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수지
앵거스 오블롱 지음, 박무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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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카페에서 읽자 읽자, 하고 그간 스스로에게 종용해온 두꺼운 인문 자연 서적들을 쌓아두고 나선 이런 책으로 꼭 독서를 시작하게 된다. 이건, 표제에 등장한 수지란 이름이 내 이름인고로 골라보았다. 흠흠...예상대로 좋은 에피타이저가 되어주었다.

읽는 내내 웃었다. 금기에 대한 도전이 발칙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당당하여 '도전'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가족 내 참수형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식인도 이 책에서는 아주 당연한 귀결이다.

일러스트도 훌륭하다. 한글과 영문 둘 다 기재되어 있어 좋았다. 저자 약력까지 머리를 치게 만든다. 벌써 절판이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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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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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가 대학 졸업 후 논픽션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 이후로는 도저히 소설에 재미를 붙일 수 없었다고 고백한 것이 떠오른다.

뉴요커 기자였던 양반이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의 노예가 되길 자처하여 처절하게 견뎌낸 일년, 그리고 이탈리아까지 날아가 르네상스 시대부터 내려져 온 레시피와 조리법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파스타 요리사와  고기를 다루는 데 있어 마스터라는 칭호가 손색없는 다리오 밑에서 수련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정말 이 사람의 근성은 대단하다 할 만 하다. 기자로서의 정체성 노출을 최소화 한 것은 전략적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언어로서 세상을 인식하는 글쟁이로서의 삶에서 다른 종류의 삶으로 완전한 전이를 이룬 탓일까? (빌 버포드가 주방에 들어온 이후 새로 채용된 요리사 가운데 전직 시인이었던 동료에 대해 셰프들은 '그녀는 불행히도 전직 시인이지요!'라고 커멘트한다. 요리의 세계에서 언어에 대한 날이 서있다는 것은, 언어에 천착한다는 것은 이꼴 잡생각 많음. 요리에 장애물로 작용할 뿐인 것.)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언어가 아닌 무언가가 이루어내는 세계로 진입했을 떄 나올 수 있는 값진 자료다, 이 책은.

 

유머 감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만들며

이탈리아 음식은 내 취향이 아닐것이라, 먹어보지도 않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묘사로 가득한 300페이지의 글을 읽으며 짐작해 보았단다.

 

 

더불어, 빌 버포드는 자신이 일년 넘게 일한 레스토랑(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는데...)에서 내놓는 음식의 레시피를 거리낌없이 읊어대는데, 이 책이 출간된 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전설적인' 주방장 다리오 바탈리와 충돌이 없었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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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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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처럼 철학교사를 오래 하다 보면 이런 글을 쓰고 싶을 법 하겠다. 작가의 사유가 연령대와 경제적 배경이 완전히 다른 두 인물에게 딱 반으로 쪼개어져 할당되었다.

-인용할만한 멋진 구절이 많다는 게 소설의 덕목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게는 아닌데.(거기다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장광설들은 내게 전혀 '멋지게'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다도와 오스 야스지로의 영화, 일식, 일본 가옥구조에 대한 찬사는 반갑기는 커녕 불편하다.

-많은 이들이 프랑스에 문화적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산이면 뭐든 시크하고 힙하다 외치는 이들을 보면서 한탄할, 자문화의 노회함에 질려버린 프랑스인이 정착한 곳이 겨우 '동양' 숭배라면, 프랑스 숭배자들이랑 얼마나 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 의문이다.

- 스스로 정신적으로 고고하다고 믿는 자들의 판타지. 자기들끼리는 알아보고 정신적 교감이 가능할것이라 철썩같이 믿는 이들의 판타지. 관념 우월주의.

-르네는 왜 자꾸 자신이 다독가라는 것을 악착같이 숨기려 드는겨. 자신의 독서 편력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르네의 모습은 르네의 의도라기 보다는 수위라는 정체성에 완전히 집중한 작가의 서투른 환기법으로 보여.'여러분도 아다시피, 수위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믿잖아요. 여러분은 그렇게 믿어왔잖아요!!! ' 라고 들이대고 있지만 이건 전적으로 책 애호가인 저자만이 가지고 있던 편견일수도 있다.

-그리고 결말에서 왜 르네를 죽이냔 말이다. 친구를 얻게 되어 행복해진 르네를 왜 죽여버리냔 말이다. 저자는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관통하여 '아비투스'의 해체을 꾀하려는 듯 보아지만 실은 자신이 지녀온 편견을 고스란히 고백하는데 모든 지면을 할애하는 듯 보인다. 기껏 잘살고 고민없는 프랑스 좌파들을 비난하다가 결말에서 르네를 죽여버리는 저자의 의도는 대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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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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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작품 가운데 처음 대면한 책. 최근 일본 미스테리 소설이 워낙 엄청난 인기다보니, 몇 년 후면 싼 값에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기도 하고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구입을 안하게 되던 차, <유지니아>완독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서라도 온다리쿠의 소설들을 섭렵하도록 추동하는 시발점이 될 것.
 

아름답고 총명한 여인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진술 녹취를 훔쳐본다는 건, 꽤 낭만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서 그려진 니나 붓슈먼의 매력은 사실 니나 붓슈만이 지닌 덕목 자체보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경외의 감정을 가지고 '관찰당했다는'데 있지 않나.

<유지니아>에서 묘사되는 총명하고 냉정하면서 희멀건 얼굴의 맹인 소녀는 내겐 매력적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완벽해서. 어린 아이들에게 추앙받을만한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이 맹인 소녀가 지닌 '세속적이지 않은' 살의에 대한 접근이 더 치밀했더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을게도. 차라리 내게 이 소설 속 가장 어필했던 이는 <잊혀진 축제>를 집필한 사이가 씨. 소설 후반에서 슬쩍 드러나는, <잊혀진 축제>의 바탕이 되는 취재를 진행할 때 동반한 남학생에 대한 끌림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랜덤한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되는 책으로 단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그녀의 '의도'가 매력적인 것이다. 



사이가가 온 생을 다하여 강력하게 동화를 꿈꾸었던 단 한 사람, 히사코는 랜덤 킬링을 감행했고, 사실 사이가는 이 감행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고, 히사코를 완벽하게 이해한 듯 보이는 병약하고 잘생긴 청년은 희생양이 되었다.

한 소녀는 다른 소녀를 동경했고, 그 소녀는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살의로 자신에 대한 숭앙에 보답했고, 불안한 소년이 다른 소녀의 의도를 완성시켜주었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스토리의 얼개지만 <유지니아>가 매력적인 것은 어린 시절 그 이야기를 자신의 생의 한 요소로 이식받게 되었을 경우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구한 작품이라는 점에 있다.

 

 

소문과 공포가 얽혀 심상한 하루를 심상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시절은 누구나 공유하는 바다. <유지니아>에서는 스무명의 사람들이 독을 먹고 죽어 널부러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이들의 진술만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이보다 수위가 덜하거나 더한 이야기를 풍문으로 듣고 공포를 재생산, 확대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필히 이것은 우리의 생의 감각과 내 행동의 반경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면에서 <유지니아>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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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픈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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