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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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장편소설

난다 출판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친환경을 위해 옷 리사이클링도 아닌 빈티지도 아닌 수선집 ‘환생’ 가게의 디자이너인 한아는 유성우를 보러 여행을 좋아하는 오랜 남자친구 경민과 정말 사랑해서 계속 만나는 건지 고민한다. 가게 한 켠에 세를 주며 동양화과 출신의 절친한 유리와 나름의 행복을 즐기며 사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경민의 행동이 달라짐을 느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아는 국가정보원에 세달 전 쯤 남자친구가 이상하다는 신고를 하게되고 국정원에 들어온 지 1년 반이 된 정규는 남자친구가 외계인이라는 이야기를 믿지 않으며 장난 전화로 여긴다. 경민과 같은 캐나다 여행을 간 싱어송라이터 한류스타 가수 아폴로가 실종되면서 팬클럽 회장 주영은 추적 중 같은 여행지에 있었던 경민을 용의자로 생각하며 찾아간다. 경민을 잡으러 온 국정원 정규와 아폴로를 찾기 위해 온 주영은 서로 총을 겨누다 같은 편인 것을 알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 뜬금없이 배고프다며 배달을 시켜 먹고 잠이 든다.

 

원래의 경민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기 바빴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경민은 한아에게 머리카락에 코끝을 대는 표현, 상냥해지고, 못먹던 가지를 먹고, 팔의 흉터도 없어지는 등 달라져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입에서 초록 불을 뿜는 경민을 보게 되면서 한아는 두려움에 잠시 거리를 두자고 말한다.

이런 한아에게 지금의 경민은 원래의 경민은 우주 여행을 갔다고 말하며 자신은 외계인이라 고백한다. 한아를 보고 아주 먼 우주에서 지구로 한아를 찾아왔다고. 그 고백이 어이없는데 왜 기분이 좋은 건지 읽으면서 웃게 된다.

무엇보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반지를 선물해주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딨을까 ㅎㅎ 기술로 특허를 받아 빌딩을 사고. 뭔 외계인이 이렇게 달달한지. 솜사탕 보다 한아가 더 좋다는 둥. 고래 보러가서 멀리 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다는 것. 망원경으로 우주를 구경하는 것을 알려주는데 한아 한 사람만을 향한 마음이 외계인한테 길들여져서인지 한아는 외계인 경민이 좋다.

 

이런 행복 중에 우주 끝까지 갔다가 지구로 다시 돌아온 진짜 경민의 등장에 외계인 경민은 떠나고, 진짜 경민은 우주여행으로 인하여 육체는 곧 죽음을 맞이한다. 한아는 우주에서도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경민에게 하늘을 보며 돌아오라고 외친다. 분절의 시간을 겪고, 오롯이 자신과 한아의 관계를 위해 돌아온 외계인 경민! 뭔 외계인이 지구인보다 속이 더 깊은지. 이것도 지구인을 연구한 결과일까. 이런 외계인이 진짜 있다면 좋겠다 싶을만큼 마음에 쏙 든다 ㅎㅎ

 

소설이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가 다디달아 읽으면서 마음이 내내 행복했다. 끝없는 육체를 벗어나 시공간을 초월해서 관계를 이어가자는 것도 좋았고, 결정하기 전에 상대의 동의를 구해서 함께하자고 하는 매너는 로맨티스트의 절정아닌가. 

 

섬세한 표현들때문에 문장을 천천히 읽고 싶게 만들었고 엉뚱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SF인데 동화같은 이야기 ♥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가 생각나는 소설.

삭막하고 사랑고픈 지구인들에게 경민같은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있을 수 도 있다는 기대감을 준 정세랑 작가의 글이 좋다!

 

🔖 책 속 밑줄긋기

 

환생은 큰 길에서 먼 한가한 지역에, 약간 움츠린 듯 보이는 작은 벽돌 건물 일층에 잇는 옷 수선집이었다. P10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로 유지되는 혼란스러움과 무질서가 이 가게의 매력이긴 했다. P17

 

영하 40도의 무시, 영상 23도의 염려, 70도의 흐느낌, 112도의 분노로. P36



 

자신은 아폴로의 부속 위성이라고,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작은 위성이라서, 아폴로를 잃는 순간 궤도에서 떨어져나가 빙글뱅글 속을 떠돌 수 밖에 없다고...... P50

 

뼈만 남는다 해도 아폴로라면 아주 특별할 거라고, 아주 특별히 아름다운 뼈일 거라고 생각했다. 뼈를 두드리면 실로폰처럼 소리가 날 거야. P69

 

“그리고 반해버린 거지.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하지만 첫번째로 널 보고 널 생각한 건 나였기 때문에 내가 온 거야.“ P101

 

“널”

그러나 한아는 마땅한 동사나 형용사를 찾지 못했다.

“……너야.”

언제나 너야. 널 만나기 전에도 너였어. 자연스레 전이된 마음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틀렸어. 이건 아주 온전하고 새롭고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너야. 앞으로도 영원히 너일 거야…… 한아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채 말하지 못했고 물론 경민은 그럼에도 모두 알아들었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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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로 유지되는 혼란스러움과 무질서가 이 가게의 매력이긴 했다. - P17

영하 40도의 무시, 영상 23도의 염려, 70도의 흐느낌, 112도의 분노로. - P36

자신은 아폴로의 부속 위성이라고,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작은 위성이라서, 아폴로를 잃는 순간 궤도에서 떨어져나가 빙글뱅글 속을 떠돌 수 밖에 없다고...... - P50

뼈만 남는다 해도 아폴로라면 아주 특별할 거라고, 아주 특별히 아름다운 뼈일 거라고 생각했다. 뼈를 두드리면 실로폰처럼 소리가 날 거야. - P69

"그리고 반해버린 거지.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하지만 첫번째로 널 보고 널 생각한 건 나였기 때문에 내가 온 거야." - P101

"널"

그러나 한아는 마땅한 동사나 형용사를 찾지 못했다.

"……너야."

언제나 너야. 널 만나기 전에도 너였어. 자연스레 전이된 마음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틀렸어. 이건 아주 온전하고 새롭고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너야. 앞으로도 영원히 너일 거야…… 한아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채 말하지 못했고 물론 경민은 그럼에도 모두 알아들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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