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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강혜정 저자 / 달 / 2023년 8월
평점 :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강혜정 산문
달 출판

배우 강혜정 에세이에 50편의 짧은 산문과 사진들이 있다.
예전만큼 작품활동도 많이 하지 않아 궁금했는데 에세이 출간 소식이 반갑게 느껴졌다.
작품을 하지 않는 시간동안 배우가 아니 사람 강혜정으로 어둠에 사로잡히기보다 글을 쓰며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흔적들도 가득하고. 오랜 기억과 상처받은 마음, 자신의 믿음으로 인해 생긴 일에 대해 자책하기도 하며.
돈벌이를 해야하나. 시간만 축내는 것은 아닌가. 회의감과 막연한 생각들로 시간들을 채워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배우라는 직업때문이라기보다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때문에 더 외롭게 자신을 몰아부치는 듯해서 외줄타기 하는 사람을 보는 듯 불안 불안했다.
스스로는 스무 살의 봄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혼자가 되었고 실패까지 덤으로 안았다는 생각과 함께.
술에 취한 모습조차 즐거워야하는 스무 살이지만 세상 잃은 듯 소리를 듣는 것도 힘들어했다.
밝고 활기찬 느낌보다 지금껏 달려온 것에 모두를 소진시켜 멈춘 상태처럼 상실감, 공허함이 많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힘을 내야한다고 움직이고 준비해야하는 마음이 억지로 움직이게도 했고.
(왜이리도 어두운지ㅠㅠ)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이기 바빴던 젊은 날은 뒤로하고, 쓸쓸할 수 밖에 없었던 넓은 마음을 이제는 행복으로 채워갔으면 좋겠다. 삶에서 미치도록 열심히 했던 시간들은 나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고 기억을 한다면 그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기지 않을까.
ㅡㅡㅡㅡ
▦ 책 속 밑줄긋기
후회가 배부른 트림처럼 깊은 한숨으로 쏟아진다. 애써 분위기를 전환하려 가볍게 뱉은 말로 어색함을 배로 만드는 아둔함이란 고치려 해봐도 고쳐지지 않는 착한 질병이겠지. 타인을 위한다는 자만심은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이럴 때 우리는 조용히 침묵하고 듣고 끄덕이며 안아주기만을 바라면서도, 이내 내뜻을 밝히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P15 <착한 질병>
내 삶에 대한 책임감과 열망의 끝에는 한 뼘짜리 지문으로 통하는 세상에서 자멸하는 엄지손가락의 고뇌만 춤출 뿐이다.
P17 <인피니트 스크롤>

몸을 단련시키듯 고통의 과정을 반복해야만 그나마 방어구가 생겨나는 것처럼 나는 벌써 이런 이들을 제법 겪은 듯하다. 부디 더이상 결핍에 흔들리는 미련을 범하지 않길 되새김질 해댈 뿐이다.
P20 <그 사람 믿지 마>
상처를 기회로 펴낸 이 작은 책 역시도 아름다움을 표방한 포장지로 서술될 것이다. 그리고 곧 짧은 감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내 파헤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갈 것이다. 또다시 숨어들 곳을 찾을 준비릉 하면서 말이다.
P68 <흉터>
제발 나서지 말라며 내 허리춤을 붙들고 있던, 냉소를 품은 절제력이 힘에 부쳐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정으로 빚은 살점을 조금씩 떼어 나눈다. 때론 서슬 퍼런 날에 베여 피가 줄줄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P158 <당신의 라임오렌지나무>
여전히 칭찬은 나를 어렵게 한다.
그렇지만 처절하게 고독하게 순간을 양분삼아 괴로워하고 기뻐하며 세상에 내어놓은 것들이 여전히 관심 있게 보이고 좋게 평가받는 것에는 감사함과 감격이 차오른다.
P221 <강아지풀>
불이 났다.
다 죽었는데 시간만 살아남았다. 다 멈추었는데 저 녀석 혼자 흐르고 있다. 모든 것을 검게 녹인 역동적인 화마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난히 시간만 차갑게 흐른다.
P231 <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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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파 앰버서더 3기로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후회가 배부른 트림처럼 깊은 한숨으로 쏟아진다. 애써 분위기를 전환하려 가볍게 뱉은 말로 어색함을 배로 만드는 아둔함이란 고치려 해봐도 고쳐지지 않는 착한 질병이겠지. 타인을 위한다는 자만심은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이럴 때 우리는 조용히 침묵하고 듣고 끄덕이며 안아주기만을 바라면서도, 이내 내뜻을 밝히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 P15
내 삶에 대한 책임감과 열망의 끝에는 한 뼘짜리 지문으로 통하는 세상에서 자멸하는 엄지손가락의 고뇌만 춤출 뿐이다. - P17
몸을 단련시키듯 고통의 과정을 반복해야만 그나마 방어구가 생겨나는 것처럼 나는 벌써 이런 이들을 제법 겪은 듯하다. 부디 더이상 결핍에 흔들리는 미련을 범하지 않길 되새김질 해댈 뿐이다. - P20
상처를 기회로 펴낸 이 작은 책 역시도 아름다움을 표방한 포장지로 서술될 것이다. 그리고 곧 짧은 감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내 파헤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갈 것이다. 또다시 숨어들 곳을 찾을 준비릉 하면서 말이다. - P68
제발 나서지 말라며 내 허리춤을 붙들고 있던, 냉소를 품은 절제력이 힘에 부쳐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정으로 빚은 살점을 조금씩 떼어 나눈다. 때론 서슬 퍼런 날에 베여 피가 줄줄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 P158
여전히 칭찬은 나를 어렵게 한다. 그렇지만 처절하게 고독하게 순간을 양분삼아 괴로워하고 기뻐하며 세상에 내어놓은 것들이 여전히 관심 있게 보이고 좋게 평가받는 것에는 감사함과 감격이 차오른다. - P221
불이 났다. 다 죽었는데 시간만 살아남았다. 다 멈추었는데 저 녀석 혼자 흐르고 있다. 모든 것을 검게 녹인 역동적인 화마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난히 시간만 차갑게 흐른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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