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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 반복되는 일상에 떠밀리다 마침내 새로운 세계에 닿다
오건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어느 순간 닮기 싫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과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 안식을 갖게 해주는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순간을 작가는 포르투갈 여행중 아버지의 독재의 기억은 텅빈 광장을 보며 떠올리고, 어머니의 따뜻함을 성당에서 떠올리는데 나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래! 그 때였지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답니다. 🧡
여행을 직접 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으면서 마치 포르투갈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직장인으로 현실에 지쳐있으면서도 도망칠 용기없는 나에게는 여행이자 힐링이었어요. 가을에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
🏷송골송골 땀이 돋아난 이마와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이 매우 시원하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먼 길을 둘러가느라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끝내 가려던 곳을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지난 갈림길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길들 역시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최선을 선택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타인을 위로하는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이 가진 슬픔을 위로하려는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슬픈 소식을 듣고 있으면 내 안의 슬픔들이 늘 떠오르는데, 그런 슬픔들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로하려는 마음이 생기고는 했기 때문이다. 내가 위로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곳엔 언제나 상대방에게 투영된 나의 슬픔이 있었다.
🏷그의 연주는 고독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온전히 고독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낭만이 피어나는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에 사람들을 만나 허한 마음을 채우려 했던 날의 끝은 허전했던 반면, 홀로 여행을 떠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는 허전함이 채워지는 순간이 많았다. 낯선 길을 걷고, 그림을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고독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시간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에 몰입하다 보면, 그 순간이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낭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길인지 확신도 없으면서 쉽사리 놓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늘 고민만 해왔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게 까마득해져 있었다. 상황이 변한 것도 아닌데 무엇이 불안한 고민들을 잊게 한 것일까. 유리창 너머 흘러가는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생각에 빠져들었다.
🏷꽃을 말린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기억하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꽃을 고르던 시간, 나의 미소를 떠올리며 꽃을 들고 걸어왔을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박한 바람 같은 것이다. 시든 꽃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어야 할 때는 꽃에 담긴 상대방의 마음과 나의 감사함까지도 시들어 버려지는 듯한 마음이 든다. 꽃에는 알록달록한 빛의 생기뿐만 아니라 사람의 따뜻함이 머물러 있으니까.
🏷조그만 식물이 심긴 화분을 받은 적이 있다. 베고니아라 했다. 그날 나는 햇빛이 들어오는 복도 끝창가에 화분을 두고서 매주 물을 주기 시작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났고 봄이 올 무렵 푸른 잎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하얗게 꽃이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저 시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는 꽃을 바라보는 일을, 물을 주고 돌보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맛있는 커피 한 모금 머금는 순간에는 늘 그날의 물음이 떠오른다. ‘맛있다’ 대신 ‘행복하다’라고 표현하는 버릇이 생겼고, 커피 말고도 먹고 마시고 보는 여러 것들에 대해서 ‘행복하다’라는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삶의 방향이 현재 사용하는 단어의 표현을 따라 조금씩 변하게 되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Are you happy?’
🏷저 바다 너머를 지옥이라 두려워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라고 희망할 것인지,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이곳에서 푸른빛 가득 넘실대는 물결을 바라보며, 미지의 세계를 찾아 항해를 떠났을 옛 선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날의 장면들은 그림처럼 기억으로 남아 메마른 일상을 위로한다.
그래, 포르투갈에 다녀오기를 잘했다.
당신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