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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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다른 아이들 - 열두가지 사랑 1권



 

 

 처음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제목과 열두가지 사랑이라는 부제를 봤을 때에는 뭐 여느 책과 같이 뭔가 문제가 있는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한 보고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roomy_room.blog.me/220244200646

 

책의 목차는 저의 그러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청각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 12가지의 사례를 나열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에 의외성이 있고 재미있었던 부분은 1장이 '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와 다른 문제적 성향 제 1장이 아들이라니!! 뭐 이정도의 생각이었고, 책에 대해 큰 기대도 없었습니다. 다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편'처럼 문체가 재미있거나 사례가 신기하길 바랄 뿐이었죠. 그러나 대략적인 목차만 봐도 신파가 이어지겠구나.. 하는 것이 제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편협했는지에 대한 생각과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면서도 '포용'과 '관용'의 정신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이 책은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이 왜 문제인가라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이해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앤드루 솔로몬입니다. 뉴욕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이미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또한 게이이고요. 이 책의 첫장이 자기고백에서 시작되는 것은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이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급진적 사고이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너가 뭘 안다고"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겠죠. 실제 경험한 내용에 대한 언급이니까요. 1장에서 저자는 게이로서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모두 경험담에만 기초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는 300가구가 넘는 가정을 대상으로 4만 페이지가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Far From the Tree 인데요, 수직성과 수평성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부모가 자녀를 낳을 때에는 자신들의 특징이 수직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자녀는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고 그 가운데 전혀 수직적 연관관계가 없는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죠. 이를테면 아마도 이성애자였을 부모에게서 태어난 동성애자가 그렇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1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첫 문장이 '재생산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시작하는데요,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태어나지만 별개의 독립적 존재일 뿐, 누구에게도 종속된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가 나와 같은 외모로, 나와 같은 성격으로 태어나고 자라고 싶은 건 부모의 바람일 뿐, 자녀의 특징은 아닙니다.

 

얼마전 임신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태아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낳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말을 하고 나서 실수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모인 사람 모두가 강하게 호응하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 때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에게도 힘든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장애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이 부모와 다른 아이들인 이유도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간의 이해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앞당길테니까요.

 

장애는 분명 삶을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삶을 힘들게 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실제로 흑인은 백인보다 불편한 삶을 삽니다. 유태인이 차별받는 지역도 많습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도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흑인들이 백인이 되려고 노력하거나, 유태인처럼 보이지 않는 성형수술을 하는 일은 없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평범한 여성들이 남성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들만의 연대가 공고해서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지 않기도 한다는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 듣지 못하는 것만 생각했지, 그리하여 다른 감각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나 봅니다. 외눈박이 마을에 가면 두눈박이가 병신이라는 옛 말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외눈박이는 외눈박이의 삶이 있고, 두눈박이는 두눈박이의 삶이 있다고. 이 책이 21세기 심리학적 권리장전이라는 표어가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만약 치료법이 있다면 아마도 치료했을 장애는 본인이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고 원할지에 대해 대해 표현할 수 없는 어린시절에 치료에 대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양성이라고 인정받는 동성애 역시 어린 시절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면 치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인정한다면 아이의 폭력성도 타고난 천성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저는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라 이런 입장에 쉽게 공감이 되진 않습니다. 다만,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했듯,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라는 점에서 서구사회가 훨씬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이 이 정도의 사고를 보편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놀랍습니다.

 

물론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기타 장애 등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치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을 다른 사람이라고 격리해 바라보기 이전에 그 사람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외국어책에 가깝습니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 우열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의 차이를 비교하여 뜻이 통할 수 있도록 맞추어 나가자는 것이죠.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의 2권에 나오는 첫 장은 '신동'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신동'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모와 다른 아이들임은 마찬가지인데 왜 '신동'의 현상이 나오면 으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인식에 따라 인간의 호오를 정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이 책에서는 '신동' 역시 그들의 특징과 입장을 정리해놓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더 많은 이해를 위해, 이 책을 곁에 놓고 곱씹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동의가 아닌 이해를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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