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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0호 - 2023.여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창작과비평 200호> 2023.여름_스위치_클럽필라멘트
『자유인』
- 정용준
소설에서는 노인의 안락사에 대한 내용으로 디스토피아적 근미래를 그리고 있다.
불량하고 악독하고 고집스러운 노인. 맞다. 하지만 나는 애쓰고 있다.(P 290)이 구절은 아마도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노인들의 자신이 생각이 옳다는 고집스런 모습을 보는듯했다. 노인의 인생과 성격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고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이 아닌 구시대적 생각이라고 단정 지어버리기 때문에 변화에 부적응하는 모습을 우리는 고집스럽다고 보는 것은 아닐까.
노래교실에서 노인들을 애 취급한다는 것을 알고 기분나빠하지만 개그맨의 재미있는 유행어에 웃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노인은 부정하려 노력한다. 본인도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에 대해 센터와 가족은 노인이 선택할 수 없을 때까지 무기력한 상태로 계속 만든다. 치료가 아닌 진정제를 줌으로. 삶이 희미해지고, 현실과 꿈인지 헷갈려하는 상황을 만들어간다.
센터에 거주한 지 일 년이 다 되어 연회장에서는 리본과 풍선이 가득하고 노인은 축하와 인사를 받는데 환영이 아니라 일주일 후에 진행될 안락사에 대한 축하였다. 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거나 원하는 데로 움직이지 못하는 비참함을 남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종용시키고자 하는데 죽음으로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행위인가에 대해 소설 속 노인은 질문한다. 본인도 이 진창에서 벗어나고프지만 어디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인사를 해주는 너희들이 말하는 영원한 꿈이라는 게 실재하는지 답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안락사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죽기 싫다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감각을 느끼고 생각하고 되새기며 자신의 의지로 기억이 마를 시간을 허용받기를 원했다. 육체의 한계를 소진한 후 자신 스스로가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데 사람들은 그 정리하는 시간마저도 돈이 들고 인력이 소요되는 것을 낭비라 표현했다. 죽기 전의 질소 공급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죽음에 이른다는 것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죽음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노인이 죽기 직전에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노인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날에 죽음으로 향하도록 만들어가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어쩌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내가 그 죽음의 선택을 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때 앞으로의 삶을 이어가고자하는 노력 없이 삶을 버린 것에 안타까워하고 하지만 육체의 쓸모없음, 추하게 변해버린 모습, 고통의 연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찬란했던 시간들과 대비된다는 이유로 죽음이 되어야한다는 것은 허용해도 되는 일일까. 종교에서 말하는 생을 버리는 행위는 신께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죽음으로 가는 선택이 노인 자신이 했던 것인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면 과연 신은 그 죽음을 용서해줄지 궁금하다.

🔖책 속 밑줄긋기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고통 없고 슬픔 없는 세계에서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더 이상 아픔을 참지 마세요. 자신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슬픔에서 벗어나세요. 당신의 존엄을 지키고 안락을 누리십시오.” P293
안락사가 허용됐을 때 노인들은 안도했다. 고통의 저주와 치욕이 형벌에서 벗어나 존엄을 지키고 진정한 안락에 이를 수 있다 믿으며 박수쳤고 환영했다. 하지만 몰랐다. 허용이 곧 강제가 되리라는 것을. 모든 사람은 만 85세가 되면 마지막 6개월은 국립요양센터에 입소해야 한다. 센터에서는 삶의 끝을 목격할 수 있다. 광대한 밤이 시작되고 사막 같은 날들이 펼쳐진다. P294
ED를 거부했다는 건 86세가 됐다는 뜻이겠죠? 센터에서 퇴소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자유인이 되십니다. 사회의 모든 법과 제도와 규율에서 벗어난 진정한 아나키스트. 선 바깥의 사람이자 울타리를 넘은 영혼입니다. 국가는 그를 존중합니다. 더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법으로 보호하지도 않고 어떤 지원도 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 연금 혜택, 없습니다. 의료비와 간병비, 응급비와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공공서비스조차 모두 개인의 책임입니다. P299
한때는 존엄사 허용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생명과 운명. 신의뜻과 생의 의미를 고민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인의 숫자는 점점 많아졌다. 그들을 고치고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데 사회적 합의는 쉽게 이루어졌다. 존엄사는 허용됐다. 그리고 권유됐고 지금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존엄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이기적이고 눈치 없는 사람이 된다. 삶이 선물이라면 버릴 권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존엄사의 주요 논리였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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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가 허용됐을 때 노인들은 안도했다. 고통의 저주와 치욕이 형벌에서 벗어나 존엄을 지키고 진정한 안락에 이를 수 있다 믿으며 박수쳤고 환영했다. 하지만 몰랐다. 허용이 곧 강제가 되리라는 것을. 모든 사람은 만 85세가 되면 마지막 6개월은 국립요양센터에 입소해야 한다. 센터에서는 삶의 끝을 목격할 수 있다. 광대한 밤이 시작되고 사막 같은 날들이 펼쳐진다. - P294
한때는 존엄사 허용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생명과 운명. 신의뜻과 생의 의미를 고민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인의 숫자는 점점 많아졌다. 그들을 고치고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데 사회적 합의는 쉽게 이루어졌다. 존엄사는 허용됐다. 그리고 권유됐고 지금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존엄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이기적이고 눈치 없는 사람이 된다. 삶이 선물이라면 버릴 권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존엄사의 주요 논리였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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