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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등산 - 내일이 불안해 오르고 또 오른 서른 해 등산 일기 ㅣ 밥보다
손민규 지음 / 책밥상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밥보다 등산
손민규 지음. 책밥상
내일이 불안해 오르고 또 오른
서른 해 등산 일기
⛰친근하게 다가오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공통점이 참 많았다.
특히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팔공산 갓바위를 엄마따라 어릴 적 많이 다녔는데, 세상에 작가님도 국민학교 때 올랐다고 하니 더 공감이 갑니다.
🌳우연히 산에서 마주친다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합니다. “<<밥보다 등산>> 읽은 독자입니다.” 하고 먼저 말을 건네주신다면 뒤풀이 파전은 제가 쏘겠습니다.
등산을 해도 작가님 얼굴을 모르면 절대 할 수 없는 ㅋㅋ 그래서 작가님 얼굴을 보러 출동! 합니다~
🐲그 산엔 할매가 산다.
(부산 영도 할매에 관한 이야기)
경상도 지방에서는 마을을 관장하는 신을 ‘할매’나 ‘할배’로 불렀다. 봉래산 할매는 영도를 관장하는 신인 셈이다.
-봉래산 할매는 영도 사람을 아낀다. 다만, 영도 사람들이 영도에 살 때만 그러하다. 만약 영도 사람이 육지로 나가면, 해코지를 해서 망하게 해 영도로 돌아올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래도 영도 할매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영도 할매의 눈이 보이지 않는 곳은 괜찮다. 그러니까 봉래산에서 보이지 않는 육지 너머로 가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영도 할매가 잠잘 때 이사하는 것이다.
(결국 신뢰에 관한 교훈인 셈)
-이런 일품 조망을 보는 게 주 목적이긴 해도 봉래산 정상에 가면 꼭 할매 바위 앞에 서서 바위 앞에서 합장하며 고개를 숙인다. 수십년 전 내가 그랬듯,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랬듯.
🌵너무 닮았다.
나도 대구에서 갓바위, 파계사, 동화사, 제2석굴암, 아마도 대구 사는 사람들은 한번은 가봤을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가서 두손 모으고 기도한 기억때문인지, 다시 방문을 하게 되는 일이 있으면 꼭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
심리학자나 발달과정 학자들의 말은 모르겠지만,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한 기억, 추억이 어른이 되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이건 공부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오가며 ‘반갑습니다’를 했는데 요즘은 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 느낌상, 대도시 근처에 위치한 산일수록 이런 인사를 안 주고 받는 것 같고요. 교외 산으로 가면 여전히 이런 인사를 건네시는 산객을 꽤 만납니다. 시대정신이 공동체에서 위대한 개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니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먼저 인사를 건넬 필요는 없습니다만, ‘반갑습니다’를 받으면 되받아주면 좋겠죠.
그리고 내려오다 보면 늘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늘 똑같은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조금만 가면 돼요!” 아, 당연히 문화 시민이라면 산에서 쓰레기 안 버리는 건 기본인 거 아시죠?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보고 겪고 즐긴다. 그 순간을 버티게 하는 게 중요하다. 산이든 영화든 책이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취미 하나쯤 있다면 삶은 좀 덜 힘들 수 있다.
산에 올라 해를 보고 소원을 빈다고 해서 로또 1등에 걸린다는 생각은 아니었다(로또를 살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않으니!) 그냥 산에 올라 해를 보고 싶었다. 정상에서 주위를 보면 막힌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았다. 아주 잠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