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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는
때로는 딸, 자식을 잃은 엄마,아내, 학부모, 여성운동가, 무의식적 여성이라는 편견,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예술로 승화시켜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여성, 동성애 등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 소설로 묶은 소설로 여성 연대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현실감있게 쓴 내용들이 겪지 않으면 절대 쓸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 들이라 학부모이자 주부, 직장인으로 그리고 여성으로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이번 Zoom 북토크에서 이주혜작가님 현재 장편소설을 연재 중이신데 출간을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듀근듀근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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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들을 읽고 기억에 남은 문장과 느낀점
🏷️오늘의 할 일
아버지의 소원대로 어머니가 넷째 동생을 낳아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자매는 늘 짝을 맞춰줄 겨울을 찾아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인형이 겨울이가 되기도 했고 아버지가 어디서 얻어 온 겅아지가 한동안 겨울이로 불리기도 했다. 어머니가 아끼는 마당의 모란꽃이 피면 겨울아, 인사했고 태풍이 불 때마다 덜컹거리며 저절로 열리곤 했던 문짝을 향해서도 겨울아, 했다. P21
👉넷째 동생 겨울이의 그리움과 미움이 공존하는 소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지 못한 여성의 설움과 아들과 차별로 상처받은 여아들의 이야기는 짠하다.
🏷️아무도 없는 집
규는 그때 알았다. 하나의 우주가 이렇게 요란하게 폭발하는구나. 짐을 들고 현관에 서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하겠다는 듯 한동안 집 안을 눈으로 훑었다. 원이 없는 집. 녕의 마음이 떠난 집. 어쩌면 이 집을 가장 먼저 떠난 사람은 규 자신일 것이다. P61
👉아들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이의 탄생은 여성의 희생이 따라야 하고 아이의 죽음은 엄마의 문제로 화살을 향한다. 육아는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님에도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여름 감기
지구의 자전 방향을 거슬러 걷고 싶었다. 발끝에 힘을 주어 걸으면 지구가 도는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거슬러 아내가 제이를 모르던 때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이루었다고 자부해온 순백의 가정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P87
👉아내은 후배 제이를 걱정하고 제이의 삶에 맞춰 자신의 일상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아내가 자신을 바라봐줬으면하는 마음과 제이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여름 감기 앓듯 지나가 자신과의 가정만을 꾸렸으면하는데 사실 아내는 외로운거다! 나는 아내의 그 마음은 주인공 남편이 채워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허리를 중심으로 몸통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었다면 각성 상태로 밤을 꼬박 새웠다. 시간이 묵직한 내 몸뚱이를 희롱하며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느끼며 그 밤을 겨우 통과했다. P105
아유, 왜 저러고 사냐? 그 말이 귀에 꽂히는 순간 공원을 메운 소음과 사람들의 움직임과 부유하는 공기의 흐름이 하얗게 소거되었다. 그 말은 아이와 나를 광장 한복판에 결박했다. 아니, 결박당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아이는 계속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돌렸다. P108
아이들로 인해 친해졌지만 외부적으로 보이기 위한 모임은 서로 간의 쌓인 감정들을 쌓게 만들었고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라 부를 수 있는지 조차 불분명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인해 병에 걸린 사람은 죄인이 된듯한 취급을 받았고 낫고 나서도 회피 대상이 되었다. 학부모 모임, 그 연대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것을 학부모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쓸모를 유예당한 빈 자루 같달까. 확실히 쓰레기통에 처박히지는 않았지만, 나중을 기약하며 챙김을 받은 것도 어닌, 어정쩡한 상태로 창고 한구석에 방치된 빈 자루. 그렇게 생각하니 내 몸에 너무 가혹한 비유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P127
엄마는 아버지가 마음을 다친 거라고, 마음을 다친 사람도 몸을 다친 사람만큼이나 알뜰히 보살피고 치유해야 한다고 나와 두 남동생을 달랬다. 하지만 외가 식구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하는 처지에 온갖 보양식과 보약을 일년이 넘도록 해다 먹여도 아버지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자 아버지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아버지는 어느새 마음을 다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쓸모없는 빈 자루가 되어 집 안 아무 데나 부려졌다. P131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었다. 구루미 라떼 아로니아 바로네즈 3세랍니다. P153
알고보면 강하게 살아야만 했던 고단한 여성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부터 여성에 대한 폭력이었음을 느끼는 주인공은 이런 폭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여성의 모습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속을 걷는 사람들
이거 신고 가요. 나는 괜찮아요. 나는, 정말로, 괜찮아요.
아예 허리를 굽혀 스니커즈를 신겨주는 미래의 하리나.
과거의 하리나가 신고 있던 왼쪽 운동화는 자신이 신는다. 두 사람은 다시 몸을 세우고 마주 본다. 미래의 하리나가 충동적으로 과거의 하리나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살아남아요. 꼭, 살아남아. P174
기역. 나은. 디귿. 히읗. 주인공 이름들이 특이했는데 과거 자신을 만나는 장면은 판타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90년대 초 학생운동하는 여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유독 요실금, 방광염, 오줌 이라는 내용들이 많은데 여성 연대를 설명하고자 사용한 것 같다.
🏷️꽃을 그려요
동굴 속을 밝히는 횃불이었던 것이 주먹보다 조금 더 큰 꽃봉오리로 스르르 변한다. 세 사람의 얼굴을 들어낸 자리에 다섯개의 뾰족한 꽃잎을 위로 힘껏 밀어 올린 주먹 꽃 세송이가 피었다. P211
세상의 비난에 오주는 벽화에 소년의 어둠을 가리기보다 드러내는 그림을 그리게 해주었다. 소년은 물감으로 손자국을 찍은 그림들이 꽃으로 보이는데 자신의 어둠 속에서 빛을 꺼낸 것일까.
🏷️봄의 왈츠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그 얼굴이 말해주었다. 씩씩하게 잘 버티는 척했지만 사실 선남은 외롭다는 것을. 아무도 필요 없다고, 간섭도 오지랖도 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선남에겐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P223
지하철역 출구 아래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봄과함께 세 여자를 한꺼번에 끌어안고 왈츠를 추는 기분이었다. 오래도록 참은 포옹은 달고 시원했다. P246
참으로 특이한 가족 구성이었다. 여성 동성애 부부와 미혼모. 3명의 엄마를 둔 봄은 이름처럼 따뜻하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을 받았었나 보다. 외부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봄을 키우면서 힘을 얻고 사랑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은 소설이지만 꼭 어딘가에서도 존재할 것 같았다.
🏷️그 시계는 밤새 한번 윙크한다
나는 이곳에서의 모든 인연을 끊고 깨끗하게 서울로 탈출하고 싶었다. 그날 나는 온을 버렸다. 온이 결국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석사와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아주 나중에 온에게서 직접 들었다. P277
동영상 속에는 율의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흔적도 없었다.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을 찍을 거야. 그러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윙크를 박제하는 거지. P282
학창시절 친구는 시간이 지나 만나도 못만난 기간이 통째로 날아간 듯 그 때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런 친구라도 시샘, 질투가 드는데 그러한 마음이 소설에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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