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이 되고 싶어 (0차원 에디션)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작가

문학동네 출판




 

북클럽문학동네 6기만 참여할 수 있는 <네덜란드판 출간 기념 문장투표 이벤트>에 선정되어 『1차원이 되고 싶어』한국판과 네덜란드판을 받았는데요. 작가님 친필 사인까지 ❤ 주셨답니다~(^^**)

 


 


내가 두고 온 한 여름밤의 청춘 이야기를 보는 듯 했다.

 

대구 수성못의 떠오른 시체 한구가 발견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인 대구가 배경이라 첫 장부터 궁금증 가득안고 시작이었는데, 지역 토박이만이 알 수 있고 우리 세대가 기억하는 장소와 디테일들은 향수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교동시장, 대구의 강남 수성구, 동성로 시내 카페, 로데오 옷가게 예쁜 언니들, 파르페와 무한리필 토스트까지.

 

봉인된 기억이 떠오르는 것으로 소설은 본격적인 시작이다. 수성못 시체가 발견된 뉴스와 익명의 DM 글을 확인하면서.

사실 나는 동성간의 연애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터질듯한 육체적욕망으로 확 나가버리는게 아니라 사춘기 소년의 ‘그래도 될까, 정말 내가 그럴까’ 하는 갈팡질팡하는 마음과 사랑에 대한 순수함이 나타나 장면들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예쁘장하지만 약해서 괴롭힘을 받는 타겟이 된 태리를 보면서 나는 태리와 다르다며 선을 긋고 우등생으로 태리처럼 되지 않기 위해 멀리하는 비겁함이 내 안에서도 있었기 때문일까. 그 비겁함이 결국에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아야할 비밀이었고 비밀을 덮고 감추기위해 추악해져가는 모습과 모른척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사실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오래방에서 윤도가 목캔디를 입에 넣어주는 장면은 남녀가 아닌 상황이지만 달달함에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 지으며 보게 되었다.(남자 동성간의 미묘한 기류에 읽는 나는 왜 떨리는 건데. ㅎㅎ) 컨테이너에서만큼은 동성이지만 마음을 키워가는 것에 대해 허락될 것만 같고, 그 공간에서는 누구의 시선도 중요하지 않고 윤도와 나만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같았다.

 

인물들이 매력적이라기보다 ‘나’의 덤덤하게 꺼내 놓는 속내들이 어쩌면 나도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했던 행동들이 별 것 아니라고 그러면 안된다고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있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들에게 상처준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어린 시절을 일기장 속에 몰래 남겨둔 마음을 꺼내 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나’의 일상에 스며든 것처럼 좋기도 하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윤도를 두고 돌아나오는 나의 모습에서 둘만의 비밀관계는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청춘이었기에 뜨거웠고 아름다웠지만 말 못할 비밀을 갖고 있기에 그 세계 속에 인물들을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박상영작가님 장편소설 계속 써주세요. ❤





🔖이렇게 갑자기 눈이 떠지는 밤이면 이 방에, 이 삶에 영영 갇혀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럴때면 천장이, 하늘이, 온 세상이 통째로 날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천장과 나의 세계. 점점 더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시작했다. P91

 

🔖내가 알고 있는 윤도의 세계는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내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남들도 자신 몫의 비밀을 짊어지고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짐작도 하지 못할 만큼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다. P125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 P130



 

🔖 인생이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들이 좀더 쉽고 간단했다. 나를 옥죄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저 앞을 보며 힘껏 달리기만 하면 됐으니까. 십여 년 동안 끝없이 질주한 끝에 내가 다다른 곳은 결국 제자리였다.

때때로 절대 과거가 되지 않는 기억들도 있다. P131

 

🔖 윤도의 마음은 분명 나와는 다른 것 같았다. 함께 있을 때 우리 사이의 거리가 0에 가까운 것과는 달리,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윤도는 내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 간극이 나를 안달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조차 내 과잉된 자의식이 빚어낸 오해일 수도 있지만. P187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의 눈 속이 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것. 그 순간들이, 그때 우리의 마음이 다 진짜였다는 것.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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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 - P130

인생이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들이 좀더 쉽고 간단했다. 나를 옥죄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저 앞을 보며 힘껏 달리기만 하면 됐으니까. 십여 년 동안 끝없이 질주한 끝에 내가 다다른 곳은 결국 제자리였다.

때때로 절대 과거가 되지 않는 기억들도 있다. - P131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의 눈 속이 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것. 그 순간들이, 그때 우리의 마음이 다 진짜였다는 것.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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