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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10 - 안개
이현석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월
평점 :
『epiic』 에픽
다산북스 출판
-시즌 1 마감의 소식 😔
2년동안 에픽을 읽으면서 좋았는데 발행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구독자가 없어서 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잠들기 전까지 머리 속에서 천천히 지나가듯 기억하는데 그 시간들이 좋았다. 그래서 인지 마음이 좀 그랬는데 편집장님은 또 이런 독자의 마음을 ‘종간’이라고 말하지 않고 시즌1의 문을 닫는다고 둘러 표현주셨다. 다른 형태가 되었던간 에픽의 글들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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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은 목소리가 주어짐으로서 세상에 겨우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건은 표준, 정상, 평균, 중앙값 등으로부터 멀리 비껴 나와 있을수록 더욱 두텁게 가려진다. 가려진 것을 드러내는 것. 나는 그것이 내 직업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P39 나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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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자리 잡은 기준으로 아이의 세계까지 함부로 휘젓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고귀한 것’과 ‘하찮은 것’을 규정하는 권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내가 그 기준에 동의한 적이 있는지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불현듯 일어섰다.
P91 닫아둔 그곳, 열두 시간 이야기. 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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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의 얼굴은 나에게 보여줬던 그동안의 얼굴과는 달랐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어딘가 슬프게 울고 난 사람의 얼굴이었다.
무언가를 골똘하게 슬퍼하는 사람의 얼굴.
현철은 우는 듯 보였다.
P208 파주. 김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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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피었는지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밤도 그랬다. 연재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는데,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장편소설은 시작할 때보다 끝날 때가 훨씬 더 어렵다. 이야기를 끝내는 것은 젠가의 맨 아래쪽 막대기를 빼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야기들을 망가뜨리지 않고 끝내려면 절묘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황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내가 쓰려는 그 결말을 쓰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허물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 퍼즐의 답을 구하기 위해 나는 걷는 것이다.
P230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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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잃은 음소가 허공에서 서로 맞물리고 부딪히다가
나중에는 그마저고 사라져
탁음과 청음만이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형태로 남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 어깨가 들렸다가 내려가며.
바람이 열고 닫히는 그런 소리만 되풀이되었다.
그건 누군가의 등을 두드리는 소리였고,
누군가 고개를 가로젓거나 팔을 긁고 이마를 바닥에 찧는 소리였다.
P260 스스로 고난에 처하사. 윤치규

#에픽 #epiic #안개 #다산북스 #계간지 #시즌1 #문학 #소설 #안녕이라고말하지마 #내돈내산
현철의 얼굴은 나에게 보여줬던 그동안의 얼굴과는 달랐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어딘가 슬프게 울고 난 사람의 얼굴이었다.
무언가를 골똘하게 슬퍼하는 사람의 얼굴.
현철은 우는 듯 보였다. - P208
수련이 피었는지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밤도 그랬다. 연재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는데,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장편소설은 시작할 때보다 끝날 때가 훨씬 더 어렵다. 이야기를 끝내는 것은 젠가의 맨 아래쪽 막대기를 빼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야기들을 망가뜨리지 않고 끝내려면 절묘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황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내가 쓰려는 그 결말을 쓰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허물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 퍼즐의 답을 구하기 위해 나는 걷는 것이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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