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괜찮아, 사회혁신가 - 여성, 지역, 사회적 가치의 실현
이지혜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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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지역,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온 10년을 정리한 책.

사업을 막 시작한 입장에서 이 책을 보니, 책 속에서 겪은 일들은 나도 겪었거나 겪을 일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먼저 겪은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조금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다는 점.


그렇게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 한 번쯤 괜찮아, 사회혁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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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프로파간다 -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0
혼마 류 지음, 박제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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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원전이 어떻게 일본국민들에게 안전하다고 알려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이 어떻게 움직여서 어떤 정보를 선택 제공했는지, 원전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추적한 책, 원전 프로파간다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지성을 읽는 이와나미 문고 20번째 책이에요. 이와나미 문고는  이와나미문고에서 출간하는 지식·교양 시리즈인데요,정말 좋은 책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진대국에 어떻게 그 수많은 원전이 건설될 수 있었을까요? 일본 원전에 대해 끊임없이 분석해 온 혼마 류 씨의 문제제기를 읽는 순간 저 역시 '그러고보니?'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일본 원전은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는데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 원전에 방문했던 경험이 컸습니다. 원전문제는 정부와 원자력발전소, 그리고 국민간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정말 많은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원자력 무라가 어떤 방법으로 원전 신화를 믿게 했는지를 설명하고 그것을 실행한 주체자와 협력자, 나아가 그 수법과 사례를 소개한다



결국 원전 신화를 믿게 하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파간다가 시행됐다는 주장이에요. 이를 저자는 '원전 무라'라고 명명하는데요, 우리에게는 '원전 마피아'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대량 광고는 겉으로는 국민에게 원전을 알리는 목적을 지녔지만 한편으로는 거액의 광고비를 받는 언론에 바치는 뇌물과도 같은 성격을 띠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가 지목하는 범인이 바로 광고에요. 생각해보면 광고와 프로파간다의 차이가 별로 없잖아요? 엄청난 예산이 광고대행사로 흘러들어갔고, 이는 국민에게 원전을 알림과 동시에 언론에 대한 뇌물의 형태를 띄게 되었다고 합니다. 읽어보면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더 꼼꼼하게 읽게 되더라고요.



이 책은 프로파간다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이 1968년도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일본국민들에게 스며들어갔는지에 대해 설명하는데요,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단순한 설명에 도표가 많아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기우였어요. 이는 요즘 우리나라도 원전에 대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고 저 역시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료하고 나머지는 데이터입니다. 원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는 법이잖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원전마피아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에 대한 수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첫번째는 금액의 거대함이다. 두 번째로 놀라운 점은 이들 광고비의 기초 자금이 모두 이용자에게 걷은 전기요금이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원전은 이용자들에게 걷은 전기요금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합니다.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전기요금을 통해 원전 홍보에 기여한 셈이죠. 사실 독점으로 공급되는 원전이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광고비가 포함된 요금을 내야 하고, 이에 대해서는 대안도 없으며, 또 다른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이 원전 프로파간다의 사령탑은 누구였을까요? 이를 밝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정부와 행정기관, 전력회사 및 산하기업, 원전 제조업체 및 주변기업, 원자력 관련 연구기관, 언론, 광고대행사들이 얽히고 섥힌 일이니까요. 심지어 이들의 월급 및 대출을 처리하는 금융기관도 원전 프로파간다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모든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엮이면서 원전은 안전한 것이 아니라 안전해야 하는 것이 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원전은 남녀노소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고, 또 엄청난 자본력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원전의 안전성은 광고로, 영화로, 책으로, 퀴즈프로그램으로, 다큐멘터리로 다양하게 퍼져나갔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구요.



그렇게까지 절대 안전하다고 큰소리치며 청정하다는 등의 환상을 뿌려왔는데 사고가 일어나자 그 증거를 지워야 할 정도로 자신들의 말에 책임도 자부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돈에 혼을 팔아서 쉽게 만들어온 작품들은 자금이 끊기자 인연도 끊긴 것처럼 깔끔하게 어둠속에 묻혀 버렸다. 그곳에는 열렬하게 국민을 '설득해온' 책임감도 사명감도 없었다



처음 후쿠시마에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방송인들이 보인 태도를 보면서 의아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책을 보니 왜 그렇게 많은 방송에서 방사능의 폐해에 대해 안전하다고 이야기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전방위적인 프로파간다가 진행된 상황에서 누군가에겐 안전해야 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안전하다고 믿었을 테죠. 그래서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먹는 퍼포먼스까지 용감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테고요.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한 방송인들이 내부피폭으로 인해 사망하면서 공포심은 더욱 커지기도 했습니다.




규슈전력은 홈페이지상에서 그다지 적극적인 원전 PR을 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 신문에도 광고를 내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최초의 재가동이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 지역에서의 반대 운동도 일었기에 잘못 PR했다가는 더 큰 반감을 살 테니 그저 조용히 재가동을 추진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이 부분을 읽으면서 광고를 하는 것도 프로파간다이지만, 또 광고를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원전은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계속 파고들면서 안전을 외치고 있고, 그 사이에 우리의 세금은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원전을 반대하더라고 말이죠!



저자는 정부나 도쿄전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수습과 원인 규명, 나아가 현재까지도 피난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며 현 상황을 추인하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따위를 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이 아닌 공공성을 가진 정부기관의 경우,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영화 판도라가 개봉하면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신고리원전 공사가 주민투표에 의해 재개되었죠.



카페에서 책을 한참 읽고 있는데 긴급재난문자가 왔습니다. 포항에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문자였습니다. 잠시 후 여진에 대한 문자가 또 왔구요. 포항은 이번에 건설재개된 신고리원전이 있는 울산과 가까운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원전에도 신고리원전은 이상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원전 프로파간다를 읽은 후라 그러한 보도에 신뢰를 갖지 못하겠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일본의 문제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이야기한다고 해요. 일본 원전에 대한 정보는 일본 내에서야 공론화되는 문제겠지만 외국에서는 잘 모르는 문제잖아요? 제가 이 책을 보고 원전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처럼 외국에서도 저자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고 문제를 알게 될 수도 있겠죠. 또한 일본 방송에서 원전에 관해 어떤 뉴스가 나왔는지를 공유하면서 전세계의 전문가들과 정보의 시시비비 문제를 논의해볼 수도 있을테고요.



이와나미문고 시리즈 중에 읽은 책이 세 권이네요. 앞으로도 이 시리즈의 책은 눈여겨 볼 생각입니다. 괜찮은 책이 정말 많거든요. 특히 이 시기에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이 책을 이웃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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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8
가나리 류이치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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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 보면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껴서 북한과도 대치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참 답답한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하필 미국의 지도자는 트럼프.... 하아.....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하루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걸까요? 

   

이 책은 도대체 미국이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르포기사 묶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트럼프가 선전한 미국의 주를 찾아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상황을 분석해 쓴 글입니다. 이 책의 저자 가나리 류이치는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해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와나미문고 시리즈 18번째 책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나미 문고는 일본의 지성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 서점이 인문학 보급에 앞장섰던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출간하는 지식교양서 시리즈입니다.

     

기자가 걸은 트럼프 왕국에 대한 지표입니다. 마치 성지순례 가이드처럼 이 길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실제로 궁금하기도 하고요. 트럼프의 승리는 이 책의 첫 3장 '전대미문'이 일어난 노동자의 도시, 나도 역시 트럼프로 찍었어, 지방의 젊은이들에서 모든 답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이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었구나! 하고요.





   

도널드 트럼프가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중략... 나는 투표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5년 12월부터 이 '러스트벨트' 주변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 ...중략... 담당 기자는 엑셀을 세게 밟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단언하는데 트럼프가 공화당 정식 후보가 된다. 내년 당대회 전에 결정날껄?"

저자는 뉴욕에서 담당 기자가 '트럼프의 당선'을 확신하는 말을 듣고 의문을 갖습니다. 그리고 투표 1년 전부터 취재를 하면서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조사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담당 기자의 예언은 모두 맞았고, 저자는 취재를 통해 그 근거를 정리해나간 셈이 되었습니다.




웃기긴 하지만 불쾌하진 않고, 특별한 공약은 없지만 상대를 비판하는 단 하나만 물고늘어지는 전략... 어디서 많이 본 전략같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것이 트럼프의 강점이었고, 이 전략은 비주류세력에게 제대로 전달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비슷한 전략으로 지지율을 높인 우리나라의 모 후보가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유권자들의 비참함을 부추기고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사람을 현혹하는 태도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어쨌든 효과적인 걸 보면 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확실한 건 그런 정치인이 나타났고, 또 권력쟁취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뽑지? 하는 생각을 하기 전에 유권자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꼭 못사는 사람이 기득권 정당에 투표하잖아요? 


트럼프 당선 이후 철학자 로티가 1998년 쓴 책의 한 구절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SNS겠지만 말이에요. 납세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사회보장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에서 자신의 분노를 배출하고자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포퓰리스트 정치 지도자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이에요. 


우리나라도 이명박근혜 정권을 지나온 과거가 있고 아직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만큼 곱씹을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앞으로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할 수 없으니까요. 이 경고가 우리나라에서 적중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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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회와 그 적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복지 국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가오롄쿠이 지음, 김태성 외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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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본 우리나라는 계속 발전하는 나라였고, 곧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성인이 됐을 때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훗. 순진했죠. 지금 보면 나라꼴 참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복지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복지계의 꿈의 나라인 북유럽에 대한 로망이 무럭무럭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 책을 접했습니다. 제목부터 인상적인 복지사회와 그 적들. 장하준의 경제서적을 출판해서 유명한 도서출판 부키에서 낸 책이라 더 신뢰가 갔습니다.


홍콩 루이쿠 연구원 부원장이자 경제학자인 가오롄쿠이의 저서. 워낙 중국 전문가라서 그런지 이 책 역시 중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컨설턴트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이 앞으로 국가 발전의 모델을 선택하는 데 있어 경제성장의 덫에 빠지지 않고 복지국가를 건설하길 바라는 꿈을 담았습니다. 자뭇 꿈꾸는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읽다보면 정말 와닿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복지국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실체를 살펴보고 복지국가에 대한 허와실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복지국가에 대해 오해하게 되었는가, 복지국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미국과 영국은 왜 복지국가에서 벗어나게 되었는가, 누가 복지국가를 반대하는가에 대한 역사를 설명하고, 복지국가와 비복지국가에 대한 실태를 비교한 후 중국의 개혁에 대한 조언을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말은 단호합니다. 북유럽 모델과 미국 모델은 30여 년의 경쟁을 통해 이미 그 우열이 가려졌으며, 어느 모델을 추구해야 하는지는 일찌감치 결론이 났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분명한 건 지금 미국은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해주는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죠. 자본주의가 시행되고 신자유주의가 도입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을 동경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죠? 미국과 북유럽이 뭐가 다르지? 미국이 바로 모든 국민이 잘 사는 강국 아니야? 실제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도 많더라고요.

 

미국은 국민이 부유한 나라인가?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빈부격차가 심각하고 재정부채가 극심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요. 미국과 영국은 대처와 레이건의 합공에 무너졌다고 말하는데요. 사실 우리에게 대처는 철의 여인이라는 이미지로 좋게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영국에서 대처에 대해 가진 악감정은 대단합니다. 영국에서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을 보는데 극 중에 대처의 얼굴 가면을 쓰고 조롱하는 군무가 있을 정도에요. 대처는 자신의 모교에서조차 명예 학위 수여를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미국은 복지 중심의 루스벨트 모델을 통해 성공했지만, 탈복지화하는 레이건 이후 쇠퇴했다는 단언합니다. 게다가 부시를 거치면서 미국의 중사층 사회가 재기할 가능성은 잃어버렸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까스로 통과시킨 의료 개혁 법안도 공화당의 견제로 누더기 법안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복지가 많아서 문제 아닌가? 그리스도 너무 복지를 심하게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하고 갸웃하실 분도 계실텐데요. 그 역시 저자는 단호합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얘기에요. 그리스는 유럽에서도 복지 수준이 굉장히 낮은 나라였으니까요. 그렇다면 당연히 복지가 높아서 위기가 왔을리가 없잖아요? 그럼 더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나라가 더 먼저 위기가 왔겠죠. 실제적으로 그리스의 높은 부채는 올림픽 개최로 인해 야기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왜 복지가 문제라고 할까요? 그리스는 부채를 졌고, 그 부채는 어떻게든 상환해야 하는데, 그러면 반드시 정부의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선진국의 농간이라는 것이죠.


"결코 언론을 신뢰해서는 안된다. 특히 서구 언론은 그렇다."는 말은 새겨들을 만 한 이야기입니다. 중국은 이미 선진국이라고 보도했던 시기 중국의 1인 GDP는 간신히 1000달러에 달할 뿐이었고, 결국 선진국의 패권과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죠.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지식층이 오히려 계몽이 필요하다는 데 있죠. 특히 신흥 국가의 전문가들은 불완전한 정보 상황에서 연구를 진행할 때가 많으며, 경제부 기자의 경우는 체계적인 경제학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포퓰리즘에 영합하거나 뉴스의 선정적 효과의 관점으로 사안에 대해 접근하기 마련인데요, 또한 이 과정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이론을 확대재생산 할 위험이 높아지죠. 이렇게 진정한 학자도 전문가도 아니면서 글을 잘 써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양산은 사회 진보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 중산층의 삶을 꿈꿔 본 적이 있습니까? 집을 사세요. 저축으론 부족하지 않으신가요? 대출을 받으세요!"


이러한 부조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이 광고 카피는 미국에서 정부와 기업의 도움으로 주택 담보 대출 증권화가 진행된 뒤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쉬워지면서 온 TV와 언론을 가득채운 광고문구입니다. 고리대는 전통적으로 모두 범죄 조직과 연관되어 있지만,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리로 대금을 빌려주고 이를 MBS라는 증권상품으로 포장해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이죠. 이러한 파생 금융상품은 너무 복잡해서 투자자가 이 상품이 실질적으로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고리로 대출한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고, 결국 리스크가 높아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오게 됩니다.

 

미국 정부는 금융 위기에 가시화되면서 이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자 하면서 중국에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파견하기까지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악성 대출들이 AAA급 투자 상품으로 평가받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언론을 믿으시나요?

 

비록 국민은 나라가 흥해도, 망해도 피곤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망하면 더 피곤하잖아요? 도대체 부유층이 중요한가요, 국가가 중요한가요? 부유층과 국가 중에 누가 중요한지 생각해보라는 것이죠.

 

독일과 북유럽은 유럽에서 낙후되어 있던 상황에서 복지를 시작했습니다. 부자 나라만 복지를 할 수 있다거나, 복지는 비효율을 야기한다는 것은 근거조차 미약한 허구라는 것이죠. 앞서 말한 것처럼 북유럽의 현재 상황이 근거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결국 문제는 복지 수준이 너무 낮아서 문제라는 것이죠.

 

부자들의 자선은 단언코, 사회 복지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통계적으로 기부는 중산층이 더 많이 하고, 부자들의 자선은 선별적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돌아갈 수도 없죠. 게다가 부자가 소득의 증대만큼이나 소비가 비례해서 커지지 않기 때문에 부자 위주의 경제정책은 필연적으로 소비를 저하시킬 수 밖에 없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아울러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경우는 복지보다 오히려 방만한 국가 운영과 부패가 사회관리능력을 저하시켜 문제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방만함은 전체 국가의 복지가 아닌 공무원만의 복지를 향상시켜 결국 국가몰락을 자초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그리스의 복지수준은 영국의 80%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수는 영국의 5배에 달한다고 하죠.

 

책을 읽는 내내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이 깨지는 생각이 들었고, 복지국가에 반대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논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주변에 추천하고 싶어요.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우리의 논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이론을 금융이 고도로 발달한 홍콩에서 수학한 학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최소의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복지사회에 대한 정책은 한시라도 빨리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명과 서명, 용어를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 책 뒷편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읽다보면 현대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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