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8
가나리 류이치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평점 :
요즘 뉴스 보면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껴서 북한과도 대치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참 답답한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하필 미국의 지도자는 트럼프.... 하아.....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하루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걸까요?
이 책은 도대체 미국이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르포기사 묶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트럼프가 선전한 미국의 주를 찾아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상황을 분석해 쓴 글입니다. 이 책의 저자 가나리 류이치는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해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와나미문고 시리즈 18번째 책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나미 문고는 일본의 지성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 서점이 인문학 보급에 앞장섰던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출간하는 지식교양서 시리즈입니다.
기자가 걸은 트럼프 왕국에 대한 지표입니다. 마치 성지순례 가이드처럼 이 길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실제로 궁금하기도 하고요. 트럼프의 승리는 이 책의 첫 3장 '전대미문'이 일어난 노동자의 도시, 나도 역시 트럼프로 찍었어, 지방의 젊은이들에서 모든 답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이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었구나! 하고요.
도널드 트럼프가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중략... 나는 투표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5년 12월부터 이 '러스트벨트' 주변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 ...중략... 담당 기자는 엑셀을 세게 밟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단언하는데 트럼프가 공화당 정식 후보가 된다. 내년 당대회 전에 결정날껄?"
저자는 뉴욕에서 담당 기자가 '트럼프의 당선'을 확신하는 말을 듣고 의문을 갖습니다. 그리고 투표 1년 전부터 취재를 하면서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조사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담당 기자의 예언은 모두 맞았고, 저자는 취재를 통해 그 근거를 정리해나간 셈이 되었습니다.
웃기긴 하지만 불쾌하진 않고, 특별한 공약은 없지만 상대를 비판하는 단 하나만 물고늘어지는 전략... 어디서 많이 본 전략같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것이 트럼프의 강점이었고, 이 전략은 비주류세력에게 제대로 전달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비슷한 전략으로 지지율을 높인 우리나라의 모 후보가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유권자들의 비참함을 부추기고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사람을 현혹하는 태도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어쨌든 효과적인 걸 보면 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확실한 건 그런 정치인이 나타났고, 또 권력쟁취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뽑지? 하는 생각을 하기 전에 유권자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꼭 못사는 사람이 기득권 정당에 투표하잖아요?
트럼프 당선 이후 철학자 로티가 1998년 쓴 책의 한 구절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SNS겠지만 말이에요. 납세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사회보장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에서 자신의 분노를 배출하고자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포퓰리스트 정치 지도자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이에요.
우리나라도 이명박근혜 정권을 지나온 과거가 있고 아직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만큼 곱씹을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앞으로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할 수 없으니까요. 이 경고가 우리나라에서 적중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