면 흔적도, 내가 원하는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그렸다. (운동은 배신하지 않지요^^;)
어느 순간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해본 것’ 리스트를 적는 일만큼 재인에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 둘은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모르는 마음으로 모르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으므로. P128-129
나는 무시할 수가 없어. 편한 대로 생각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가 않아. 그 사람은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자기 모양을 바꿀 때마다 내 마음의 모양도 바뀌어. 따라서 싫었다 좋았다 하게 돼. 그게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이 내 모양을 바꾸는 걸 더 보고 있을 힘이 이제 나에게는 없어. P132-133

📚<척출기>
영은은 귀에 종양이 있어 제거하면 청력의 손실도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영은은 주현의 수술 고백을 듣고 좋아한다는 고백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상황에서 상대방을 받아들일 자리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 생각한다.
저 준비하던 거 그만뒀어요. 못하겠어요. 사실 진작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만뒀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거. 미래가 좋을 거야…… 하고 나한테 내가 최면 거는 거. P166
그 사람의 인생울 바꿀지도 모르는데, 내가 책임져줄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이쪽으로 넘어오라고 하는 거 지쳤어요. 삐라 날리는 짓 같은 거 그만하고 싶어요. P179

우리는 서로 아플 때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뭘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구나. P180
📚<정체기>
전 애인을 잊지 못하는 영지. 청력이 떨어지고 자주 귀가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씨는 영지를 좋아하는 은주. 그런 은주를 좋아하는 나.
안정된 직업이라 모두가 말해도 내가 느끼지 못한다는 건 내가 잘못된 것인지. 이런 불안은 정상인 건지.
매번 처음 디딜 때처럼 낯설었고 늘 그렇듯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그제야 숙소와 근처 풍경이 익숙해졌지만 익숙하다는 감각만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P211
📚 <쉬운 마음>
레즈비언 고백에도 고개를 끄덕여주던 세선. 이성애자였던 수영을 떠올리게 만든 현정. 노멀피플인 이성애자는 결코 알 수 없는 마음.
변명 같지만 현정이 멀어 보였던 이유를 하나 덧붙여보자면, 그애가 누가 봐도, 당연히, 너무나 이성애자였기 때문이다. 이성애자의 친구로 남는 일은 너무 쉬웠다. 마음껏 품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마음. 짝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내가 살면서 내내 해온 일이었다. P231
📚<침묵의 사자>
어릴 때 좋아해서 따라했지만 그 행동으로 친구들로 부터 거리가 멀어졌다. 실재하지 않는 사자가 눈에 보이며 자신을 데리러온 것은 아닐까 두렵다. 하지만 지은을 만나고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눈에 보이던 사자가 이제는 기다려지고 반갑다. 사자는 어쩌면 내가 만들어 낸 또 다른 내가 아니었을까. 크고 강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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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공간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 오롯한 혼자를 내버려둬야 하고 스스로가 세운 원칙을 존중받아야 해서 섣불리 노크하거나 노크조차 않고 불쑥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내향적이라고 소개하며 절대 먼저 뭔가를 제안하지 않는 사람들. - P63
그 생각의 밑바닥이나 가장자리에 끄트머리가 살짝들려 있는 아주 얇은 껍질을 살살 떼어내보면 거기에는 부러움이 있었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였다. - P88
어느 순간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해본 것’ 리스트를 적는 일만큼 재인에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 둘은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모르는 마음으로 모르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으므로. - P128
나는 무시할 수가 없어. 편한 대로 생각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가 않아. 그 사람은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자기 모양을 바꿀 때마다 내 마음의 모양도 바뀌어. 따라서 싫었다 좋았다 하게 돼. 그게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이 내 모양을 바꾸는 걸 더 보고 있을 힘이 이제 나에게는 없어. - P132
저 준비하던 거 그만뒀어요. 못하겠어요. 사실 진작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만뒀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거. 미래가 좋을 거야…… 하고 나한테 내가 최면 거는 거 - P166
그 사람의 인생울 바꿀지도 모르는데, 내가 책임져줄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이쪽으로 넘어오라고 하는 거 지쳤어요. 삐라 날리는 짓 같은 거 그만하고 싶어요. - P179
매번 처음 디딜 때처럼 낯설었고 늘 그렇듯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그제야 숙소와 근처 풍경이 익숙해졌지만 익숙하다는 감각만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 P211
변명 같지만 현정이 멀어 보였던 이유를 하나 덧붙여보자면, 그애가 누가 봐도, 당연히, 너무나 이성애자였기 때문이다. 이성애자의 친구로 남는 일은 너무 쉬웠다. 마음껏 품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마음. 짝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내가 살면서 내내 해온 일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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