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
김동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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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

김동규 산문집

사무사 책방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두 가지

들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일단, 재미있습니다. 😌

개인 에세이면서 동시에 기득권자와 소수자에 대하여 소신있는 발언을 책을 통해 주셨는데요. 사회, 정치같은 실명을 거론했을 때 예민해질 수 있으셨을텐데 의견을 글로 쓴 것에 대하여 멋지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젊을 때는 혈기왕성한 몸 하나만 있어도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이 가득했었지만 책임져야하는 가정을 꾸리면서는 그 자신감은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 인정하고 말죠.

그런 고민과 사회의 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식인으로 힘을 보태야한다는 의무감은 항상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작가님과 함께 골목 구석진 곳에서 고기 구워가며 술잔을 기울이며 이 책속의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함께 연대의식처럼 으쌰으쌰 소리칠 것 같은 상상이 갔었어요.(그만큼 함께라는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여행을 하면서 본 작품들과 만난 사람들, 작은 사소함들도 바라보며 자신 또한 사회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그들의 삶에 귀기울이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6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 노무현대통령, 전 박근혜대통령, 조국. 정치인들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각자의 이데올로기는 다르니 저는 100% 공감할 수는 없었어요.😔

 

우리가 빼앗긴 이름들.

현실때문이라는 핑계지만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전태일 열사.

📎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공급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스물네 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달려온 전동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열아홉 살 실습생 김군.

📎 세월호 참사.

☕️꼭 회사 부장님께서 저를 붙들고 힘든 시대를 살면서의 ‘라떼는 말이야’하는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

저도 이제 MX세대가 아닌 X세대로 불릴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면서도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 후배들에게 이야기 할 때 나는 저렇게 시위를 한 적도 없고 힘든 고문을 당하거나 사회의 소수자, 약자들을 위해 나는 생각이라도 했었는가 할 말이 없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유신 시대, 학생운동, 고문의 생생한 고통과 감정들을 자세하게 다음 글로 이야기 해주신다면 좋겠어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책의 중간 중간 꽃🌺 사진들을 담아주셨는데요.

인간의 삶을 꽃에 비유하는 것이 감성적으로 다가와 좋았고,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같은 콩나물이 햇빛을 향해 자랐다는 이야기들도 좋았어요. ♡

 

 


 

 

 

📚 책속밑줄

📌관념으로만 따지자면, 세상에 가진 것이라곤 하나뿐인 육체와 지식을 팔아 살아가는 노동의 하루하루에 있어 나와 아주머니의 그것이 무슨 본질의 차이가 있을까. 새벽에 나와서 밤중에 들어가는 곤고한 봉급쟁이 생활을 언필칭 누리는 자의 그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내 봉급 노동자 생활을 선택받은 자의 그것으로 참칭하는 위선을 부리려는 것도 아니다. - 그해 봄 p57

📌현실에만 머무르지 마십시오. 참 인간의 길을 걷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 내가 만난 사람들 p67

📌한 개인의 실존을 둘러싸고 그저 흑과 백으로 가를 수도 없는, 때로는 어찌할 수 없는 여러 맥락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였다. 피가 끓는 나이였으니 그의 힘들고 복잡한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 내가만난 사람들 p77

강정문이 한국 광고에 미친 영향은 넓고 깊었다. 우리나라에 세계 수준의 전략과 실행전술을 처음 소개한 신화적 인물로서. 무엇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업에 대하여 어떤 혼신의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람으로서. - 내가 만난 사람들 p81

예순셋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은 꽃을 피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생각해본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금권과 폭압의 씨줄날줄 아래 반영구적으로 망가지고 있는 공화국의 오늘을 그가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혹시 터져 나오는 사자후로 한 줌 파시스트 무리를 떨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고졸 세무전문변호사가 당대의 가장 극렬한 인권변호사로 변신했듯이, 스스로 내부에서 진화시킨 웅대한 투지와 구상을 통해 갈가리 찢어진 민주진영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되지는 않았을까. - 내가 만난 사람들 p100

📌유신의 독이빨 아래 몸과 마음이 다 찢긴 친구를 찾아간 순수한 우정. 그에 대하여 김지하가 되돌려준 오만과 무심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글에선가 읽었다. 비단 김지하뿐일까. 슬픔, 외로움, 피와 땀을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인생의 작은 문 앞에 도달하는 모순된 운명. 그 만감 어린 교차가 노래 속에 숨어 있다 느꼈다면 내가 과민할 걸까. - 내가 만난 사람들 p111

📌자기를 만들고 상처 준 과거를 회피하지 않을 때 우리는 스스로 트라우마 앞에 정면으로 마주 설 수 있다. 그것은 때로 한이라고 불리고 무의식의 심연이라고도 불린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이러한 직면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자기 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 - 내가 만난 사람들 p118

📌스스로를 만들고 때로는 뒤흔든 존재의 뿌리를 담담히 바라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생 앞에 겸허하고 성숙하지 않으면 그 지경에 이르기 어렵다. 지금 그러한 언덕을 넘어가는 응백의 발걸음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 내가 만난 사람들 p119




 

 

📌그러나 분명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처럼 가상현실로 사람들의 억눌린 욕구를 해소해주는 사회는 불온한 사회라는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운 여름날 탄산음료가 잠시 갈증을 없앨 수는 있어도 금방 다시 목이 말라오는 것처럼. - 함께 걷는 길 p131

왜 그랬을까. 이후 오랫동안 나는 내가 받은 충격의 원인을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만의 심연이 있는 것이다. 예기치 못하게 그런 심연을 마주치는 순간 까닭 모를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 함께 걷는 길 p149

고 변희수 하사의 불행은 나와 같은 사람들의 침묵의 연대에 의해 이뤄진 일종의 사회적 타살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처럼 뒤늦은 애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마음 속에는 어두운 수증기 같은 것이 가득하다. - 함께 걷는 일 p166



 

 

📌한나 아렌트가 제가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유대인 학살의 실무를 맡은 아이히만의 경우처럼, 역사적 사건 속 악행은 미친 사람이나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게다. 오히려 그릇된 이데올로기에 중독되어 체제 순응화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각 없이 저질러진다는 것이다. - 세월호 이야기p182

📌국가라는 잔인한 힘에 의해 희생되었으나 끝내는 민중의 가슴에 붉은 꽃처럼 되살아날 이름들. 백 수십 년의 시공을 넘어 서로 만난 이 애절한 죽음들 앞에서 멀리서 온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저 자꾸만 벽을 만지고 리본을 어루만진다. 그렇게 종내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 세월호 이야기 p214



 

조지 오웰이 지적한 대로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키고, 언어가 생각을 타락시킨다.”고 말한 바로 그 지점이다. ‘근로자’라는 명칭 자테가 주체를 타자화하고 수동화하는 뚜렷한 악의를 지녔기 때문이다. “고용주에 대하여 근면성실하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임금을 하사받는 존재.” 즉 ‘노동하는 인간’을 종속화하는 자본 중심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게다. 노동자는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 지점에서 한 사회의 시스템을 주체적으로 구축하고 동력을 형성해가는 세상의 주인다. - 우리가 빼앗긴 이름들 p224

하지만 하지만… 오늘 저 처연한 사진을 바라보며 나는 정수리에 찬물이 끼얹어지듯 정신이 번쩍 든다. 그저 응원의 마음으로만 있었구나. 세상의 제대로 된 변화가 저지되고 오히려 그것이 역류하고 있음에도 응시의 끈을 놓았구나. 바뀐 것이 별로 없음에도 과도한 기대에 취해 있었구나. 명색이 선생인데 그렇게 넋을 놓고 살아왔구나. - 우리가 빼앗긴 이름들 p233

명백한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적 인성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이러한 사고방식(혹은 가짜 양비론)은 매우 위험하다. 가해자 혹은 사회적 강자의 책임을 덮고, 중립화하고, 희석하기 때문이다. 부당한 회항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기장의 ‘비검함’을 통탄하는 한 일간지의 논리와 샴쌍둥이인 게다. - 우리가 빼앗긴 이름들 p237

📌살아오면서 이런 작품을 대할 때마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자각을 하곤 한다. 내가 ‘사회적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자기 본향에 사는 이들은 스스로의 주류 다수자 위치와 권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전 지구적 교류 속에서 그것은 참으로 무망한 생각이다. 누구나 그리고 일순간에 역할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다수자가 내일의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단 며칠 동안의 외국 여행을 통해서라도. - 살았고 싸웠고 죽어간 이들을 위해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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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관념으로만 따지자면, 세상에 가진 것이라곤 하나뿐인 육체와 지식을 팔아 살아가는 노동의 하루하루에 있어 나와 아주머니의 그것이 무슨 본질의 차이가 있을까. 새벽에 나와서 밤중에 들어가는 곤고한 봉급쟁이 생활을 언필칭 누리는 자의 그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내 봉급 노동자 생활을 선택받은 자의 그것으로 참칭하는 위선을 부리려는 것도 아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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