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단 재미로 읽을 수 있지만 교양을 쌓을 수도 있는 고급 정보들도 함께 있어서 읽고 나면 언젠가 쓸모있을 법한 내용들이예요😊
저는 아이들에게 “조선 세종대왕때 수박은 구하기도 키우기도 어려운 귀한 과일이었어. 그래서 수박을 몰래 훔치거나 먹은 자는 곤장 100대라는 엄한 형벌을 내렸다고 한단다.” 하고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요. 수박뿐만 아니라 책 속에 나오는 모든 과일들이 각자의 이야기와 역사적으로 어떠했는지 꼭 한번 이야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평소에 먹는 과일은 모양이 어떻고 맛은 어떻다 지금 계절에는 뭐가 나오고 가격이 올해는 비싸다는 보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는데요. 과일이 역사적으로 어떠했고 언제부터 우리가 먹게 되었는지를 읽고 나니 새삼 장을 보러갔을 때도 과일이 달리보였어요. 책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

책 속에 나오는 과일은 수박, 참외, 멜론, 파인애플, 딸기, 블루베리, 배, 감, 코코넛, 토마토, 복숭아, 살구, 자두, 매실, 체리, 앵두, 바나나, 오렌지, 레몬, 귤, 석류, 망고, 포도, 키위, 사과 로 역사와 문헌, 그림을 풍부하게 책 속에 포함하여 읽는 재미를 더 해 주었는데요.

어떻게 이 많은 과일 내용들을 찾아가면서 정리하셨는지 궁금한 작가님이 궁금해졌어요. 윤덕노 작가님은 과일로 읽는 세계사 외에도 음식관련 다수의 책 발간과 음식 문화를 연구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 과일 하나로도 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을 쓰셨다면 다른 책은 검증없이 꼭 구입하여 읽고 싶습니다😄



📖책 속의 내용
🍉 수박은 우리 토양에 잘 맞지 않는다고 재배를 포기할 수 있는 작물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략 물자로서의 용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새롭게 전해진 신품종 채소나 과일의 종자가 단순한 씨앗이 아니었다. 지금에 비유하면 국력을 좌우할 수 있는 일종의 첨단기술이었다. 그렇기에 고려 말 문익점이 붓 뚜껑에 목화씨를 몰래 감춰 들여왔을 정도로 새로운 종자 확보에 열심이었고, 반대로 종자 보유국에서는 종자의 외국 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것이다.
이렇게 구하기도 쉽지 않고 키우기도 어려웠던 귀하디귀한 수박 종자였으니, 연산군이라면 몰라도 세종대왕이 수박 도둑에 혹독할 정도로 엄격했던 이유가 단지 비싼 과일을 몰래 훔쳐 먹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참외는 우리에게 참 특별한 과일이다. 이를테면 참외 넝쿨은 끊임없이 뻗어나가며 계속해 열매를 맺기 때문에 번창의 의미로 해석됐고, 참외 속에는 무수히 많은 씨앗이 들어있기 때문에 자손을 많이 낳는 다산의 심볼이 됐다. 국왕 행차에 참외 모형을 들고 행진했던 것도 참외를 다복과 다산의 상징으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와 조선의 개국공신 중에는 참외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이들도 있다. 먼저 조선 건국의 일등 주역 정도전의 출생 비회다. 정도전은 부모가 참외밭에서 나눈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인물이다. 그것도 양반과 노비 사이에 이뤄진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결과였다. 정도전의 어머니는 우이동이라는 양반집 노비였다. 어느날 심부름을 가던 중 소나기를 만나 비를 피하려고 근처 참외밭 원두막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 마침 젊은 남자 한 명이 먼저 와 소나기를 피하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한적한 원두막에서 젊은 남녀 단둘이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급기야 사랑까지 나누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태어난 이가 정도전이다.


🫐들쭉이 블루베리 종류라고 하니까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만, 블루베리는 식물분류 체계상 진달래과 산앵두나무 속의 식물이다. 한반도에는 같은 산앵두나무 속으로 토종 블루베리라고 할 수 있는 열매가 몇 종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산앵두나무와 정금나무, 그리고 들쭉나무다.
백두산 일대에서만 자라는 희소성 때문인지 혹은 블루베리처럼 몸에 좋은 열매라고 여겼기 때문인지, 효심이 깊기로 소문났던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생일 잔칫상에 들쭉 수정과를 차렸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고 보면 별이 내려와 열매가 된 북미의 블루베리나 야간 투시경 역할을 한 유럽의 빌베리 못지않게 들쭉 또한 우리한테는 전설 같은 열매가 아닐 수 없다.


🍑살구.
처음 살구꽃 핀 정원에서 장원급제 축하잔치를 열고 살구꽃을 어사화로 내려 보낸 이유는 과거시험 발표가 살구꽃과 앵두꽃이 만발할 무렵인 이른 봄에 열렸기 때문이다. 사방에 살구꽃이 만발했기에 살구꽃을 꺾어 어사화로 삼았던 것인데, 이후에는 과거 보는 시기가 일정치 않아 언제부터인가 살구꽃 대신 다른 꽃으로, 그리고 꽃 대신 종이로 꽃모양의 종이꽃을 만들어 어사화로 삼게 됐다. 살구꽃이 장원급제의 상징이 되고 어사화가 된 내력이다.

🧆매실.
일본에서 많이 먹는 매실 절임 우메보시도 소금에 절여 만든 매실이니까 백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우메보시를 즐겨먹고 널리 퍼진 이유는 일본의 환경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본다. 매실에는 살균과 방부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밥 위에 올려놓으면 밥과 반찬이 쉽게 상하지 않고, 생선 요리에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지면서 맛이 깔끔해진다. 때문에 일본의 습한 기후에 적합한 절임 식품이 바로 우메보시라는 것이다.

우메보시환은 매실의 과육과 쌀가루, 설탕가루를 반죽한 것으로 치열한 전투로 지쳤을 때, 또는 긴 행군으로 목이 타들어갈 만큼 갈증이 심하고 힘이 빠졌을 때 조미료를 겸해서 먹었다고 한다. 혹은 논물 등을 마셔야 할 때 살균 목적으로 타서 마셨다고 한다. 그러면 매실의 신맛 덕분에 침이 나와 갈증을 해소하고 또 소독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표현인 ‘앵두 같은 입술’이라는 비유도 사실은 당나라에서 비롯됐다.
이태백, 두보와 함께 당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백거이의 시에 나온다. 백거이에게는 총애하는 2명의 애첩이 있었으니 번소와소만이다. 소만은 춤을 잘 추고 번소는 노래를 잘했다고 하는데 백거이가 이둘을 노래하면서 앵도 같은 번소의 입술, 버들같은 소만의 허리라고 읊었다. 앵두 같은 입술, 버들가지처럼 하늘하늘한 허리라는 표현의 유래다.

🍊 신부의 오렌지꽃 화관에는 유래가 있는데 일단 184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할 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순백의 오렌지꽃 화관을 썼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순결하며 고결해 보여 당시 유럽 신부들이 앞다투어 오렌지꽃 화관을 썼다고 한다.
물론 오렌지꽃 화관을 쓴 신부가 빅토리아 여왕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오렌지꽃 화관을 선호했는데 역시 배경이 있다.
일단 오렌지꽃은 하얗기에 순수와 순결을 의미하고 오렌지 자체도 상류계층의 고급 과일이기에 우아함과 고급스런 부의 상징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과일은 꽃이 진 후 그 자리에 열매가 열리지만 오렌지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달린다. 그렇기에 오렌지를 풍요와 다산, 생명력의 심볼로 여겼던 것이다.

❤️석류. 기원전 1세기의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석류를 너무 좋아해 매일 석류즙을 마셨고 석류 씨앗으로는 립스틱을 만들어 발랐다고 한다. 그러니 로마장군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한 비결이 어쩌면 석류에 있을지도 모른다.

양귀비도 클레오파트라 못지않게 석류를 좋아했다. 석류가 익을 무렵이면 아예 석류 숲에서 지냈기에 당 현종은 양귀비를 위해 장원의 궁궐, 황청궁에 석류 숲을 만들었다. 그래 놓고 석류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함께 꽃구경을 했고, 술 취한 양귀비가 미간을 찌푸리면 술 깨라며 손수 석류를 까서 빨간 석류 알을 양귀비 입속에 넣어줄 정도였다.

중국에 석류치마에 엎드려 절한다는 속설이 있다. 기생치마 폭에 빠져 지낸다는 우리말과 비슷한 뜻으로 쓰는데 이런 말이 생긴 유래가 있다.
어느날, 현종이 신하를 초청해 잔치를 열고 양귀비에게 춤을 추어 흥을 돋우라고 했다. 그러자 양귀비가 신하들이 자신을 곁눈지로 보며 예를 다하지 않으니 그들을 위해 춤을 추고 싶지 않다고 속삭였다. 자신이 총애하는 양귀비가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현종이 신하들에게 앞으로 양귀비를 보면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하라고 명했다. 그리하여 모든 신하들이 양귀비가 입은 붉은색 석류치마만 보면 엎드려 절을 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