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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평점 :
🪴의식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읽은 수 있는 책.
깊이 있는 철학도 자기계발도 아닌, 일상을 말하듯 풀어나간 글.
글을 읽으면 편안함을 자기도 모르게 느낄 수 있다.
현재의 일을 내려놓고
글쓰는 직업을 택한 작가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난, 아직 내려놓지 못했으니까......
👠어른의 시간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허진호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이 영화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활짝 웃고 있는 가수 김광석의 영정사진이었다.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할 수도 있는 것이 영화고, 연극이고, 소설이라는 점에 나는 문득 아득함 같은 걸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원래 제목이었던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를 중얼거렸다.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서른아홉, 나의 삼십대가 저물어간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프로필을 가장 먼저 본다.
그것이 대개 내가 책 한 권을 읽는 일상적인 방법의 시작이다.
💍 봄날은 간다.
사람들은 대개 회한에 찬 얼굴로 그것을 ‘청춘’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나는 그토록 혼란스럽고 난폭하고 무지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그런 건 아닐까.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을’이라고 노래한 김광석의 말처럼 너무 아픈 청춘이 아닌 내가 모르는 다른 것 이었을 가능성
🚍버스를 타고.
꿈은 꼭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꿈은 단지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꿈을 이루지 못할 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한때 눈부시게 빛나던 재능이다. 가장 잘하고, 가장 익숙하고, 열심히 했던 것들이 결국 족쇄가 된다. 가장 가까이 있던 것들이 가장 멀리 달아나고, 가장 사랑했던 것들이 가장 먼저 배반한다.
🧩기억의 습작.
오래된 영화를 꺼내 보는 건 지름길이 아니라 빙빙 돌아가고 싶은 어느날, 문득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게 아닐까. 그 속에서 내 나이 또래 배우의 젊은 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하늘에 구림이 떠 있는 건, 새가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쓴 옛날 일기장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너무 좋았습니다😊
잔잔한 감동으로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