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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2020년 영미권 SF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경장편 소설(novella)로 84년생 동갑내기 작가 둘이 6주도 안되는 시간 만에 마무리를 지은 이 짧은 소설이다. 그해 5월 영국SF협회상과 네뷸러상을 필두로 6월에 로커스상, 8월에 휴고상을 잇달아 석권하며 경장편이라는 형식 자체가 새로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경장편소설 novella는 영어로 15,000단어에서 40,000단어 분량의 소설로, 보통 장편소설보다 짧지만 단편소설보다는 훨씬 길어서 독립된 형식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약 300매에서 700매에 해당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경장편소설에 대해 알게 되어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옮긴이가 특별 주석으로 단 내용을 적었습니다🤓
📖장성주 역자(옮긴이)는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하고 쓴 글을 한국어로 옮길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답하기가 쉽지 않아 이 책에서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해치지 말 것’을 원칙으로 삼고 각 장 끄트머리에 되도록 짤막하게 주석을 달아 두었다고 했다.
약 1년에 이르는 긴 번역시간을 통해 출판했다고 하는데
그럴만도 한 것이 레드와 블루가 나누는 편지 내용도 심상치 않다.
레드와 블루의 서신 속 문장은
밥 딜런의 노래 가사에서 따오거나 루이스 캐럴, 존 키츠, 찰스 디킨스 등 현대 대중문화에서부터 고전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인용하기도 하고, 물 분자 운동을 숫자로 변환한MRI 측청 값이 곧 잉크가 되고, 아름드리나무를 편지지 삼아 나무 속심의 나이테를 글 줄로 활용하고, 흐르는 용암의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문자가 되고, 셰익스피어의 희극이 초연되는 시대에 어느 약재상에서 키우는 화분의 독초가 곧 메세지를 품은 편지가 되기도 한다.
🔖편지의 형태가 매번 다양한 것에 재미있었고,
읽는 내내 이게 편지가 된다고? 하며 상상을 하였는데,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주목받을 만 하다고 생각들었다.
🔅이 책의 줄거리
인류가 두 세력으로 나뉘어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이는 까마득히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생태학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가든'과 기계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에이전시'는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무대가 되는 곳은 유럽을 침략한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런던 대화재 직전의 영국, 에스파냐가 침략하기 직전의 남아메리카 등 역사의 주요 현장들이다. 시간 전쟁을 수행하는 양 진영의 특수 기관에서 가장 훌륭한 요원 둘이 비밀리에 편지를 주고받다가 서로를 닮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SF소설 소재로 편지쓰기를 사용하였는데, 편지는 시간여행의 속성을 담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어 좋았고, 또 이런 편지가 SF소설에 사용하였다는 것에 놀라웠다. 한해 연속적으로 상을 수상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이나, 시월애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든 이미 과거에서도 편지를 사용한 시간 여행 판타지물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편지를 사용한 SF소설을 읽으니 편지 쓰기 자체가 SF창작행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편지쓰기는 종이에 쓰던, 휴대폰으로 쓰던 편지를 쓸 때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면서 쓴다. 즉, 현재 편지를 쓰는 나는 미래의 발신인 나를 미래의 존재로 생각하며 쓰는 것이고, 받는 수신인은 미래에 그 편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전해진 편지의 과거 내용은 수신인이 읽음으로 앞으로의 시간과 사건이 시작된다.
💜여기 소설에서는 시간의 실을 오르내리며 무수한 실 가닥을 타래와 매듭으로 땋고 묶음으로 수없이 많은 우주의 운명을 결정짓는 두 전사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간을 실로 표현한 것은 박수를 치고 싶다.
💙나의 조심성 많은 홍관조에게
💙내 소중한 사탕단풍에게
💙진주보다 훨씬 더 값진 현숙한 빨강에게
💙뱃사람의 기쁨인 저물녘 서쪽의 하늘빛에게
💙나의 소중한 미스코완제에게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지브와족 말로 ‘붉은 빛’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블루가 레드에게 쓰는 편지의 내용들이 더 좋았다.
특히, 위와 같이 부르는 말들!
💭말은 관념이자, 초록으로부터 분리된 것이거든.
말은 울타리나 도랑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패턴이야. 말은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 그런말이라도 내 몸 속 곳곳에 흩뿌려 놓기만 하면, 나는 그 속에 숨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네 편지를 읽는 건 내 안에서 꽃을 모으는 거나 마찬가지야. 여기서 꽃봉오리를 하나 따고, 저기서는 고비 가지 하나를 따서 볕이 잘 드는 방에 어울리도록 이렇게 꽂아 보고, 저렇게도 꽂아 보는 거지. P127
💭이 편지는 단 한 번만 읽도록, 다 읽으면 없어져 버리도록 만들어 졌다.
나에게 너는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부족한 편지야.
접힌 채 봉투 속에 넣어진 편지는 꺼내어 펼쳐 읽을 때마다 생명을 얻는다. 그렇게 과거가 미래를 다시 사는 것, 그리하여 영원히 사는 것을 믿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이야기를 짓고 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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