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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장편소설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출판

21세기 베케트, 서사기법의 신비주의자로 불리는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 Jon Fosse'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을 독파챌린지로 읽었다. 152쪽이라 금방 읽혔다.
1부는 요한네스가 태어나고, 2부는 갑자기 노인의 이야기다. 아침 그리고 저녁의 제목처럼 점심 없이 바로 삶의 처음과 끝을 본다. 왜 중간 없이 건너뛰었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엉뚱하게도 내 주변 노인들이 최근 기억보다 오래 전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고 이야기하던 모습이 생각났고 노인의 특징들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생각들었다.
요한네스는 늙은 지금보다 힘 좋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페테르는 풍족했던 꽃게를 노처녀 안나 페테르센이 가져가지 않았다며 주고 싶어했고, 요한네스는 죽은 부인 에르나와 일곱 명의 아이를 낳을 만큼 사이가 좋았던 일을 회상했다. 이렇게 느닷없이 갑자기 흐리기만 했던 옛날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2부의 중반 쯤 읽으니 이 끝나지 않는 쉼표들이 뭔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요한네스의 마음 같기도 했다. 1부의 그 둥둥 떠다니는 소리들 사이의 글들이 느껴졌다면, 2부는 아련한 기억 속에서 글들이 있는 느낌 같았다.
정신 줄을 놓은 사람이 아니라 기억 속의 무언가를 계속 꺼내려는 듯한 말들. 그래서 온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쉼표로 문장들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1부만 읽었을 때는 완전 막막했는데 2부 중반부터는 노인 요한네스를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다) 왜 이해가 된 걸까..
특별할 것 없던 일상적인 하루가 반복되고, 결국 일상은 삶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읽어서일까.
노인이 된다면. 죽음을 마주한다면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 두렵기도 하면서도 또 떠나보내고 떠나는 모습이 나도 저럴테지, 상상하게 된다.
삶도 죽음도 왠지 이 책의 속도와 같을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죽음 속에서 삶을 보고 또 요한네스는 그 죽음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듯하다. 소리 없는 고요한 삶. 아니 죽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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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인데요…
출판사 직원분들은 발표 전날부터 야근하며 수상작품에 대한 자료를 수정하고 준비한다는데 촌각을 다투는 기자들이 떠올랐어요.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현장감을, 밤에 불켜진 출판사의 사무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었구요. 이번 첵첵레터💌는 직원분들의 노고가 느껴져서 짠했지만 😅 또 그만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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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밑줄긋기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며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한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언제라도,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P17
그리고 페테르가 팔을 꽉 붙잡아주는 동안 요한네스는 다른 발도 페테르의 고깃배 난간 위로 올리며 생각한다, 여기서 한 발만 헛디디면 물속으로 풍덩 가라앉는 거군,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에르나도 죽었고 아이들은 다 컸으니, 물고기밥이 된다 한들 대수로울까, 아무래도 좋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두 다리로 갑판 위에 안전하게 서 있다 P72-73
하지만 그것들은 마치 소리처럼, 그렇다 그 안의 소리처럼 그의 일부로 그 안에 머물 것이었다, 요한네스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것을, 하늘 저 뒤편에서, 사방에서, 돌 하나하나가, 보트 한 척 한 척이 그에게서 희미하게 멀어져가고 그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P74
에르나가 살아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에르나가 가고 없는 것이 슬프다, 그래도 집이 따뜻하기는 하겠지, 먹을 것도 조금 있고, 하지만 에르나 일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녀가 떠나야 했던 것은, P101
그러면 게망은 뭐하러 걷어올렸나, 요한네스가 묻는다
자네 삶과의 연결을 끊어야 하니 뭔가는 해야 했지, 페테르가 말한다
그런 거로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런 거라네, 페테르가 말한다 P130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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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들은 마치 소리처럼, 그렇다 그 안의 소리처럼 그의 일부로 그 안에 머물 것이었다, 요한네스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것을, 하늘 저 뒤편에서, 사방에서, 돌 하나하나가, 보트 한 척 한 척이 그에게서 희미하게 멀어져가고 그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 P74
그러면 게망은 뭐하러 걷어올렸나, 요한네스가 묻는다
자네 삶과의 연결을 끊어야 하니 뭔가는 해야 했지, 페테르가 말한다
그런 거로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런 거라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30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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