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위도우 : 죽음을 삼킨 여자 2
쟈오 재이 시란 지음, 심연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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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위도우』

쟈오 재이 시란
심연희 옮김
아르테 출판

🫶책이 내지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비명 

  중국고대 배경, 여자들의 희생이 당연시 되는 곳. ‘화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기(氣) 금속으로 이루어진 얼굴없는 투실투실한 몸체인 ‘혼돈’이 전쟁 상대이며 전쟁에는 조종사들이 참가한다. 남자조종사들은 혼돈의 겉껍질로 만든 ‘크리살리스’ 이름의 거대 병기를 조종하는데 크리살리스는 여자들의 기를 빼앗고 목숨을 양분 삼아 움직인다.  
  여자들의 삶은 남자와 결혼하여 소유물이 되거나, 남자 조종사를 위해 크리살리스에 기를 모두 빼앗기며 죽는 것 두 가지 밖에 없다. 하지만 주인공 ‘측천무후’는 남자를 위해 죽어야 하는 여자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먹는다. 화하의 제일가는 부잣집 도련님인 이치에게 마음이 있지만 이치를 뒤로하고 언니를 죽인 조종사 양광을 죽이기 위해 군대에 들어간다.

  일반첩들보다 기력이 5배나 쎈 측천은 양광의 무빈이 되어 둘은 함께 구미호 ‘크리살리스’에 오른다. 기를 이용하여 조종하는 동안 양광을 제압하고 크리살리스를 직접 조종하기에 이른 측천은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된다.
 이 계기로 최고 기력의 철의 악마 이세민의 반려조종사가 된 측천은 이세민의 주작 크리살리스에 함께 조종하면서 이세민의 정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자들의 희생을 슬퍼하고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음에 힘들어하는 이세민을 보고 측천은 마음을 열게 된다. 
  화하의 여자는 딸이라도 물건처럼 상품화시켜 파는 존재였다. 가부장적이고 남자에게 복종해야하는 세계에 대해 반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측천은 멈추지 않고 2권에서는 ‘혼돈’의 존재까지 다가가며 비밀을 파헤친다.



  전개가 빨라 순식간에 1권을 읽었다. 음양오행 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전투력을 상승시키고, 다양한 형태의 병기들과 기력에 따라 변화되는 갑옷을 입고 출전 명령에 따라 척척 움직이는 조종사와 부하들은 규모가 큰 게임 속 세계에 있는 듯 전체적인 장면들이 화려하게 느껴졌다. 
  소설 속 인물들은 중국 고대 사람들이지만 활동했던 시기들도 다르고 신화 속 인물이나 손오공, 혼돈, 사마의, 제갈량, 이세민 등 유명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재미를 더해주었다. 

  남자조종사를 위해 소녀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에 대한 복수. 어찌 보면 뻔한 클리셰지만 측천이 이치와 이세민과의 삼각관계는 아침 막장 드라마같은 로맨스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판타지 소설은 유치하고 오글거림이 있어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명언이라 말하는 개똥철학같은 말들도 섞여있어야 하고.

 흔한 남자들이 영웅이되는 소설보다 여자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타지 소설이라 대리만족감도 주었고, 앞으로 이어질 3권에서 ‘혼돈’에 대해 반전이 될 것같은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 1권
‘혼돈’이 다가온다. 짙은 먼지 폭풍을 밤새도록 일으키면서, 거대한 혼돈 떼가 울부짖으며 황야를 달려오고 있다. 반달이 쏟아내는 은빛과 찬란한 별빛이 가득한 하늘 아래, 기(氣) 금속으로 이루어진 얼굴없는 투실투실한 몸체가 반짝였다. P9

주체적으로 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나의 미래는 단 두 갈래뿐이다. 남자에게 아들을 낳아주거나, 아니면 나의 상대가 된 남자가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가도록 힘을 보태다 크리살리스 안에서 죽는 것. 다른 길은 없다. P31

화하엔 이런 속담이 있다. 시집가는 딸은 문밖으로 뿌려지는 물과 같다는. 내 남동생은 무씨 집안을 잇고 이 집에서 평생 살며 부모님을 보살필 테지만, 나는 이 가족 안에서 값을 매기고 맞바꾸는 수단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굳이 침대도 주지 않았다. P48

여자란 이래야지, 라고 사람들이 정해놓은 틀에 날 억지로 맞추는게 싫었다. ‘여자답게’ 남자를 즐겁게 하고 섬기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싫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지금의 힘은 마음에 든다. 과소평가된 모습 아래 숨은 힘. 여자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는 선입견 뒤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는 나의 가능성. P89

 “넌 나의 북극성이야. 네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거야.” P236 이치가 측천에게

그는 철의 왕이 되어야 하고, 나는 철의 왕비가 되어야 마땅해.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자리는 철의 악마와 철의 미망인뿐이지. 이래선 안 돼. 나는 이 힘을 놓칠 수 없어. P285

📖2권 
하지만 달리 어쩌겠는가. 저들에게 거리를 두고 혼자 고집스레 행동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뭔가를 혼자 해냈다고 해서 그게 당연히 고귀하고 존경받는 행동이 아닌 것처럼. P21

“다들 날 도구로만 봤잖아. 안 그런 척하지 마! 나를 양광의 첩으로 팔아넘겼을 때도 좋아했으면서. 그런데 말이야, 양광이 언니를 죽인 게 맞더라. 양광과 정신 연결을 했을 때 다 확인했다고! 당신들이 우리를 소중히 여겼더라면 애초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그 결과에 대해서도 당연히 책임져야지!” P75

매일 잠에서 깨어나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그 삶이 주는 고통은 온몸으로 마주하며 살아왔기에, 세민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되었다. 
우리 둘은 이제껏 매순간을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다. 그 끝에 우리가 서로를 만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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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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