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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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76세 엄마가 돌아가셨다. 자신도 몸이 좋지 않은 50대 명주는 엄마의 연금 100만 원을 수령하기 위해 죽은 엄마를 13평 오래된 임대아파트 701호 나무관에 보관한다. 연금부정수령을 검색하며 불안한 마음대신 저지른 일을 무모하기 위해 위조, 부정의 방법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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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에 알코올성 치매인데도 술을 끊지 못하는 아버지의 돌봄과 생활비를 버는 옆집 702호 스물여섯 준성은 힘겹다. 아버지의 집안 생활만 있게 하기보다 공원 산책으로 바깥 활동도 시켜주고, 집안일, 대리기사일을 하며 물리치료시를 따기 위해 준비한다. 아버지 국민연금 62만 원, 한 달 평균 대리운전 수입 100만 원을 벌지만 형이 집을 담보로 대출해간 돈이 3천만 원의 이자를 갚는 것 외에 대리운전 중 벤틀리를 긁게되고 차주로 부터 2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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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는 백화점 신발 가게 매출 올리느라 진 빚이 2천 만원에 철 없는 딸 은진의 사고 수습 2천만 원까지. 시댁에 이혼을 하고도 돈 한푼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워져 도망치다시피 엄마집으로 왔다. 돌봄과 자신의 힘겨운 처지가 더해져 윤리따윈없이 생존을 위해 엄마의 죽음을 은폐하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과연 그런 상황에 놓여 엄마의 연금을 받기위해 죽음을 덮음으로 잠시 몸이 편해질 수 있다면 그런 일을 벌였을까. 도리를 다하고 길거리에 나 앉을정도의 궁핍함으로 기초생활조차 할 수 없을 미래 때문에 스트레스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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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시신을 두고 있지만 힘들 때 엄마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얼굴을 마주 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질텐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사무치도록 그리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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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곳곳에 존재하는 불안들 중 하나는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요양을 해야할 것이라는 불안이 있다. 이 책은 불안이 현실에 놓여 있는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임대아파트 살고 소득도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일정 소득이 있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과 더 비교되는 삶과의 전쟁같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병원비에 요양원은 커녕 기저귀와 약값에 대한 부담이 증가되어 암울한 생각과 어둠이 가득이다. 하지만 순박한 인물들은 그래도 잘 살아보겠다고 삶을 놓치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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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간병을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먹지만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무너지게 되는 것 같다. 돈을 벌어야 할 시간, 그 시간을 줄여 간병을 하면 될 것 같았지만 생활이 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간병인을 고용하기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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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준비할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생존이 달린 문제에서 윤리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 책 속 밑줄긋기

 

명주는 엄마가 누워 있던 자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 곧 쉰 살이 되고, 더 이상 엄마가 벨을 눌러 자신을 부를 일이 없으리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긴 간병의 터널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함도 잠시,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움이 벨소리의 여운처럼 온몸으로 퍼져갔다. P11

 

아무도 명주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통장에는 한 달간 먹을거리를 살만한 돈이 있고 아직은 따뜻한 햇빛이 머리를 비춰주는데, 명주는 신경이 곤두서 잠시의 햇빛조차 만끽하지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P16

 

진천할아버지의 등장은 명주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계속 엄마의 안부를 묻고 퇴원 여부를 확인하러 올 게 분명했다. 문을 닫아걸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명주는 엄마의 핸드폰을 닫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언제고 훌쩍 서랍 속의 약을 털어 넣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P37

 

🔖연금 100만 원에서 한 달 생활비를 제하면 28만 원이 남았다. 명주는 몇 번이고 다시 계산을 한 뒤 28만 원에 동그라미를 쳤다. 28만 원은 엄마의 진료비를 내고, 병원 약, 기저귀와 패드, 영양 캔과 속옷 들을 사던 금액이었다. 이젠 그런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돈이 손에 쥐여진다는 얘기였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명주는 엄마가 남겨준 풍요와 여유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P52

 

자린고비에 수전노처럼 아끼고 모아온 돈을 아버지는 든금없이 친구의 탄광 사업에 투자해 전 재산을 잃었다. 명주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어야만 했고 관절염으로 일을 쉬었던 엄마는 다시 일을 나가야만 했다. 남동생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피자집 알바를 하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P67

 

🔖아직도 이 지겹고 지겨운 가난 스토리를 반복하나 싶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족이 있는 집으로 총총히 돌아가는 그들을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렸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생각했는데 불쑥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해 마지않던 엄마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P62

 

🔖엄마의 집을 빼앗고 요양원에 유폐시켜놓은 아들이나, 엄마를 미라로 만들어두고 연금을 빼먹는 자신이나 하등 다를 게 없었다. 하물며 자신은 죽은 엄마가 흙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게 만든 패륜아였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P101

 

🔖명주는 준성의 말을 들으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차라리 고아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간병은 그 끝이 너무나 허무하고 너의 젊음을 앗아갈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P124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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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금 100만 원에서 한 달 생활비를 제하면 28만 원이 남았다. 명주는 몇 번이고 다시 계산을 한 뒤 28만 원에 동그라미를 쳤다. 28만 원은 엄마의 진료비를 내고, 병원 약, 기저귀와 패드, 영양 캔과 속옷 들을 사던 금액이었다. 이젠 그런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돈이 손에 쥐여진다는 얘기였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명주는 엄마가 남겨준 풍요와 여유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 P52

아직도 이 지겹고 지겨운 가난 스토리를 반복하나 싶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족이 있는 집으로 총총히 돌아가는 그들을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렸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생각했는데 불쑥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해 마지않던 엄마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 P62

엄마의 집을 빼앗고 요양원에 유폐시켜놓은 아들이나, 엄마를 미라로 만들어두고 연금을 빼먹는 자신이나 하등 다를 게 없었다. 하물며 자신은 죽은 엄마가 흙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게 만든 패륜아였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P101

명주는 준성의 말을 들으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차라리 고아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간병은 그 끝이 너무나 허무하고 너의 젊음을 앗아갈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 P124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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